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 N 수동 오너의 냉정한 평가…"8단 DCT, 과연 살만할까?"

 

이 차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소문만 무성했던 벨로스터 N DCT가 드디어 출시됐다. 벨로스터 N 수동(MT)이 출시되고 1년 후 나올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몇 차례 일정이 밀리며,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2020 벨로스터 N을 선보이며, 많은 변화를 더 했다. 옵션으로 제공되던 멀티미디어 패키지를 기본 적용하고, N DCT 패키지와 N 라이트 스포츠 버켓 시트, 현대 스마트센스 등 이 차를 구매하는 고객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 만한 옵션을 다양하게 구비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본 트림 가격은 110만원이나 인상됐다.

기자는 벨로스터 N 수동을 10개월간 운용하며, 원 메이크 대회에 직접 참가했었다. 그래서 이 차가 더 궁금했다. DCT가 제 몫을 충분히 한다면 재구매를 고려할 정도로 매력적일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시승을 마친 후, 그 생각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가격이 인상되며 가성비는 낮아졌고, 무엇보다 차량 사운드가 확연히 줄어들며 운전의 즐거움이 대폭 감소됐기 때문이다.

기존 차주 부럽게 만드는 실내 변화기존 차주 부럽게 만드는 실내 변화

동일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확실히 달라졌다. 옵션 선택에 따라 실내 구성이 달라진 덕분이다. 남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N 라이트 스포츠 버켓 시트, 꽤 크고 존재감 있게 만든 N DCT 전용 패들 시프트 및 기어노브, UI가 개선된 8인치 디스플레이, 여백을 채우는 운전석 좌측 버튼 등이 더해졌다. 거의 페이스리프트에 준하는 변화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N 라이트 스포츠 버켓 시트는 120만원에 제공되는 옵션 사양이다. 공격적인 형상이나 몸 닿는 부위에 더해진 스웨이드, 일체형 헤드레스트 아래 적용된 N 조명 등이 보기 좋다. 기존 시트는 허리와 허벅지를 받치는 부분이 부드러웠지만, 새로운 시트는 한층 딱딱하기도 하고 스웨이드가 적용된 덕분에 몸을 아주 잘 잡아준다. 단 시트 포지션이 순정 시트와 같은 점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8인치 디스플레이는 UI를 크게 손봤다. 최근 판매되는 현대차 UI를 더하고, 벨로스터 N 전용 화면에 다양한 컬러를 사용했다.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기능을 다룰 수 있도록 퍼포먼스 옵션이라는 메뉴를 새롭게 만들었다. 빠른 출발을 가능케 하는 론치 컨트롤, 트랙 내 주행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속하는 N 트랙 센스 시프트, 변속 충격을 의도적으로 가미한 N 파워 시프트 등 설정이 가능하다.

차량을 충분히 살펴본 뒤 시승에 나섰다. 일단 N DCT는 제 역할을 잘 수행한다. 250만원 이상 값을 한다. 출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크리핑(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지원한다. 흡사 수동 차량을 운전할 때처럼 반클러치 상태로 앞으로 나아간다. 크리핑이 거의 없는 포르쉐 PDK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변속기는 기대 이상으로 영리했다. 업·다운 모두 재빠르게 수행하며, 운전자 조작을 적극적으로 따른다. 기어노브를 좌측으로 옮겨 사용하는 수동 변속 모드에서는 절대로 강제 변속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대한 운전자 조작에 따라 변속을 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지금껏 공개된 자동변속기가 판매된 현대차 중에서 60km/h로 달리며 1단까지 내릴 수 있는 차는 벨로스터 N DCT가 유일하다. 개인적인 경험상 폭스바겐 GTI 급에 적용되는 DSG보다 훨씬 빠르고 좋게 느껴졌고, BMW M DCT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변속감각은 절도 있거나 강렬한 맛은 덜하지만, N 파워 시프트를 통해 날것의 맛을 살릴 수 있다. 정말 신경 쓴 티가 난다.

그리고 주행 모드 간 차이가 확실해졌다. 크게 일반 주행모드(에코·노멀·스포츠)와 N 주행모드(N·N 커스텀)으로 나뉘는데, 일반 주행모드별 차이가 벌어졌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 액셀 페달 반응 변화와 함께 배기음이 한층 듣기 좋아졌다. 과거 벨로스터 N을 타며 스포츠 모드의 존재 이유를 잘 몰랐지만, 이 정도 차이라면 평상시 일반 도로를 다닐 때 스포츠 모드와 N 커스텀을 병행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주행모드는 짧게 경험하고, N 주행모드로 바꿔봤다. 차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데 사운드는 생각 이상으로 처진다. 앞서 스포츠 모드에서 사운드가 커져 좋아했던 점들이 무색해질 정도로 신차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파워트레인 반응이 잽싸고 경쾌한 데 비해서 사운드가 처지니 운전의 즐거움이 현저히 줄어든다. 유명한 레스토랑을 소개받아 갔는데 비건(vegan) 메뉴만 있는 기분이다.

배기음은 전반적인 볼륨도 낮아졌지만, 팝콘음의 성향도 달라졌다. 기존 벨로스터 N의 배기음은 N 주행모드에서 사운드 볼륨이 매우 컸다. 양산차임에도 소음 규제를 어떻게 통과했는지 의구심을 품을 정도로 말이다. 특히 팝콘음은 정말 강렬했다. 어느 정도 길이 들고 꽤나 밟고 다닌 차들은 5500rpm 기점으로 액셀 페달을 뗐을 때 3~4회에 걸친 팝콘음이 차량 안팎으로 맹렬하게 울려 퍼졌다. 사격하며 느낄 법한 소리에 비견될 정도로 우렁찼다. 때문에 추후 연식변경 시 사운드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벨로스터 N DCT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점잖아졌다. 이 정도로 소심해질 줄 몰랐다. 먼저 배기음 톤이 작아졌다. 음색도 이전에 비해 처진다. 특히 팝콘음은 단도직입적으로 재미가 없어졌다. 시원하게 퍼진다는 느낌보다 헛기침하는 것처럼 몇 차례 쿨럭거린다. 기존 팝콘음이 고음이었다면 이 차는 중저음에 가깝다. 미니 JCW를 타며 느꼈던 어중간한 팝콘음을 이 차에서 듣게 될 줄 몰랐다. 물론 해결책은 있다. 벨로스터 N 동호회 NCK에 따르면, 기존 벨로스터 N에 장착된 엔드 머플러를 옮겨 달면 된다고. 해당 작업을 한 차의 배기음을 직접 들어봤더니 기대했던 그 맛이다!

가장 아쉬웠던 건 NGS(N Grin Shift)다. NGS는 주행 중 파워트레인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마련된 20초간 사용 가능한 궁극의 모드다. 포르쉐 스포츠 크로노 기능과 같은 기능이다. NGS 버튼을 누르고 급출발을 해봤는데 생각 외로 그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화려한 그래픽에 비해 반응 및 오버부스트 기능의 작동을 인지하기 힘들 정도였다. 

NGS의 작동 방식도 이해하기 힘들다. NGS는 사용 후 3분 뒤에 다시 사용 가능한데, 리셋을 운전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즉, NGS를 연이어 사용하려면 버튼을 다시 눌러 NGS 초기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당 기능을 사용한 뒤 3분 뒤쯤 버튼을 눌렀는데 갑자기 3분 타이머가 나오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작동 방법은 바뀔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시승 과정에서 몇 가지 변수가 있음을 확인했다. 먼저 시승차의 누적 주행거리가 900km에 못 미칠 정도로 엄청 낮았다. 앞서 여러 경험을 종합해볼 때 주행거리 3000km는 넘긴 이후부터 배기음이 커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다음으로 시승차 유종이 일반 휘발유라는 것. 이 차는 고급휘발유를 넣더라도 기름 품질에 따라 반응 차이가 큰 편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졌을 수 있다.

종합해보면 벨로스터 N DCT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실내 변화는 부러울 정도였다. 특히 N DCT 반응은 스포츠성을 강조한 듀얼클러치로서 업계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갖췄다. 수동변속기 대비 공차중량은 45kg 늘었지만, 그로 인한 가속 성능 차이를 느끼긴 힘들었다. 길이나 서킷에서 보게 된다면 왠지 길을 내줘야 할 것만 같다. N DCT가 탑재되면서 이 차의 남다른 성능을 경험하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20 벨로스터 N은 기존 멀티미디어 패키지를 기본 적용하며, 트림 가격이 110만원 인상됐다. 그리고 N DCT 패키지를 넣기 위해서는 퍼포먼스 패키지를 함께 선택해야 한다. 각각 250만원, 200만원이다. 여기에 N 라이트 스포츠 버켓 시트까지 넣을 경우 가격은 3645만원으로 뛴다. 기자가 탔던 벨로스터 N이 퍼포먼스 패키지와 멀티미디어 패키지를 포함해 3265만원이었다. 적지 않은 차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현대차의 새로운 시도에 호응해준 초창기 N 고객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현대 스마트센스는 더 완벽하게 만들었어야만 했다. 현대 스마트 센스 1·2의 구성은 다른 현대차와 같지만,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만 종적을 감췄다. 이 차를 사는 사람이라면 평상시 도로 흐름에 맞춰 주행하다가 주행 상황 및 환경 변화에 따라 가끔씩 밟고 다닐 확률이 높다. TCR처럼 서킷 전용 차량이 아니기에 이 기능을 쏙 뺀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잠깐이긴 하지만, 영국에 판매된 i30 N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된 적이 있다. 수동변속기 차량에 해당 기능을 적용한 차들은 꽤 있다.

결론적으로 벨로스터 N DCT는 잘 만들어졌고, 신경 써서 만든 차다. 단, 몸에 남아있는 경험에 따르면 더 짜릿했던 구형이 더 좋았다. 성능 변화보다 치장에 집중한 N 퍼포먼스 파츠도 좋게 보이진 않는다. 결국 축 처진 배기음만큼 이 차에 대한 구매욕은 완전히 잦아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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