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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완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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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가로 성공하고픈 사회초년생 '연지'는 업계에서 명성 높은 포르테 스튜디오에 채용된다. 좋은 기회를 얻어 기대감에 부푼 그녀는 깊은 산중에 자리한 스튜디오로 첫 출근길에 오른다.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진입하듯 먼길 끝에 도착한 새 직장에서 대표 '정화'와 선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아직 초짜라 이것저것 보조하는 게 주 업무라지만,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라면 곧 자신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스튜디오를 둘러싼 불길한 소문이 귓가에 들려온다. 이곳에선 직원들이 하나둘 죽거나 미쳐서 떠난다는 것. 그러나 연지는 그저 뜬소문이라 대수롭지 않게 흘려듣는다. 하지만 대표가 작업을 도우라고 한 선배 '해준'은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다. 계속 불안정한 행태를 보이던 그는 머지않아 스튜디오에서 사라진다. 해준이 맡은 파트는 연지가 물려받는다. '탁' 감독의 신작 OST 작업은 ..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숲속의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
▲ <포르테> 스틸
ⓒ 써티세븐스디그리(주)
<포르테>는 관객에게 초현실적 풍경을 선사하며 출발한다. 차를 몰고 처음 출근길 주인공의 시선은 그대로 화면을 응시하는 관객에게로 전이한다. 밀림처럼 깊은 숲속에 자리 잡은 스튜디오는 그 자체로 근사한 모던 건축의 개가다. 미국을 대표하는 근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표작 '낙수장'처럼 대자연 가운데 돌출하듯 솟은 근사한 스튜디오가 사회초년생 주인공을 위압하듯 맞이한다. 대표 또한 스튜디오를 의인화한 듯 카리스마가 넘친다.
초반 분위기에 주눅이 들긴 했어도 개인 작업만 해왔던 주인공에게 이곳은 선망하던 업계 최고 프로들의 보금자리다. 여기에서 자신이 동경하던 수많은 명작의 배경음악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들뜬 그녀는 여기저기 구경하며 미래를 기대한다. 이곳이라면 작업 소음 민원 같은 건 괘념치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히 창작을 통해 실력을 세상에 뽐낼 기회도 곧 올 것이라 믿는다. 근사한 스튜디오는 주인공의 성공하고픈 욕망을 증폭하는 장치다.
그런데 왜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걸까? 주인공 역시 그 。이 영 찜찜하다. 다들 전문적이면서도 텃세 같은 것 없이 자신을 잘 돌봐주는데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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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처음에는 바라보며 경탄하던 스튜디오는 뭔가 부조리한 느낌을 서서히 자아내기 시작한다. 울창한 숲 속에 이물질인 마냥 불쑥 끼어든 인공물은 인간이 머물며 편안하게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연료처럼 그 속의 인간이 가진 에너지를 흡수하는 그 자체로 별개의 생물인 듯하다.
미스터리한 선배 해준의 행동거지는 불길함을 초반 형성하는 핵심 기제다. 연지가 도진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스튜디오 경력이 오래된 해준은 조금 별나긴 해도 뛰어난 실력에 후배의 적응도 신경을 써주는 신뢰할 만한 동료다. 그러나 무슨 문제인지 현재 그는 작업도 제대로 잇지 못하며 불안에 떤다. 자꾸 훌쩍 사라지는 바람에 연지와의 협업도 원활하지 못한 상태. 주인공은 자신의 첫 작업에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대체 그는 왜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대자연을 침범한 약육강식의 인간 사회 룰
▲ <포르테> 스틸
ⓒ 써티세븐스디그리(주)
스튜디오가 신입을 채용한 건 오랜 협력관계의 정상급 감독 '탁' 신작 음악 작업으로 일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정상급 명성을 누린다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중요한 건이다. 대표 역시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해준이 전력에서 이탈하자 막내 연지에게도 일감이 돌아온다. 패기 넘치는 주인공은 이참에 본인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 전화위복 기회로 삼자며 적극적으로 의견도 제시하고 음악 편곡에도 열을 올린다. 의욕이 넘친다며 감독에게 칭찬도 듣는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은 영 석연찮다. 대표와 프로듀서는 주인공이 아직 사회생활 물정 순진해서 잘 모른다며 덕담인지 경고인지 모를 말을 툭 던지곤 한다. 탁 감독은 대표 정화의 원곡과 연지가 제안한 편곡을 비교하기로 한다. 자연스럽게 둘 사이엔 긴장이 감돈다. 두 마리 토끼를 경쟁시키려는 감독의 시험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 봐야 답은 애초 정해진 것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동의하기 어렵다. 노력의 배신은 용납할 수 없는 폭거다.
주인공은 김칫국부터 들이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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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여럿 분담해 음악을 만들면 명의는 어떻게 올라가는지 자연스레 생기는 궁금증을 질문하자 동료들은 어련히 대표님이 알아서 처리해주신다며 어물쩍 넘긴다. 자기가 작업한 게 채택되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이 롤에 오르는 것 아닌가? 주인공에겐 모든 게 의혹투성이다. 그리고 노력의 배신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이 바닥은 노력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인맥과 경력, 업계의 취급이 급선무다.
밀폐공간처럼 숲속에 둘러싸인 스튜디오 배경은 현실 사회의 미니어처 축소판처럼 다가온다. 대표를 정.으로 하는 영화업계 최정상 위치의 음악 스튜디오는 해준과 연지 같은 재능 있는 신예의 노력을 빨아들인다. 그 영광과 성취는 스튜디오 전체에 골고루 분배되기보단, 대표의 위상 강화와 유지에 고스란히 독。된다. 도진처럼 굳이 목소리 내기를 체념한 채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 VS. 자기 재능을 떨치고픈 갈망을 품은 이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사회모순을 초현실적 환상으로 풀이하는
▲ <포르테> 스틸
ⓒ 써티세븐스디그리(주)
영화는 청년세대의 열정과 재능을 땔감으로 태우며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는 불합리한 질서가 낳는 희생과 공포를 시청각 요소로 형상화하는 데 공을 들인다. 대개 기존 한국 공포 장르가 남발하던 。프 효과, 즉 깜짝 놀라고 무섭게 만드는 평범한 연출 대신 <포르테>는 '고딕'이라 불리는 무의식의 심연에서 서서히 분출하는 공포를 조성하는데 과감히 도전하고자 했다.
장소 찾느라 무진장 고생했을 포르테 스튜디오의 인상적인 실내외 구조, 부조리하게 공존하는 숲과 현대식 건물의 조합, 건물과 사람을 포위하며 불만을 토해내는 듯한 숲의 구성요소들이 이제 관객의 눈과 귀를 조여들기 시작한다. 무심코 걸려든 거미줄 혹은 풀 덩굴이 칭칭 휘감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덫을 치는 느낌이다. 한국 공포영화에선 잘 보기 힘들던 시각적 요소가 보는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기에 영화음악 스튜디오가 배경이다 보니 당연히 청각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범접할 수도 도전할 수도 없게 하듯 위압적으로 찍어누르는 듯 정화의 피아노 연주와 그에 도전하며 절대로 깰 수 없어 뵈던 기존 질서에 불협화음과 과잉된 선율로 반격하는 연지의 경합이 소리 없는 웅변, 보이지 않는 칼로 겨루는 검무처럼 귓가를 소용돌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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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보여주는 장치도 때론 손가락을 클로즈업하다가 다음번엔 아예 손을 지우는 식으로 변주를 거듭한다.
단순히 불합리한 모순에 항거하는 청춘의 폭주를 도식적으로 보여주는 선택 대신에 <포르테>는 불가사의한 이미지로 치닫는 인상적인 장면을 준비한다.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 듣지 못하면 현기증이 난다는 관객에겐 그야말로 시험의 순간이다. 그러나 예술적인 공포물에 이끌리는 이라면 공들인 화면 속 풍경에 풍덩 빠져들게 될 테다.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연주 장면은 제작진이 이것만은 반드시 관객 뇌리에 새기겠단 결의로 넘실댄다.
영화는 선택과 집중이 확고하다. 따라서 사실적인 전개를 선호하는 이들에겐 깜짝 놀라는 공포 효과 대신에 개연성과 해설 측면에서 .프 컷이 난무한다고 한 소리 들을 여지가 충만한 편이다. 좋게 보면 실험적인 요소가 꽤 많이 도입된 셈이다. 뮤직비디오 문법이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에도 침투한 결과다. 따로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돌출 장면, 반복적으로 주입되는 그로테스크한 풍경과 더불어 상징과 은유로 초월적 감각을 각인하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포기하고 축약할 건 아낌 없이 내던진 감독의 선택은 무엇을 남겼을까? 마침내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 주인공이 마치 깊은 산중에서 오랜 세월 수련한 초식, 인생을 건 운명의 기예를 한 조각 남김없이 토해내듯 신들린 솜씨로 그리는 연주다. 이 순간 그녀가 만든 영화음악은 자신, 그리고 지켜보는 관객에겐 베토벤의 '운명'이 된다. 잔인하고 파괴적인 운명에 끌려가는 순간에도 찰나에 비치는 장렬하고 애잔한 슬픔이 깃든, 그 한 장면만은 어떻게든 남는 영화다.
<작품정보>
포르테
FORTE
2025 한국 아트 호러
2026.09.30. 개봉 77분 15세 관람가
감독 킴보킴
출연 임채영(연지 역), 이정은(정화 역), 김재홍(준석 역), 조경창(해준 역), 차세진(도진 역)
음악 프레데릭 알바레즈
제공/제작/배급 써티세븐스디그리(주)
2025 1회 SXSW London
2025 58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25 8회 몬스터스판타스틱필름페스티벌
2026 7회 그라인드하우스파라다이스
2026 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포르테> 포스터
ⓒ 써티세븐스디그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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