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유럽 1등 조에, 르노삼성에 날개를 펼쳐줘요

친환경 소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특히 수입 소형전기차 시장은 콤팩트한 크기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 소비자 마음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쉐보레가 주행거리를 대폭 개선한 신형 볼트 EV를 내놓은 데 이어 감각적인 디자인의 푸조 e-208이 추가됐다.

여기에 르노삼성도 ‘르노 조에’를 출시하며 그 시장에 뛰어들었다. 조에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유럽 시장에서 누적 판매 21만6000여대를 기록한 명실상부 르노 대표 전기차다.

사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월등한 국산 전기차부터 폭발적인 인기의 테슬라까지 최근 전기차에 대한 선택지는 생각 외로 많다. 유럽에서 사랑받은 차가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올해 르노삼성의 5번째 신차 조에를 직접 타봤다.

유럽에서는 이미 출시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전면은 로장주 엠블럼을 중심으로 부드러운 후드 윤곽선을 비롯해 르노그룹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C자형 주간주행등이 날렵하게 이어졌다. 

후면은 사뭇 낯설다. 앞서 출시된 르노 해치백 캡처와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마름모 모양의 테일램프가 적용됐으며, 동급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LED 다이내믹 턴 시그널 램프가 이를 가로지르고 있다. 하늘을 보고 있는 로장주 엠블럼과 영어로 넓적하게 쓰인 ‘ZOE’ 레터링도 낯설다.

그에 반해 옆모습은 친숙하다. 기아차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형적인 해치백 디자인이다. 동글동글한 앞면과 비슷한 캐릭터라인 역시 크게 날카롭지 않다. 

조에는 전장 4090mm, 전폭 1730mm, 전고 1560mm이다. 볼트 EV보다 작지만 e-208보다 큰 차체를 가지고 있다. 굳이 익숙한 차와 비교하자면 현대차 베뉴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적인 비율은 e-208보다 볼트 EV에 더 가깝다. 앞뒤로 짧고 위아래로 다소 긴 비율이다. 차량에 앉았을 때 시트 포지션도 높은 편이다. 마치 SUV에 올라탄 듯 넓은 시야를 갖췄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9.3인치 내비게이션이다. 앞서 XM3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화면 크기나 길 안내 성능 만큼은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SK텔레콤 T맵을 기본 탑재해 스마트폰을 연결하지 않고도 실시간 교통 상황을 반영한 길안내가 가능하다.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화면도 선명하고, 터치감이나 반응속도도 우수하다.

다만, XM3에서 지적받은 단점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할 때 사용하는 가상 키보드에 한/영 전환 버튼이 없다. 이 때문에 영어를 입력할 때마다 별도 버튼을 통해 입력기 자체를 영문 키보드로 바꿔야 한다.

XM3와 마찬가지로 건반형 버튼을 적용하고 공조 버튼을 별도로 분리했지만, 조작감은 다르다. 버튼들이 XM3처럼 쫄깃하게 반응하기보다 다소 힘없이 눌리는 느낌이다.

차량 천장에는 선루프가 없는 대신 독특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기능적인 이점은 없으나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천장에 포인트를 줬다. 시트 높낮이 조절이 불가능하지만, 높은 전고 덕에 1열에서는 머리 공간 여유가 매우 넉넉하다.

상대적으로 뒷좌석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183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무릎은 앞좌석에, 머리는 천장에 각각 닿아 편하게 있을 수 없다. 장시간 이동은 불가능해 보인다.

트렁크 용량은 338L, 뒷좌석 폴딩 시 1225L까지 늘어난다. 6:4 비율로 뒷좌석 폴딩이 가능하지만, 접힌 시트가 바닥과 완전한 평행을 이루지 않아 큰 짐을 싣는 데 무리가 있다.

시동을 켜고 주행을 시작했다. 기어를 바꾸다 보니 독특한 배치가 눈에 띈다. 일반적인 ‘P/R/N/D’ 구조가 아닌 ‘R/N/D·B’로 이뤄져 있다. 주차(P) 단이 없다. 주차할 때는 기어를 중립(N)에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이날 시승 코스는 교통 정체가 극심한 서울 도심 일대와 북악스카이웨이로 구성됐다. 고속도로 주행 구간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차량 특성에 적합한 코스다.

조에는 최고출력 100kW(약 136마력), 최대토크 25kg·m를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출발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의 특성상 경쾌한 시내 주행이 가능하다. 앞서 시승한 바 있는 볼트 EV(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36.7kg·m)나 기아차 쏘울 EV(최고출력 150kW, 최대토크 40.3kg·m)보다 다소 약한 모터를 가지고 있지만, 가벼운 차체를 기반으로 전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서스펜션은 부드럽다. 장마가 끝나지 얼마 되지 않아 도로 정비를 위한 공사 구간이 많았음에도 스트레스 없이 시내 구간을 통과할 수 있다. 다소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앞뒤로 1~2차례 출렁이며 매끄럽게 멈춘다. 

일반적인 D 모드에서는 회생 제동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여타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브레이크를 살짝만 밟으면 회생 제동부터 개입한다. 이후 브레이크 패드까지 제동에 관여해도 회생제동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게 멈춘다. 

D 모드에서 기어 노브를 다시 한번 아래로 당기면 B 모드가 활성화된다. 회생 제동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드다. 다만, 회생 제동의 강도는 다른 차량에 비해 다소 약한 편이다. 르노삼성 측은 B 모드 활성화 시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평소보다 일찍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야 한다. 회생 제동을 통한 완전 정차 역시 불가능하다.

이와 별도로 에코 모드가 존재한다. 에코 모드 활성화 시 가속력은 극명하게 줄어든다. 스티어링 휠 반응이나 서스펜션, 회생 제동량 변화는 없고, 대신 냉·난방 장치가 효율을 위해 자동 제어된다.

막히는 시내 구간에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이탈 방지 등 첨단 주행 보조 사양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조에는 사각지대 경고 및 차로 이탈 경고 시스템만 탑재했다. e-208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차로 유지 보조 모두를, 볼트 EV는 차선 이탈 방지 보조 기능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아쉽다.

곧 이어 북악스카이웨이에 진입했다. 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굽이쳐있는 와인딩 코스지만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배터리를 하부에 몰아넣어 무게 중심을 낮춘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이다.

르노 조에 배터리팩르노 조에 배터리팩

약 1시간 동안 교통정체가 극심한 서울 도심과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약 17km를 달린 후 기록한 연비는 4.7km/kWh다. 차량 테스트를 위해 연비는 신경 쓰지 않고 운전했음에도 공인연비(4.8km/kWh)와 비슷한 수준의 실연비를 기록했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 역시 267km에서 249km로 실제 주행거리와 비슷하게 줄었고, 배터리 잔량은 79%에서 71%로 떨어졌다.

조에는 LG화학이 납품한 54.5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이중 실제로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은 52kWh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309km다. 푸조의 e-208이 50kWh 배터리 용량으로 244km를 인증받은 것과 비교하면 준수한 성능을 갖췄다. 

물론 볼트 EV(414km), 코나 일렉트릭(406km), 쏘울 EV(386km) 등 가격대가 겹치는 경쟁차들과 비교한 주행거리는 짧다. 그러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1대당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8.5km에 불과하다. 일주일 내내 평균적으로 타도 수치상 약 40km가 남는 셈이다.

더욱이 추운 날씨에도 236km(국내 저온 기준 인증)를 달릴 수 있다. 전기차 주행거리에 취약한 겨울철에도 평균적으로 6일 정도는 충전 없이 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에의 가격은 트림별로 3995만원부터 4395만원까지다. 푸조 e-208(4100만~4590만원)이나 쉐보레 볼트 EV(4593만~4814만원)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짧은 사이 느껴진 조에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우수한 가격 대비 주행거리와 독특한 디자인, 경쟁력 있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주행 성능은 강점이고 부족한 첨단 안전 사양과 2열 탑승자 공간 등은 약점이다. 

르노삼성은 트위지와 SM3 Z.E.라는 다소 빈약한 전기차 라인업에 유럽에서 검증된 베스트셀링 모델을 추가했다. 유럽 감성이 가득한 조에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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