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AL GEAR-UP, 우랄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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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아서 더 주목받는 가치가 있다. 우랄 사이드카는 냉전시대, 공산주의라는 질소포장 안에서 70년이 넘는 세월을 변치 않고 유지해 온 복제된 마스터피스다.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 시대를 초월하는 공감이 가슴을 두드린다.
"이게 몇 년 식이에요?"
잠시 세워 둔 우랄 기어업 주변에 구경하느라 한참 서성이던 한 중년 남성이 물어온다. 2015년이라고 답하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눈빛에 기대감에 대한 배신감도 비춰진다. 아차, 아마도 내가 오기 전까지 그가 일행에게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 풀어놓은 '썰'이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그냥 그의 기대대로 1950년쯤이라 대답 할 걸 그랬나 싶다. 외형부터 딱 그때쯤 만들어진 물건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으니 말이다.
리딩 링크 포크 방식의 프론트 서스펜션은 급제동 시 노즈다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식이다
IMZ 우랄
러시아 IMZ(Irbitskiy Mototsikletniy Zavod 이르비트 모터사이클 공장)사의 우랄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군 기갑군단의 R-71사이드카의 기동성에 약이 오른 소련군은 당시 연합군 동맹이었던 미국의 할리데이비슨의 군용 모터사이클을 기다렸고 실제로 이때 할리데이비슨이 수평대향 엔진을 만들어 내놓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전리품으로 얻게 된 R71와 설계도를 이용해 볼트하나까지 그대로 카피한 M 72를 만들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원본이 워낙 훌륭해서인지 카피도 꽤 괜찮은 성능을 냈다고 한다. 이후 BMW가 R 71의 후속인 R75를 내놓았는데 소련은 이 R75 역시 입수해 엔진의 개선점 및 2륜구동 시스템을 카피한다. 전쟁 중에 일어난 복제라서 BMW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종전 후에도 소송을 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시간이 멈춘 듯 그 모습 고스란히 간직한 채 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변화를 최소화하며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공산국가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율경쟁이었다면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르고 살아남았다면 미끈하고 신소재를 사용했지만 원가절감에 개선된 구조로 지금의 우랄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요즘의 자동차처럼.
어쨌든 몇 차례나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반세기를 훌쩍 넘게 잘 버티고 나니 다시 레트로가 주목받는 시대가 왔고, 우랄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 모델을 70년 넘게 만든다는 것은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기본 설계가 오래된 것이긴 해도 70년을 다듬으면 꽤나 쓸 만한 물건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신형 기어업의 다듬어진 변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엔진이 무려 최첨단(?)의 인젝션엔진이 되었다. 시동을 걸 때 겨울인데 일발에 걸려서 놀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러시아에 비하면 여긴 봄 날씨니까 당연한 것이구나 싶다. 사이드카의 필수품인 스티어링 댐퍼도 프릭션 댐퍼에서 현대적인 유압식 댐퍼로 변경되었으며 브레이크가 전륜뿐만 아니라 사이드카측 브레이크도 디스크로 변경되었고 브램보 캘리퍼를 장착했다. 요즘 바이크에는 당연한 것들이지만 우랄에는 엄청난 변화다. 마치 거북이 등에 탄 달팽이가 느끼는 속도감이랄까?
샤프트로 연결된 파이널드라이브에서 바로 구동축이 하나 더 빠져서 사이드카 휠을 구동시켜준다
기어업은 우랄의 사이드카 라인업 중 실제 러시아 군에서 운용중인 모델과 가장 가깝고 오프로드에 최적화 된 모델이다. 여기저기에 군용삽이며 제리캔, 서치라이트가 달려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인젝션화 된 엔진이지만 필링은 옛날 그 느낌 그대로다. 푸시로드가 밸브를 여는 OHV방식의 엔진은 달달거리는 소리를 내고 41마력의 소박한 출력을 내지만 고동감이며 토크는 제법 두툼하다. 요즘의 매끄럽게 돌아가는 BMW 박서엔진들에 비하면 덜덜거리는 진동이 제법 느껴지지만 엔진 필링자체는 부드럽다. 엔진부터 미션까지 조금은 헐렁한 느낌이 옛 것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스로틀을 여는 만큼 엔진이 피스톤질을 해 회전운동을 만들어낸다는 엔진의 기본은 확실히 해낸다. 이 이상은 있으면 좋은 것이고 없어도 별 문제 없는 수준이랄까?
가속은 보통 승용차들 수준이다. 빠르지는 않지만 교통흐름을 따라 가기에 충분하다. 급가속을 하면 왼쪽이, 급브레이크를 잡으면 오른쪽이 미세하게 앞서는 사이드카의 특성은 약간 남아있지만 무섭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다. 시속 100km이상 달려도 주행 안정성은 상당히 좋다.
작은 원형계기반은 속도계와 트립미터 뿐. 나머지 램프들이 바이크 상태를 표시한다
사이드카의 코너링은 비대칭의 구조 때문에 좌코너와 우코너 공략법이 다르다. 우측 사이드카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좌코너는 핸들을 틀면 돌아가는 자동차와 비슷한 감각으로 돈다. 주의해야 하는 것은 우코너다. 페이스를 너무 높여 돌면 사이드카 쪽이 뜨고 심하면 전복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이드카 레이스에서는 사이드카에 탑승하는 코라이더가 뜨지 않도록 매달리다시피 체중 이동을 하는 것도 이걸 막기 위함이다.
외형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카브레터 대신 인젝터가 장착되어 있다
그렇다면 달리는 게 불안하지 않을까? 사실 사이드카의 코너링 문제의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냥 코너를 천천히 달리면 된다. 익숙해 질 때까지 속도를 조금만 줄여도 아주 안정적이다.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사이드카 특유의 코너링이 상당히 재밌다. 모터사이클과는 전혀 다른 테크닉이 필요할 뿐이다. 유압 댐퍼의 추가로 핸들링이 훨씬 안정적이 되었다.
기어는 4단에 후진기어가 있다. 후진기어를 넣으려면 우선 기어를 중립에 두고 뒤꿈치로 후진기어 레버를 세우면 턱 하고 기어가 들어간다. 그 상태에서 클러치를 붙이면 거꾸로 간다. 주차할 때뿐만 아니라 오프로드에서 아주 유용하다. 진흙이나 모래더미에 빠져도 2륜구동에 후진을 넣고 빠지면 어지간한 곳은 다 빠져나올 수 있다. 자동차에선 익숙한 후진이 모터사이클 포지션으로 경험하면 꽤 신선한 느낌이다.
시트두개+소파하나 3명이 동시에 탈 수 있다
2WD의 강력함
우랄의 장점이라고 하면 바로 2WD, 2륜구동 모드다. 샤프트 드라이브의 마지막 기어에 구동샤프트를 더해 사이드카까지 연장하는 구조다. 파트타임 2륜구동인데 디퍼런셜이 없어 온로드에서 2륜구동을 넣으면 직진성만 강해지고 코너 돌면 회전수가 달라지는 두 타이어가 서로 훼방을 놓으며 신음소리를 내고 구동계에 무리가 간다.
하지만 오프로드에서는 험로 주파성이 어마어마하다. 바퀴 하나만 닿아있어도 구동력이 걸려준다. (디퍼런셜이 있으면 바퀴 한쪽이 뜨면 무조건 헛돈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사이드카의 이미지도 이 덕분에 생긴 것이다. 경사로도 아무렇지 않게 슬금슬금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2WD모드에서는 유턴이나 짧은 방향전환은 리어를 드리프트 하듯 슬라이드 시켜서 돌아가는 것이 회전반경도 작고 빠르다. 물론 이런 빠른 방향전환은 좌측으로만 해야 하니 조작할 때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사이드카 쪽에 타면 의외의 승차감에 놀라게 된다. 예상과 달리 부드러워 어지간한 장거리도 문제없을 만큼 편하다. 시트 포지션이 스포츠카 수준으로 낮아 속도감이 더 느껴지긴 하는데 우랄 자체의 속도 자체가 빠르지 않아 무섭지 않다.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은 200%다. 사이드카 전용 윈드스크린 덕분에 크게 춥지도 않았다.
사실 겨울의 시승이기에 눈이 내리면 눈 내린 겨울 풍경 속을 달리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 태생에 어울리는 풍경이랄까? 그런데 눈을 기다리는 동안 한 달이 거의 다 지나게 생겨서 할 수 없이 화창한 겨울하늘아래 촬영이 진행되었다. 추위를 싹 잊을 만큼 재밌게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 주변에 깔리는 어스름과 함께 갑자기 함박눈이 내린다. 거참 타이밍한번 기막히게 못 맞춘다.
하지만 덕분에 눈 내리는 도로를 달리는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내리는 눈이 바로 엷은 빙판이 되는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제대로 달릴 수 있었다. 두 바퀴의 바이크를 타고 있었다면 과연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을까 싶은 심각한 상황이었지만 우랄 사이드카이기에 너무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리어브레이크 역시 드럼. 파킹브레이크 기구가 더해진 캘리퍼가 장착된다
스페어 휠은 전륜과 사이드카 측에 허브만 교체하면 호환가능하며 타이어는 전 사이즈가 동일해 어디든 끼울 수있다
사이드카의 매력?
사이드카가 가지는 장점은 보이는 대로 확실하다. 바퀴 하나가 추가되었으니 혼자서 자립할 수 있으며 커다란 공간이 생겼으니 사람을 더 싣고 짐을 더 싣기에 좋다. 반면 단점역시 확실하다. 어지간한 경차만큼 커진 탓에 주차에도 자동차와 똑같은 공간을 차지하고 비대칭적인 구조 때문에 자동차나 바이크만큼 속도도 높일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가 사이드카를 꿈꾸는 이유는 단순하다. 모터사이클의 다양한 매력 중 ‘낭만’은 오히려 극대화 되어있으면서도 합법적으로 셋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셋이냐, 몇 해 전 딸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직은 함께 라이딩을 즐기기엔 너무 어린 나이지만 머지않아 바이크 뒷자리에 아내와 딸 중에 하나만 태울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다. 벌써부터 걱정하는 것이 우습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결혼했고 아이가 있는 라이더라면 아마 비슷한 고민을 한 적 있을 것이다.(웃음)
다양한 조작레버가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좌측부터 2WD전환레버, 파킹브레이크, 후진기어레버 순이다
스티어링 댐퍼는 유압식으로 변경되었다
내게 우랄의 매력은 이렇게 느슨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것들에서 나온다. 요즘 것들의 고출력엔진이나 매끈한 유선형 바디도 물론 매력 있지만 바이크라는 것이 꼭 그런 수치들이 높아야 좋은 것만은 아니다. 철판과 두드리고 쇠파이프를 구부려 만든 물건에는 플라스틱에서 느낄 수 없는 묵직함이 있다. 엔진이 조금 느슨하고 출력이 부족해도 재밌는 것이 좋다. 바이크는 즐겁기 위해 타는 것이고 즐거움은 스펙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니까. 폭스바겐 오리지날 비틀이나 오스틴 미니가 요즘의 비틀이나 BMW미니보다 더 매력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공감할 것이다.
우랄 기어업을 타고 정말 즐거웠다. 가보고 싶은 곳도, 함께 타고 싶은 사람도, 함께 하고 싶은 일들도 생각난다. 분명히 두 바퀴의 모터바이크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트렁크에는 캠핑장비를 한가득 싣고 산으로 들로 떠나고 싶어진다. 1941년, 스탈린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 사이드카가 75년의 시간을 관통해 21세기 라이더의 마음을 흔든다.
- URAL GEAR-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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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수평대향2기통 OHV 2밸브
- 보어×스트로크 78mm ˟78mm
- 배기량 749cc
- 압축비 8.6:1
- 최고출력 41ps/5500rpm
- 최대토크 57Nm/5500rpm
-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 연료공급방식 전자식 퓨얼 인젝션
- 변속기 4단 리턴+후진1단
- 클러치건식 더블디스크
- 서스펜션 (F)리딩 링크포크 (R)더블사이드 스윙암
- 브레이크 (F)싱글 디스크 (R)싱글 디스크+차측 싱글디스크
- 타이어 Duro HF-308, 4.0×19″
- 전장×전폭×전고 2509˟1615˟1382(mm)
- 휠베이스 1310mm
- 시트높이 812mm
- 차량중량 331kg
- 판매가격 25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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