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ER : SSANGYONG KORANDO SPORTS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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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스포츠가 달린다. 풍요로운 오픈 데크를 단단한 프레임에 얹고, 산을 넘고 개울을 건넌다. 더 강력한 심장, 더 세밀한 미션을 달고 SUV 시장을 넘본다. 코란도 스포츠가 달린다. 경계를 허문다. 한계를 돌파한다.
‘New Experience’. 쌍용자동차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의미심장한 울림을 남겼다. “어서 와, 픽업트럭은 처음이지?”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례적으로 길고 다채로운 시승코스를 준비한 것에 놀라며,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아우르는 약 100km의 시승길에 올랐다.
‘더뉴 코란도 스포츠 2.2’의 ‘더뉴’가 무색할 정도로 겉모습만 봐서는 달라진 점을 알아채기 어려웠다. 기존 격자무늬 그릴이 납작한 벌집 모양으로 변했고, 넛지바와 스키드 플레이트 옵션의 컬러가 조금 바뀌었을 뿐. 쓸 만한 변화라면 센터페시아 하단에 USB 충전단자가 생긴 것 정도다.
시트포지션은 코끼리 등에 올라탄 듯 높은데, 루프는 더 높아서 1·2열 모두 헤드룸이 남아돌았다. 있는 힘껏 공간을 짜낸 덕에 2열 레그룸이나 등받이 각도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뒷유리에 볼을 비비고 있는 뒷좌석 헤드레스트의 노고에 감사할 일이다. 실내등이 무려 LED인데, 뒷좌석 가운데에 컵홀더가 달린 암레스트도 펼쳐지는데, 1열 통풍 및 온열시트와 2열 온열시트까지 달려 있는데, 실내는 왜 그렇게 휑하고 초라하게 느껴졌을까. 알 수 없는 갈증이 남았다.
무게가 2톤에 달하는 차치고 꽤나 경쾌하게 튀어나갔다. LET(Low-End Torque) 컨셉트로 개발된 2.2L 디젤 엔진(e-XDi220)은 심성이 바지런해 최대토크를 1,400rpm부터 2,800rpm까지 꾸준히 토해낸다. 최고출력은 178마력, 최대토크는 40.8kg·m. 기존 2.0L 엔진 대비 각각 14.8%(23마력), 11%(4.1kg·m) 향상된 수치다. 기존 벤츠 5단을 대신하는 새로운 아이신 6단 트랜스미션은 기민하고 매끄러운 가속의 숨은 공신이다.
쌍용이 기존 코란도 스포츠 구입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U&A(Usage & Attitude)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세 감면(84.6%), 4륜구동(70.4%), 적재공간(66.7%)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행성능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새로운 코란도 스포츠는 바로 그 부분을 집중 보강해 나온 모델이다.
하지만 픽업트럭은 어디까지나 픽업트럭. 이름에 ‘스포츠’가 붙어 있다고 스포츠카일 리 있겠는가. 새로운 파워트레인 역시 딱 일상주행에서 답답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지녔을 뿐이다. 추월가속 실력은 발진가속에 못 미쳤으며 댐핑 스트로크가 길어 롤링이 심했다. 코너를 빠르게 공략하려 욕심을 내면 무게가 바깥쪽 바퀴에 잔뜩 실리면서 차체가 한껏 기울어지고, 코너를 빠져나올 때쯤 깊이 수축했던 서스펜션에 반동이 생기면서 무게중심은 크게 흐트러졌다.
실용적이지만 재미없는 트럭과의 New Experience가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시승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오프로드에 들어서자 진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가지 못할 길이 없다
전날 내린 비로 길은 엉망이었다. 사이사이 공사구간도 있었다. 그러나 불안감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구동방식을 사륜구동(4WD H)으로 세팅하고 임도에 들어서자, 웬만한 SUV도 엄두를 못 낼 험로를 태연하게 돌파하기 시작했다. 시트포지션이 높고 숄더 라인이 낮아 주변 지형을 충분히 보면서 주행할 수 있었다. 3중구조 초강성 프레임은 ‘뒤틀림이 뭐냐’는 듯 차체를 든든하게 잡아주며 노면 충격을 받아냈다. 고속 코너링에서 웬수 같던 서스펜션은 험로에선 충격을 매끄럽게 상쇄하고 시종일관 자연스러운 거동을 도왔다.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이 차와 함께라면 가지 못할 길이 없을 것만 같았다.
함께 가시밭길(?)을 헤쳐 나온 뒤로 차가 달리 보였다. ‘짜식, 너 이렇게 터프한 녀석이었어?’ 어깨라도 툭툭 치고 싶었다. 저렴해 보이는 내장재, 투박한 실내 디자인이 일순 사내다운 호방함으로 느껴졌다. 이토록 호탕한 녀석에게 너무 쩨쩨한 잣대를 들이댄 건 아닌지 미안하기까지 했다. 코란도 스포츠에 루프캐리어를 달고, 데크에 400kg 짐을 가득 싣고, 2톤짜리 트레일러를 끌며, 가족여행을 떠나는 모습.
코란도 스포츠는 누군가에겐 그저 그런 소형트럭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오픈 데크는 누군가에겐 담배꽁초를 몰래 버릴 쓰레기통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험로도 마다하지 않는 이 차는 누군가의 인생을 뜨겁게 달궈줄 동반자가 될 것이며, 가로 1,600mm, 세로 1,275mm의 오픈 데크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가능성이 될 것이다.
새로운 경험으로 가는 문턱은 그리 높지 않다. 코란도 스포츠의 가격은 2,168만~2,999만원. 국내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보디 온 프레임의 사륜구동 모델이다. 화물차로 분류되어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밖에 되지 않으니 유지비 부담도 적다. 또한 사업자등록시 부가세 10% 환급 및 환경개선 부담금 영구면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험로도 마다 않는 개척자, 코란도 스포츠는 무쏘 스포츠와 액티언 스포츠의 계보를 잇는 동시에 자신만의 길을 달려간다. 그리고 이제 SUV의 대안으로 우리의 일상 깊이 파고들려 한다. 국내 유일 픽업트럭의 야심만만한 눈은 현대·기아의 D세그먼트 SUV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쌍용차는 ‘New Experience’라는 기치를 내걸고 일상의 모험가에게 손짓한다. 이 차가 SUV와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코란도 스포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어서 와, 픽업트럭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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