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e-2008, 배터리 1%까지 달려보다

최근 프랑스산 전기차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7월 푸조 e-208과 e-2008을 필두로, 지난달 르노 조에가 선을 보였다. 그리고 이달 말에는 DS 3 e-텐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당 차량들은 수입차 프리미엄과 더불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2~300km 내외 짧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주행거리가 길지 않은 전기차를 타고 그 이상의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면 어떨까. 평일 오후, 서울 마포를 출발해 강원도 속초까지 왕복 약 450km를 달려봤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e-2008의 스펙을 간단히 살펴보자. 신차는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6.5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50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 시 환경부 기준 237km, 유럽 WLTP 기준으로는 최대 310km를 달릴 수 있다. 100kW 급속 충전 시 30분 내 약 80% 충전이 가능하며, 11kW 충전기로는 5시간이 소요된다.

시승차를 처음 받았을 때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110km였다. 배터리 잔량으로 치면 50% 정도가 남았다. 목적지인 강원도 속초해수욕장까지 편도 거리는 약 200km.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충전이 반드시 필요했다.

오후 6시경 내부순환도로에 올랐다. 출퇴근길 막히는 도심 구간은 소형 전기차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 환경이다. 수 많은 차량들 사이에서 느릿느릿 기어가며 가속 페달을 조작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약 8km 정체 구간을 빠져나갔을 때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100km다. 열악한 도로 환경에서 배터리 잔량이 크게 감소되지 않았다. 에어컨은 3단, 설정 온도는 21도를 유지했다.

정체 구간을 계속 달리다보니 툭툭 치는 듯한 느낌이 계속 발생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후 다시 밟을 때마다 마치 엔진에 변속기가 물렸다 떨어지는 느낌이 반복해서 든다. 이러한 현상은 저속 구간에서 두드러졌는데, 막히는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꽤나 거슬렸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올랐다. e-2008은 한산한 고속도로에서 사뿐히 나아갔다. 추월 등 특정 상황을 제외하고 고속도로 전 구간에서 100km/h로 크루즈컨트롤을 설정했다. 에어컨 바람 세기 1단, 실내 온도는 22도를 유지했다.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차급을 생각하면 제법 민첩한 몸놀림이다. 전기차는 시작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전기모터 특성상 가속에 대한 부담이 적다. 더불어 내리막 및 감속 상황에서는 회생 에너지로 전기를 확보한다.

생각 외로 정숙성도 놀랍다. 단순히 엔진 소음이 빠진 것 외에도 전반적인 방음 대책이 훌륭했다. 고속 풍절음도 잘 잡혔고, 전기모터 소음조차 거의 들리지 않아 꽤나 정숙하다. 이중접합유리나 고급 차음재가 적용된 것도 아닌데 중형 세단급 이상의 NVH를 보인다.

주행가능거리가 20km까지 떨어지자 계기판 배터리 표시가 빨갛게 변하며 경고등이 들어온다. 동시에 내비게이션에는 다음 휴게소까지 21km 거리가 남았다는 문구가 떠있다. 고작 몇 분 전 지나친 휴게소가 머릿 속을 아른거렸다.

마음을 다잡고 조금 더 달렸다. 다음 휴게소까지 거리는 16km, 주행가능거리는 14km가 남았다. 이때부터 배터리 잔량은 보다 정확하고 민감하게 줄어든다. 이대로 가다가는 고속도로 한복판에 멈춰서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전기 소모가 큰 에어컨 가동을 멈췄고, 크루즈컨트롤 속도를 100km/h에서 90km/h로 변경했다.

두 가지 조치를 취하자 주행가능거리는 즉시 22km로 늘어났다. 긴장이 풀리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에어컨 없이 고온다습한 밤길을 뚫고 홍천휴게소 입구에 다다르니 주행가능거리는 4km가 남았다. 배터리 잔량으로 따지면 대략 1.6%만 남은 셈이다.

서울 마포에서 홍천휴게소까지 총 119km를 달렸다. 트립 컴퓨터상 주행가능거리는 정확했다. 길었던 도심 정체 구간과 계속 에어컨을 사용한 점 등을 감안하면 오차 범위는 적다.

평일 밤 고속도로 휴게소는 한산하다. 두 개의 충전소가 모두 비어있는 상황이다. 휴게소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나니 충전이 완료됐다는 메시지가 도착한다. 충전 시간은 약 40분, 주행거리는 4km에서 210km로 늘었다.

사람도 차도 밥을 먹고나니 몸과 마음이 든든해진다. 홍천휴게소부터 목적지인 속초해수욕장까지는 약 88km다. 한층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시 길을 나섰다.

고요한 밤, 전기차는 고속도로에서 조용히 나아갔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차선 유지 기능이 있지만, 차로 가운데를 맞추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적절한 운전대 조작이 필요하다.

어느덧 속초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배터리 잔량은 약 50%, 주행가능거리는 170km다. 90여km를 달렸는데 배터리는 25%, 주행가능거리는 40km만 감소했다. 내리막이 많은 구간에서 에너지회생제동 기능을 크게 누렸다.

다시 서울로 향하는 길, 내린천 휴게소에서 충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차량 안에서 에어컨을 켠 상태로 충전을 시도했다. 혹서 또는 혹한 상황일 때, 충전소 근처에 휴게공간이 없다면 차량 내부에서 대기를 해야한다. 충전 포트를 연결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쪽잠을 청하려는 순간 충전이 완료됐다. 주행가능거리는 180km였고 배터리 잔량은 80%가 채 되기 전에 충전이 끝났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는 40분 사용 제한이 있다. 충전기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재충전 뒤 약 160km를 달려 목적지인 경기도 군포에 도착했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14km, 누적 주행거리는 420km이다.

푸조 e-2008과 함께한 여행은 생각보다 할만 했다. 단순히 숫자만 본다면 237km의 주행가능거리는 짧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한 번쯤 들르게 되는 휴게소에서 간단한 휴식을 취하면, 40분이라는 충전시간이 길지만은 않았다. 물론, 충전소를 미리 알아보는 준비도, 배터리 걱정도 없이 여유롭게 장거리 주행을 하고 싶다면 다른 차량을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푸조 e-2008 가격은 알뤼르 4590만원과 GT라인 4890만원이다. 여기에 국고 보조금 628만원과 차량 등록 지역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추가 보조금을 지원 받을 경우 3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프랑스 감성과 더불어 환경까지 생각한 ‘수입 전기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누릴 수 있겠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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