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XC90, 지극히 새롭고 매력적인 볼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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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지만 보수적이었던 볼보의 이미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새 디자인으로 태어난 XC90과 S90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불러일으키고 있는 돌풍이 심상치 않다. 볼보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 XC90을 통해 그 극적인 진화와 매력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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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디자인의 신무기, ‘토르의 망치’

한때 단단한 이미지의 직선 보디를 선호했던 볼보는 2,000년대에 들어와 변화를 시도했다. 이 무렵 등장한 S60과 S80, XC70 등은 분명 기존 볼보와 달랐지만 젊고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기에는 그리 충분치 않았다. 또한 유럽의 거대 프리미엄 브랜드와 맞대결을 펼치기에도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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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볼보 디자인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인 수준]이다. 그 변화를 주도한 것은 2012년 새로이 수석 디자이너가 된 토마스 잉엔라츠. 스코다와 폭스바겐의 포츠담 디자인 센터를 거쳐 볼보로 자리를 옮긴 잉엔라츠는 2013년 컨셉트 쿠페와 2014년 XC 쿠페, 그리고 컨셉트 에스테이트로 이어지는 일련의 컨셉트카들을 선보였다. 이 모델은 모두 신형 모듈러 플랫폼(Scalable Platform Architecture)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볼보일 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사용해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컨셉트카 세 대를 통해 예고된 디자인은 프론트 그릴의 볼보 로고를 빼면 거의 모든 부분이 달라졌다. 특히나 차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헤드램프 디자인, 그 중에서도 주간주행등 형태로 큰 주목을 받았다. T자를 가로로 눕혀 놓은 듯한 모습은 기존의 어떤 헤드램프와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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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주간주행등의 형태는 최근 자동차 얼굴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 형태를 통해 브랜드와 모델의 개성을 밤낮 가리지 않고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볼보의 새로운 주간주행등은 그 형태 덕분에 ‘토르의 망치’라는 별명이 붙었다. 토르는 북유럽 신화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천둥신이자 전사. 그를 상징하는 무기 묠니르는 파괴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전설의 망치다. 잉엔라츠가 이끄는 볼보 디자인팀은 마치 천둥 망치라도 손에 쥔 것처럼 이전의 볼보 디자인을 완전히 해체한 후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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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XC90의 옆모습은 본디 왜건에 뿌리를 두었던 크로스컨트리(XC70) 계열의 영향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반면 신형은 높이가 약간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탄탄하고 풍만해졌다. 이는 새로운 노즈 디자인과 노면 가까이 뻗어내린 범퍼 덕분이다. 이에 따라 구형보다 SUV에 가까워 보이면서도 온로드 성격은 더욱 강해졌다. 반면 D필러를 타고 오르는 브레이크 램프에는 볼보 왜건 시절의 DNA가 남아 있다.

새 디자인은 볼보라는 브랜드가 처한 환경 변화를 대변한다. 1999년 볼보를 사들였던 포드가 미국 경기악화로 매각을 결정한 것이 2008년. 이듬해 중국 저장질리에 18억달러(약 2조1,200억원)에 매각되었다. 당시까지 중국의 해외 브랜드 인수로는 최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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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주인과 경영진을 맞이한 볼보는 기존 라인업을 뒤엎는 대규모 변화를 시도했다. 매각 당시에는 걱정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신형 XC90 론칭 후 시장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이다. 이 새로운 XC90의 인기에 힘입어 판매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볼보는 지난해 연말 사상 최대의 월간 판매량(4만9,055대)을 기록했다. 특히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회복세가 두드러졌을 뿐 아니라 고급 모델인 XC90이 전체 라인업 중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반응이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볼보는 향후 4년간 연 생산능력을 80만대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스칸디나비안 럭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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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진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이고, 그러면서도 아름답다. 이것은 공간적 제약이 있으면서도 다기능과 내구성, 여기에 고급스러움과 아름다움까지 요구하는 자동차 디자인에 딱 들어맞는다.

물론 볼보는 언제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이번 XC90은 더욱 단순하면서도 몰라보게 고급스러워졌다. 한때 볼보 인테리어의 상징이던 센터 스택이 사라진 대신 대형 터치 모니터가 들어앉았다. 센터페시아의 복잡한 스위치들을 대신할 뿐 아니라 시인성이 뛰어나다. 그 아래로 사용빈도가 높거나 재빨리 눌러야 하는 스위치들을 따로 배치했다. 즉, 내비게이션을 띄운 상태에서도 아래쪽으로는 공조장치를 조작할 수 있다. 실내 전체는 부드러운 가죽과 표면 질감을 살린 목재, 크롬 라인으로 장식했다. 버튼이 줄어 단순해진 공간을 짜임새 있게 디자인한 덕분에 답답하거나 심심해보이지 않는 것이 매력 포인트. 시트는 바닥 쿠션 연장과 사이드 서포트 조절이 가능한 새로운 디자인으로 통풍과 히터, 다양한 안마 기능까지 담았다. 볼보의 시트는 언제나 동급 대비 돋보였지만 이번에는 홀드성과 안락함에서 클래스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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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대부분이 3열 7인승 구성이다. 2열은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고 중간 바닥을 높이면 어린이용 좌석이 된다. 3점식 벨트를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용 부스트 시트(바닥이 솟아오른다) 설계는 볼보의 안전 최우선 사승을 엿볼 수 있는 부분. 3열은 간이 의자가 아니라 2열 시트에 준하는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편안히 장거리 여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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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러움은 디테일에도 살아 있다. 엔진 스타트/스톱, 드라이브 모드 스위치에는 보석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차용했다. 따뜻한 느낌의 월넛을 사용하는 인스크립션 트림과 달리 R 디자인 트림에서는 메탈매시로 차가우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추구했다. T8에는 전용 글라스 시프트레버가 제공되는데, 창업 100년이 넘는 스웨덴 유리공방 오레포스(Orrefors)가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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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다 고급스러운 엑셀런스 트림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그 어떤 볼보보다도 비싼 볼보로 국내에서는 T8에 적용된다. 비행기 1등석 수준의 안락함을 제공하기 위해 3열 시트를 없앤 4인승으로 만들고 좌우 독립식 시트에 접이식 테이블과 냉장고, 전용 샴페인 잔까지 마련된다. 볼보는 이밖에도 라운지 콘솔이라 불리는 옵션을 개발했다. 조수석을 떼어낸 자리에 접이식 테이블과 대형 모니터, 신발장을 갖춰 최고급 리무진 이상의 호화로움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강력하고도 청정한 차세대 심장: Twincharger Inline-4

볼보가 포드의 품을 떠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한 것이 엔진 등 파워트레인이었다. 중국 메이커들은 자본이 풍부한 대신 기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보는 넉넉해진 자금을 활용해 더욱 강력하면서도 깨끗한 신형 엔진 개발에 몰두했다. 여기에는 다운사이징이라는 시대적 흐름도 한몫 크게 거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보다 다양한 엔진이 필요했겠지만 이제 4기통 유닛 하나로 다양한 출력을 커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예전 8기통 자리를 이제 4기통 가솔린 엔진+모터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이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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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 덕분에 볼보는 4기통 엔진을 완성도 높게 다듬어낼 여유를 얻었다. 가솔린과 디젤 모두 직렬 4기통에 배기량은 2.0L이지만 과급기 개수와 세팅에 따라 다양한 출력이 가능하다. 디젤 직분사는 싱글 터보 190마력(D4)과 트윈 터보 225마력(D5)이 있으며 가솔린 직분사의 경우 싱글 터보 245마력(T5), 터보+수퍼차저의 트윈차저형은 320마력(T6)을 낸다. 이 트윈차저 엔진으로 앞바퀴를, 모터로 뒷바퀴를 굴리는 T8은 시스템출력이 무려 400마력에 이른다. 변속기는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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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6용 엔진은 수퍼차저와 터보차저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트윈차저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터보차저는 고회전에서, 수퍼차저는 저회전에서 유리하다. 수퍼차저의 경우 엔진 크랭크샤프트에서 동력을 끌어와 직접 회전시키는 방식이고, 터보차저의 경우 배기가스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기 때문. 이 두 가지를 함께 얹어 저회전에는 수퍼차저로 과급압을 빠르게 올리고, 고회전에서는 터보차저가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바로 트윈차저다. 구조가 복잡하고 값이 비싸지는 대신 작은 배기량으로 큰 출력을 얻을 수 있다. XC90 T6의 경우 2.0L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320마력에 최대토크는 40.8kg·m. 야마하가 개발했던 구형 XC90용 V8 4.4L B844S 엔진과 비슷한 성능이다. 최대토크는 4kg·m 가량 낮지만 토크밴드(2,200~4,500rpm)가 한결 넓어졌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절반 가까이 낮은 km당 179g. 당연하지만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킨다.

압축공기로 터보에 생기를 불어넣다: Diesel Powerpulse

최근의 디젤 엔진은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차저가 일반화됨으로써 L당 100마력을 넘나드는 고출력과 뛰어난 연비의 양립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4기통 2.0L 엔진으로 기존 6기통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강력한 마법, 터보차저를 보다 낮은 rpm부터 작동시킬 수 있는 신기술이 필요하다. 경량화된 터빈이나 하우징 안에 가변식 날개를 더하는 가변 지오메트리 구조는 이미 일반화된 기술. 볼보는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 한 가지를 더했는데, 바로 파워펄스다. XC90의 D5 엔진에는 초소형 에어 컴프레서와 압축봄베가 달려 있다. 이 컴프레서는 평소에 공기를 압축해 봄베에 담아두었다가 필요에 따라 밸브를 열어 터빈으로 보낸다. 저회전이라 아직 약한 배기가스에 이 고압의 공기가 더해짐으로써 터빈은 보다 빠른 타이밍으로 회전을 시작한다. 볼보는 파워펄스 기술을 통해 4기통 엔진의 효율은 유지하면서도 기존 6기통 3.0L 엔진에 버금가는, 최고출력 225마력에 최대토크 48.0kg·m(1,750~2,500rpm)를 얻어냈다.

가장 강력하고도 깨끗한 SUV를 목표로: Twin Engine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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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볼보의 작명으로는 T8이 8기통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숫자와 실린더 개수는 무관하다. 사실 이것은 볼보만의 일은 아니다. 다운사이징 바람을 불면서 엔진 크기를 전반적으로 줄여야 하는 자동차 메이커들 모두 비슷한 처지다. 이 차가 4기통이면서도 T8이라는 배지를 단 것은 8기통에 필적하는 성능을 내기 때문. 시스템출력 400마력에 토크 65.3kg·m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6초가 걸리지 않으면서도 L당 40km 연비에 CO₂ 배출량은 km당 59g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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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방식은 뒷바퀴를 모터의 힘만으로 돌리는 e-4WD 구성이다. 앞뒤 바퀴가 기계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대신 연비가 뛰어나며 구동계와 배터리 레이아웃이 자유롭다. XC90의 T6, D5 AWD의 경우 프로펠러 샤프트와 커플러를 활용해 뒷바퀴를 굴리지만 T8은 샤프트가 지나가는 차체 중앙에 배터리팩을 대신 배치하고 뒤차축에 60kW(82마력, 24.5kg·m) 모터를 달았다.

앞바퀴를 담당하는 엔진은 트윈차저를 갖춘 가솔린 2.0L. 기본적으로는 XC90 T6와 동일한 엔진이다. 크랭크샤프트에 34kW의 스타터 겸 제너레이터(CISG)를 달아 필요할 때 최대 15.3kg·m의 토크를 보탤 수 있다.

XC90 T8 트윈 엔진은 출발할 때 뒷바퀴 모터로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차체를 밀어붙이고, 고성능이 필요할 때나 미끄러운 길에서는 앞 엔진, 뒤 모터로 네바퀴를 굴린다. 아울러 토크벡터링 기술을 활용해 보다 강력하면서도 안정적인 코너링을 지원한다. 대부분의 토크벡터링이 코너 안쪽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요잉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이 방식은 코너 바깥쪽 바퀴에 보다 많은 토크를 배분하므로 에너지 활용이나 브레이크 수명에서 유리하다.

안락한 공간을 울리는 프리미엄 사운드: Bowers & Wilkins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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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카 시장이 성장하면서 큰 변화를 맞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오디오다. 요즘은 기본 오디오 음질이 상향평준화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통합되면서 애프터마켓 시장이 거의 사라졌다. 대신 전문 브랜드와 손잡고 개발된 고급 옵션 오디오가 일반화되었다. 마크레빈슨, 뱅앤올룹슨(B&O), 보스, 네임 오디오 등 홈오디오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브랜드들이 자동차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여기에는 최고의 스피커 메이커로 손꼽히는 영국 바워즈 & 윌킨스(B&W)도 포함되어 있다. XC90 도어 트림의 알루미늄 그릴 속에는 노란색 스피커가 자리잡고 있는데, 바로 B&W의 상징과도 같은 케블러 미드레인지에 다름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통신담당 특수작전장교였던 존 바워즈가 로이 윌킨스와 함께 1966년 영국 워딩에 오디오 가게를 연 것이 B&W의 시작이다. 1976년 R&D 센터를 세우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79년, 드디어 오디오 역사에 이름을 남길 걸작 스피커 ‘B&W 801’이 완성되었다. B&W는 역사가 오랜 메이커가 아닌 대신 혁신적인 설계와 신소재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독특한 격자형 엔클로우저 구조는 물론 케블러와 인공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스피커 진동판 등을 과감히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절대적인 환영을 받아 오늘날 발매되는 클래식 음반의 80%가 B&W 스피커로 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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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90에는 B&W의 케블러 미드레인지와 알루미늄 트위터 포함 19개의 스피커가 달렸다. 대시보드 중앙의 센터 스피커는 회절음을 최소화시킨다는 트위터 온 톱(tweeter on top) 기술의 자동차 버전. 하만의 도움을 받은 앰프는 12채널 1,400W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볼보 인포테인먼트의 혁진적인 진보: Sensus Conn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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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 도입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던 볼보는 XC90과 S90을 통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센서스 커넥트는 계기판을 대신하는 8인치, 센터페시아의 9인치 모니터로 구성된다. 터치 모니터 아래쪽에는 홈 버튼까지 달아 마치 태블릿 PC를 대시보드에 이식해 놓은 듯하다. 세로형 모니터의 장점은 자동차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내비게이션에서 두드러진다. 화면은 좌우 스크롤을 통해 기능/내비게이션/응용 프로그램(오디오 등)의 세 페이지를 넘나들며, 큼직한 아이콘으로 직관적이며 시인성과 조작성이 뛰어나다. 디스플레이의 색상과 형식은 드라이버가 직접 세팅 가능하며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안전은 기본 중의 기본: Volvo safety

볼보가 안전의 대명사라는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1959년대 3점식 벨트 특허, 1964년대 후방을 보도록 디자인된 유아용 시트, 어린이용 부스터 시트(1978년), SIPS(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1991년) 등 안전관련 기술에 있어 늘 시대를 선도해온 메이커가 바로 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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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모듈러 플랫폼 SPA(Scalable Product Platform)을 처음 사용한 XC90은 값비싼 초고장력 보론 강철을 운전석 주변과 필러에 사용했다. 단순히 보론 강철 비율을 늘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강성의 소재를 적절하게 배치해 강성 향상과 경량화를 도모했다. 오랜 세월 다듬어온 이런 수동적인 세이프티 기술에 더해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주변 교통상황을 살펴 대응하는 능동적인 첨단 예방안전기술을 통합함으로써 XC90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SUV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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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앞차와의 거리를 살펴 속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도심에서는 차를 세우기도 하는 기능이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차선유지 보조장치 LKA는 너비 2m가 넘는 큰 덩치를 좁은 차선 안에 유지시키는 데 매우 유용할 뿐 아니라 운전자의 실수나 졸음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BLIS와 CTA(후측면 접근 차량 경고)는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살펴 사고를 막는다. 접촉사고가 예상될 경우 자동으로 차를 멈추는 시티 세이프티의 경우 이제 자동차뿐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를 주야간 가리지 않고 잡아내며,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대형 동물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런오프 로드 프로텍션(Run-off Road Protection)은 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나 오프로드나 숲으로 뛰어들 경우를 상정했다. 안전벨트를 미리 당겨 운전자를 시트에 밀착시키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접고, 에어백을 작동시켜 만약의 대형 사고에서 승객 피해를 최소화한다.

First Im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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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큰 비가 쏟아지던 5월 초, XC90을 받아들었다. 안전장비 시험에는 좋을지 몰라도 촬영과 시승에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시승차는 320마력 트윈차저 엔진을 얹은 T6 인스크립션 트림. 그런데 실제 수입 모델과는 세부 트림과 장비가 다르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고 플랫폼이나 엔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니 기본 실력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기로 했다.

모터쇼 행사장에서만 보았던 XC90에 직접 앉아보니 우선 예상외로 큰 덩치와 멋진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이나 실내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볼보보다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장에서의 뜨거운 반응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과 구별되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인 듯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지극히 볼보답다. 쉬울 듯하면서도 까다로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디자인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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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6의 트윈차저 엔진은 토크밴드가 시작되는 2,000rpm 부근에서는 수퍼차저 특유의 휘릭~ 하는 흡기음을 들린다. 소프트한 운전 상황에서도 특별히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며 오히려 은근하게 전해오는 스포티함으로 아드레날린이 상승한다. 더불어 빠른 과급에 힘입어 저속부터 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8단 AT와 어우러져 큰 차체를 경쾌하게 가속시키는 엔진이 겨우 4기통 2.0L라는 사실이 놀랍다. 길이 5m에 육박하는 풍만한 덩치에 알루미늄의 비중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닌데도 무게는 2톤 남짓. 연속되는 코너에서 쉽게 뒤뚱거리지 않고 날렵하게 라인을 그리는 모습은 볼보에 대한 기자의 선입견을 송두리째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XC90은 볼보가 가진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멋진 작품이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뿌리 깊은 독일차의 뻔한 선택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나타난 것이다. 넉넉해진 자본을 바탕으로 진화한 볼보는 매우 신선하면서도 우아했고, 예상을 뛰어넘는 매력으로 충만했다. 아울러 하반기에 국내에 선보일 S90을 비롯해 이후 등장할 다른 모든 볼보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마저 한층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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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볼보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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