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5툴 플레이어’ 볼보 V60 CC B5…딱 하나 ‘옥에 티’는?

볼보자동차는 2017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새로운 디젤 엔진의 연구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갈수록 배출가스 규제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디젤 엔진 개발에 드는 비용을 친환경 파워트레인 개발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1만대 클럽에 입성한 볼보코리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올해 7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디젤 엔진 모델을 전면 배제하기로 선언했다. 볼보자동차그룹 내에서도 처음이다. 더욱이, 2021년식 모델부터 전 라인업에 새로운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연 새로운 친환경 파워트레인은 어떨까. 심장이 바뀐 V60 크로스컨트리는 여전히 매력적일까. 2021년형 V60 CC B5 모델을 타봤다.

1년 전, V60 CC T5 모델을 시승했다. 다시 만난 V60 CC는 겉으로만 봐서는 전혀 달라진 점을 알아챌 수 없다. 볼보 패밀리룩의 상징과도 같은 T자형 LED 헤드램프를 비롯해 짧은 프런트 오버행과 뒤로 쭉 뻗은 루프 라인, 넉넉한 휠베이스에서 나타나는 안정감 있는 차체 비율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후면도 마찬가지. 세로형 리어 램프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트렁크 도어 왼쪽에 V60이라고 쓰인 레터링이 더해진 것 외에는 이전과 동일한 외모다.

(왼쪽부터) 2020년형 V60 CC T5, 2021년형 V60 CC B5(왼쪽부터) 2020년형 V60 CC T5, 2021년형 V60 CC B5

상대적으로 실내에서는 소소하게 바뀐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부츠 타입의 기어봉이 조그마한 전자식 기어 노브로 바뀌었고, 스마트폰 무선충전기가 탑재됐다.

USB 포트는 여전히 센터 콘솔 안에 위치해 스마트폰을 연결하기 어려웠지만, 콘솔 뚜껑을 닫아도 선이 끼이지 않도록 작은 홈을 추가한 것은 아주 만족스럽다. 지문이 많이 묻어나는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나 부드러운 촉감의 나파 가죽 시트, 고급스러운 나뭇결무늬 장식, 그리고 선명한 HUD 등은 이전과 똑같다.

크로스컨트리 모델 특유의 넓은 실내 공간도 만족스럽다. 2875mm에 달하는 넓은 휠베이스 덕에 넉넉한 2열 무릎 공간이 제공되며,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용량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특이한 점은 트렁크 바닥에 정체불명의 칸막이가 생겼다. 칸막이를 열면 쇼핑백 등을 걸 수 있는 고리 두 개가 나온다. 이미 양 옆에 두 개씩 고리가 있는 만큼 쇼핑백 두 개를 위해 이 커버를 열 일은 자주 없을 것 같다. 어떻게 사용할지 한동안 고민이 이어졌다.

2021년형 V60 CC의 하이라이트는 파워트레인이다. 기존 가솔린 파워트레인 ‘T5’ 대신 탑재된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B5’는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가솔린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신규 파워트레인임에도 기존 T5 모델보다 최고출력이 4마력 낮다.

그러나 이 부분은 약 14마력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채워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일시 정지해둔 음악을 다시 재생하는 것처럼 곧바로 RPM이 올라와 부드러우면서도 신속하게 속도를 높여준다. 스탑 앤 고 시스템이 작동할 때도 이질감 없이 엔진을 재우고 깨운다.

다만, 고속에서는 전기모터의 힘을 크게 체감할 수는 없다. 계기판에 표시된 배터리 잔량 아이콘을 가린다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기존 T5 모델이 출발할 때나 고속도로에서 추월 시 가뿐한 몸놀림을 보였기 때문에 장점은 더욱 가려진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장점은 감속할 때 비로소 진가가 드러난다. 회생 제동이 작동하기 때문에 브레이크 패드를 소모하지 않고도 부드럽게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급하게 감속해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할 때도 회생 제동으로 매끄럽게 속도를 제어한다.

다만, 이 때문인지 몰라도 순간순간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T5 모델을 운전할 때보다 브레이크 페달을 더 깊게 밟아야만 했다.

배터리와 모터가 더해졌지만, 공차중량(1850kg)은 10kg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덕분에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행 질감을 전달한다. 주행 모드는 기존과 같이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오프로드가 마련됐다. 에코에서 다이내믹 모드로 갈수록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며 가속 반응이 민감해진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뒤쪽에서 들려오는 배기음이 인상적이다. 2000cc 배기량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꽤 강렬한 소리가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가상 배기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 것은 아닌지 설명서를 다시금 읽어볼 정도였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과 파일럿 어시스트가 탑재됐다.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은 고속도로와 시내에서 별 탈 없이 작동한다. 다소 흐릿한 차선도 잘 인식하고 도로 가운데를 유지하며 달린다. 시내 정체 구간에서는 앞차와 간격을 맞춰 완전 정차까지 돕는다. 

불만 사항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차량을 운전하는 중 시도 때도 없이 안전안내 문자가 쏟아졌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휴대전화를 울리는 일명 ‘재난 문자’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휴대전화는 기지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근 지역 정보만 보내지만, 차량은 전국 안내를 모두 받아들인다. 서울 한복판에서 경북 포항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이 안내됐다. 심지어는 글자가 깨져 제대로 표시되지 않거나 한참 지난 재난 문자가 여러 차례 반복 수신되기도 했다.

더 큰 불만은 ‘Emergency warning(긴급 경보)’이라는 알림창이 디지털 계기판 한가운데 계속 표시된다는 점이다. OK 버튼을 눌러 이 메시지를 지우지 않는 한 볼륨 조작과 클러스터 디자인 변경만 가능하다. 물론, 이는 V60 CC B5를 비롯한 볼보자동차의 공통 문제다. 

볼보코리아는 이달 중 재난 문자 반복 수신 문제를 해결하는 업데이트를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난 문자를 완전히 끄는 옵션이나 단어가 깨져 보이는 현상을 해결하는 업데이트는 내년 4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일부 차주들은 트렁크 부근에 있는 DMB 안테나 케이블을 뽑는 등 임시방편을 공유하고 있다.

시승 기간 약 400km를 주행했고, 평균 연비는 표시연비 10.6km/L보다 살짝 낮은 9.9km/L를 기록했다. 고속도로 구간보다 도심 지역을 훨씬 많이 주행한 것을 고려하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치다.

신형 V60 CC는 이전 모델과 동일한 외관에 작은 전기 모터와 작은 배터리만 더해졌다.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작지만, 한결 완성된 차량이란 느낌이다. 이전 가솔린 모델이 미완의 젊은 ‘5툴 플레이어(다양한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면,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더해진 V60 CC는 완성된 베테랑 선수같다. ‘이 시국’에 쏟아지는 재난 문자는 분명 골치지만, 고급스러움과 넉넉한 공간을 모두 갖춘 V60 CC B5는 온 가족이 고민 없이 안전하게 탈 차로 고려해볼 만 하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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