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레니게이드 vs 미니 컨트리맨

지프는 막둥이 레니게이드를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모델로 미니 컨트리맨을 꼽았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네바퀴굴림에 2.0L 디젤 엔진을 사용하며 콤팩트한 보디로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적절히 누빈다. 과연 오프로드 기반의 정통 SUV 브랜드 지프의 막내와 고카트 필링을 강조하는 미니 가문의 프리미엄 사륜구동이 진정한 라이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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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좀 깊게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른 라이벌들이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 환타와 미란다, 아이폰과 갤럭시 등 닮은 듯 다른 경쟁모델은 차고 넘친다. 라이벌인 듯 라이벌 아닌 라이벌 같은 이들은 자동차 시장에도 종종 등장한다. 최근 등장한 지프 레니게이드와 미니 컨트리맨 또한 그렇다. 경쟁모델일 것 같지만, 좀 깊게 생각하면 아닌 것도 같은, 닮은 듯 다른 경쟁모델 말이다.

지프는 정통 오프로드를 추구하는 SUV 브랜드다. 사람들에게 ‘찌프’라는 단어가 오프로드 성격 강한 SUV의 대명사처럼 통용되는 걸 보면 지프의 브랜드 이미지는 꽤나 단단하다. 그런 지프가 라인업에 귀염둥이 막내를 추가했다. 이름은 레니게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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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 코리아는 레니게이드를 한국 시장에 내놓으며 경쟁모델로 미니 컨트리맨을 지목했다. 네바퀴를 굴리고 디젤 엔진을 사용하며, 값도 비슷한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선배모델인 컨트리맨은 FCA 코리아 입장에서 충분히 라이벌로 지목할 만한 상대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언뜻 레니게이드의 경쟁모델이 미니 컨트리맨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곱씹어볼수록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프와 미니의 판이하게 다른 브랜드 컨셉트부터 걸렸다. 미니에 뒷문을 더하고 덩치를 키워 매끈한 도로를 낮은 포복으로 질주하다가 비포장길도 좀 달릴 줄 아는 능력까지 추가했다지만, 컨트리맨은 고카트 필링을 추구하는 미니 가문의 형제 아닌가? 그렇다면 지프가 레니게이드에 오프로드의 장점을 포기하고 온로드의 달리기 감각에 집중해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말인가? 생각은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궁금증은 커져 갔다. 그래서 직접 몰아보기로 했다.

트렌디한 SUV와 커다란 왜건형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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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게이드는 독특하다. 디자인만 보면 미니나 쏘울 같은 개성만점 패션카와 어깨를 나란히 겨룰 만하다. 터프한 지프가 귀여운 막내모델을 작정하고 만든 티가 역력하다. 크기는 작지만 윗급 체로키보다 터프하다. 박시한 차체에 울룩불룩 근육을 키웠다. 크고 각진 휠하우스에 18인치 휠을 넣어 험로 주행능력을 과시했다. FCA는 첫 군용 SUV인 윌리스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했다.

앞모습은 누가 봐도 요즘 지프다. 일곱 개의 세로 슬롯 그릴과 동그란 헤드램프가 오프로더의 맛을 강조한다. 안으로 쑥 밀어 박아넣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외부충격에 잘 버텨내기 위한 지프의 독창적인 설계구조이자 디자인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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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레니게이드는 기존 지프들과 분명 다르다. 트렌디하고 아기자기하며 키치한 맛을 풍긴다. 패션카로 분류해도 손색없을 독특함이 곳곳에 만개했다. 메이커는 레니게이드의 애칭을 프랑스 불독이라고 붙였다. 지프의 전통적인 2박스 형태의 보디 구조는 유지하면서 곡선미를 강조했으며 회색 그릴과 사이드미러, 회색몰딩 등의 소재와 X자 테일램프 등 세부적인 요소에 젊고 발랄한 맛을 더했다.

최신식 막내는 시원하게 뚫린 루프에 오리지널 지프 감성을 담은 떼었다 붙일 수 있는 블랙커버를 달았다. 전용렌치 하나로 탈부착이 가능한 루프는 요령만 있으면 혼자서도 쉽게 할 만하다. 2kg이 채 안 되는 루프는 별도 커버에 넣어 뒷공간 바닥에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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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지프 모델보다 콤팩트한 차체에 주름 많은 불독을 닮은 귀여운 디자인이지만 그들 특유의 터프한 구조는 여전하다. 옆에서 보면 사각형 휠하우스가 도드라진다. 오프로드에서 휠하우스의 간섭 없이 자유자재로 스티어링을 틀어대고 경사면을 오르내리기 위한 구조다. 세단이건 SUV이건 유연하게 넘실대는 라인으로 치장하기 바쁜 요즘 차들과 달리 필러와 루프 라인에 뚝뚝 떨어지도록 각을 줘 단단하고 건강한 지프의 감성을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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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컨트리맨은 미니 쿠퍼에 비하면 거대하다. 더 이상 미니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레니게이드 옆에 선 컨트리맨은 미니다웠다. 낮은 차체와 둥그렇고 매끈한 보디 라인이 레니게이드와 비교해 너무 트렌디해 새침때기처럼 느껴질 정도. 게다가 이번 비교 모델은 얼마 전 등장한 스페셜 에디션 파크 레인이다. 18인치 검정 휠에 루프, 사이드미러를 투톤으로 치장하는 등 곳곳에 패션 포인트를 추가해 세련미와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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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맨은 차체는 커졌지만 디자인과 레이아웃은 여전히 미니다. 미니 쿠퍼의 모든 것을 부풀렸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는 물론 차체도 커졌다. 커진 차체에는 뒷문까지 달았다. 앞 펜더 뒤로 미니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ALL4 배지를 붙였지만, 동그란 휠하우스와 낮은 차체가 온로드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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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미니 쿠퍼와 닮았다. 타코미터와 속도계, 모니터를 따로 분류해 구성하고 모든 디자인 요소를 동그라미에서 따왔다. 클래식한 미니 감성을 강조하는 토글스위치도 크기만 좀 커졌을 뿐 그대로다. 낮은 시트포지션과 비교적 작은 직경에 손에 착 감기는 스티어링 휠, 자세 지지력 좋은 세미버킷 시트, 센터페시아에 따로 빼 둔 스포트 토글버튼 등이 고카트 필링의 운전재미를 추구하는 미니 컨셉트를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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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등장한 레니게이드의 실내는 거의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다. 실제로 쓸 일이 많지 않지만 동승석 앞 대시보드에 손잡이를 달아 오프로드 감성을 뽐냈고 스포츠용 고글처럼 생긴 에어벤트가 대시보드 가운데 자리잡았다. 센터콘솔 매트에 유타 주 지도를 새겨넣고 타코미터 레드존을 모래를 뿌려놓은 듯한 그래픽으로 처리해 자유로운 맛도 더했다. 클래식하게 흑백으로 그래픽 처리한 6.5인치 모니터 위에는 1941(지프의 시작을 알린 미국산 군용차 윌리스가 2차 세계대전 중 실전 투입된 해)을 각인해 그들의 전통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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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맨에 스포트 스위치가 있다면 레니게이드에는 셀렉-터레인 시스템이 있다. 디퍼렌셜 록 기능이 있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다이얼을 돌려 오토와 스노, 샌드, 머드 중 고를 수 있다. 달리기에 치중한 컨트리맨의 스포트 모드 대신 험로상황에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오프로드 모드를 품은 것이다. 이렇듯 둘은 내용과 구성에서부터 사뭇 달랐다.

가볍고 매끈한 달리기와 묵직하고 두툼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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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둘은 출발점도, 지향점도 달랐다. 재미있는 운전과 재기발랄한 매력이 미니의 특징이라면 길이 아닌 곳도 길로 만드는 터프한 SUV 감각은 지프에서 돋보였다. 배기량이 비슷한 디젤 엔진과 네바퀴굴림, 비슷한 값을 빼면 닮은 구석은 찾기 힘들었다.

먼저 레니게이드 운전석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첫인상은 별로였다. 타고내리기 편하지만 기본적으로 높은 시트포지션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운전하듯 자세가 흡족하지 않았고 정차 중 진동은 생각보다 심했다. 나름대로 귀여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은 진동이 브레이크 페달과 스티어링으로 전해졌다. 노브를 D에서 N으로 빼면 좀 나아지는 걸 보면 출고 후 우악스런 테스트에 지친 시승차의 컨디션 탓도 좀 영향이 있는 듯싶다. 적극적으로 작동하는 오토스타트&스톱 시스템 덕분에 정차 중 진동과 소음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반응이 느리고 작동이 거칠어 적극적으로 사용할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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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게이드는 1.4L 가솔린 터보와 1.6L 디젤을 포함, 모두 6개의 엔진업을 갖췄다. 국내에는 2.4L 가솔린과 2.0L 디젤 모델이 투입된다. 2.4 가솔린은 앞바퀴를 굴리며 2.0 디젤은 네바퀴굴림을 기본으로 한다. 시승 모델은 2.0L 디젤을 얹고 170마력의 최고출력과 35.7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네바퀴굴림이다. 변속기는 체로키와 같은 ZF 9단 자동변속기가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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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반전매력일까? 레니게이드는 운전대를 잡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매력이 커져갔다. 지프 특유의 다부지고 듬직하면서 부드러운 감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묵직한 핸들링과 다부진 하체감각은 예상외로 듬직하고 든든하게 반응하고 움직였다. 체구와 걸맞지 않게 작은 장갑차를 모는 듯 묵직한 감각은 시속 150km까지 이어졌다. 높은 지상고와 오프로드에 특화된 성격이지만 아쉽지 않은 온로드 능력이 발군의 달리기 실력을 선사했다. 기대 이상으로 억제된 롤링과 바운싱이 고속에서도 편안한 운전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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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속 150km를 넘어서면 스티어링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스티어링은 가벼워지고 묵직하고 진득했던 하체는 슬슬 불안해졌다. 하지만 레니게이드의 컨셉트가 다이내믹 SUV는 아니니 이해할 만하다. 출발이나 주행 중 가속감도 듬직하고 부드럽기 그지없다. 반 박자 늦게 반응하는 가속 페달 감각에 치고나가는 맛은 싱겁지만 꾸준하게 속도를 높여갔다.

지프의 콤팩트 SUV는 강원도 두메산골 비포장 산길에서 더 빛나기 시작했다. 오토로 설정해둔 셀렉-터레인 시스템은 다른 모드로 옮길 필요도 없었다. 주행환경과 상황에 따라 알아서 최적화하는 덕에 자갈과 흙길을 유연하고 다부지게 타고 넘었다. 네바퀴굴림 시스템과 단단한 섀시가 선사하는 지프의 달달한 맛에 운전이 즐거웠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외모와 달리 지프의 막내는 길 아닌 길을 수월하게 장악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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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미니에 올랐다. 레니게이드보다 낮은 시트포지션이 좀 더 속도를 높여 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143마력의 최고출력과 31.1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2.0L 디젤 터보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호흡을 맞춘다. 스티어링 휠 뒤로 바짝 달라붙은 패들시프트로 적극적인 수동조작이 가능하고 기어노브를 왼쪽으로 젖히면 DS모드로 돌입, 엔진회전수를 더 적극적으로 써가며 달리기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에 따로 달아둔 스포트 모드 토글버튼을 누르면 스티어링을 팽팽하고 탄탄하게 조이며 좀 더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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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퀴굴림 시스템 ALL4를 품은 컨트리맨은 미니 쿠퍼보다 여유롭고 편안하지만, 고카트 특유의 날카로운 운전재미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두툼한 토크 덕분에 달리기에 큰 갈증은 없었다. 레니게이드보다 낮은 차체, 가볍고 탄력 좋은 핸들링으로 앞머리를 날카롭게 틀어대며 덩치 큰 미니를 경쾌하게 다그치는 재미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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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명확해졌다. 레니게이드와 미니 컨트리맨은 라이벌이 아니다. 두 차의 성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네바퀴굴림이지만 컨트리맨은 온로드에서 안정감을 더하기 위함이고 레니게이드는 오프로드라는 악조건에서 최적의 주파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무기다. 컨트리맨은 덩치 커진 미니이지만 여전히 고카트 감각으로 제법 큰 몸집을 날렵하고 기분 좋게 움직이는 능력과 재능이 다분하다. 그에 반해 레니게이드는 운전재미와는 거리가 좀 있다. 묵직하고 안정적인 핸들링과 하체감각은 운전이 쉽고 안전성에 신뢰가 가지만, 운전재미가 커서 스티어링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 레니게이드는 터프한 SUV 지프의 DNA를 품고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두루 섭렵하며 모험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차다. 레니게이드라면 온로드보다 오프로드에서 더 즐겁고 유쾌할 게 분명하고, 미니 컨트리맨이라면 오프로드보다 온로드가 더 신나고 경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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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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