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세상에 나쁜 차는 없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가 2021년형 모델로 돌아왔다. 이 차의 본명은 1973년 타계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이름을 딴 그랜드 C4 피카소다. 유족과 네이밍 계약이 끝난 이후 ‘스페이스투어러’로 이름을 바꿨지만, 입체파 거장의 작품처럼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이미지는 여전하다. 통통 튀는 디자인에 고객 선호 사양까지 더해진 2021년형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를 만나봤다.

시승차는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샤인 팩 트림이다. 개성 넘치는 외관은 눈에 띄는 ‘루비 레드’ 컬러가 더해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연식변경을 통해 코너링 기능이 포함된 제논 헤드램프를 비롯해 1열 마사지 시트와 전동식 트렁크 개폐 기능 등이 적용됐고, 새로운 디자인의 17인치 휠을 탑재했다. 전반적인 상품성은 개선됐지만, 2.0L 디젤 모델이 사라지며 고객 선택권은 제한됐다.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다른 MPV에서 보기 힘든 곡선의 디자인을 적극 사용했다. 앞서 2016년 부분변경을 통해 범퍼 모양을 손봤지만, 전반적인 형상은 2013년 이후 7년째 유지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얼핏 다리미와 닮은 차체가 브랜드 특유의 독창적인 모습을 완성한다. 보닛 뒤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전면 윈드실드부터 이어진 유선형 루프가 시선을 끈다.

시트로엥의 더블 쉐브론 엠블럼과 이어진 LED 주간주행등은 브랜드 패밀리룩을 이루며, 독립된 헤드램프는 코너링 기능이 더해져 시인성을 높였다.

측면은 두 갈래로 나뉘어진 A필러가 독특하다. 천장은 윈드 실드부터 트렁크 도어까지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이 부분은 은색 플라스틱으로 마감돼 천장을 덮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장은 4600mm로, 현대차 신형 투싼(4630mm)과 비슷하지만, 휠베이스(2840mm)는 투싼(2755mm)보다 훨씬 더 길다.

덩치에 비해 앙증맞은 17인치 타이어를 신고 있다. 시각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은 떨어진다.

실내에 들어서면 거대한 디지털 클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반적인 계기판 자리는 비어있다. 반면,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12인치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역할을 한다. 거대한 디지털 계기판은 큰 글씨로 시원시원하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독특하게도 속도가 5km/h 미만일때는 0km/h로 표시한다.

그 아래 7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거대한 디지털 클러스터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크기도 작고 선명하지도 않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

기어 레버는 스티어링 휠 뒤편에 위치한다. 손만 뻗으면 닿는 위치에 직관적인 조작법까지 금새 익숙해진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맨 아래까지 당기면 수동 모드가 적용된다. 레버를 당길 때는 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랜드 C4 스페이스 투어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운전자 시야다. 처음 탔을 때는 명성과 달리 그저 그런 개방감에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1열 머리 위에 위치한 선바이저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 선바이저를 뒤로 밀어내면 개방감에 감탄한다. 우주선을 탄다면 이런 느낌이 들까. 앞 차를 보면서도 탁 트인 하늘이 함께 보여 답답함이 줄어든다. 

A필러에 위치한 쪽창은 사각지대도 줄여준다. 코너를 돌때 보행자나 앞차가 두터운 A필러에 가려져 불안하지 않다. 여기에 2021년형 모델에 추가된 코너링 라이트 기능은 반응 속도도 빠르고 넓은 범위를 비춘다. A필러 쪽창과 함께 좁고 어두운 주차장에서 활용성이 극대화된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살짝만 움직여도 이리저리 다른 방향을 비춰 직선 주행에서는 시선을 분산시킨다.

거대한 앞 유리는 단점도 있다. 이중 접합 차음유리가 적용되지 않아 디젤 엔진 특유의 걸걸한 소리가 실내에 그대로 전달된다.

1.5L 디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30.61kg·m를 발휘한다. 넉넉한 토크 덕에 시내 주행에서 거침이 없다. 패들시프터를 통한 변속 반응도 생각보다 빠르다.

사라진 2.0 디젤 엔진은 고속 주행에서 아쉬움을 드러낸다. 추월이나 재가속 상황에서 살짝 둔한 모습이다. 고속도로에서 110km/h로 정속 주행시 8단 기어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한다. 가속 페달을 살짝이라도 더 밟거나 언덕 구간이 나오면 곧바로 7단으로 내리고는 RPM을 높인다. 2.0 모델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차체가 통통한 만큼 롤링도 크다. 램프 구간을 통과하거나 차로를 변경할 때 스티어링 휠을 꽉 붙잡지 않으면 차량이 좌우로 요동친다. 

주행 보조 사양으로는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마련됐다. 앞차와의 간격을 잘 조절하고, 차선을 이탈하면 조향까지 개입한다. 조향 개입에 앞서 깜짝 놀랄 만큼 크고 무서운 소리로 경고하기 때문에 차선을 이탈할 일은 거의 없다. 차로 유지까지 돕지는 않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운전의 피곤함을 덜어준다.

물론,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운동 성능이나 일부 첨단 옵션의 부족함은 문제가 아니다.

이 차의 진가는 운전석이 아닌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차에서 가장 편안한 좌석은 1열 동승석이다. 종아리 받침대가 마련되어 항공기 비즈니스석처럼 자세를 취할 수 있다. 더욱이 2021년식 모델에 추가된 마사지 시트 기능까지 활용하면 편안함은 배가된다. 특이하게도 1열 센터 콘솔 박스가 쉽게 분리된다. 덕분에 1열 동승석에서 2열에 앉은 가족을 쉽게 챙길 수 있다.

2열에는 ISOFIX 세 개가 마련됐다. 대체로 좌·우 두 개만 탑재되는 여타 차량보다 하나가 더 많다. 천장에는 별도의 안전벨트가 마련되어 2열 가운데 앉는 승객도 3점식 안전벨트로 보호받을 수 있다. 2열 발 매트 아래는 슬리퍼 정도를 넣을 수 있는 숨겨진 수납공간도 있고 1열 등받이 부분에 작은 탁자도 탑재됐다. 반면, 2·3열에 충전용 USB 포트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거대한 글래스 루프로 인해 2·3열 승객도 탁 트인 시야를 느낄 수 있다. 직물 소재 커튼은 다이얼로 여닫을 수 있다.

3열은 성인이 앉기엔 불편하다. 2열 시트를 가장 앞까지 당겨도 3열에 정자세로 앉을 수 없다. 3열은 접혀있을 때 더 빛난다. 2열도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간단히 접을 수 있다. 2·3열을 모두 접었을 때 적재용량은 1843L에 달한다. 시트 사이 틈은 딱딱한 커버로 잘 마감됐다. 

한강에 차를 세워두고 좌석을 모두 접은 다음 누워봤다. 183cm인 기자가 일자로 누웠을 때 발끝이 트렁크 도어에 닿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살짝 대각선으로 눕는다면 몸에 걸리는 곳은 없다. 커다란 파노라믹 글래스를 통해 편하게 누워서 한참 하늘을 바라봤다.

시승 기간 동안 총 372km를 주행했고 연비는 약 15.9km/L(6.3L/100km)를 기록했다. 가끔 히터를 틀어둔 채 뒷자리에 누워 하늘을 즐겼고, 연비 주행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표시 연비(14.5km/L)보다 10% 가까이 우수했다.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다재다능한 실용성, 우수한 연비에 독창성까지 갖추고 있다. 스페이스(Space)와 투어러(Tourer)란 이름처럼 넓은 공간으로 끊임없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차다. 시승차 기준 4535만원이라는 가격이 흠일 수 있겠지만, 과도하게 평가절하된다는 느낌이다. 

세상에 나쁜 차는 없다. 다만, 비교할 대상이 너무 많을 뿐이다.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가장이라면, 실용성에 프랑스차 특유의 세심한 감성까지 더해진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도 고려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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