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DES-BENZ E-CLASS vs BMW 7 SERIES, WHO IS SMA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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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세단 두 대를 맞붙였다. 누가 더 똑똑한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두 차에 담긴 기술의 우위를 가리는 건 꽤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두 브랜드의 서로 다른 철학만큼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자율주행 시대가 오는 걸까? 얼마 전 TV에서 두 편의 광고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과장이 심한 현대 모비스의 광고(외계인편)는 그렇다 쳐도, 벤츠 E클래스의 광고 컨셉트가 자율주행이라는 사실에는 적잖이 놀랐다. 게다가 BMW 코리아도 최근 7시리즈로 무인주차 시범을 보이지 않았던가? 테슬라 S의 오토파일럿 사망 사고를 보며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에서 가장 진화했다고 여겨지는 두 차를 불러냈다. 주인공은 바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BMW 7시리즈. 데뷔와 동시에 각종 주행보조 시스템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최첨단’ 세단들이다. 우리가 이 차들에서 집중한 장비는 두 가지다. 흔히 ‘반 자율주행 장비’라고 불리는 차선유지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과 자동주차 시스템이다. 이 둘은 현재 가장 진화한 주행보조 장비로, 자율주행으로 가는 중간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인 벤츠와 현실에 충실한 BMW
자율주행 기술은 그 수준에 따라 L0부터 L4까지 5단계로 나뉜다. L0는 수동주행, L1은 특정기능 자동주행, L2는 일부기능 통합 자동주행, L3는 조건부 자율주행, L4는 완전 자율주행이다. 현재 자동차 회사들이 선보이는 자율주행 기술은 가속과 감속 페달, 그리고 스티어링 휠 등을 특정 조건에서 자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L2 수준이다.
신호등은 인식하지 못하지만, 스스로 앞으로 가고 서는 기술은 이제 꽤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스로틀 보디 플랩 와이어에 액추에이터를 걸어 일정 속도를 유지하던 기계식 크루즈 컨트롤이 장거리 레이더와 EPB(전자식 브레이크)의 도움을 받아 앞차와의 거리까지 일정하게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진화한 지가 이미 10년도 넘었기 때문이다. 최신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은 도로 흐름에 맞춰 차를 완전히 정지시켰다가 다시 출발까지 한다. 또한, 그중 대부분은 정면충돌이 예상되면 스스로 차를 정지시키는 긴급제동 시스템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차선유지 시스템은 아직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에 비해 완성도가 높지 않다. 차선인식 자체가 차간거리 인식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렵기도 하거니와 스티어링 제어가 엮인 통합 시스템이 등장한 지 아직 5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법규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제네바 협정은 운전자가 언제든 제어할 수 있다면 시스템 개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됐지만, 스티어링 제어에 대한 법규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운전자가 일정 시간 이상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있으면 경고를 하고 조치가 없으면 곧 기능을 해지시켜 버리는 로직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비교를 진행하며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보다는 차선유지 시스템에 집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차의 시스템은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때문에 일정 구간을 정해두고 직접 달리며 두 시스템을 비교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굳이 자율주행에 가까운 차를 꼽으라고 한다면 E클래스의 승리다.
E클래스의 차선유지 시스템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어떤 양산차보다도 유연하다. 심지어 윗급인 S클래스보다도 완성도가 높다. S클래스의 시스템이 고속도로용이라면 E클래스는 시내 자동차 전용도로까지 커버한다. 아주 완만한 코너에서도 아슬아슬했던 이전과 달리 적당한 코너에서도 불안하지 않다. 특히 앞차의 궤적을 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차선이 사라지는 교차로 같은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리는 것이 인상적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가 하나 더 있다. 이제껏 차선유지 시스템의 작동시간을 ‘연장’하려면 경고 메시지가 떴을 때 스티어링 휠을 약간이나마 흔들어줘야 했다.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인식해야 작동 제한시간이 ‘리셋’되기 때문이다. 현재 S클래스와 7시리즈가 이런 방식이다. 그런데 E클래스에서는 이 과정이 한층 더 간단해졌다. 스티어링 휠에 추가된 작은 터치패드(터치컨트롤, 계기판/인포테인먼트 조작용)를 만지면 운전대를 잡았다고 인지한다. 즉, E클래스에서는 경고 메시지가 뜰 때마다 터치패드를 손가락 끝으로 ‘톡’ 치기만 하면 차선유지 시스템의 지속시간이 연장된다. 참고로 E클래스의 차선유지 시스템은 35~50초가 지난 다음에 경고메시지를 띄운다.
실제로 기자는 E클래스를 타고 차선유지 시스템과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에 의지해 평일 낮 12시쯤 서울 올림픽대로 강일IC에서 종합운동장 분기점까지 달렸다. 경고메시지가 뜰 때마다 터치패드만 건드렸을 뿐, 아무 조작도 하지 않았다.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완만한 코너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구간 길이는 약 14km, 소요시간은 약 9분이었다. 목적지가 강남구 삼성동이 아니었다면 올림픽대로를 계속 달리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미래지향적인 E클래스와 달리 7시리즈는 현실적이다. 스스로 달리는 것보다는 안전운전을 돕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굽이진 길에서 미리 스티어링 휠을 살짝 돌려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고(운전대가 기분 좋게 가벼워지는 건 덤이다), 차선을 바꾸는 도중 앞차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스스로 앞머리를 비틀어 사고를 막는 등 ‘보조’ 역할에 충실하다.
7시리즈의 경고메시지를 띄우는 시점은 약 10초다. 운전자의 존재를 자주 확인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차선유지 지속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를 기술력 부족으로 볼 수는 없다. 차선을 인식하고 조향을 보조하는 기능이 아주 뛰어난 걸 보면, BMW는 직접 운전할 때만큼(혹은 그 이상으로) 긴장해야 하는 미완성 반자동주행에는 아직까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운전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겠다는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부족한 자동주차 실력
E클래스와 7시리즈는 무인 자동주차 기능을 갖춘다. 차체 외부에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키로 차를 주차공간 안으로 넣거나 뺄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 대한민국 전파법에 맞는 인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차 안에서 사용하는 자동주차, 즉 운전석에서 버튼만 누르면 차가 알아서 주차를 하는 시스템은 지금도 지원한다. 자동주차는 가감속 페달 또는 변속레버를 직접 조작해야 했던 구형 주차보조 장치들과는 다른 차원의 자유를 준다. 주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운전자에게 환영받을 시스템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두 차의 자동주차 사용법은 비슷하다. 버튼을 누르고(활성화) 빈 주차공간 옆을 지나친 후(스캔), 화면에 뜨는 주차 자리를 선택한 다음 지시(E클래스: 후진기어, 7시리즈: 방향지시등)만 내리면 된다. 다만 주차가 끝날 때까지 자유로운 E클래스와 달리, 7시리즈는 변속레버 옆의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한다. 기능에도 조금 차이가 있다. E클래스는 전/후진 수직과 평행 주차, 그리고 출차까지 지원하지만 7시리즈는 후진 수직과 평행 주차만 지원한다.
그러나 주차공간 인식능력은 7시리즈가 앞선다. 7시리즈는 빈 주차공간 6개 중 평균 3개를 인식했지만, E클래스는 평균 2개를 인식했다. 물론 두 차 모두 인식률이 50% 안쪽이니 아직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같은 조건에서 주차에 걸린 시간은 비슷했다. E클래스는 36.35초, 7시리즈는 38.38초를 기록했다. 7시리즈의 차체가 더 크니 7시리즈가 더 빠른 셈이다. 움직임 역시 7시리즈가 한층 더 부드러웠다. E클래스는 제동시 약간의 진동과 울컥거림, 그리고 소음이 발생했다.
번외 테스트: 긴급제동 시스템
사실, 우리는 자동주차 시스템의 정확하고 안전한 비교를 위해 종이박스 80개를 준비했다. 주차 칸 양 옆에 박스로 가상의 차(장애물)를 만들고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두 차 모두 박스 사이의 공간을 거의 인식하지 못했다. 주차 라인도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고, 공간도 적당했는데 말이다. 주차공간 크기와 박스 높이를 여러 차례 바꿔 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유가 궁금해진 우리는 각 제조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 중 한 담당자가 빈 종이박스가 센서 신호를 반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레이더 신호는 모르겠지만 소나 신호는 그럴 리가 없는데, 자동주차는 소나를 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어쨌든 우리는 레이더가 빈 종이박스를 인식하는지 못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긴급제동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
결과는 사진으로 보는 것과 같다. 같은 조건에서 E클래스는 박스 약 2m 앞에서 섰고 7시리즈는 박스와 부딪혔다. 크루즈 컨트롤을 이용했기 때문에 페달 조작은 전혀 없었고, 결과는 두 번 다 마찬가지였다. 사실 7시리즈는 테스트 전부터 레이더 고장 메시지를 간헐적으로 띄웠었다. 그러나 BMW 코리아 측에 문의한 결과 사고도, 고장도 없었던 멀쩡한 차로 확인됐다. 그래서 우리는 BMW 코리아와 긴급제동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필요하면 추가 테스트라도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동차생활의 마감이 끝날 때까지 BMW 코리아의 연락은 없었다.
※ 사진 속 검정색 7시리즈(750Li, 베이지 실내)는 자동주차 시스템이 빠진 초기형 모델이다. 자동주차 테스트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다른 7시리즈(740d, 브라운 실내)로 진행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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