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돛배, 인피니티 Q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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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가 또 하나의 길을 열었다. 지난 가을의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액티브 콤팩트'로 처음 소개한 Q30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인피니티 브랜드 최초의 C-세그먼트 모델이며 인피니티의 입문용 모델로서 자리하게 된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프리미엄 C 세그먼트를 정조준한다. Q30은 과연 어떤 차인가. 올 상반기 국내 도입을 앞두고 리스본에서 먼저 만나보았다.
자동차는 진화하는 생물과 같다. 하나의 종이 생기면 거기서 파생하는 변종이 생겨난다. 인피니티의 설명에 따르면 Q30은 5도어 해치백과 크로스오버의 중간에 위치한다. 차체 길이는 해치백 사이즈지만 높이는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말하자면 크로스오버 해치백. 둘의 특성을 조합해 경쟁차보다 유리한 패키징의 장점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Q30은 유럽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인피니티 모델이다. 닛산 캐시카이, 쥬크 등을 생산하고 있는 영국 선덜랜드 공장을 확장해 이곳에서 생산된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만큼 광범위한 유럽 도로에 맞는 조율을 거쳤다. 단단한 노면과 굴곡, 빠른 진입과 아웃을 필요로 하는 로터리, 빠른 고속도로 진입 등에 대응해 세팅이 이루어졌다는 설명이다.
인피니티와 다임러는 2010년부터 기술 제휴를 맺어왔다. Q30에 다임러 엔진을 비롯한 부품 공유가 이루어진 배경이다. 때문에 Q30은 벤츠 A 클래스를 베이스로 한 GLA와 비견할 수 있다. Q30의 차체 길이×너비×높이는 4,425×1,805×1,475mm이고 GLA는 4,417×1,803×1,524mm이다. 길이는 Q30이 8mm 길고 높이는 GLA가 49mm 높다. 너비는 거의 차이가 없고, 휠베이스는 2,700mm로 같다. 키는 GLA가 크지만 최저지상고는 Q30이 높다. GLA가 204mm(스포츠 옵션 183mm)인데 비해 Q30은 210mm(스포츠 옵션 190mm)다.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특성은 주행성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인상은 확실히 키가 크다. 5도어 해치백이라는 느낌보다는 크로스오버의 이미지가 먼저 와 닿는다. 한눈에 인피니티임을 알아볼 수 있는 프론트 그릴과 헤드램프, 그리고 유연하면서 근육질의 라인이 익숙하게 다가온다. 키 큰 차체에서 뒤로 떨어지는 쿠페 라인이지만 SUV 쿠페 개념으로 보기에는 몸집이 호리호리하다. 말하자면 점점 도시화되어가는 SUV의 변종이다. 크로스오버라는 개념 역시 마찬가지. 넘치는 부분을 덜어내려는 실용적인 소비 패턴은 그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게 만든다. 결국 다양한 변종은 시장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다.
새로운 인피니티에 대한 흥미가 고조되었을 때 도어를 열면 반전이 기다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피니티 레이아웃이 아니라 마치 벤츠 같은, 아니 로고만 바꾼 벤츠 분위기 그대로다. 스티어링 휠에서부터 계기판, 오디오 조작부, 드라이빙 모드를 포함한 기어 박스 등 주요 인터페이스가 벤츠 A 클래스 그대로다. 심지어 스마트키 모양도 똑같다.
2.0 휘발유 엔진 얹은 Q30 스포츠를 먼저 만났다. Q30의 차체 높이는 1,495mm. 스포츠 모델은 이보다 20mm가 낮고 시트 포지션은 15mm 낮다. 보다 민첩한 주행성능과 핸들링을 위한 세팅이다. 휠은 19인치. 2.0L 211마력 터보 엔진은 7단 DCT와 매칭된다. 0→시속 100km 가속은 7.3초. 최고시속은 230km에 이른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체가 높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타고 내리기 쉬운 자세와 넓은 시야는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D 컷 스티어링 휠, 부분적으로 쓰인 알칸타라가 스포티함과 고급감을 동시에 아우른다. 달리기 시작하면 단단한 느낌이 전해온다. 트램과 자동차들이 함께 달리는 단단한 노면 위를 출렁거리지 않고 탄탄하게 헤쳐 나간다. 신호대기에 섰을 때 가로등을 보니 꼭대기 끝에 작은 조각이 달려 있다. '카라벨라'라고 부르는 경쾌한 돛배로 리스본의 상징이다. '카라벨라'는 20명 정도가 승선하는 작은 배에서 대항해 시대를 이끈 대형 범선으로 발전했다. 어쩌면 Q30이 경쾌한 돛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찌감치 터지는 토크로 초기 가속에 힘이 붙는다. 그런데 rpm의 상승 속도가 빠르다. 2.0 터보 직분사 휘발유 엔진은 성격상 조용함과 거리가 멀다. 드러내기 좋아하는 성격을 숨기지 않는, 말하자면 직설적이다. 그래서 가속할 때 울림이 크다. 스포츠 모델인 만큼 다소간은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더 한층 수축된 근육질의 움직임이 터프해진다. 파워는 풍부한 질감보다는 자꾸 펀치를 날리려고 애쓴다.
Q30은 앞바퀴굴림 기반에서 개발되었고 시승차는 네바퀴굴림, AWD를 달았다. 아무래도 앞바퀴굴림 성격이 강하고 필요할 때 뒷바퀴에 최대 50%의 토크를 내보낸다. 앞바퀴굴림의 가벼움보다는 진중함으로, 코너링에서 특히 안정적인 거동을 보여준다. 감칠맛은 약간 부족하지만 안정감이 우선이다. 좌우의 움직임이 연속적으로 바뀌는 와인딩 로드에서 하체는 단단하고, 옆구리에 쏠리는 압력을 잘 버텨낸다.
직선도로에서 가속은 터프하면서 빠르다. 액티브 사운드 인핸스먼트(ASE, Active Sound Enhancement)가 달려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들려주지만 엔진 톤을 제어하는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하다. 개인차에 따라 사운드를 받아들이는 느낌이 사뭇 다를 수 있겠다. 7단 듀얼 클러치(DCT)는 빠른 변속으로 응답성을 높여준다. 스포츠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더 한층 스포티한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이어서 2.2 디젤을 탔다. 2.2L 170마력은 2.0 휘발유 211마력의 파워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토크는 35.8kg.m로 같다. 0→시속 100km 가속은 8.5초, 최고시속은 215km에 이른다. 강한 토크감으로 초기가속은 쉽고 빠르게 이루어진다. 그런데 부드럽다. 하체의 세팅을 달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조용하다. 2.2 모델을 위해 달았다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좀 전에 탄 2.0t가 스포츠 모델이라고 하지만 휘발유와 디젤이 바뀐 게 아닌가 여겨질 정도로 대비되는 부드러움이다. 확연히 비교되는 2.2d의 부드러움은 고속으로 갈수록 더 두드러진다. 단지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게 아니라 회전질감이 무척 매끈하다. 7단 DCT의 매칭도 휘발유보다 좋은 느낌이다. D 컷 스티어링 휠은 아니지만 그립이나 조향성도 나무랄 데 없다.
공통적인 것은 시트의 편안함이다. 경쟁 차종보다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했다는 설명인데, 쉬지 않고 운전하는 동안에도 시트로 인한 피로감은 없었다. 고속에서 스포츠 모델의 승차감은 탄탄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디젤 모델은 부드러우면서 안정적이었다. 브레이크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전방충돌 예측경보와 전방 비상 브레이크는 확실하게 작동했다.
뒷좌석은 타고내리기가 조금 타이트해 보인다. 일단 앉으면 무릎 공간에 조금 여유가 있지만 역시 타이트한 기분이다. 뒷좌석 시트 역시 편안하다. 368L에 달하는 트렁크 공간도 여느 해치백과 비교하면 꽤 쓸 만해 보인다. 뒷좌석은 6:4로 접을 수 있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상고가 높은 만큼 해치 게이트는 높게 열린다. 전동식 파워 버튼이 없어 수동으로 닫아야 하는 점이 좀 아쉽다.
2.0t와 2.2d를 연달아 시승한 뒤의 선택을 묻는다면 2.2d에 마음이 기운다. Q30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옆모습이다. 리스본의 해안가 절벽 위에 서 있는 Q30의 옆모습을 바라보았을 때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Ready to Go Anywhere)는 Q30의 슬로건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느낌을 주었다.
초승달 모양의 시그니쳐 C-필러는 '그 어디'를 좀 더 먼 곳으로 확장시킨다. 무한대를 의미하는 인피니티(Infiniti)라는 브랜드 이름처럼. 분명한 것은 인피니티에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엔트리 모델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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