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MAHA YZF-R3, 일상이 다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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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놀랐다. 150마력을 훌쩍 넘기는 바이크들이 숱한 요즘에 고작 321cc바이크가 이렇게 재미있으리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12월의 추위를 이기고 달릴 수 있을 만큼 재밌었다. 2016년 모터사이클 시장을 뒤흔들 바이크의 등장이다.
‘쿼터(Quater)급’은 1리터의 1/4 배기량,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250cc 클래스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쿼터급이 시장에서 가지는 포지션이 확대되며 250cc를 넘어 300cc 클래스로 변화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쿼터급 바이크를 통해 입문해 바이크의 재미를 알아가고 이어서 미들급, 혹은 그 이상으로 바이크 라이프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막중한 사명감까지 지워진 것이 바로 쿼터급이며 시장의 확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라인업이다.
그 때문에 최근 전 세계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쿼터 스포츠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야마하도 쿼터스포츠 모델인 R25와 R3를 출시했다. 둘은 배기량만 다르고 나머진 같은 형제모델이다. 250cc인 R25가 조금 먼저 출시되긴 했지만 국내에는 레이스를 위해 소량으로 들어왔을 뿐 소비자용 모델은 정식으로 선보이지 않았다. 국내 실정에 더 맞는 R3를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레이스를 위해 도입한 R25가 KSBK 타이틀을 휩쓰는 것을 보며 R3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YAMAHA SPORT DNA
디자인은 한눈에 야마하의 스포츠바이크임을 알아챌 만큼 전통적인 야마하의 분위기는 간직하고 있다. 야마하 특유의 블루컬러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드러운 선과 날렵하게 빠지는 라인이 딱 야마하답다. 페어링 디자인은 바로 앞 세대의 R1과 R6를 절묘하게 매쉬업한 스타일이다. 상어를 연상시키는 프론트 페어링은 큼직하지만 날카로운 눈매를 지녀 전혀 비대해보이지 않는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파츠의 고급화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의 디테일이 좋아 한 급 위 바이크를 보는 것 같은 듬직함이 있다. 겉으로 보는 크기가 제법 크게 느껴지는 것은 풍성한 볼륨감 때문이다. 이점은 큰 바이크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한 장점이겠다. 하지만 시트위에 앉으면 완벽한 반전이다. 보이던 것 보다 상당히 콤팩트한 느낌이다. 연료탱크가 슬림하고 핸들포지션도 가깝고 발착지성도 좋다. 마치 125cc 바이크에 앉은 느낌이다. 좌우로 기울여 봐도 느껴지는 무게감이 딱 125cc 정도다. 덩치가 큰 사람이라면 조금 작게 느껴질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사이에 품은 321cc엔진이 만들어낸 주행감각은 과연 어떠할까?
둥근RPM게이지에 디지털 속도계 스포츠 바이크의 표준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간단한 구조지만 바이크의 상태표시는 물론 시프트 타이밍 램프도 달려있고 연료 잔량과 연비도 표시되는 등 필요한 정보는 다 담았다.
321cc 병렬 트윈
2기통이지만 엔진의 사운드나 특징적인 필링은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 자체의 존재감은 약하다. 엔진의 회전 상승은 빠르게 상승하고 부드럽게 떨어지며 순정배기는 조용하고 매끄러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클러치를 연결하며 느껴지는 절도 있는 움직임만으로도 바이크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다. 바이크 주행에서는 클러치 감각은 바이크와 이어지는 실질적인 첫인상이기에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R25의 엔진의 보어를 늘려 얻은 72cc로 7Nm의 토크, 6마력의 출력을 더 짜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6초대 초반, 엔진을 쥐어짜면 각각 1단 65km/h, 2단 90km/h, 3단 120km/h에서 리미트가 걸린다. 이후 꾸준히 가속되며 금세 150km는 넘기고 160km/h를 넘어가면 가속이 무뎌지며 최고속은 180km/h 근처를 마크한다. 엔트리 모델로의 동력성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이다.
ABS를 기본으로 채택 하고 있어 엔트리의 역할에 더욱 부합된다.
R3의 가장 큰 개성을 만들어주는 역슬랜트 듀얼 헤드라이트. 옆모습이 상어의 코를 닮았다.
엔진은 고회전역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지만 토크 영역이 넓어 낮은rpm에서도 끈기 있는 토크로 전반적으로 다루기가 쉽다. 7000rpm 근처에서 스로틀을 훅 열어주면 클러치조작 없이도 프론트휠이 가볍게 허공을 가른다. 엔진이 10000rpm이상 돌아가면 제법 앙칼진 느낌을 낸다. 이 엔진을 쓰는 MT-03도 꽤 재밌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생긴다.
살짝 부족한 출력을 회전수로 밀어붙여가며 타는 재미는 스로틀 쾌감이다. 계기반 위의 시프트 타이밍 램프가 변속시점을 알려주며 레이시한 분위기를 더한다. 동급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능이다.
주행 포지션 자체는 아주 편하다. 의외로 핸들이 너무 가깝고 높은 너무 느긋한 포지션이라 스포티한 감각을 위해 오히려 약간 더 긴장감 있는 포지션으로 바꾸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데일리로 쓰기에는 편해서 나쁠 이유는 없다. 시트의 전후 폭이 186cm의 신장인 내게는 약간 좁은 느낌이 있었는데 아마도 평균적인 신장이라면 가장 잘 맞는 사이즈일 것이다.
시인성을 고려한 LED테일램프
무대는 도심
순정상태는 완벽한 스트리트 세팅이다. 서스펜션은 아주 알기 쉽게 잘 움직이고 중립적인 핸들링 특성은 바이크를 쉽게 다룰 수 있게 한다. 경량화 된 휠 덕분에 선회의 시작에서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중간 페이스로 적당한 속도로 주행할 때 충격흡수와 노면추종의 밸런스가 좋았다. 페이스를 올리면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 낭창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전반적으로 기본 세팅이 가볍고 경쾌하게 달리는 편에 어울린다. 리어 쇽업소버는 스프링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무난한 편, 제동력 자체가 높진 않지만 초반 응답이나 답력에 따른 제동력 증가가 이해하기 쉬워 다루기 편하다. ABS가 기본 채택되어 안심감을 높여준다는 점도 좋다. 다만 프론트 브레이크의 ABS개입이 다소 빠른 느낌이 있다. 프론트 브레이크 레버가 조절식이 아닌 점도 조금 아쉽다.
하지만 모든 것을 떠나 너무 즐겁게 탔다. 12월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으니 말이다. 작은 배기량이지만 재미는 더 컸다. 확실히 쿼터급 스포츠 클래스의 경쟁을 본격적으로 불사르기에 딱 좋은 모델이었다. 그리고 그 땔감이 되는 것이 바로 파격적인 가격이다. 출중한 성능에 ABS까지 기본으로 장착하고 618만원, 시장에 던진 파문은 상상이상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보통 인기모델들의 1년 판매량이상이 이미 예약되었다고 한다.
매일 매순간이 스포츠로
두 바퀴의 매력은 타보지 않고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R3는 그런 두바퀴의 순수한 매력과 재미를 느끼기에 좋은 모델이었다. 슈트를 입고 서킷을 타거나 주말에 와인딩로드를 달려야만 스포츠인 것이 아니다. 바이크를 타고 달리고 기울이고 돌아나가는 과정은 모두 다 스포츠다. 코너를 진입하기 전에 착착 기어를 내리고 바이크를 기울이며 코너 탈출구를 향해 시선처리와 함께 매끄럽게 라인을 그리곤 클리핑 포인트를 지나며 스로틀을 열어 코너를 클리어하며 느끼는 쾌감, 이 모든 것이 일상에서 즐기는 스포츠다. R3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이 즐거운 스포츠를 경험해 볼 수 있길 바란다.
- YAMAHA YZF-R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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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2기통 DOHC 4밸브
- 보어×스트로크 68 × 44.1(mm)
- 배기량 321cc
- 압축비 11.2 : 1
- 최고출력 42hp / 10750rpm
- 최대토크 30Nm / 9000rpm
-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 연료탱크용량 14ℓ
- 변속기 6단 리턴
-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스윙암
- 타이어사이즈 (F)110/70-17 (R)140/75-17
- 브레이크 (F)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 전장 2090mm
- 휠베이스 1380mm
- 시트높이 780mm
- 건조중량 169kg
- 판매가격 61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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