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DES-AMG C 63] TWO SMOKING BARR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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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 깡패의 개과천선
꽤 오랫동안 C-클래스보단 3시리즈 타입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해 왔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 그리고 필연적으로 나이를 먹으면서 -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전보다 자주 하게 됐다. 언젠가는 3 시리즈 너머로 슬쩍슬쩍 C-클래스를 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각각의 현세대 모델들에 관해서는 확실히 예전만큼 BMW의 손을 들어줄 자신이 없어졌다.
3시리즈가 나빠진 것은 아닌데 C-클래스가 정말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행로를 C쪽으로 완전히 꺾을 수 없게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외관이다. 버전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작고 수수해 보이는 외관 말이다.
강력한 성능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AMG 브레이크
그래서, C 63을 만나러 가는 길에 은근 기대한 것은 ‘당연한’ 고성능보다도, 여느 C-클래스와는 차별되는 특별한 아우라 - 결국은 외관 - 였다. 물론 이것도 어폐가 있는 것이, 그동안 AMG 버전의 C-클래스가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확 띄는 외관을 자랑하는 차는 아니었다. 보디패널은 그대로 쓰고 엔진만 바꿔 넣은 차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안에 뭘 숨기고 있는지 꽁꽁 싸맸고, 그게 또 매력이었다. 아무튼, 평범한 C에서의 아쉬움을 AMG 버전은 채워주길 바랬고, 그 막연한 기대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첫 만남으로 이어졌다.
C 63을 받으러 간 주차장 바로 옆 칸엔 마침 노멀한 C-클래스가 나란히 서있어서 단박에 비교가 됐다. 색상까지 - 펄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 흰색으로 동일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C-클래스 옆에 서있는 저 큰 차는 뭐지?’라고 생각해버린 것이다. 넓은 흡기구 및 카본 장식과 함께 54mm 길어진 범퍼, 14mm씩 넓어진 알루미늄 펜더, 그리고 좀 더 땅에 달라붙은 형상이 이런 효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아, 두 개의 파워돔을 가진 알루미늄 보닛도 C 63의 전유물이긴 하다. 하지만 커 보이는 효과는 앞쪽에 집중되어 있다. 후미의 변화는 디테일한 장식들에 치중되어 보다 비싸 보이는 역할만 한다. 하지만 아직 더 놀랄 것은 남아있었다.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앉았을 때, 순간적이지만 다시 한 번 이 차가 C-클래스가 아닐 거란 착각을 했던 것이다.
C에서, AMG에서 만나리라 예상치 못했던 모습이다
요즘 C-클래스는 실내가 좋다. 경쟁 모델들에 비해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C 63은 그걸 바탕에 깔고 봐도 놀랍다. M3가 3시리즈와 스포티한 분위기만으로 차별화되는 것과는 다른 수준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과 섬세함에 탄성이 흐른다. ‘이중 상당수는 옵션일 거야’, 의심도 해본다. AMG 전용 헤드업 디스플레이, 부메스터 오디오, 360도 카메라 등등 풍부한 편의 및 안전 사양을 기본으로 갖추었다. 가장 강력할 뿐 아니라 가장 고급스런 C-클래스라 할 만하다. 가격이 두 배가 넘으니 그래야 하겠지. M3와 마찬가지로, 뒷좌석엔 도어가 있고 송풍구가 있다. 열선도 좀… 하려다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넘어간다.
3 시리즈와 비교해보라. 전자제품은 최신모델이 갑!
중요한 건 물론 엔진이다. 직전까지 C 63은 이 작은 차체에 무려 V8 6.2L 자연흡기 엔진을 얹어 왔고, 이런 광기 어린 작업은 AMG가 다임러 산하에 있지 않던 시절부터 자랑해 온 튜너로서의 특기였다. 하지만 트렌드에 맞춰 이번 C 63은 배기량이 낮춰졌고, 그걸 보완할 트윈 터보가 더해졌다. M3와 달리 V8 포맷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배기량은? 5.5L를 쓰는 덩치 큰 ‘63’들과 달리 4.0L다. AMG GT의 바로 그 V8. GT가 엔트리(?) 버전과 S로 나뉘듯, C 63도 일반 버전은 476마력, S는 510마력을 낸다. 시승차는 전자다. 아쉬움은 없다.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려주기만 해도 1.8톤의 무게는 기억 너머로 사라진다. 주행모드에서 간섭쟁이를 느슨하게 한 상태라면 페달 조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눈 딱 감고 꾹 밟았다간 뒷 타이어의 파편들이 온 사방을 하얗게 만든 가운데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8기통이니 배기구는 4개. 아니, 가만...뭔가 이상한데?
수시로 타이어를 갈 생각이 아니라면 그 전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우레와 같은 소리가 도움이 된다. 세련됐다, 우아하다, 고급스럽다 싶던 감상은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놓는 순간 쌍돌아이 불량배 친구와 인파 속에 나온 사람 같은 안절부절로 바뀐다. 우당탕탕 요란한 배기음은 민폐가 따로 없다. 이런 차가 어떻게 인증을 통과했을까 의문이 생기는 것은 잠깐이고 ‘그래, 바로 이거지!’ 쾌재를 부르며 즐기게 된다. 실은 콤포트 모드에 놓더라도 음소거가 되진 않는다. 재시동이 걸릴 때마다 이목을 끄는 게 낯 뜨거워 스타트 스톱을 꺼야 할 정도다. 출발할 때도 일부러 반클러치를 쓰는 듯 머뭇거리다가 페달을 쭉 밟아주면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 으르렁거리며 전진한다. 그래서인지 주유소도 자주 가야 한다…
문짝 네 개짜리 AMG GT. 정말 합리적이지 않은가?
어쨌든 컴포트 모드에선 가변 댐핑이 눈에 띄게 나긋해진다. 다른 차의 주행사진을 찍느라 이 차에 올랐던 사진기자는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한 대중차보다 편평비 35타이어를 끼운 이 차의 승차감이 좋다. 주행모드를 단단하게 조이면 노면에 따라 심하게 튈 순 있지만 과하거나 거칠다는 느낌까진 들지 않는다. 스티어링의 예리하고 민첩한 특성은 한층 부각된다. 밀어붙이면 언더스티어 기미가 나타나지만 쉽게 바로잡을 수 있다. 뒤에는 기계식 디퍼렌셜 록도 달렸다. 어디까지가 자기 실력인지 모호할지언정 짜릿한 경험을 제공한다. 그 순간만큼은 세단이 아닌 스포츠카다. C 63은 누구처럼 타고난 스포츠맨이 아니다. 하지만 말쑥한 셔츠 사이로 엿보이는 털...아니 가슴골이 장난 아니다.
왜소해 보이는 게 유일한 불만이었다면 C 63이 답이다. 추가 부담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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