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ATI MONSTER 1200 R, 역사상 가장 강력한 몬스터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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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진화는 끝없이 이어지며 이제 'R'의 이름을 달고 네이키드를 넘어 슈퍼바이크의 영역까지 넘본다. 스페인 론다의 아스카리 레이스 리조트에서 트랙을 위해 새롭게 태어난 몬스터 R을 만났다.
두카티의 R의 시초는 1995년의 916SP에서 시작한다. 이름에 R은 붙지 않았지만 화이트 레드의 투톤 컬러링이 적용되었으며 올린즈 서스펜션, 그리고 레이스 호몰로게이션을 위한 모델이었다. 이후 2001년 996R에서 처음으로 R을 붙였으며 이후 998R과 999R, 1098R에 이어 파니갈레R까지 꾸준히 플래그쉽 슈퍼바이크 모델에 R모델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R은 오직 슈퍼바이크에게만 허락되던 이름이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R로 명명된 몬스터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프레스 테스트가 열리는 스페인 말라가로 향했다.
바뀐 것이 뭐지? 스페인 현지에서 처음 만난 몬스터 1200R의 실물은 첫눈에 느껴지는 이미지는 물론, 실루엣 자체가 우리가 아는 몬스터의 모습 그대로였다. R리버리를 입고 있지만 외형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으면 몬스터 1200S와의 차이를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눈에도 이전의 몬스터보다 근사하다는 느낌은 있다. 소소한 디테일이 만드는 분위기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우선 전후 서스펜션이 길어지며 차고가 높아졌다. 프론트에는 올린즈 특유의 금색 대신 블랙 아노다이징 처리로 카리스마를 뿜는 새로운 48mm의 대구경 올린즈 포크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굵직해진 배기파이프가 근육질을 더욱 강조하고 그 끝에 5각형으로 마무리된 소음기가 눈에 들어온다. 엔진의 클러치 커버형상이 바뀌고 오일 체크창 위치가 변경되었다.
디자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시트부터 시작되는 테일피스다. 리어 서브 프레임부터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 되었다. 탠덤 그랩바는 삭제되고 뒤로 갈수록 내려오던 라인이 끝까지 날렵하게 치켜 올라갔다. 좌우 폭도 상당히 좁아져서 훨씬 날렵해 보인다. 라이더 스텝과 탠덤스텝이 하나로 묶여있던 방식에서 탠덤스텝이 별도로 시트레일에 붙어있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이쪽이 트랙 라이더를 위해 스텝을 교환하기 쉽고 탠덤 스텝을 제거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넘버플레이트와 방향지시등 역시 통째로 탈부착이 간단한 구조로 변경되어 꽁무니 끝으로 옮겨졌다.
휠은 1299 파니갈레R과 같이 Y형 3스포크 마르케지니 단조휠에 리어타이어는 빵빵한 200mm의 디아블로 슈퍼코르사가 기본 장착된다. 모든 것들이 R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트랙에 최적화 된 것들이다.
시트에 앉으면 830mm의 만만치 않은 시트고를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 1299 파니갈레의 시트고와 같다. 스포츠바이크 수준의 50˚ 린 앵글 확보를 위해 시트고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몬스터 역사상 가장 강력하기 이전에 역사상 가장 높은 몬스터가 되었다.
R이지만 핸들바도 파이프타입이고 약간은 공격적인 몬스터 특유의 포지션은 그대로다. 시트의 쿠션은 노면을 더 직관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탄탄해졌다. 좌우 폭이 가늘어지고 그에 맞게 탠덤시트를 덮어주는 캐노피도 전용으로 다시 제작되었다. 요추받침까지 추가된 근사한 디자인의 캐노피 덕분에 마치 싱글시트같이 느껴져 레이시한 분위기를 더한다.
풋패그도 1299파니갈레에도 채택된 절삭 가공된 레이싱 풋패그로 변경되었는데 그립이 좋아 부츠의 홀딩 하는 느낌이 일품이다.
탑브릿지에는 주행 안정성을 위해 몬스터 시리즈 최초로 순정으로 올린즈 스티어링 댐퍼를 장착했다.
강력해진 엔진
테스타스트레타 11˚ DS엔진이 장착되어있으며 56mm 타원형의 스로틀바디를 채택 50mm이었던 배기파이프를 58mm로 바꾸고 얇은 실린더 실을 사용해 압축비를 13:1까지 끌어올렸다. 이렇게 얻어진 출력은 160hp에 131.4Nm, 기존의 몬스터 1200S보다 15마력에 7Nm 향상된 수치다. 10년 전 999R이 150마력, 그 다음해에 발표한 1098R이 160마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수치가 와 닿지 않는 사람을 위해 몬스터R의 토크를 설명하자면 건조중량이 고작 0.5kg가량 가벼운 몬스터 821이 8000rpm까지 돌려서 만들어내는 최대토크 89.4Nm를 1200R의 엔진은 아이들링을 살짝 벗어난 3000rpm에서 이미 가뿐히 넘어선다. 이대로 8500rpm까지 회전수가 오르면 131.4Nm의 무지막지한 토크가 쏟아지며 10500rpm에서 레브리미트가 걸릴 때까지 기세는 계속된다. 감이 좀 오는가? 직접 타기 전부터 흥분시키는 스펙, 직접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 트랙으로 나선다.
트랙 테스트 시작
첫 타임은 날씨는 맑았지만 새벽에 내린 비가 아직 덜 마른 노면상태, 주행모드를 'URBAN'으로 세팅하고 타보라는 인스트럭터의 조언에 모드를 변경하고 나갔다. 5.5km의 긴 아스카리 트랙은 코스를 외우는 것부터가 첫 번째 미션. 4랩을 돌며 코스를 익히며 동시에 URBAN모드를 느꼈다. 엔진은 상상 이상으로 부드럽게 돌았고 토크를 다루는 것도 세련되어 부드러운 스로틀 전개가 가능해 노면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스로틀을 풀 전개를 하지 않았지만 힘이 충분해 느긋하게 달려도 빨랐다. 그렇게 4랩을 마치고 들어와 내리기 전 계기반을 보았는데 화면에 새겨져있는 SPORT! 모드 변경을 확정하려면 원하는 모드가 표시된 상태에서 길게 눌러야 하는데 누르고 바로 출발했더니 모드변경이 취소된 것이다. 그걸 모르고 처음부터 SPORT모드로 달려버린 것인데 중요한 것은 방금 전의 그 부드러운 출력이 URBAN이 아닌 160마력 풀 파워의 SPORT모드였다는 것이다.
정말 160마력 맞아?
이게 첫 번째 테스트 주행을 마치고 난 뒤 각국의 테스트 라이더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한 이야기 중 공통된 의견이었다. 정말 기분 좋게 잘 달리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무지막지하게 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출력과 구성의 디아벨 엔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궁금증을 가지고 두 번째 세션을 시작했다. 그 사이 노면도 거의 말라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SPORT모드로 달렸다. 타이어 열도 충분히 받았겠다. 2단 풀스로틀로 첫 번째 코너로 향하는 언덕을 넘는다. 언덕의 정점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프론트가 올라오고 동시에 혈관에 알싸하게 아드레날린이 퍼진다. 첫 세션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이전 세션에서 그리 파워풀하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평소보다 낮은 rpm으로 달려도 충분히 토크가 나오기 때문일 뿐, 스로틀을 열어젖히면 무서우리만큼 빨라진다. 엔진의 반응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두카티 바이크 중 가장 스로틀 양에 정직하게 정비례하는 느낌이며 아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예전 두카티의 망설이듯 머뭇거리다 한방에 콸콸 쏟아 붓는 토크가 아니다.(이것도 매력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부드러워진 엔진필링에 미세하게 컨트롤이 가능한데다 출력 상승이 곧다보니 가속이 무섭지 않았고 그 때문에 160마력을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달리면서 체크해보니 빠르게 느껴지지 않은 것일 뿐 속도계의 숫자는 생각보다 항상 높았다. L트윈 노트를 연주하며 기분 좋은 사운드를 내는 엔진은 내 오른손으로 어떻게 지휘하느냐에 따라 아주 정확히 내가 원하는 만큼 속도를 붙이고 원하는 만큼 덜 수 있다. 디아벨의 160마력 엔진이 화끈함이고 멀티스트라다의 160마력 DVT엔진이 편안함이면 몬스터 1200R의 엔진은 정교함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새롭게 설정된 서스펜션과 개선된 섀시로 50˚의 린앵글을 확보, 어지간히 기울여서는 어디 하나 긁히는 곳 없이 매끄럽게 돌아간다. 긴 휠베이스와 200mm 리어타이어의 조합, 동작이 굼뜰법한 세팅인데 신기하리만큼 가벼운 움직임이다. 디아블로 슈퍼코르사SP의 조합도 좋았다. 공격적인 핸들링과 탁월한 접지감, 아마도 탁월한 코너링 성능의 절반은은 이 타이어 덕분일 것이다. 공도주행이 가능한 레이스타이어, 몬스터 R의 콘셉트와도 딱 맞는 타이어다. 160마력의 출력을 받아 노면에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타이어와 그 타이어를 노면에 잘 붙어있도록 열심히 밀어주는 올린즈 서스펜션, 그리고 그 둘마저 한계를 만났을 때 빠르고 자연스럽게 수습해주는 8단계의 트랙션컨트롤까지 제 역할을 묵묵해낸다.
랩이 쌓일수록, 5.5km 코스가 익숙해질수록 재밌어진다. 전체적으로 바이크가 가진 포텐셜이 무척이나 높았다. 과연 몬스터1200R의 능력 100% 사용하면 어떤 달리기를 보여줄까? 라는 궁금증이 들 때쯤이었다. 트랙 옆의 신호등이 파란색 램프가 깜빡인다. 후방에 누군가가 붙었다는 표시, 열심히 달리지 않으면 곧 추월당한다는 의미다. 그때 엄청난 기세로 그림 같은 라인을 그리며 추월해가는 라이더, 다름 아닌 두카티 테스트라이더인 알레산드로였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이 나를 향해 자랑스럽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이게 몬스터R의 100%란다”
두카티 테스트라이더 Alessandro Valia
몬스터R은 지금까지 경험한 두카티 중 가장 이성적인 모델이었다. 최근 두카티의 새 바이크가 나올 때 마다 놀라게 된다. 바이크를 타보는 것만으로 이 이탈리아 브랜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주 명확하게 보이고 그것을 향해 다가가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 몬스터R을 타고 또 한걸음 그들의 목표를 향해 다가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이탈리안 감성만이 두카티를 지배하는 전부가 아니다. 섬세함을 넘어서는 정교함, 지켜야 할 가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새빨간 열정이 함께 존재하는 바이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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