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모터스 DD110, 상용의 바통을 넘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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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본 타입 모터사이클(이하, 언더본)은 국내의 대표 상용 모터사이클이다. 설정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을 우선으로 하고, 눈에 띄게 잘생긴 구석도 없으며, 배기량이라고 해봐야 고작 100cc 남짓, 성능이라고 해봐야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에 비해 한 없이 초라하다.
이렇듯 단순히 스펙만 놓고 본다면 언더본은 그저 심심한 모터사이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을 마주치기 일쑤며, 의외로 언더본을 활용해 다량의 짐을 싣고 세계여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언더본은 배달용부터 세계일주용까지 참으로 쓰임새의 폭이 넓다.
혼다의 커브 시리즈로부터 파생된 언더본 장르는 이렇듯 전세계 곳곳에 파생상품을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시티 시리즈로 파생돼 상용 모터사이클의 표본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국내 상용 모터사이클을 책임질 또 다른 녀석으로 KR모터스의 DD110이 등장했다. 시티 시리즈가 대중적으로 자리잡아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겠지만, DD110은 상용으로써 훌륭한 파트너가 될 자격을 갖췄다.
모두가 편한 모터사이클
앞서 말했듯 DD110은 상용이 주된 목적이다. 상용으로써 모터사이클을 사용하려면 편리한 조작을 바탕으로 한 설계와 디자인이 우선이다. 자사의 에스코트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도 상용의 틀을 완성했기에 전체적인 외형에는 두드러진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곳곳에 소소하게 변경된 디자인으로 최신 모델다운 예의를 보여준다.
헤드라이트 상단에는 LED 포지션 램프가 위치하고, 테일라이트와 앞/뒤 방향지시등에 모두 LED를 적용해 시인성을 높이고 전력소모량을 줄였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혼합한 계기반은 보다 깔끔해졌으며, 역시 LED를 적용해 야간에도 정보를 파악하기가 수월하다. 프론트 패널에는 작은 포켓과 USB포트를 설치해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넣어두기에 알맞다.
4.5L의 연료탱크는 시트 밑에 자리하며, 시트는 별도의 키 조작 및 버튼 방식이 아닌 고무 압착으로 여닫는다. 때문에 약간의 힘으로도 시트를 열어 젖히고 바로 주유를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운행 중에는 시트에 체중이 실려 시트가 들릴 일이 없고, 요철을 지나면서 엉덩이가 떠도 시트가 들썩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컬러다. 시원한 블루 컬러가 자사의 에스코트는 물론 여타 언더본 타입의 대동소이한 디자인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열에 아홉이 레드 컬러를 사용하는 국내 상용 모터사이클 사이에서 한 눈에 봐도 DD110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개인이 타고 다니기에도 ‘배달 중’이 아닌 점을 인지시킬 수 있다. 혼돈되지 않아서 좋다. 컬러 하나만으로도 신선해 보이며 이런 부분이 DD110에 더욱 관심을 갖게 만든다. 또한 라인업을 세분화해 브레이크 사양, 스마트키 등 용도에 따른 합리적인 구성과 가격으로 상품성을 높였다.
밟아라 밟아
늘 그렇듯 상용의 친숙한 설계는 스쿠터만큼 편안했고, 때에 따라서는 스쿠터보다 편리했다. 4단 로터리 기어는 108cc 엔진을 단순하고 적극적으로 써먹을 수 있게 한다. 계기반에 기어 단수를 표시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지만, 네 단계로 쪼갠 변속기가 계기반을 쳐다보지 않아도 될 만큼 확실한 감속비를 보여준다.
급경사가 아니라면 1단을 사용할 일이 드물 것이고, 대부분은 출발부터 60km 부근까지 커버하는 2단과 85km 부근까지 허용하는 3단을 주로 사용할 듯하다. 게다가 DD110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2단 기어의 내구성을 더욱 보강했다. 잽싸게 추월할 경우가 아니라면 4단으로 일찌감치 변속해야 108cc 단기통의 소음을 조금 줄일 수 있다. 스텝과 시프트 페달의 간격도 적당하다. 라이딩부츠를 신고 앞쪽 시프트 페달을 밟을 때는 약간 불편하지만, 대부분이 일반 운동화를 신고 탈 것이기에 문제는 없다. 안전을 위해 4단에서는 1단으로 바로 내려가지 않는다.
자동원심클러치와 맞물린 4단 로터리 기어는 대부분의 언더본에 사용되는 조합이다. 이 별 것 아닌 방식은 결국 사용자들에게 조작의 편의성을 가져다 줬고, 때로는 스쿠터만큼 편리하면서도 모터사이클이 주는 조작의 재미를 안겨준다. 8마력의 최고출력과 0.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엔진성능은 마음껏 스로틀 그립을 감아도 되고, 시동이 꺼질 일도 없으니 언덕에서 긴장할 필요도 없다. 변속을 할라치면 왼발로 그저 밟기만 하면 된다. 반응이 늘어지는 CVT 방식의 스쿠터와 달리 조작에 따른 회전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조작에 필요한 행위는 일차원적이다. 밟고 감으면 끝이다.
누구나 가능한 컨트롤
배기량이 작아 한계는 빨리 오면서도 제 기능을 충실히 하는 엔진은 도심에서 필요충분한 설정이다. 버겁지 않은 가속이면서도, 무턱대고 빨리 가져오라는 사람들에게 배달하기에 너무 느리지도 않은 수준이다. 기계적인 완성도를 위해서는 롤러 타입의 로커암을 적용하는 등 마찰저항을 줄이고 내구성을 향상시켰다. 배터리, 점화코일, 레귤레이터, 퓨즈 등의 전자계통 부품을 덮고 있는 우측 사이드 카울은 볼트 하나만 풀면 분리되는 설계로 정비성을 끌어올렸다. 시간이 금인 사업자들에게는 반가운 설정이다.
시승차는 DD110 DLX(DELUXE) 사양으로 전/후륜 각각 230mm와 220mm의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용했다. 급작스런 제동을 연출해도 조금 밀릴지언정 리어가 좌우로 실룩거리지는 않는다. 765mm 높이의 시트는 차체 거동만큼이나 사용자의 안정적인 자세를 위해 제동 시 앞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코너에서의 움직임도 차분하다. 차체 무게는 105kg으로 가볍지만, 언더본 특유의 낮은 무게 중심과 가랑이 사이로 길고 굵게 위치해있을 프레임이 단단하게 버텨줘 저배기량 스쿠터처럼 코너링이 불안하지는 않다. 물론 안정적이고 가뿐하지만 뻣뻣하다. 전/후륜 16인치 휠은 어지간한 요철에도 유연하게 대처한다. 서스펜션도 큰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에서 일부러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심히 요동치지 않는다.
자갈밭과 같은 비포장 도로에서도 DD110의 움직임은 안정적이다. 큰 휠과 범용성을 염두에 둔 타이어가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제법 충격을 걸러내면서 그립력을 찾아 나섰고, 낮은 시트높이와 가벼운 무게, 콤팩트한 차체 등이 사용자의 수족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컨트롤을 제공한다. 통통 튀는 감각도 불안하지 않고 재미 있는 이유다. 실상 누구나 쉽게 탈 수 있기에 도심 속 업무부터 세계여행까지 가능한 멀티퍼퍼스다.
이제는 시티 빵빵
결국, 언더본은 성능이나 디자인이 빼어나 눈길을 끄는 타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모든 언더본 타입이 그러하듯 DD110도 업무에 방해되지 않게 고장 없이 오래 타고 다닐 수 있는 내구성과, 처음 타더라도 금세 익숙해져 손과 발이 되어줄 친근함을 안겨줘야 한다. 때문에 DD110을 가장 잘 판단 할 사람은 ‘딜리버리 맨’이겠고, 그렇기에 ‘셀러리 맨’의 짧은 시승은 DD110이 갖고 있는 자질과 가능성을 지레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짧게나마 판단한 DD110은 상용으로써 갖춰야 할 요구조건을 꽤나 완성도 있게 다듬었다.
그래도 난관은 있다. 시티 시리즈의 명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국내 상용 모터사이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서비스망 또한 전국구 단위로 촘촘히 자리잡아 압도적이다. 어쩌면 해당 모터사이클의 품질보다 어디서든 유지보수가 수월한 서비스가 판매의 관건이다. 때문에 당장의 역전은 무리다. 그럼에도 DD110의 선전을 기대하는 이유는 ‘DD’에 담긴 메시지와 함께 그에 준하는 품질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제품의 신뢰가 쌓이면 판매가 늘고, 판매가 늘면 서비스 체계가 확충된다. DD110의 ‘블루 컬러’가 도시 곳곳을 메운 ‘레드 컬러’를 제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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