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X5, Q7과 경쟁할 벤츠의 카드,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d 4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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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중심 SUV였다. 또한 M-클래스의 성공 덕분에 벤츠도 SUV 라인업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 그런 M-클래스가 GLE로 페이스리프트 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심 SUV가 어떠한 변화를 거쳤는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디자인은 최신 메르세데스-벤츠의 느낌을 따른다. 기존 모델 대비 부드러워진 디자인도 이번 벤츠 SUV들간의 공통된 특징이다. 측면부와 후면부의 변화는 크지 않다. 반면 리어램프의 그래픽 효과와 범퍼 디자인을 바꿔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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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서는 변경된 스티어링 휠과 센터페시아가 눈에 띈다. 신형 커맨드 다이얼도 적용됐다. 하지만 디자인보다 소재의 고급화가 눈에 띈다. 고급 가죽을 실내 대부분에 사용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나 상당한 만족감을 자랑한다.

반면 해외서는 이 디자인에 대해 혹평을 하기도 했다. 센터페시아는 기존과 동일하게 두고 센터 모니터만 타블렛 형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모니터와 커맨드 다이얼만 메르세데스-벤츠 최신 디자인 형식이며, 나머지는 같다. 때문에 억지스럽게 짜맞춘듯하다는 이유로 독일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 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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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경쟁력은 충분하다.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넉넉하며 시트백 각도 조절과 뒷좌석 공조장치도 갖췄다. 시승 차량에는 옵션 사항인 뒷좌석 모니터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화물 공간도 넓다. 2열 시트를 접어 큰 부피의 물건도 실어 나를 수도 있다. 의외인 점은 시트 폴딩 방식이 다소 구식이라는 점. 쿠션을 빼서 접고 시트백을 내려야 한다. 전동까지는 아니라도 원터치 폴딩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한가지 아쉬움을 더하자면 승하차성 부분이다. 차량에 탑승하는 과정이 흡사 높은 계단을 오르는 것 같다. 내릴 때도 살짝 점프하듯 도약해야 한다. 남성들에겐 전혀 문제 없지만 여성 또는 아이들은 조금 불편하다 느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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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올랐으니 주행에 나서보자. 테스트카는 3.0리터 디젤 사양이다. 모델명은 GLE 350d. 지상고가 높은 모델답게 시야 확보에 유리하다. 옆을 지나가는 쏘렌토와 카니발 운전자보다 높은 위치에서 바라볼 정도다. 차 폭도 조금 크게 느껴진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디젤이지만 부드러운 음색을 바탕으로 엔진의 회전이 시작된다.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 소음을 측정한 결과 45.5dBA을 기록했다. BMW X5(F15) 30d가 42dBA을 기록했으니 분명 높다. 하지만 4기통과 같은 "겔겔"거리는 소음이 아니라 나름대로 진중한 사운드를 들려주기 때문에 체감상 소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

주행 감각은 부드러움을 기초로 한다. 메르세데스-벤츠 특유의 스티어링 감각, 디젤이지만 부드러운 엔진의 회전질감, 매끄러운 변속 반응 등 고급 SUV로써 갖춰야 할 부분들을 잘 갖춰내고 있다. 미끄러지듯 출발하는 감각은 동급 경쟁모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부분이다.

승차감은 에어 서스펜션이 담당한다. 상당히 똑똑한 서스펜션이다. 기본적으로 푹신한 성격을 갖지만 그렇다고 출렁거리지 않는다. 물론 주행모드 변화에 따라 승차감도 크게 변한다. 적어도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이 서스펜션은 옵션으로 택해야 한다.

이제 본격 테스트에 나선다. 먼저 디젤 특유의 토크를 앞세운 발진 가속성에 대해 알아봤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에 소요된 시간은 7.3초. 우리팀이 직접 측정한 GLE 350d의 차체 무게는 2,340kg 정도였다. 이와 같은 수치를 감안할 때 부족함 없는 성능이다. 무엇보다 체감상 가속감도 충분했다. 350d의 제원상 출력은 258마력, 토크는 63.2kg.m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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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 전개를 이어간다. 일단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 꾸준히 속도를 올려나간다. 200km/h 영역을 넘나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차체 무게의 영향으로 토크감은 상쇄됐지만 속도를 높이는데 있어서 만큼은 부족함 없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것.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최고 수준이다. 오랜시간 메르세데스-벤츠를 지켜봤지만 이 분야에서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거기에 AWD 시스템은 4Matic은 안정감을 한번 더 키우는 역할까지 해낸다. 때문에 시속 100km로 정속주행을 하다보면 답답하다는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또한 계기판을 주시하지 않고 주행하다 보면 속도가 크게 상승할 수 있는 만큼 크루즈 컨트롤 등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속 성능보다 인상적인 것은 제동 성능이었다. 2.3톤이 넘는 거구지만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37.74m를 기록해 냈다. 제동 테스트를 수 차례 진행해도 38m 이상 밀려나지 않았다. 기본적인 제동 내구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진다. 참고로 오토뷰팀의 측정장비 오차는 ±3cm 수준이다. 지속된 테스트에 의해 브레이크 패드에서는 연기가 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환경에서도 꾸준하게 성능을 지속시켰다. 참고로 GLC는 제동 테스트 5회 이후부터 피로도가 커졌는데 아무래도 상급의 GLE 쪽에 더 여유를 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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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주행은 편했다. 특히 빠른 엔진 반응이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다른 디젤 엔진처럼 반박자 쉬고 출력과 토크를 키워가는 것이 아니라 가속 페달 조작에 따라 바로바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부스트를 최대한 끌어올리면 터보랙이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가벼운 페달 조작에 따른 응답성 만큼은 분명한 장점이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특성은 도심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운전을 편하게 만든다.

그밖에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인 디스트로닉 플러스는 차간거리 조정, 정차 후 재출발, 스티어링 개입으로 차선유지 기능까지 지원해 준다. BMW 7시리즈처럼 차선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해도 옆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제어해준다. 시스템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물론 이는 옵션이다. 앞서 언급된 에어 서스펜션과 디스트로닉 플러스를 더하면 약 800만원 가량 가격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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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 자동변속기에 대한 만족감 역시 높다. 변속 속도, 동력 전달감, 부드러움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완성도가 강점이다. 단점을 찾기 힘들 정도다. 기존에는 BMW가 사용하는 ZF의 8단자동변속기가 최고라 칭송받았다. 특히나 스포츠 8단 변속기는 빠르며 막강한 성능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9단은 이와 같은 성능에 기어단수까지 하나 추가된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7단 자동변속기를 내놨을 때 만족도는 크지 않았다. 물론 6단을 넘어서 7단이라는 것이 신기했지만 저속서의 쇼크 등이 아쉬움이었다. 당시는 이것이 테스트카 만의 문제라 생각했지만 결국 다양한 차량들을 통해 약점임이 부각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7단 변속기의 완성도 역시 올랐다. 반면 이번 9단 변속기는 부족함을 찾기 힘들다. 앞으로 벤츠는 이 변속기를 확대 적용할 것이다. 그에 따른 상품성과 성능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9단 자동 변속기는 빠른 변속 속도를 자랑하면서도 충격을 만들지 않는다. 고급차다운 승차감을 이어가는데도 문제가 없다. 또한 스포츠 모드와 수동 모드에서의 빠른 반응이 마음에 든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즉각 기어를 내려 엔진 브레이크 모드로 들어간다. 덕분에 재가속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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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인딩 코스에서 주행감각과 기본기를 확인해볼 차례다. 사실 SUV로 와인딩 로드를 달릴 소비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이는 기본기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서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과거부터 우리팀은 다양한 차량들을 유사 조건에서 테스트한다. 대형 세단을 이런 조건에서 테스트했다고 욕을 먹기도 했다. 당시로썬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국산 제조사도 자사의 최고급 대형세단이 유럽 서키트에서 테스트되었다는 점을 자랑한다.

다시금 GLE를 발진 시킨다. 역시나 가속감은 묵직하다. 다른 차량 같으면 코너를 앞두고 제동시점에 여유를 둬야 하지만 GLE의 제동 능력은 여유롭다. 이미 기본적인 제동 능력을 숙지한 터라 조금은 빠듯하게 제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기본적인 특성은 언더스티어. 물론 AWD 시스템이 적용된 다른 모델들도 이 특성이 기본이다. 하지만 차체무게 등을 감안할 때 GLE는 좋은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 물론 타이어 성능도 이를 지원한다. 타이어는 굿이어의 Eagle F1 SUV-4X4라는 모델. 익숙하지 않은 모델이지만 성능은 무난했다. 적어도 GLE의 성능과 성격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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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 성능도 무난하다. 물론 SUV를 기준으로 할 경우다. 특히나 스포트 모드로 전환했을 때의 성능 향상이 눈에 띈다. 경쟁차인 BMW X5 30d의 경우는 M 서스펜션이 아닌 이상 출렁거리는 모션을 보인다. 때로는 허둥된다. 반면 GLE는 적정 수준의 바디롤을 기초로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한가지 변수가 있다. 에어 서스펜션이 없는 기본 모델의 경우 조금 다른 성능을 보여줄 수도 있다.

오랜 시간 와인딩 로드를 달릴 필요가 없었다. SUV로는 충분한 성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 평가만 남았다. 사실 중형급 SUV 시장서의 인기는 BMW 쪽이 우세하다. X5는 물론이고 쿠페형의 X6라는 카드까지 갖고 있다. 조만간 아우디도 새로운 Q7을 내놓는다. 사실 GLE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상품성 업그레이드를 통해 경쟁할 만한 채비를 갖췄다는 점은 분명하지 않나 싶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타사 대비 할인폭이 크지 않다는 것. 특히 아우디와 BMW의 가격정책은 동네 시장을 연상케 한다. 몇 달 만에 10%, 혹은 20% 가까이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이는 중고차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사실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할인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조금 더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그때그때 다른 가격 정책으로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보다는 높게 불러 유지하는 벤츠의 방식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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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뷰 로드테스트팀 김선웅 기자(start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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