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다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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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6.09.20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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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GT 86이 처음 등장했을 때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쏟아졌던가? 숱한 자동차마니아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일본 자동차 애니메이션 <이니셜 D>의 주인공 타쿠미가 AE 86 스프린터 토레노로 관성 드리프트를 시도하며 다운힐을 공략할 때의 짜릿함은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 이 같은 배경이 있기에, 토요타가 AE 86을 직접적으로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내놓은 현행 GT 86에 자동차마니아들이 다시금 ‘심쿵’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2.0리터 4기통 수평대향 복서엔진, 6단 수동변속기, 경량 차체와 뒷바퀴굴림 방식을 택한 86은 운전자와 자동차가 하나 되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수많은 마니아들을 만들어냈다. 그랬던 86이 이젠 국내 모터스포츠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무대는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과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등이다. 오늘의 주인공이자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방향으로 튠업한 86 역시 넥센대회에 참가 중인 경주차.

▲ 스파르코 버킷시트에 몸을 욱여넣자 몸을 움직일 틈이 쥐꼬리만큼도 없다. 이제 난 레이스카와 한몸이 됐다

오너 송병두 씨는 지난해부터 핸즈와 넥센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해 매섭게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레이서이자 올해 경기도 의정부에 문을 연 우리카프라자의 대표다. 자동차정비를 시작한 지 3년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클릭 원메이크 레이스에 참가한 경력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대회 참가를 외친 지 1년이 채 안됐음에도 최근 보여주고 있는 기록은 화려하다. 가장 최근에 참가했던 핸즈 86 원메이크 레이스 4라운드에서는 1위와 0.4초의 차이로 아쉽게 2위로 들어왔다. 핸즈 대회규정상 경주차의 퍼포먼스 튠업을 허용하지 않기에 오직 드라이버의 실력만으로 판가름나는 무대에서, 송병두 씨는 본인의 운전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경기 중에 경적을 울릴 일은 없다. 그저 두툼하고 묵직한 스파르코 핸들을 양손으로 쥐고 달릴 뿐이다

일정 부분 퍼포먼스 튠업을 허용하는 넥센 지가토 GT-200 클래스에 출전 중인 그의 이름은 같은 스파르코 코리아팀의 조선희 선수 뒤를 바짝 추격하며 2위에 올라있다. 3위와의 격차는 이미 벌어진 지 오래. 그리고 그와 함께 매 라운드마다 거친 숨을 토해내며 트랙 위를 불태우는 경주마는, 화려한 랩핑과 자체 제작한 리어 디퓨저, 대용량 캘리퍼를 품기 위한 엔케이 PF01 휠이 돋보이는 자태를 뽐낸다. 여기에 심장과 숨통, 다리 관절, 어디든 주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 사이드브레이크에 달린 빨간 스위치는 경기 중 무전을 위한 통신 버튼. 그 옆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 실로 오랜만에 마주한 수동 기어레버

지금은 대회규정에 따라 1천210킬로그램으로 감량에 성공했지만, 한때 1천160킬로그램까지 무게를 뺐던 86의 실내는 보통 경주차가 그렇듯 휑하다. 경량화를 위해 에어컨까지 떼어냈다. 겨우 몸을 욱여넣어 들어간 뒤에야 스파르코 버킷시트에 무사히 안착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실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수동기어. 묵직한 클러치페달을 밟아 시동을 건 후, 사이드브레이크를 풀며 도로 위로 나선다.

흡배기를 약간 손봤을 뿐이지만, 토콘에서 ECU를 맵핑하며 휠마력을 195마력까지 끌어올렸다. 경량 플라이휠이 포함된 엑시디의 스테이지 1 키트로 교체한 클러치는 즉각적인 체결감이 수준급이다. 터빈을 용납 않는 자연흡기엔진의 매력이란. 재빠른 가속을 위해 기어비까지 매만졌다. rpm을 레드존 가까이 끌어올리며 빠르게 기어레버를 이리저리 옮길수록 힘을 매끄럽게 토해내고 이와 비례해서 가슴은 더욱 벅차 오른다. 본래 86의 낮은 무게중심과, 경기를 위해 세팅한 서스펜션, 캠버각까지 조절해 접지력을 높인 효과는 코너에서 빛을 발한다. 매끈한 트랙 위에서라면 분명 더 뛰어난 코너링을 보여줄 게 틀림없다. 물론 데일리카를 위한 86의 승차감을 기대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