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조에, 충전 없이 어디까지 가봤니?

어느날 르노삼성으로부터 초청장이 날아왔다. 르노 조에를 타고 강남에서 안동까지 총 300km를 달려보자는 제안이었다. 안동이 고향인 팀장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심드렁했고, 200km대 주행거리를 갖춘 전기차로 450km를 달려본 후배 기자는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독 무더워진 날씨 문제가 컸다. 에어컨을 써야하니 만만해보이지 않았다. 문경새재 같은 가파른 오르막길까지 넘으면 효율은 더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했다. 무충전 주행이라는 전제 조건도 유독 오싹했다.

# 출발부터 뚝 떨어진 주행거리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조에의 성능을 간단히 살펴봤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25.0kg.m을 발휘하는 R245 모터를 적용했고, 54.5kWh 배터리팩을 바탕으로 309km를 주행할 수 있다. 복합 연비는 4.8km/kWh이며, 50kW 급속 충전시 30분 충전으로 150km를 달릴 수 있다. 

출발지인 강남 뱅뱅사거리에서 조에에 몸을 실었다. 충전량은 97%, 주행가능거리는 335km다. 공조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탓에 주행거리는 인증 수치보다 길게 표기되어 있었지만, 300km를 주행하기에는 여전히 의구심만 가득했다.

에어컨을 켜는 순간 주행거리 2~30km가 뚝 떨어진다. 주행거리가 10%나 깎일 일인가 싶어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비드 스테이크처럼 몸이 서서히 익어갈 바에, 조금 천천히 달리는 편이 나았다. 주행 속도는 제한속도보다 10km 낮췄고, 3단으로 작동시키던 에어컨도 1단으로 낮췄다.

도심 주행에서는 B 모드를 적극 활용했다. 가속 페달을 떼는 순간 회생 제동이 개입되니 효율과 주행 편의성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브레이크에 발을 옮길 일이 없는 만큼, 주행 피로도 또한 덜하다. 주행거리가 되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면 묘한 쾌감도 밀려온다.

고속 주행에서는 발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된다. 계기판 속 그래픽이 충전과 파워 사이를 오가는걸 보면, 자연스레 가속 페달에 힘이 빠진다. 에코 모드 까지 작동시키면 가속 성능과 최고속도가 제한되는 등,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된다. 대신 주행거리는 점차 늘어나고, '무충전 주행'을 달성할 수 있다는 희망도 더 강력해졌다.

# 예상 외의 효율

목적지인 하회마을까지 주행한 결과값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총 246.2km를 주행한 가운데, 97%였던 배터리 잔량은 34%로 줄었고, 잔여 주행거리는 143km나 남아있었다. 

단순 계산 상으로 미뤄볼 때, 1회 충전으로 389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공인 주행거리(305km) 보다 높았고, WLTP(395km) 보다는 소폭 낮은 수치였다. 연비는 7.8km/kWh로, 공인 연비(4.8km/kWh)보다도 뛰어난 효율을 발휘한 점을 알 수 있었다. 

'너무 천천히 달린건 아닐까' 싶어 가·감속이 잦은 와인딩 로드로 이동했다. 안동댐을 지나 군자마을로 향하는 53km에 달하는 거리다. 효율성을 더 떨어뜨려볼 의도와는 별개로, 차량의 운동 성능도 사뭇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에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었다.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가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하는 탓에 반복되는 코너에서도 줄곧 안정적이다. 서스펜션은 일정 부분 롤링을 허용하지만, 쏠림과 복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가속 성능도 이색적인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코너 진입 시 적당한 롤링이 주는 긴장감이 제법 짜릿하다. 고갯길을 탈출하며 재가속할 때 밀려오는 전기차만의 빠릿빠릿한 가속 성능도 인상적이다. B 모드를 이용해 가속과 감속을 세밀하게 조절하다보면, 차와 한 몸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든다. 소형차에 있어 도가 튼 프랑스차 답다. 

아쉬운 점도 있다. 타이어 사이즈가 조금만 더 컸으면 운전 재미가 더욱 좋았겠다. 해치백 치고는 시트 포지션이 높은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소형 SUV 르노 캡처와 유사한 자세가 나온다. 그 마저도 시트 높낮이 조절 기능은 없어 불만을 더한다. 

어쨌건, 와인딩 로드와 자동차 전용도로 등 총 53km 주행을 마쳤다. 34%였던 배터리 잔량은 20%로 떨어졌고, 143km였던 잔여 주행거리는 85km로 떨어졌다. 실제 주행거리보다 5km 더 떨어졌지만, 급격한 가·김속이 반복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 의외의 연속

르노 조에와의 장거리 주행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예상보다 뛰어났던 효율에 한번, 기대 이상의 운전 재미에 또 한번 놀랐다. 도심 주행에 적합한 전기차 정도인줄 알았는데, 장거리 주행은 물론, 일상의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펀카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

르노 조에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3995만~4395만원이다. 국고 보조금 736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최저 2809만원(서울시 기준)에 구매 가능하다. 수입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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