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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의 실력은 책상 위에서만 길러지지 않는다. 실제 사건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사실관계에서 쟁。을 찾아내고, 자신에게 유리한 논리를 구성하며, 이를 설득력 있는 서면과 말로 표현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로스쿨 재학 중 미리 훈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이 법정변론 경연대회이다.
법정변론 경연대회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1월과 8월 중 개최된다. 대표적으로 대법원이 주최하고 법률신문사가 후원하는 '가인 법정변론 경연대회'가 있다. 전국 로스쿨생들이 민사와 형사재판 분야의 변론능력을 겨룬다. 헌법재판연구원과 한국공법학회·한국헌법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모의헌법재판 경연대회'에서는 헌법적 쟁。을 중심으로 치열한 변론이 펼쳐진다. 법무부의 '법령경연 학술대회'는 기존 법령의 문제。을 찾아 직접 법률 개정안을 설계하고 발표한다.
이 밖에도 개인정보보호, 특허와 지식재산권, 노동법, 국제상사중재, 국제인도법, 난민과 인권, 해양법 등 전문분야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대회가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과 정보통신기술(ICT)을 둘러싼 새로운 법률문제도 중요한 경연 소재가 되고 있다.
2026년 1월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제17회 가인 법정변론 경연대회 민사 결선에서 로스쿨생들이 변론을 펼치고 있다. 참가자의 변론을 심사위원들이 지켜보는 모습.
가인 법정변론 경연, 모의헌법 재판 경연 등 다양
국제 Moot Court Competition에서 우리나라 법학도들이 거두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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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로스쿨팀은 2025년 제15회 모의 국제상사중재 경연대회에서 준우승을 비롯해 최우수변론상과 우수서면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화여대 로스쿨팀은 2026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주관한 지식재산 모의법정대회에서 전 세계 200여 참가팀 가운데 최종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팀 역시 2026년 제24회 적십자 국제인도법 모의재판 아시아·태평양지역대회에서 한국팀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국제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Philip C. Jessup International Law Moot Court Competition을 비롯해 Willem C. Vis 국제상사중재 모의재판, FDI Moot 국제투자중재 모의재판 등에는 세계 각국의 로스쿨생이 참가한다. 참가자는 영어로 법률서면을 작성하고 각국의 교수, 변호사와 국제중재 전문가들 앞에서 변론한다.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정확한 법리 분석, 사실관계의 장악, 논리적 구성, 설득력 있는 변론과 순발력이 모두 요구된다.
참가자가 재판부를 향해 변론하는 모습.
'살아있는 법률'을 배울 수 있다
물론 변호사시험 합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법정변론 경연대회 참가를 시험공부와 대립되는 활동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제대로 된 경연대회 참여는 법학 공부의 질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교육과정이 될 수 있다.
첫째, '살아 있는 법률'을 배울 수 있다. 교과서에서는 하나의 법리를 하나의 항목으로 배우지만 실제 사건의 사실관계는 그렇게 정돈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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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 수백 쪽의 자료를 읽은 뒤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과 그렇지 않은 사실을 구별하고, 여러 법률문제 가운데 승패를 좌우할 핵심 쟁.을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거치면서 로스쿨생은 판례를 단순히 암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왜 이 판례가 이 사건에 적용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둘째, 서면작성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좋은 법률서면은 법률지식을 많이 적는 문서가 아니다. 복잡한 사실관계와 법리를 재판부가 쉽게 이해하도록 배열하고, 자신의 결론에 이르도록 논리의 길을 만들어주는 문서여야 한다. 제한된 분량 안에서 핵심적인 논거를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법률가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셋째, 구두변론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재판부의 질문을 모두 예상할 수는 없다. 질문의 의도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이 준비한 논리 가운데 적절한 근거를 찾아 간결하게 대답해야 한다. 때로는 기존 주장을 수정하거나 양보하면서도 사건 전체의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실제 재판에서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넷째, 협업을 배운다. 대부분의 경연대회는 팀 단위로 진행된다. 법률정보 조사, 기록 검토, 서면작성, 예상 질문 작성과 모의변론 역할별로 나누고 다시 하나의 논리로 통합해야 한다. 상대방의 논리를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는 과정은 훗날 법원·검찰·로펌·기업과 국제무대에서 법률가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협업능력을 길러준다.
경연대회 발전 위해 제도적 뒷받침 있어야
경연대회 참가가 진로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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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 법정변론 경연대회는 결선 진출팀 중 우수 입상자가 법원실무수습에 지원하면 적극 추천 및 경합 시 희망법원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며, 재판연구원 선발전형에서도 일정한 요건 아래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특전을 두고 있다. 이는 법정변론 경연대회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법조 실무역량을 평가하는 하나의 장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연대회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첫째, 일정한 요건을 갖춘 법정변론 경연대회 참가를 실무교육 학。 또는 실무수습 과정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변호사시험 준비와 별도로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도록 요구하면서 아무런 교육적 보상이 없다면 참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둘째, 참가 경험을 진로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우승팀에게 상장과 상금을 주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우수 참가자들에게 법원·검찰·법무법인·기업 법무팀에서 인턴십이나 멘토링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셋째, 경연대회 주제도 시대 변화에 맞추어 더욱 다양화해야 한다. 생성형 AI의 책임, 플랫폼 규제, 알고리즘 차별, 디지털 증거, 사이버범죄, 국제투자와 공급망, 기후변화 등 앞으로 법률가들이 실제로 마주하게 될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
로스쿨 교육이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배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사건을 해결하고 사건 당사자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법률가를 길러내는 것이 법조인 양성제도의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 법정변론 경연대회가 예비 법조인들이 법률가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실력을 갈고닦는 '법조 역량의 경연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원종삼 편집위원
력을 기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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