기아 스팅어, 제네시스 G70, 캐딜락 ATS 서킷 주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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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가 맴도는 싸늘한 겨울.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반가울 수 없는 날씨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르다. 냉각 효율이 상승하고, 대기 중의 산소 밀도가 높아져 더운 날씨에 비해 엔진 출력도 향상된다. 타이어 열화 현상에 인한 접지력 저하도 덜하고, 덤으로 차 안에서 운전하는 드라이버에게도 쾌적한 환경이 제공된다.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달려본 운전자라면 이해할 듯.
기아 스팅어 RWD 2.0T
먼저 주행한 모델은 기아 스팅어로 후륜 구동 버전이다. 아쉽게도 드림 에디션이 아니라 LSD가 탑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브렘보 제동 시스템과 미쉐린 PS4 타이어를 장착했다. “대부분의 시승차들은 최고 사양으로 오던데…” 의아함마저 들었다.
스티어링을 쥐었을 때의 감각이 남다르다. 슬림한 스티어링 림은 클래식한 스타일로 손바닥에 가볍게 쥐어지는 감각을 보인다. 시트 포지션도 낯설지 않다. 운전 자세를 잡자 스티어링 휠과 무릎 사이의 공간이 꽤 확보된다. 스포츠 주행을 배려한 모습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설정하고 서킷 주행을 시작한다. 일반 도로에서는 묵직한 스티어링 답력이 서킷에서는 적당히 가볍게 느껴졌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이 민감한 것은 아니지만 차체의 무게감을 적게 느끼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스티어링을 풀거나 다시 되감는 등의 보정도 불필요해서, 코너링이 깔끔하게 진행되는 인상을 받았다. “한 번의 조향만으로 코너를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라는 이미지와 조타의 직결감은 지금까지 국산 차에서 볼 수 없던 느낌이었다.
서스펜션은 컴포트 세단보다는 단단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모델보다는 부드럽다. 셋업은 안락함과 스포티함의 경계선에 맞춰져 있다. 인제 스피디움의 연석은 다른 서킷과 달리 비상식적으로 높다. 그와 같은 연석들조차 깔끔하게 처리하니 다른 서킷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
하지만 주행 모드를 바꿔도 댐퍼 압력은 적극적이지 않다. 수입 일부 모델들은 매우 극적인 변화로 만족감을 높인다. 반면 스팅어에서는 과도한 감각이 없어 한계 주행에서 드라이버를 자극할 이벤트가 적었다. 다소 밋밋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스티어의 주행 특성은 마일드한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륜 타이어의 접지력 부하가 먼저 발생한다. 운전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쉽게 읽어낼 수 있어 운전이 쉬운 편이다. LSD가 탑재되지 않다 보니 코너 탈출 가속에서 언더스티어 성향이 더욱 강조된다. 때로는 저속 구간에서는 한쪽 드라이브 샤프트에만 동력이 집중되어 휠 스핀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동 테스트 때도 확인했지만 일시적인 제동력은 수준급이다. 하지만 서킷 환경에서는 불만이 생긴다. 본격적으로 성능을 즐길 때 아쉬움이 나오는데 특히 서킷 주행에서 브레이크 페달의 컨트롤이 미묘하게 까다롭다. 인제 스피디움의 턴16에 고속으로 진입한 이후 헤어핀 코너인 턴17을 위해 강한 제동력이 필요한 순간 ABS가 나서 세세한 통제를 이어나간다. ABS의 개입은 본래 발휘될 수 있는 제동력에 못 미치는 압력을 캘리퍼에 전달한다. 이 의아한 셋업 때문에 ABS가 개입하는 구간을 의식해 제동 페달의 압력을 민감하게 조절해야 했다. 다시금 이는 랩타임 손실로 이어진다.
엔진은 고회전 영역을 쥐어짤 때 효율성이 높아 보인다. 변속기는 서킷 주행 중 애매하게 변속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점에서 킥다운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똑똑한 면모도 보여 좋았다. 스팅어의 변속기는 현재까지 현대, 기아차가 선보였던 변속기 중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과 반응을 보였다.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했지만 개입은 유지된다. 특히 중고속 코너 탈출 구간에서 잦은 개입을 일으키는데 이 또한 간접적으로 랩타임에 영향을 미쳤다. 개입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스티어링의 각도와 차량 회전을 일정 수준 이상 높이는데 제한을 만든다.
제네시스 G70 2.0T HTRAC
이번에는 G70의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트 포지션을 조정을 마치니 스팅어 보다 G70의 눈높이가 더 높았다.
간단히 제원만 봐도 G70은 스팅어 보다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구성을 갖고 있다. 차체 길이와 너비, 그리고 휠베이스도 짧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우리 팀은 기획을 하며 현대차에 G70 후륜 구동 모델을 요청했다. 현대차도 후륜구동 모델을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현장에 나온 것은 HTRAC(AWD)를 장착한 G70이었던 것. 담당자가 테스트카의 구동 시스템을 후륜으로 착각한 것이 이유였다. 그렇게 AWD를 갖춘 G70이 서킷을 달리게 됐다.
스팅어가 스포츠와 컴포트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고 있다면, G70은 보다 적극적으로 본연의 캐릭터를 표현하려 했다. 스티어링을 통한 타이어 표면의 감각을 스팅어 보다 더 자신 있고 날카롭게 전달했다. 스팅어 보다 스티어링 답력도 조금 높았다. 물론 스팅어가 보였던 가벼운 감각 또한 유지했다. G70은 스팅어 보다 스포티했다.
스티어링 감각만큼 차체 움직임도 민첩하다. 차체의 기울어짐도 덜하고 대체로 일관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스팅어 보다 안정감도 좋았다. 인제 스피디움의 마지막 코너 턴19, 턴20은 사실상 하나의 커다란 코너로 보고 달리게 된다. 이때 G70은 마지막 코너에서 스팅어 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4륜 구동 HTRAC은 서킷에서 득보다는 실이 컸다. 코너 탈출 시점 직전의 가속 페달을 밟을 때부터 언더스티어를 만들었고 인제 스피디움에서 가장 긴 640m의 직선 구간을 달릴 때 최고속에서도 후륜구동의 스팅어에 밀렸다.
잠시 생각을 오로지 서킷에만 가둬 보자. 2리터 급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미쉐린 PS4를 장착한 G70을 보면 HTRAC은 조금은 과도한 보호자 같은 느낌을 보인다. 안정성을 높여 주지만 언더스티어를 키우며 매 코너마다 앞 타이어를 괴롭힌다. 운전자의 즐거움도 희석된다. 스포츠 주행을 목적에 두고 G70에 접근한다면 후륜 구동을 기본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동일한 변속기와 엔진 그리고 제동 시스템은 스팅어와 G70 사이의 동질감을 유발한다. 두 모델을 보고 있자면 토요타 86, 그리고 스바루 BRZ를 떠오르게 한다. 동일한 플랫폼에 같은 엔진. 두 모델의 차이는 서스펜션의 스프링 강도 정도다. 86은 부드러운 스프링을 탑재했으며 BRZ는 보다 단단한 스프링을 채용하고 시장에 나왔다.
86은 코너를 빠져나오며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앞 타이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말려들어가는 듯한 위트 있는 오버스티어가 특징이다. 하지만 BRZ는 정통적인 후륜 구동 스포츠카들처럼 약한 언더스티어를 기반으로 꾸준하게 기울어지는 차체를 버텨내는 특징을 보인다. 매우 일관성 있고 다소 진지한 특성이다.
서스펜션 특성을 비롯해서 주행 성향을 놓고 보면 스팅어는 86을, G70은 BRZ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탓에 구매 고객층은 물론 내, 외관 분위기도 다르다.
이제 기록을 비교해 보자. 스팅어는 2:00.04, G70은 1:59.93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만약 G70이 후륜구동이었다면 조금 더 격차가 커졌을 수 있다. 기회가 되면 스팅어 드림 에디션, G70 후륜 버전을 다뤄보고 싶다.
캐딜락 ATS 2.0T
마지막 계측 모델은 캐딜락 ATS다. 그다음으로 BMW 330i M 스포츠 패키지, 렉서스 IS 300 F 스포트 등을 줄지어 놓고 비교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게 끝이다.
테스트 이전부터 ATS의 기록이 스팅어와 G70을 앞설 것이라는 것이 시뮬레이션 돼 있었다. 제원표만 살펴보아도 ATS가 느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ATS는 이미 7월 한 여름에 2:00.57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현재는 기온이 더 하락해 서킷 랩타임에는 더욱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당시의 테스트카는 장거리를 오가며 일반유와 고급유를 혼용한 상태였다. 반면 이번에 온 테스트카는 고급유에 적응한 모델이라 컨디션이 좋았다.
사실상 이번 기획에서의 그림은 BMW 330i M과 캐딜락 ATS, 다시금 G70, 스팅어, 렉서스 IS의 치열한 한판이었다. 하지만 렉서스 IS를 비롯해, 330i M이 빠지면서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결국 ATS의 계측은 환경 변수, 차량 컨디션에 따라 얼마나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과연 랩타임을 얼마까지 당길 수 있을까?
올해만 ATS를 두 번째 타고 있다. 때문에 차량 자체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주행 모드에 따라 차량 성향이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것. 이 자체는 언제나 재미있다. 스티어링의 답력과 가속 페달의 민감도가 변하는 것은 여느 제조사들의 평범한 모델에서도 구현되지만, ATS의 서스펜션에 적용된 MRC는 과감 그리도 도발 그 자체로 다가온다.
각 주행모드에서 비치는 MRC의 “극적인 변화”는 스팅어와 G70에게 바랬던 내용이기도 했다. 현대, 기아차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라는 이름을 붙여 뭔가 탄력적인 또는 변화의 폭이 큰 가변적인 특성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게 했다.
스포츠 모드에 들어선 ATS는 곧장 스티어링 답력부터 무겁게 밀어 넣었다. 서스펜션 댐퍼의 압력도 단단하게 조이며 대비를 마쳤다.
댐퍼 특성상 짧은 범위의 스트로크를 가져 본래의 차체 기울어짐이 적은 ATS는 조타 반응이 빠르고 절도감 있다. 단단한 MRC 서스펜션은 높은 하중을 잘 받아냈고 항상 차체와 노면 사이를 날이 예리하게 선듯한 긴장 상태로 유지한다. 서킷의 평탄한 노면과 코너 진입 때 조타각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MRC. 하지만 높은 속도로 마주하는 범프 구간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이처럼 서스펜션의 모든 셋업에는 득과 실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ATS는 MRC의 특성에 의해 스티어링의 조작 빈도가 높아 서킷에서 운전하기 바쁜 모델이다. 하지만 차체가 방향 전환에 들이는 시간이 짧아 랩타임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바쁜 스티어링 조작과 빠른 반응을 운전 재미로 본다면, 스포츠 세단이라는 타이틀에 납득이 간다. 다만 운전자가 차체의 날카로운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 스팅어와 G70이 보여준 마일드한 성향과 상반된 모습이다.
운동 특성은 빠른 조타 반응 덕분에 뉴트럴에 가까운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볼 수 있다. 타이어 접지 한계점에 빠르게 도달하기에 스티어링 각도를 유지하는 시간이 적다. 가속을 시작하면 기계식 LSD가 엔진 토크를 후륜 타이어에 잘 밀어 넣는다. 동력 전달 때 손실을 줄이며 의도에 따라 혹은 일정 수준의 오버스티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ATS 성능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제동력이다. 스포츠 주행에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안정된 제동 성능은 운전자가 안심하고 코너를 파고들 수 있게 해준다. 사실상 자신감의 원천과도 같다. 다른 모델들처럼 브렘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지만 장착된 브레이크 패드 소재 특성이 다르다. 스팅어와 G70보다는 확실히 분진이 많고 온도가 차가울 때는 약간의 소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불편함을 대가로 성능을 얻었다. ATS가 제동력을 최대로 발휘할 때, 타이어가 살짝 잠길 정도로 캘리퍼의 피스톤이 패드와 디스크를 강하게 압박한다. 제동 성능은 메탈 성분 함유량이 높은 애프터 마켓 패드를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ABS 로직도 세련되게 구성했다. 데이터 상으로 ATS는 더 높은 속도로 더 늦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가능했다. 이는 곧 서킷 기록에도 영향을 줬다.
8단 변속기의 기어비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헤어핀 구간을 포함해 3단 3,500rpm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가 없기에 항상 최대 토크가 가용 범위에서 엔진을 운영할 수 있었다. ATS의 엔진은 주로 4,500-6,000rpm 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인 가속력을 발휘했다.
새롭게 랩타임을 계측한 결과 기록은 1:57.17. 무더운 7월의 여름에 랩타임을 기록했을 당시 서킷에 들어가기 직전 온도가 약 33도였다. 노면온도 역시 45도에 달했다. 물론 차량의 컨디션 차이도 있었지만 환경 요인이 수초 간의 랩타임 차이를 만들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렇게 3대의 비교를 마쳤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수입차들에 맞설 진짜 4~5천만 원대의 가성비 최고 모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G70, 스팅어 3.3T를 통해 다시금 성능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고급유로의 변경이 어렵다는 제조사 측의 입장에 따라 연료를 최대한 비운 상태로 테스트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동 방식까지 선택한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다음 테스트를 기약해 본다.
기아 스팅어 RWD 2.0T
먼저 주행한 모델은 기아 스팅어로 후륜 구동 버전이다. 아쉽게도 드림 에디션이 아니라 LSD가 탑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브렘보 제동 시스템과 미쉐린 PS4 타이어를 장착했다. “대부분의 시승차들은 최고 사양으로 오던데…” 의아함마저 들었다.
스티어링을 쥐었을 때의 감각이 남다르다. 슬림한 스티어링 림은 클래식한 스타일로 손바닥에 가볍게 쥐어지는 감각을 보인다. 시트 포지션도 낯설지 않다. 운전 자세를 잡자 스티어링 휠과 무릎 사이의 공간이 꽤 확보된다. 스포츠 주행을 배려한 모습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설정하고 서킷 주행을 시작한다. 일반 도로에서는 묵직한 스티어링 답력이 서킷에서는 적당히 가볍게 느껴졌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이 민감한 것은 아니지만 차체의 무게감을 적게 느끼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스티어링을 풀거나 다시 되감는 등의 보정도 불필요해서, 코너링이 깔끔하게 진행되는 인상을 받았다. “한 번의 조향만으로 코너를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라는 이미지와 조타의 직결감은 지금까지 국산 차에서 볼 수 없던 느낌이었다.
서스펜션은 컴포트 세단보다는 단단하다. 하지만 본격적인 스포츠 모델보다는 부드럽다. 셋업은 안락함과 스포티함의 경계선에 맞춰져 있다. 인제 스피디움의 연석은 다른 서킷과 달리 비상식적으로 높다. 그와 같은 연석들조차 깔끔하게 처리하니 다른 서킷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이끌어 내지 않을까?
하지만 주행 모드를 바꿔도 댐퍼 압력은 적극적이지 않다. 수입 일부 모델들은 매우 극적인 변화로 만족감을 높인다. 반면 스팅어에서는 과도한 감각이 없어 한계 주행에서 드라이버를 자극할 이벤트가 적었다. 다소 밋밋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스티어의 주행 특성은 마일드한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륜 타이어의 접지력 부하가 먼저 발생한다. 운전자가 차량의 움직임을 쉽게 읽어낼 수 있어 운전이 쉬운 편이다. LSD가 탑재되지 않다 보니 코너 탈출 가속에서 언더스티어 성향이 더욱 강조된다. 때로는 저속 구간에서는 한쪽 드라이브 샤프트에만 동력이 집중되어 휠 스핀이 발생하기도 한다.
제동 테스트 때도 확인했지만 일시적인 제동력은 수준급이다. 하지만 서킷 환경에서는 불만이 생긴다. 본격적으로 성능을 즐길 때 아쉬움이 나오는데 특히 서킷 주행에서 브레이크 페달의 컨트롤이 미묘하게 까다롭다. 인제 스피디움의 턴16에 고속으로 진입한 이후 헤어핀 코너인 턴17을 위해 강한 제동력이 필요한 순간 ABS가 나서 세세한 통제를 이어나간다. ABS의 개입은 본래 발휘될 수 있는 제동력에 못 미치는 압력을 캘리퍼에 전달한다. 이 의아한 셋업 때문에 ABS가 개입하는 구간을 의식해 제동 페달의 압력을 민감하게 조절해야 했다. 다시금 이는 랩타임 손실로 이어진다.
엔진은 고회전 영역을 쥐어짤 때 효율성이 높아 보인다. 변속기는 서킷 주행 중 애매하게 변속을 고민하게 만드는 시점에서 킥다운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똑똑한 면모도 보여 좋았다. 스팅어의 변속기는 현재까지 현대, 기아차가 선보였던 변속기 중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과 반응을 보였다.
자세제어장치를 해제했지만 개입은 유지된다. 특히 중고속 코너 탈출 구간에서 잦은 개입을 일으키는데 이 또한 간접적으로 랩타임에 영향을 미쳤다. 개입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스티어링의 각도와 차량 회전을 일정 수준 이상 높이는데 제한을 만든다.
제네시스 G70 2.0T HTRAC
이번에는 G70의 운전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트 포지션을 조정을 마치니 스팅어 보다 G70의 눈높이가 더 높았다.
간단히 제원만 봐도 G70은 스팅어 보다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구성을 갖고 있다. 차체 길이와 너비, 그리고 휠베이스도 짧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우리 팀은 기획을 하며 현대차에 G70 후륜 구동 모델을 요청했다. 현대차도 후륜구동 모델을 제공한다고 밝혔으나 현장에 나온 것은 HTRAC(AWD)를 장착한 G70이었던 것. 담당자가 테스트카의 구동 시스템을 후륜으로 착각한 것이 이유였다. 그렇게 AWD를 갖춘 G70이 서킷을 달리게 됐다.
스팅어가 스포츠와 컴포트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고 있다면, G70은 보다 적극적으로 본연의 캐릭터를 표현하려 했다. 스티어링을 통한 타이어 표면의 감각을 스팅어 보다 더 자신 있고 날카롭게 전달했다. 스팅어 보다 스티어링 답력도 조금 높았다. 물론 스팅어가 보였던 가벼운 감각 또한 유지했다. G70은 스팅어 보다 스포티했다.
스티어링 감각만큼 차체 움직임도 민첩하다. 차체의 기울어짐도 덜하고 대체로 일관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스팅어 보다 안정감도 좋았다. 인제 스피디움의 마지막 코너 턴19, 턴20은 사실상 하나의 커다란 코너로 보고 달리게 된다. 이때 G70은 마지막 코너에서 스팅어 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4륜 구동 HTRAC은 서킷에서 득보다는 실이 컸다. 코너 탈출 시점 직전의 가속 페달을 밟을 때부터 언더스티어를 만들었고 인제 스피디움에서 가장 긴 640m의 직선 구간을 달릴 때 최고속에서도 후륜구동의 스팅어에 밀렸다.
잠시 생각을 오로지 서킷에만 가둬 보자. 2리터 급 터보 엔진을 탑재하고 미쉐린 PS4를 장착한 G70을 보면 HTRAC은 조금은 과도한 보호자 같은 느낌을 보인다. 안정성을 높여 주지만 언더스티어를 키우며 매 코너마다 앞 타이어를 괴롭힌다. 운전자의 즐거움도 희석된다. 스포츠 주행을 목적에 두고 G70에 접근한다면 후륜 구동을 기본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동일한 변속기와 엔진 그리고 제동 시스템은 스팅어와 G70 사이의 동질감을 유발한다. 두 모델을 보고 있자면 토요타 86, 그리고 스바루 BRZ를 떠오르게 한다. 동일한 플랫폼에 같은 엔진. 두 모델의 차이는 서스펜션의 스프링 강도 정도다. 86은 부드러운 스프링을 탑재했으며 BRZ는 보다 단단한 스프링을 채용하고 시장에 나왔다.
86은 코너를 빠져나오며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앞 타이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말려들어가는 듯한 위트 있는 오버스티어가 특징이다. 하지만 BRZ는 정통적인 후륜 구동 스포츠카들처럼 약한 언더스티어를 기반으로 꾸준하게 기울어지는 차체를 버텨내는 특징을 보인다. 매우 일관성 있고 다소 진지한 특성이다.
서스펜션 특성을 비롯해서 주행 성향을 놓고 보면 스팅어는 86을, G70은 BRZ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탓에 구매 고객층은 물론 내, 외관 분위기도 다르다.
이제 기록을 비교해 보자. 스팅어는 2:00.04, G70은 1:59.93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만약 G70이 후륜구동이었다면 조금 더 격차가 커졌을 수 있다. 기회가 되면 스팅어 드림 에디션, G70 후륜 버전을 다뤄보고 싶다.
캐딜락 ATS 2.0T
마지막 계측 모델은 캐딜락 ATS다. 그다음으로 BMW 330i M 스포츠 패키지, 렉서스 IS 300 F 스포트 등을 줄지어 놓고 비교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게 끝이다.
테스트 이전부터 ATS의 기록이 스팅어와 G70을 앞설 것이라는 것이 시뮬레이션 돼 있었다. 제원표만 살펴보아도 ATS가 느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ATS는 이미 7월 한 여름에 2:00.57이라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현재는 기온이 더 하락해 서킷 랩타임에는 더욱 유리한 조건이다. 또한 당시의 테스트카는 장거리를 오가며 일반유와 고급유를 혼용한 상태였다. 반면 이번에 온 테스트카는 고급유에 적응한 모델이라 컨디션이 좋았다.
사실상 이번 기획에서의 그림은 BMW 330i M과 캐딜락 ATS, 다시금 G70, 스팅어, 렉서스 IS의 치열한 한판이었다. 하지만 렉서스 IS를 비롯해, 330i M이 빠지면서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결국 ATS의 계측은 환경 변수, 차량 컨디션에 따라 얼마나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느냐에 맞춰졌다. 과연 랩타임을 얼마까지 당길 수 있을까?
올해만 ATS를 두 번째 타고 있다. 때문에 차량 자체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주행 모드에 따라 차량 성향이 적극적으로 변한다는 것. 이 자체는 언제나 재미있다. 스티어링의 답력과 가속 페달의 민감도가 변하는 것은 여느 제조사들의 평범한 모델에서도 구현되지만, ATS의 서스펜션에 적용된 MRC는 과감 그리도 도발 그 자체로 다가온다.
각 주행모드에서 비치는 MRC의 “극적인 변화”는 스팅어와 G70에게 바랬던 내용이기도 했다. 현대, 기아차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라는 이름을 붙여 뭔가 탄력적인 또는 변화의 폭이 큰 가변적인 특성을 가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게 했다.
스포츠 모드에 들어선 ATS는 곧장 스티어링 답력부터 무겁게 밀어 넣었다. 서스펜션 댐퍼의 압력도 단단하게 조이며 대비를 마쳤다.
댐퍼 특성상 짧은 범위의 스트로크를 가져 본래의 차체 기울어짐이 적은 ATS는 조타 반응이 빠르고 절도감 있다. 단단한 MRC 서스펜션은 높은 하중을 잘 받아냈고 항상 차체와 노면 사이를 날이 예리하게 선듯한 긴장 상태로 유지한다. 서킷의 평탄한 노면과 코너 진입 때 조타각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MRC. 하지만 높은 속도로 마주하는 범프 구간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이처럼 서스펜션의 모든 셋업에는 득과 실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ATS는 MRC의 특성에 의해 스티어링의 조작 빈도가 높아 서킷에서 운전하기 바쁜 모델이다. 하지만 차체가 방향 전환에 들이는 시간이 짧아 랩타임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바쁜 스티어링 조작과 빠른 반응을 운전 재미로 본다면, 스포츠 세단이라는 타이틀에 납득이 간다. 다만 운전자가 차체의 날카로운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 스팅어와 G70이 보여준 마일드한 성향과 상반된 모습이다.
운동 특성은 빠른 조타 반응 덕분에 뉴트럴에 가까운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볼 수 있다. 타이어 접지 한계점에 빠르게 도달하기에 스티어링 각도를 유지하는 시간이 적다. 가속을 시작하면 기계식 LSD가 엔진 토크를 후륜 타이어에 잘 밀어 넣는다. 동력 전달 때 손실을 줄이며 의도에 따라 혹은 일정 수준의 오버스티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ATS 성능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제동력이다. 스포츠 주행에 있어서 신뢰할 수 있는 안정된 제동 성능은 운전자가 안심하고 코너를 파고들 수 있게 해준다. 사실상 자신감의 원천과도 같다. 다른 모델들처럼 브렘보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지만 장착된 브레이크 패드 소재 특성이 다르다. 스팅어와 G70보다는 확실히 분진이 많고 온도가 차가울 때는 약간의 소음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불편함을 대가로 성능을 얻었다. ATS가 제동력을 최대로 발휘할 때, 타이어가 살짝 잠길 정도로 캘리퍼의 피스톤이 패드와 디스크를 강하게 압박한다. 제동 성능은 메탈 성분 함유량이 높은 애프터 마켓 패드를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ABS 로직도 세련되게 구성했다. 데이터 상으로 ATS는 더 높은 속도로 더 늦게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가능했다. 이는 곧 서킷 기록에도 영향을 줬다.
8단 변속기의 기어비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충분히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헤어핀 구간을 포함해 3단 3,500rpm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가 없기에 항상 최대 토크가 가용 범위에서 엔진을 운영할 수 있었다. ATS의 엔진은 주로 4,500-6,000rpm 사이에서 가장 효율적인 가속력을 발휘했다.
새롭게 랩타임을 계측한 결과 기록은 1:57.17. 무더운 7월의 여름에 랩타임을 기록했을 당시 서킷에 들어가기 직전 온도가 약 33도였다. 노면온도 역시 45도에 달했다. 물론 차량의 컨디션 차이도 있었지만 환경 요인이 수초 간의 랩타임 차이를 만들었다는 점이 재미있다.
이렇게 3대의 비교를 마쳤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수입차들에 맞설 진짜 4~5천만 원대의 가성비 최고 모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G70, 스팅어 3.3T를 통해 다시금 성능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고급유로의 변경이 어렵다는 제조사 측의 입장에 따라 연료를 최대한 비운 상태로 테스트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동 방식까지 선택한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다음 테스트를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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