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칸 GTS ‘단 하나의 포르쉐만 가질 수 있다면’

포르쉐. 자동차를 좋아하고 스포츠카를 꿈꾼다면 누구라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브랜드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고르라면 브랜드의 뿌리나 다름없는 2도어 스포츠카의 최고 위치에 있는 911을, 여기에서도 터보나 터보 S를 선택하거나 취향이 좀 더 레이스에 가깝다면 공도용으로 가장 빠르다는 GT2 RS를 고르는 사람들도 있을 듯싶다.

그런데 이렇게 포르쉐 중 하나를 고를 때, 현실적인 조건을 몇 가지 달아보자.

우선 가질 수 있는 차는 딱 한대이다. 일상용이다. 주중에는 시내를 지나 출퇴근을 해야 하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장거리 여행이라도 떠나야 한다. 혹 지금은 싱글이더라도 조만간 결혼하고 아이와 함께 가족을 꾸릴 생각이라면, 그래서 상황이 달라졌을 때 차를 바꿔 탈 수도 없다면 어떨까. 앞에서 언급한 차들이 최고의 스포츠카일 수는 있지만 가족을 위해서 최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포함된다. 잠깐 눈을 돌려 수입차 SUV 시장 이야기를 해보자. 지난 9월 수입 SUV 1위는 벤츠 GLE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인 450 4Matic과 디젤 300d를 합쳐 605대가 팔렸다. 1억을 넘나드는 SUV가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경쟁 모델이라고 할 BMW X5가 468대로 3위에 있는 것 등을 보며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의 특이성을 잘 보여준다.

물론 엔진으로 나눈 단일 모델로는 포드 익스플로러 2.3이 480대로 가장 많이 팔린 것까지 생각해보면 중대형급의 SUV가 가격대에 상관없이 가족용으로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그 바로 아래에는 벤츠 GLA나 폭스바겐 티구안, 볼보 XC40 등 준중형급이라 할 SUV들이 줄줄이 늘어서 호시탐탐 상위권을 노리고 있다.

결국 국산 SUV도 그렇지만 수입차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마칸 GTS의 위치는 여기에서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기왕이면 플래그십이라 할 카이엔이 있는데 왜 마칸을 고르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이를 911을 살 돈이 없어서 박스터/카이맨을 산다는 것과 같다고, 진짜 옛날이야기를 생각하면 곤란하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도 차의 ‘크기’와 ‘최고급형’이 타는 이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 역할을 하는 경향이 꽤 줄었다고 생각한다. 같은 값이면 혹은 여유가 있더라도 ‘기왕이면’ 큰 차를 고르던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차종을 결정하고 있다. SUV의 유행에 더해 준중형 세단이나 중형 세단보다 비슷한 가격대의 컴팩트 SUV나 준중형 SUV가 많이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칸은, 그중에서도 GTS의 의미는 남다르다. 2명 혹은 아이가 아직 어린 집에서 스포츠카와 패밀리카를 모두 만족할 차를 선택할 때, 사실상 ‘딱 알맞은’ 선택이 된다.

이는 특히나 GTS 모델에서 더욱 그렇다. 장거리 여행과 스포츠를 합친 이름인 그란 투리스모 스포츠(Gran Turismo Sport)의 약자인 GTS는 일상과 스포츠 주행을 모두 아우르는 포르쉐에, 위에 언급한 것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스포츠 모델로써 마칸 GTS에 잘 어울린다.

마칸은 2014년 처음 세상에 나와 2018년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으며, 올해 초 GTS 모델이 더해지며 9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다른 포르쉐와 마찬가지로 GTS는 위에서 두 번째, 그러니까 터보와 S 모델 사이에 위치한다. 다른 모델과 차별화된 안팎 디자인, 새로 바뀐 엔진과 섀시가 핵심이다. 페이스리프트임에도 파워트레인이 달라지는 등 변화의 폭이 크다.

마칸 GTS의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린 곳은 대서양의 진주라 불리는 카스카이스다. 유럽, 아니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서쪽에 있는 지역으로, 카스카이스에서 북쪽으로 대서양을 왼쪽으로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는 물론 살짝 안으로 들어온 내륙의 산악 지역을 아우르는 코스였다.

새로운 V6 2.9L 바이터보 엔진은 이전 대비 20마력이 올라간 380마력을 내고 최대 토크도 2.1kg.m가 늘어난 53.1kg.fm를 낸다. 요즘 좀 달린다는 SUV들이 모두 400마력을 넘는 것을 생각하면 이 숫자가 그리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최고출력은 5200~6700rpm이라는 넓은 영역에서 나오고 최대 토크가 1750~5000rpm이라는 넓은 영역에서 뿜어 나오기 때문에, 출발하면서부터 넉넉하게 앞으로 밀어붙인다. 어른 3명이 탄 상태에서 경사 급한 산길을 오르거나 코너 직전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재가속을 하는 상황에서도 마치 대배기량 자연 흡기 엔진을 얹은 것처럼 뿌듯하게 가속한다.

다른 V형 트윈터보와 달리 새 엔진은 V형 실린더 사이에 두 개의 터빈을 넣었는데, 엔진 블록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를 바로 터빈에 불어넣는다. 최대한 뜨겁고 에너지가 높은 배출가스를 이용하므로 터보 랙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기본형 GTS는 4.9초,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포함되면 4.7초로 줄어든다.

덕분에 액셀 페달을 밟고 떼는 동작에 너무 예민하지 않은 것이, 일반 도로를 달릴 때 특히 뒷자리에 멀미를 쉽게 느끼는 일행이 타고 있을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일정하게 출력이 나오니 급하게 가속감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을 태우고 몰래 즐기는 스포츠 주행에 이만한 차가 또 어디 있을까.

7단 듀얼 클러치(PDK)도 변속 충격을 걱정 없이 엔진 출력을 네바퀴에 그대로 전달해 숫자에 매달릴 필요가 없음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는 마칸 GTS에 쓰인 다양한 전자장비가 열심히 일한 것도 포함된다.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앞뒤 동력을 배분하면서 브레이크 제어를 통해 좌우 동력도 나누는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TM)와 오토매틱 브레이크 디퍼렌셜(ABD)가 핵심이다.

물론 스포츠 크로노 스위치를 돌리면, 차의 성격이 크게 달라져 쭉 뻗은 직선에서 머리가 젖혀지는 가속감을 포함해 제대로 달릴 수 있는 것은 다른 포르쉐와 같다. 그럼에도 마칸 GTS는 일상 주행에서의 부드러움도 함께 누릴 수 있다. 더욱이 한 대만 가질 수 있는 패밀리 SUV로써는 큰 장점이 된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키가 큰 SUV가 좋은 핸들링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물리 법칙에 의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승용차나 본격적인 스포츠카에 비하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차중량이 1980kg으로 경쟁 모델이라 할 차들에 비해 가벼운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마칸 GTS는 꽤나 잘 달린다.

무엇보다 1600mm라는, 동급의 평균 수준이라 할 차 높이로 실내 공간을 위한 최소한의 높이를 확보하고, 앞/뒤 1650/1658mm의 넓은 트레드로 바퀴를 한껏 바깥으로 밀어내 기본부터 차이를 만들었다. 더욱이나 마칸 GTS는 기본적으로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가 달린다. 기본 모델 대비 자체가 15mm 더 낮고, 에어 서스펜션을 선택하면 10mm를 더 낮출 수 있다. 그리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산 길을 즐겁게 리듬을 타듯 움직일 수 있는 이유다.

마칸 GTS를 국내에서 다시 만난 때는 지난 9월 2020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였다. 많은 사람의 관심이 첫 전기차인 타이칸으로 쏠리는 동안 개인적으로는 포르투갈의 도로가 아닌 트랙에서의 마칸 GTS를 만나서 더 반가웠다. 형님들, 그러니까 파나메라와 카이엔 등 덩치가 크고 출력이 훨씬 높은 차들 사이에서 탄 마칸은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딱 한 코스에서만 아쉬움이 느껴졌다.

가장 긴 직선 구간의 중간을 지나 재가속을 할 때였다. 다들 400마력 중반대를 넘어 500마력을 훨씬 넘는 차들과 함께 가속하는 시점에서는 확실히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마칸 GTS의 장점은 그 이후 시작되었다. 짧은 가속과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특히나 짧게 돌아야 하는 헤어핀에 가까워질 때마다 혹은 코너 정점까지는 계속 가까워지며 큰형님들을 위협했다. 역시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와 낮은 키 등 기본기에서 오는 장점이다.

한참 실력이 부족한 줄 알았더니 코너마다 바짝바짝 따라붙는 차 앞에서 달리는 긴장감은, 그리고 직선에서는 벌어져도 코너에서 조금씩 조금씩 앞 차를 따라붙는 즐거움은 트랙을 제대로 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최고의 아드레날린이다.

스포츠 디자인 패키지가 기본 적용되어 일반 모델과 다른 앞뒤 모습에 곳곳에 들어간 검정색 포인트는 확실한 차별점이 된다. 알칸타라와 가공한 알루미늄을 넉넉하게 쓴 실내에서 핵심은 GTS 전용의 스포츠 시트다. 10.9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훨씬 사용하기 편하게 바뀌었고 시원시원하다.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와 음성 인식 등 장비도 충실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옵션인 것은 아쉽지만 필요에 따라 고르면 될 일이다.

마칸 GTS는 제대로 된 포르쉐다. 특히나 가족과 연인을 위해 함께 탈 딱 하나의 포르쉐를 골라야 한다면 주저 없이 마칸 GTS를 선택하겠다. 일상 주행과 스포츠 주행, 트랙까지 만족하는 포르쉐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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