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Z4, 오픈카는 한겨울에 타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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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를 열고 달리는 '오픈카'를 떠올릴 때, 뜨거운 태양과 선글라스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사실 영하의 겨울 날씨는 오픈 에어링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다소 부적절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달려보니 땡볕과 습기를 버텨내야 했던 여름보다 훨씬 더 쾌적한 주행이 가능했다.

추운 겨울날 오픈카를 타고 달리면 어떤 느낌일까. 1년 만에 다시 만난 BMW Z4와 함께 동해 바다로 떠났다. 매운맛 'M40i'에 이어 이번에는 순한맛 's드라이브20i'를 타고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387마력을 내는 고성능 M40i와 비교해 휠 디자인과 사이드미러 색상, 머플러 팁 디자인 등에서 차이가 있다.387마력을 내는 고성능 M40i와 비교해 휠 디자인과 사이드미러 색상, 머플러 팁 디자인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른 새벽, 영하의 날씨에도 바람은 적었기에 체감온도는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고속도로 구간만 약 200여 km가 남아, 우선 톱을 닫은 채 주행에 나섰다. 톱을 닫은 Z4는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2인승 스포츠카임에도 운전이 편안하다. 주행 시야가 답답하거나 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324x1864x1304mm인 아담한 차체 크기 덕에 골목길 등에서 오히려 부담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물론, 지상고가 낮은 만큼 높은 방지턱 등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방음 대책도 칭찬 요소다. 차량 하부에서 가끔씩 들려오는 돌 튀는 소리 외에는 크게 거슬리는 잡음이 없다. 소프트톱의 밀폐성도 훌륭해 아늑한 느낌마저 든다. 소음측정기를 사용해보니 100km/h에서 평균 65dB을 기록한다. 앞서 측정했던 현대차 아반떼와 유사한 수치다. 차량 성격을 감안하면 꽤나 훌륭한 수준이다.

순한맛 's드라이브20i'에는 최고출력 197마력, 최대토크 32.6kgf·m를 발휘하는 2.0리터 4기통 엔진이 탑재됐다. 200마력 남짓한 출력은 '스포츠카'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차체가 작고 가벼워(1491kg) 노면을 박차고 나가는 맛이 살아있다. 이 정도면 일상 영역에서 펀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출력이 낮으면 자연스레 보상이 따른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포기한 순한맛답게, 연비가 두 자릿수를 가볍게 넘긴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해 장시간 달린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리터당 14km를 기록했다.

지난번 매운맛 'M40i' 시승 때 느꼈던 엔진음에 대한 피로도 훨씬 적다. 쉼 없이 들이치는 직렬6기통 엔진음은 장시간·장거리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았는데, 4기통 엔진은 오랜 시간 운전에도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물론, 짧은 구간에서 마음 먹고 달릴 때 목청이 작은 배기음은 아쉽다. 가속 페달에서 발만 떼도 두터운 후적음이 들려왔던 M40i와 비교하면 s드라이브20i의 배기음은 고요한 수준이다. 사운드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

바다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태양이 떠오르는 해안 도로를 달리며 조심스레 소프트톱을 열어봤다. 10초 만에 열리는 소프트톱은 50km/h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간편히 여닫을 수 있다.

엄청난 개방감에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산뜻한 바람이 정수리 부분을 가볍게 스친다. 톱이 열린 상태에서 창문은 닫은 채 달리면, 개방감은 살리고 추위는 덜어낼 수 있다. 시트 뒤편에 위치한 윈드 디플렉터가 실내로 들이치는 바람을 억제하기 때문에 생각 외로 춥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깨 위쪽으로 서늘한 공기가 상쾌하게 맴돈다. 여기에 뜨끈한 히터와 열선 시트·열선 스티어링 휠이 어우러져 마치 반신욕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하의 날씨였음에도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했다.

물론, 항상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순간순간 거센 바닷바람이 불 때는 냉기가 제법 느껴진다. 그리고 차량이 멈추면 사방에서 찬공기가 밀려와 실내 온도를 급격히 떨어지곤 한다.

그럼에도 바다가 보이는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며 느끼는 오픈 에어링은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였다. 여기에 여유 있는 가속 페달 반응과 한 치의 유격도 허용하지 않는 조향 능력이 어우러져 진정한 펀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BMW Z4 s드라이브20i를 타고 느낀 한겨울 오픈 에어링은 추운날 더 잘 팔리는 아이스크림과 같은 중독성을 가졌다. 다만, 눈길은 반드시 조심하자.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수도권에 함박눈이 내렸다. 차체가 가벼운 후륜구동 스포츠카에게 눈길은 최악의 조건이다. 더욱이 고성능 여름용 타이어라면, 기온이 낮아질수록 접지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비상등을 켠 채 천천히 이동했지만 순간순간 구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느껴졌다. 오픈 에어링을 즐기더라도 겨울철에는 반드시 겨울용 타이어를 착용하자.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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