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①[황욱익의 로드 트립]

처음 계획은 여러 번 다녀 본 유럽이나 일본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여행의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건 LA 공항을 나온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미국, 특히 서부는 자동차 여행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늘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다채로움, 다양한 먹거리 등 대륙 횡단이 아니더라도 미국 서부(캘리포니아) 로드 트립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아이템이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은 만큼 자동차 문화도 다양하다. 미국 전역에는 100개 넘는 자동차 박물관이 있고, 웬만한 주에는 크고 작은 서킷이 있으며, 체인으로 운영하는 카트 트랙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보통 미국 자동차 문화의 시작은 동부의 디트로이트를 떠올리는데 치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캘리포니아쪽을 먼저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준비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동할 루트를 짜고, 항공권과 렌터카, 호텔을 예약하는 것은 모든 여행의 시작이다. 예상 주행 거리는 대략 5,000km로 LA를 시작으로 어바인, 버뱅크, 옥스나드, 새크라멘토, 댄빌, 샌프란시스코, 네바다의 리노, 버지니아 시티, 타호 호수를 돌아 어바인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짰다. 주요 일정은 자동차 박물관 방문과 자동차에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실패한 렌터카 선택

한국에서 예약한 렌터카는 포드 포커스였다. 해외여행이나 출장 때는 가능한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차를 선택하는데 그 중에 눈에 들어온 게 포드 포커스(가솔린)였다. 등급으로는 높지 않지만 해치백이라 적재공간이 넉넉했고 아무래도 미국차라는 점이 매력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지친 몸을 이끌고 렌터카 사무실을 찾았을 때, 예약한 포커스 대신 차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렌터카 회사에서 재시한 선택지는 현대 엘란트라(아반떼), 기아 K3 정도였는데 한국에 있는 차 말고 다른 차를 요구하니 쉐보레 소닉을(결국 이 차도 한국에 있는 모델) 추천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소닉이라는 이름이 맘에 들었다. 막상 차를 보니 실망감이 밀려왔다. 트렁크 있는 아베오, 소닉은 그렇게 우리와 로드 트립을 시작했다. 

렌터카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깨달은 시점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복잡한 LA 시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첫 기착지인 옥스나드까지 이어진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소형차 선택을 바로 후회했다. 미국차들이 왜 크고, 중저속 중심 토크 세팅을 선호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소닉은 무리 없이 잘 달리긴 했지만 금방 소형차의 한계가 찾아왔다. 최소 몇 십에서 몇 백 km 직선이 이어지는 미국의 고속도로는 소닉 같은 소형차에게는 버거움 그 자체다. 근거리 이동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미국에서 장거리 이동에는 최소 중형차 이상을 선택해야 피로도가 덜 하다는 것을 첫 날 알아버렸다.  

#이름도 생소한 옥스나드 

옥스나드라는 곳은 미국 현지인들에게도 익숙한 곳은 아니다. LA 공항에서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곳은 농가와 현대적인 산업 단지가 공존하는 오묘한 곳이다. 얼핏 보면 중산층들이 모여 사는 교외 같은 이미지도 있지만 생각보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동네다. 이름도 낯선 이곳에 온 이유는 미국의 사업가 피터 뮬린이 운영하는 뮬린 오토모티브 뮤지엄에 방문하기 위해서다. 원래 이곳에는 오스티 챈들러가 자신이 수집한 빈티지 자동차와 바이크를 전시한 챈들러 박물관이 있었다. 1987년 개관한 이후 챈들러가 사망한 후 경영난을 겪다 경매에 나온다. 2006년 챈들러의 컬렉션과 건물을 포함해 3,500만 달러에 피터 뮬린이 낙찰 받은 후 2010년 피터 뮬린의 개인 컬렉션을 전시한 뮬린 오토모티브 뮤지엄으로 개관했다. 

개관일이 일정하지 않아(주로 주말만 운영) 개관일에 맞춰 일정을 짰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조금 더 여유가 있었으면 했다. 사업가인 피터 뮬린은 세계적인 시트로엥, 부가티 컬렉터로 유명하다. 그가 소유한 차 중에 가장 유명한 차는 부가티 타입 57SC 아틀란틱 쿠페로 현재 450억 이상의 가치를 지닌 차이다. 필자가 뮬린 오토모티브 뮤지엄을 찾을 때 이 차는 특별전시를 위해 비버리힐즈의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시트로엥 특별전이 진행 중이었다. 

#시트로엥이 로터리 엔진을 사용했다고?

이 곳에 있는 시트로엥은 피터 뮬린이 전세계에서 구입한 것들로 미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DS나 SM, H밴, 2CV 같은 비교적 대중적인 모델도 있지만 M35 같은 시트로엥의 실험작도 만날 수 있다. 특히 M35 프로토타입과 GS 바이로터는 생산량도 적고 시트로엥 컬렉터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모델이다. 

1970년 아미8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M35 프로토타입은 1969년부터 1971년까지 267대가 생산된 쿠페이다. 반켈 박사가 설계한 싱글 로터리 엔진이 탑재된 M35 프로토타입은 시험 모델로 공식적으로 판매 된 적이 없으며, 소수의 시트로엥 VIP 고객에게만 인도 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M35 프로토타입은 시트로엥의 여러 가지 도전이 담겨있는 모델이다. DS와 아미 시리즈의 성공을 발판 삼아 혁신을 주도하려 했던 M35는 로터리 엔진 외에도 유압 서스펜션 시스템을 탑재했다. 아시아 지역에는 두 대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예전에 교토의 시트로엥 전문점 아우토니즈에서 134번 차를 직접 봤고 뮬린이 소유한 차는 이 차 보다 조금 먼저 만들어진 124번 차이다. 

자동차 업계에서 혁신을 주도했던 시트로엥은 대중적인 소형 모델인 GS에 로터리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1973년에 발표했다.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지만 당시 프랑스의 자동차 세금 기준에 따라 직렬엔진이나 V형 엔진 보다 로터리 엔진이 유리하다는 점도 GS 바이로터가 등장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해 중동발 오일쇼크가 터지고 연비가 좋지 못했던 GS 바이로터는 873대만 생산된다. 당시 GS 바이로터의 판매가격은 일반 GS 모델보다 70% 비쌌다.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경제성에서는 철저하게 실패한 비운의 모델이기도 하다.  

비교적 친숙한 다용도 밴인 타입H 혹은 H밴의 원래 이름은 HY78이다. 1947년부터 1981년까지 무려 40년 가까이 생산된 H밴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와 유럽의 경제발전을 책임진 모델이다. 2CV에서 가져온 헤드라이트와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전륜구동, 아미 시리즈와 공통으로 사용하는 부품이 많고 뒤쪽은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 수 있다. 워낙에 오래 생산된 모델이다 보니 H밴은 시트로엥에게 매우 특별한데 시트로엥 테마 전시회나 컬렉션에서 ‘H밴이 빠지면 그 행사는 반쪽짜리’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유럽영화에도 자주 등장하고 독특하고 귀여운 외모 덕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 모델이다. 

뮬린 오토모티브 뮤지엄은 미국에서 방문했던 자동차 박물관과 자동차 관련 시절 중에 최고의 큐레이팅과 최고의 소장품이 있는 곳이었다. 개관일에 맞추느라 서둘러 둘러본 게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다음 번 캘리포니아를 찾게 되면 반드시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뮬린 오토모티브 뮤지엄을 나와 호텔이 있는 샌 라몬까지는 약 500km. 중간에 페블비치로 유명한 몬터레이와 산호세를 거치는 경로는 해안도로와 프리웨이가 섞인 곳이었다. 이 날 하루 주행거리는 무려 670km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을 빠져나왔다. 샌 라몬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인천을 출발해 약 30여 시간 만이었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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