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쏘울 부스터 EV “매주 1시간 여유만 있다면…”

“아직 전기차는 시기상조다.”

전기차 구매를 생각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최근 충전소가 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인프라 확대를 몸소 체감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른바 ‘집밥’인 가정용 충전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전기차를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상황은 더 힘들어진다. 신축 아파트라면 충전 시설이 마련되어 있겠지만, 오래된 아파트라면 다소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관리사무소부터 입주자대표회, 부녀회 등을 설득해야 단지 내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고 곳곳에 급속충전기가 설치되며 생각보다 전기차를 탈 만하다는 의견도 많다. 과연 전기차 구매는 시기상조일까.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기아차 쏘울 부스터 EV를 시승했다. 참고로 본인은 ‘집밥’은 물론, 거주지 반경 1km 내 급속충전소조차 없다.

시승차를 처음 받았을 때 배터리 잔량은 98%, 주행 가능 거리는 404km가 표시됐다. 회사에서 집까지 거리가 22km이니, 수치상 9번을 왕복할 수 있는 충전량이다.

쏘울 부스터 EV의 첫인상은 좋았다. 독특한 박스형 디자인에 새파란 색상이 어우러져 시원시원한 이미지를 풍겼고, 전기차 전용 번호판과도 잘 어울린다. LED 헤드램프와 외관은 기존 쏘울 부스터와 동일하지만, 독특한 휠 디자인이 친환경차임을 어필한다.

문을 열면 생각보다 넓은 공간과 큼직한 센터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탑승자를 반긴다. 이 디스플레이는 내장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도,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때도, 꽉 찬 화면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음악에 따라 반짝거리는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스카인만큼 트렁크 공간은 깊지 않지만, 2열을 폴딩하면 광활한 수납공간이 마련된다. 천장이 평평한 만큼 짐을 깊고 반듯하게 수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높다.

# DAY-1, 차와 친해지는 시간

차량에 앉아 시트를 조정하고 다이얼식 기어 노브를 돌렸다. 기어를 D에 놓자 UFO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귓가를 간질인다. 가속 페달을 밟자 소리도 속도에 맞춰 높아졌다. 이 소리는 차량 밖에서도 들린다. 이는 차량 주변 보행자 주의를 위해 30km/h가 될 때까지 인위적으로 내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스티어링 휠 뒤에는 패들시프터가 자리 잡고 있다. 쫄깃한 느낌의 패들시프터로 회생 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회생 제동은 자동부터 1~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회생 제동을 최대한 활용하는 3단계에서는 브레이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단, 차량을 완전히 멈추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거나 왼쪽 패들시프터를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다이얼 방식 기어 노브 옆에는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수 있는 버튼이 위치한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노멀, 에코, 에코+ 등 4가지가 마련됐다. 에코+ 모드에서는 전력 사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공조 장치와 실내 조명은 물론, 최고속도도 90km/h까지 제한된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때마다 주행 가능 거리가 실시간으로 변하는데, 에코 모드에서는 403km던 주행가능거리가 노멀모드에서는 385km로 줄어든다. 여기에 난방을 가동할 경우 약 30km가 추가로 떨어진다.

쏘울 부스터 EV와 첫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어두운 밤이지만, LED 헤드램프가 환하게 길을 비췄고, 전기차 특유의 뛰어난 가속 성능까지 더해져 경쾌하게 달렸다. 중·고속 코너 구간에서는 좌우 롤링 현상이 발생했지만, 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룸미러로 보이는 후방 시야 확보가 제한적이다.

신이 나 달리다 보니 다음날 출근도 잊은 채 4시간 30분 동안 196.7km를 주행했다. 당초 385km였던 주행가능거리는 167km로 줄어들었고, 배터리는 43%만 남았다. 실제 주행거리보다 배터리를 더 사용했는데, 시트 열선과 히터, 그리고 헤드램프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 DAY-2, 모든 기능을 다 써보자

다음날 쏘울 부스터 EV를 타고 출근길에 나섰다. 최저기온은 2.8℃로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이날은 차량 내 모든 기능을 가능한 사용했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고, 스티어링 휠 및 시트 열선을 최대한 가동했다. 실내 온도는 25도, 풍량은 3단계로 설정했고, 휴대폰은 무선충전기에 올려놓았다. 단, 회생제동도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쏘울 부스터 EV는 날렵한 눈매와 같이 날쌔게 움직인다. 페달을 밟는 순간, 튀어 나간다. 전기차답게 소음은 상당히 억제됐는데, 앞유리 각도가 다소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절음은 크지 않다. 오히려 노면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 편이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를 활성화했다. 쏘울 부스터 EV는 앞차와의 간격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였다. 차간거리는 잘 맞췄지만, 차로 유지는 아쉽다. 차선 가운데를 부드럽게 유지한다기보다 좌우로 휘청이며 중앙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날 출근길은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시간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회생 제동이 활성화되는데, 속도가 줄어들고 완전히 정차하기 직전 물리적으로 브레이크가 개입할 때 이질감이 든다. 갑자기 속도가 줄며 몸이 앞으로 쏠린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이 미숙했나 싶어 세심하게 밟아봤지만, 한결같이 정차 직전 몸이 앞으로 쏠렸다.

첫 출근길 주행거리는 23km, 연비는 5.2km/kWh를 기록했다. 연비로 계산해본 배터리 사용량은 4.37kWh로, 1km당 약 0.19kWh를 사용한 셈이다. 배터리는 43%에서 36%까지 총 7%를 사용했다. 남은 주행가능거리는 167km에서 141km로 바뀌었다.

퇴근길에는 난방을 사용하지 않고 노멀 모드로 주행했다. 히터를 사용하지 않았더니 연비가 확연히 차이났다. 주행거리는 23.2km로 비슷했지만, 연비는 8.6km/kWh로 크게 개선됐다. 배터리는 36%에서 32%까지 4%를 사용했고, 잔여 주행가능거리는 141km에서 128km로, 13km만 줄었다.

퇴근 후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급속충전소에 들렀다. 충전 버튼을 누르고 1만원을 선결제했다. 충전 완료 시 문자메시지를 받을 전화번호도 입력해야 했다. 배터리는 약 38.3kWh의 속도로 충전됐고, 내부 디스플레이 상 완충에는 1시간 43분이 걸린다고 표시됐다. 다행히 충전 중 내부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이나 공조 장치를 사용할 수 있어 차량 내부에서 음악을 들으며 쉬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40분쯤 갑자기 충전이 중단됐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환경부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는 40분 사용 제한이 있었다. 배터리는 32%를 추가해 총 64%가 됐고, 충전량은 27.64kWh를 나타냈다. 최종 금액은 4803원으로, 선결제했던 1만원에서 차액인 5197원이 부분 취소됐다. 출근길 배터리 소모량을 기준으로 40분간 충전하면 3일 출퇴근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 청구금액(4769원)은 기자가 사용하는 신용카드 기본 할인 혜택(0.7%) 반영 후 금액. 할인을 제외한 실제 결제 금액은 4803원이다.

# DAY-3, 자린고비가 되다

두 번째 출근길은 배터리를 최대한 아껴보기로 했다. 이날 최저기온은 약 1.3℃로 전날보다 더 추웠다. 차라리 어제 배터리를 아끼고 오늘 펑펑 쓸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마음먹은 이상 제대로 실험해봤다. 주행 모드는 에코+로 설정했고, 열선 및 공조 장치는 사용하지 않았다. 휴대폰 무선충전기의 전력 손실마저 아까워 USB 케이블을 통해 충전했다.

의외로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력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 페달 반응이 반박자 느리긴 하지만, 여전히 시트에 몸을 밀착시킬 만큼 강력한 가속력을 유지했다. 이 정도 가속력에 90km/h 속도 제한이면 고속도로가 아닌 시내와 간선도로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날도 역시 HDA를 활성화했다. 다소 황당한 점은 에코+모드의 제한 속도는 HDA 활성화 시 무력화된다. 주행 속도를 90km/h 이상으로 설정하면 에코+모드의 제한 속도를 넘어서까지 가속한다.

두 번째 출근길에 기록한 주행거리는 21.9km, 연비는 8.9km/kWh로, 전날 퇴근길에 기록한 연비와 0.3km/kWh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이는 헤드램프 사용 유무의 차이로 보인다. 역시 전기차의 배터리를 잡아먹는 귀신은 빛과 열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연비로 계산해본 배터리 사용량은 2.41kWh로, 히터를 사용한 전날 출근길의 절반 수준이다. 배터리는 63%에서 60%로 단 3%만 사용했다. 날씨가 좋은 날 히터를 사용하지 않고 에코+모드로 출퇴근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 단 40분간의 급속충전으로 집과 회사를 5번 왕복할 수 있다. 즉 평일 내내 출퇴근이 가능하다.

3일간 시승한 거리는 281km, 누적 연비는 6.1km/kWh를 기록했다. 쏘울 부스터 EV가 평가한 운전은 경제 운전이 87%, 보통 운전이 11%, 비경제 운전이 2%로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수치를 보였다.

# 전기차는 시기상조인가?

시승을 마치고 다시 생각해봤다. 전기차는 과연 시기상조일까. 집 근처에 충전소도 없고, 아파트 내 충전기도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사는 입장에서 내린 결론은 ‘그래도 타볼 만하다’였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2시간 30분에 달하는 충전 시간으로 고작 400여km를 달리는 차가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5분도 걸리지 않는 주유 시간으로 훨씬 더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내연기관차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동하는 거리가 400km 이내거나 매주 1~2시간 짬을 내서 차를 충전할 수 있는 직장인이라면, 쏘울 부스터 EV는 훌륭한 도심의 출퇴근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