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4 & VW GOLF R] CRAZY F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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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M4가 만났다. 그냥 골프가 아니라 R이다. 체격과 성능은 차이는 크다. 일방적으로 끝날 수도 있는 싱거운 대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체급과 성능을 무시한 미친 대결이 시작됐다.
늘씬한 쿠페와 짜리몽땅한 해치백.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그냥 쿠페와 해치백이 아니다. BMW M4와 골프 R이다. M4는 1986년 등장해 30년 동안 고성능 모델계의 황태자이자 터줏대감으로 명성을 드높였다. 반면에 골프 R은 2003년 4세대 골프에 처음 나와 이제 막 십 년 남짓한 역사를 쌓은 풋내기다. 둘의 만남 자체가 ‘잘못된 만남’으로 보인다. 존재감뿐만이 아니다. 431마력과 300마력, 0→100km/h 가속 4.1초와 4.9초, 1억원과 5,000만원 등 두 차의 격차는 꽤 크다.
두 차의 잘못된 만남은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영화제목처럼 ‘미친짓’이다. 골프 R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는 치기 어린 무모한 도전으로 보인다. M4는 조기축구에 메시가 끼어든 것처럼 수준 맞지 않는 뻔한 경기에 나와서 시간과 기름과 힘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과시다. 잘못된 만남이어도 두 차가 얻는 이득이 없지는 않다. 골프 R은 ‘넘사벽’ 상대에 도전장을 던져, 프로필 경력칸에 ‘M4와 대결’이라는 영광스러운 한 줄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M4는 실력 차이와 무관하게 어떠한 도전도 받아들이는 강자의 여유와 아량을 만방에 드러냈다.
두 차의 만남을 ‘미친 대결’이라 하는 이유는 결국 제원상 성능 차이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두 차의 대결이 정말 잘못된 만남일까? ‘스포츠카’라는 대전제를 놓고 보면 M4와 골프 R이나 모두 ‘정통’에서 비켜있다. M4는 일반 양산차의 고성능 모델이다. 이런 차들의 종류가 많아져서 시장의 한 영역을 구축하고는 있지만, 정통 스포츠카와는 다른 부류 취급 받는다. 골프 R 역시 마찬가지다. 골프 GTI보다 더 강력한 골프의 고성능 모델이다. 두 차는 신경전을 벌일 처지가 아니다. 서로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끌어 안고 반가워해야 한다. 두 차가 속한 영역은 같지만, 서 있는 위치는 12시 30분의 시계 바늘 끝처럼 극과 극이다.
M4는 쿠페다. 문은 두 개이고 루프라인 매끈하게 날렵하게 뻗어나간다. 골프 R은 해치백이다. 고성능 해치백이라고 일반 해치백과 다르지 않다. 모양은 똑같다. 박스형 차체에 뒤는 뭉뚝하다. M4가 좀더 스포츠카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M4는 트렁크가 튀어나온 노치드 쿠페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통 스포츠카는 패스트백 쿠페 형태다(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생각해보라). M4와 골프 R은 형태에서 역동적인 분위기가 차이는 나지만, 어차피 정통이 아니기는 둘 다 매한가지다.
그런데 정통을 벗어난 모습이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이런 고성능 모델은 일반 양산차를 기반으로 만든다. 일상생활에서 타기 편하다. 실내 공간도 여유롭다. 물론 고성능화 과정에서 과격해지고 불편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정통 스포츠카보다는 훨씬 편하다. 제대로 된 ‘에브리데이 스포츠카’가 M4나 골프 R같은 차들이다. 실내 공간 거주성은 골프 R이 한 수 위다 문짝이 네 개라 뒷좌석에 타기 편하다. M4는 뒷문이 없어서 뒷좌석에 타기는 골프보다 불편하지만, 차체 크기가 있어서 뒷좌석 공간이 생각보다 넓다. 정통 스포츠카라면 이런 공간을 따지는 일이 찌질한 모습으로 보였겠지만, 이 차들은 당연히 따져야 하는 요소다. 고성능 모델에 있어서 ‘성능’에는 일상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자, 이제 두 차를 본격적으로 체험할 시간이다. 머리로는 어느 차를 먼저 탈까 고민하는데, 몸은 이미 골프 R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무래도 더 늦게 출시된 차가 더 궁금하고 끌리게 마련이다. 생김새는 수수하다. 일반 골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릴의 크롬 라인이나 은빛 사이드미러, 19인치 휠, 트윈 듀얼 머플러 등 일부 디테일만 다르다. 고성능 모델이 대부분 자신을 드러내는데 소극적이듯이, 골프 R도 300마력 핫해치 치고는 수수하다. GTI보다 더 얌전해 보일 정도다. 인테리어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D컷 스티어링 휠과 파란색 바늘이 인상적인 계기판, 스포츠 시트 등이 좀 눈에 띌 뿐이다. 시트는 몸은 잘 받쳐주게 생겼는데 시각적 과장은 덜하다. 비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코브라시트 같은 걸 달아놨다면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
골프 R은 I4 2.0L 300마력 터보 엔진을 얹는다. 최대토크는 38.7kg·m. 굴림방식은 네바퀴굴림이고 6단 더블클러치 기어를 집어 넣었다. 0→100km/h 가속은 4.9초로 5초를 넘기면 안된다는 최신 핫해치 기준을 0.1초 차이로 통과했다. 타이어 사이즈는 235/35R 19로 브리지스톤 포텐자 RE050A다. 사실 GTI만 되어도 운전의 재미를 만끽하는데 충분하다.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인 GTI 비교하면 골프 R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대충은 감이 올 것이다.
요즘은 300마력이 우습게 여겨지는 시대지만, 골프 같은 준중형 해치백에 300마력은 달리 받아들여진다.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의 소리와 떨림이 발랄하다. 300마력이 주는 중압감과 달리 작은 배기량의 가뿐함이 더 와 닿는다. 이런 차는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좀더 긴 탐색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조심스럽게 탔는지 R이 맞나 의심이 간다. 승차감은 편하고 가속도 무난하고 조용하다. R이 맞나 싶어 액셀 페달을 쿡 찍어 누르니 그제서야 불뚝불뚝 튀어나가기는 하는데 영혼을 흔들어 놓을 정도의 감동은 전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일부 구간에서는 터보랙도 발생하기 때문에 주행 완성도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 결국 골프 R도 요즘 스포츠카의 대세인 일상성과 보편성에 더 초점을 맞춘 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차라는 생각이 든다.
자, 여기까지는 노멀 모드 이야기다. 골프 R의 주행 모드는 모두 네 가지. 노멀, 레이스, 에코, 개별로 나뉜다. 각 모드마다 스티어링은 컴포트·노멀·스포츠, 엔진은 노멀·스포츠·에코 중 하나씩 조합을 이룬다. 레이스 버튼을 눌렀다. 긴장했는지 침이 꼴깍 넘어간다. 배기음이 제법 커졌다. 스티어링도 다소 뻑뻑해지고 액셀 페달도 민감해진다. 달릴 준비를 마치고 100m 출발선에서 스타트하듯 액셀 페달을 내리 밟았다. 작은 차체가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부아아앙~’ 소리를 내며 미친 듯이 속도를 올린다. 소형 해치백의 제로백 4.9초는 두 배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액셀 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즉각즉각 뻗어나간다. 배기음도 꽤 자극적이다. 사운드 제네레이터가 만드는 소리인데 인위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차의 성격에 걸맞은 재미와 과장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DSG의 빠른 변속은 변함 없이 만족스럽다.
골프 R은 네바퀴굴림이다. 절대적 안정성이 큰 매력이다. 스티어링 반응은 정확하다. 날카로운 맛은 덜하지만 정교하다. 바닥을 움켜쥐는 힘이 대단하다. 앞뒤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신공을 발휘한다. 자세제어장치 개입은 빠르다.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는다. 절대적 안정성에 대한 집착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빠른 개입에 실망할 필요 없다. ESP를 끄면 된다. 주행안정성이 제한되는 ESC 스포츠 모드로 돌입한다. 완전 무장해제는 아니지만, 안정성의 책임 일부가 운전자에게로 넘어온다. 와인딩에서 쉴새 없이 번쩍거리던 경고등이 순간 잠잠해졌다. 급한 코너에서는 언더스티어 경향을 보이며 슬쩍슬쩍 라인을 벗어난다. 슬슬 긴장되지만 그만큼 스릴은 커진다. 좀더 고급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는 실력자라면 운전의 재미를 진하게 우려낼 수 있다. 노멀에서는 그런대로 편하던 승차감이 레이스 모드에서는 딱딱해진다. 하체는 탱탱한 긴장감보다는 기계적 순수성이 느껴진다. 연골 빠진 관절마냥 절그럭거리고 충격을 그대로 전달한다. 통통거리는 느낌이 아닌, 퓨어 스포츠카의 감성이 살아 있다.
골프 R에 이어 M4다. 이미 데뷔한 지 꽤 된지라 새로움은 덜하지만 카리스마는 여전히 강렬하다. 몸매의 비율이나 시트의 형상, 인테리어 구성 등에서 스포츠카 느낌을 물씬 풍긴다. 엔진은 I6 3.0L 트윈 터보다. M4 하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배기량은 예전보다 많이 작아졌다. 하지만 최고출력은 431마력, 최대토크는 56.1kg·m로 배기량 숫자를 의미 없게 만든다. 터보지만 레드라인이 7,300rpm으로 여타 터보보다 높다. 자연흡기의 느낌을 좀더 살리려고 한 의도가 엿보인다. 0→100km/h 가속은 4.1초. 가속은 폭발적이다. 무섭게 튀어나간다. 엑셀 페달을 살짝만 건드려도 움찔거리며 머리를 들이민다. 엔진 사운드도 거칠다. 밖에서 들으면 천둥 소리 비슷하게 들리는데 ‘민폐’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과격하다.
M4의 장점이자 단점은 복잡한 주행모드다. 엔진 반응, 댐퍼, 스티어링을 컴포트(엔진은 이피션트)/스포츠/스포츠 플러스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엔진 회전수도 3단계로 구분하는데 3단계에서는 2,500rpm 이하로는 내려오지 않는다. 이들을 조합하면 수십 가지 주행모드가 나온다. 여기에 변속기 자동/수동 모드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자신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지만, 취향이 확실하지 않다면 결정장애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그럴 때에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낫다. 평상시에는 가장 온순하게 맞춰놓고, 좀 달려야겠다 싶을 때에는 모두 최고치로 높여 놓으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플러스는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스포츠 정도가 적당하다.
와인딩에서 M4의 매력은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라인을 정확히 짚어 나간다. 기본 안정성이 매우 뛰어난데, 네바퀴굴림으로 완성하는 안정성과 뒷바퀴굴림으로 만들어낸 안정성은 차원이 다르다. 네발자전거와 두발자전거 차이라고 할까? M4는 어지간해서는 빈틈을 드러내지 않는다. 과격하게 몰아 붙여도 코너에서도 슬쩍 뒤가 미끄러지기도 시늉을 내는 정도다. M4의 본성을 제대로 뽑아내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M4를 괴롭혀야 한다. 가학을 즐기는 스타일이라 괴롭힌다고 괴로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괴롭힘을 즐기며 극도의 긴장과 스릴을 뱉어낸다.
골프 R과 M4는 확실히 다르다. 극도의 안정성을 지닌 골프 R은 강력한 엔진을 얹은 작은 차체에서 운전의 재미가 우러난다. M4는 뒷바퀴굴림의 스릴과 스포츠카다운 강렬한 퍼포먼스, 카멜레온 같은 다양한 주행 특성이 일품이다. 둘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양산차의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은 같지만 추구하는 방향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둘의 대결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은 맞지만 ‘잘못된 만남’은 아니었다. 성능 차이를 무시한 미친 대결은 각자 ‘느낌은 다르지만 정도는 같은’ 운전의 재미에서 합리적 무승부로 판결을 내리고자 한다. 애초부터 이 대결은 승부보다는 대결 자체로 흥미를 끄는 라이트급과 미들급의 친선경기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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