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숨겨진 보석’ BMW 3시리즈 투어링

국내 시장에서 유달리 외면받는 왜건이지만, 유려하게 뻗은 루프라인과 넉넉한 적재 공간 등은 분명 매력적이다. 여기에 운전의 재미까지 더한다면 어떨까. 

올해 7월 출시됐지만, 도로 위에서 좀처럼 보기가 힘든 BMW 3시리즈 투어링을 타봤다. 3시리즈 투어링은 작년 한 해 국내 시장에서 29대 밖에 판매되지 않은 정말 보기 드문 차다. 신모델이 투입된 올해도 마찬가지. 9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92대에 불과하다. 7월 출시된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에 30대 수준이다.

시승차는 320d M스포츠 패키지 모델이다. 앞서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 푸조 508 SW 등 다양한 왜건을 경험했지만, 3시리즈 투어링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각 부분을 찬찬히 살펴보면 ‘정밀함과 우아함’이란 핵심 키워드를 내세운 3시리즈 세단의 DNA를 충분히 공유한다. 

특히 전면부 얼굴만 봐서는 세단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속도 및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히며 엔진 효율을 높이는 액티브 에어스트림 키드니 그릴부터 날카로운 눈매와 보닛 라인, 그리고 범퍼 디자인까지 쌍둥이 같다.

측면부터 조금씩 차이를 나타낸다. 날렵함을 강조한 한 쌍의 캐릭터라인과 사이드 스커트 라인은 세단과 같아도, 뒤로 쭉 뻗은 루프 라인은 왜건임을 강조한다. 

뒷면은 풍만하고 둥글둥글한 인상이다. 슬림한 LED 램프가 좌우로 날카롭게 뻗어져 있지만, 트렁크 리드가 사라지며 날카로운 느낌이 한결 누그러졌다. 원형 듀얼 머플러와 잘 어울린다.

실내 공간은 비좁지 않지만, 승하차 시 키가 큰 사람은 허리를 많이 접어야만 한다. 도어의 위치와 크기는 3시리즈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실내는 아늑하다. 앉자마자 두툼한 M 스포츠 패키지 스티어링 휠이 맞이한다. 적당한 두께에 부드러운 촉감까지 스티어링 휠만 잡고 있어도 절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시트는 딱딱하거나 무르지 않고 적당히 푹신해 몸을 편하게 지지한다. 특히, 시트 쿠션은 무릎 바로 뒷편까지 늘어나 하체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운전석 포지션을 맞춘 뒤 그대로 뒷자리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여유로운 헤드룸과 무릎 공간이 만족스럽다. 세단 모델과 비교해 전고는 35mm 높아졌다. 키가 183cm인 기자가 앉았을 때도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는다. 무릎 공간도 주먹 한 개가 들어갈 만큼 여유롭다.

2열 등받이도 세단처럼 누워있어 편안하다. 다만,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 특유의 튀어나온 센터 터널과 다소 딱딱한 엉덩이 받침까지 물려받았다. 성인 5명이 편히 앉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운데 좌석 등받이에 탑재된 컵홀더 겸 암레스트를 내리고 4명이 탑승하는 것을 권한다.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은 경쟁 모델을 압도한다. 무선 충전 및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활용해 간편히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고, SK T맵 데이터를 활용한 기본 내비게이션도 사용 편의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선명하고 터치 반응도 빠르며 지문이 잘 묻어나지도 않는다.

트렁크 용량은 중형 SUV와 맞먹는 500L이다. 40:20:40으로 분할 폴딩되는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최대 1510L까지 늘어난다. 트렁크 도어는 물론, 2열 등받이까지도 전동식으로 접을 수 있어 편리하다. 단, 펼칠 때는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루프레일도 기본 사양으로 장착돼 필요에 따라 루프 박스를 설치해 캠핑 장비 등을 탑재할 수 있다.

320d 모델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하는 2.0L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시동을 걸면 4기통 디젤엔진 특유의 걸걸한 엔진음이 들려오고, 스티어링 휠을 통해 약간의 떨림이 전달된다. 소음은 창문을 닫으면 크게 줄어든다.

320d 투어링과 같이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508 SW보다 훨씬 더 조용한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생각보다 정숙하다.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실내에서는 꽤 조용하다. 도심은 물론, 90km/h까지 속도를 높여도 디젤차 특유의 소음은 잘 정제됐다. 오히려 엔진 소음보다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로드노이즈가 조금 더 크게 들린다.

물론, 가솔린 모델만큼 조용하진 않다. 대신 디젤 엔진 특유의 높은 토크 덕에 주행의 재미가 더해졌다. 넉넉해진 적재공간에도 불구하고 세단 모델보다 35kg 무거워지는데 그쳤다. 급가속을 하지 않는 이상 RPM 게이지가 2000을 넘는 일도 거의 없다. 출발할 때도, 재가속할 때도 시종일관 여유롭고 경쾌하다.

주행 모드는 에코 프로, 노멀, 스포츠 모드, 인디비주얼 등 4가지가 마련됐다. 다른 BMW 차량과 마찬가지로 인디비주얼에서는 엔진, 스티어링, 서스펜션을 각각 설정할 수 있다. 전자식 기어 노브를 왼쪽으로 당기면 변속기도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거나, 수동으로 변속할 수도 있다. 3시리즈 투어링에 탑재된 8단 자동변속기는 충격 없이 부드럽게 단수를 조절한다. 수동으로 조작해도 원하는 순간에 즉각적으로 빠르게 반응한다.

차체가 높아진 만큼 고속에서의 롤링 현상도 우려됐다. 그러나 BMW 답게 램프 구간을 높은 속도로 통과해도 바닥에 붙어있는 듯 매끄럽게 돌아 나온다.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과 50:50 무게 배분, 이전 세대 대비 25% 향상된 차체 강성 덕분에 민첩하면서도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사진은 BMW X6사진은 BMW X6

드라이빙 어시스턴트는 차로 중앙을 부드럽게 유지하며, 앞차와의 간격도 잘 조절한다. 옆 차선에서 차량이 다소 무리하게 끼어들어도 급정거하지 않고 적절히 간격을 줄이면서 대응한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오래 떼고 있으면 버튼 위쪽에 숨겨진 엠비언트 라이트가 빛과 함께 경고한다.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려고 할 때는 스티어링 휠을 붙잡고 있어도 그 이상의 힘으로 거칠게 방향을 조절한다.

주변 교통 상황을 디지털 클러스터의 그래픽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트럭을 인식하고 트럭 이미지를 띄워준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옆에서 끼어드는 차를 내 차가 인식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줘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파킹 어시스턴트 기능도 우수하다. 이중 주차한 차량이 많아 비좁은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스스로 공간을 인식하고는 조향을 돕는다. 운전자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도록 브레이크만 조절하면 된다.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각도가 나오지 않아도 스스로 앞뒤로 움직이며 각도를 만들어낸다.

시승 기간 동안 총 486km를 주행했고, 연비는 14.1km/L를 기록했다. 대략 75%의 구간을 시내 구간에서만 달렸음에도 표시 연비와 일치하는 실연비를 기록했다.

BMW 3시리즈 투어링은 단순히 실용성만을 강조한 경쟁 모델들과 달리 운전의 재미까지 더해졌다. SUV의 실용성, 스포츠 세단의 주행 감각, 세련된 디자인까지 쉽게 어울리지 않는 각 요소를 훌륭하게 잘 버무렸다. 이렇게 좋은 차를 왜 도로에서 자주 볼 수 없을까. 넉넉한 공간의 SUV와 우수한 주행 감각 및 디자인을 갖춘 스포츠 세단 사이에 끼인 불쌍한 왜건은 오늘도 편견과 맞서 싸운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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