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삶에 파문을 일으키는 차, 지프 레니게이드

[시승기]삶에 파문을 일으키는 차, 지프 레니게이드
올 뉴 지프 레니게이드. /사진제공=FCA코리아
크라이슬러의 지프 레니게이드를 탈 때 주의할 점. 어딜 가나 시선을 끌기 때문에 조용한 삶에 파문이 일 수도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주말 레니게이드를 시승하는 동안 그랬다. 아파트 주차장이나 음식점 앞에서, 깜찍한 외관의 빨간 색 차에 호기심을 갖고 차를 빙 둘러 보고,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여럿 봤다. 지프차도 이렇게 예쁠 수 있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74년 지프 역사에서 최초의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SUV)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켈리블루북으로부터 올해 '가장 멋진 신차', '최고의 SUV'로 선정됐다. 워즈오토지는 올해 '최고의 인테리어'상을 레니게이드에 수여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9월까지 유럽에서는 4만여대, 미국에서는 3만6800대가 판매되는 등 해외에서도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서도 지난달 초 출시해 10여일만에 초기 도입 물량이 완판되는 등 인기가 예외가 아니다.

기자가 시승한 차는 올-뉴 지프 레니게이드 리미티드 2.0 디젤 4륜구동 모델이다. 차에 앉으면 터치스크린 위에 각인된 'SINCE 1941'이라는 글이 보인다. 1941년 최초의 '지프차'인 윌리스MB(Willys MB)가 나온 해로, 전장을 누비던 군용 지프차의 DNA를 계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박스 형태의 디자인이나 테일램프와 지붕, 컵홀더에 새겨진 'X'자 패턴(군용차의 보조 연료통에 새겨진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등이 군용차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투박하지 않다. 크지 않은 차체(앞 뒤 길이 4255mm)와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유선형 라인은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 솔라 옐로우, 오마하 오렌지, 알핀 화이트, 시에라 블루, 콜로라도 레드 등 9가지 다양한 외부 색상은 차에 발랄함을 더한다.

지프 그랜드체로키를 탔을 때 몸집 큰 남자의 손가락처럼 두툼한 운전대가 인상적이었지만 레니게이드의 운전대는 손이 착 감기는 적당한 굵기다. 가운데 터치스크린 아래로는 에어컨·히터를 조절하는 다이얼이 3개 있는데 버튼식에 비해 조절이 편리하다. 그 아래로는 바퀴 굴림 방식을 사막이나 산길, 눈길에 최적화되게 바꿔주는 다이얼이 하나 더 있다. 터치스크린 위에 있는 송풍구는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에 사용하는 고글처럼 보인다.

[시승기]삶에 파문을 일으키는 차, 지프 레니게이드
올 뉴 지프 레니게이드 내부. /사진제공=FCA 코리아
차에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f·m를 내는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돼 있다. 시동을 걸자 요즘 나오는 최신 디젤차처럼 엔진 소리가 '고요하지'는 않다. 적당한 디젤엔진 소음과 떨림이 오히려 정직해 보인다. 변속기는 9단으로 돼 있어 D 모드에만 놓고 운전할 때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속력이 시속 100km를 넘을 때까지는 차가 쭉쭉 뻗어 나간다. 다만 초고속 상태에서 가속은 다소 더디다. 속도계는 시속 240km까지 적혀 있지만 그 속력을 내기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 가속 페달을 밟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레니게이드는 차체를 일체형으로 구성하는 유니바디 구조다. 서스펜션은 무척 정교하고 민첩하다. 급한 차선 변경이나 회전에도 차가 흔들림이 없이 바로 자세를 잡는다.

소형차지만 안전기능만큼은 대형차 못지 않다. 특히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계기판에 주의 메세지가 뜨고, 이같은 경고에도 이탈이 계속될 경우 자동으로 차량을 차선 내로 복귀시켜 주는 '차선이탈 경고 플러스 시스템(LDW-plus)'이 유용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트렁크 크기다. 뒷좌석을 접지 않을 경우 골프백을 못싣는 것은 물론이고, 라면박스 2∼3개만 실으면 꽉 찰 만큼 작아 장거리여행에는 다소 불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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