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2, 대체 불가능한 460마력의 악동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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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er Driving Pleasure.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뜻하는 BMW의 공식 슬로건이다. 차종을 불문하고 브랜드 특유의 주행 역동성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수많은 BMW 차량 중 해당 슬로건을 글자 그대로 가장 잘 구현한 모델이 있다. 바로, 고성능 M라인업의 막내인 BMW M2다.
먼저 스펙부터 살폈다. M2의 심장은 3.0리터 직렬6기통 가솔린 터보로 구성됐다. 코드네임은 S58로, 형님 격인 M3에 들어가는 사양에서 살짝 힘을 뺐다. 최고출력은 무려 460마력, 최대토크도 56.1kgf·m에 달한다. 8단 자동변속기로 오직 뒷바퀴만을 굴리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4.1초 만에 주파한다. 전반적으로 차고 넘친다. 어떤 길이든 한 없이 짧아보이게 마법을 부린다.
최고안전속도는 250km/h로 제한되는데, 계기판에는 330km/h까지 표기된다. 추후 나올 끝판왕 'CS' 모델의 힌트로 여겨진다. 시동을 걸자마자 M의 향기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M240i의 B58 엔진과 비교해도 묘하게 다른 음색이다. 같은 배기량과 실린더 갯수를 갖췄지만, M2의 심장이 조금 더 거칠고 공격적이다.
BMW M 모델은 주행과 관련된 다양한 개인화가 가능하다. 엔진과 서스펜션, 스티어링 휠, 브레이크 반응 등 총 36가지 조합을 설정할 수 있다. 여기에 6단계로 세분화된 변속기 세팅까지 더하면 최대 216가지다. 나에게 맞는 최적의 세팅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다.
최고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모든 설정을 최대치로 올리고 와인딩 코스에 올랐다. 원조 M 답게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거친 노면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직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말하자면 어떠한 상황에도 그립을 잃지 않아 든든하다. 스티어링 휠은 한치의 유격도 허용하지 않는다. 아주 미세한 조정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앞머리를 날카롭게 돌려나간다.
배기음은 굉장히 독특한데, 고 rpm에서 가속 페달을 떼면 베이스드럼을 치는듯 '두둑두두둑' 소리가 들린다. 다른 M모델에서 나는 '부글부글' 또는 '그릉그릉'과 비교된다. 우렁찬 팝콘 사운드도 이따금 터져준다.
크고 무거워진 차체를 어떻게 세팅했는지 신기할 정도다. 신형 M2의 전장x전폭x전고는 각각 4580x1885x1405mm로,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112mm나 길어졌다. 덕분에 무게도 1755kg로 165kg 늘어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짧은 휠베이스와 쫀득한 여름용 타이어가 짜릿한 코너링을 선사한다. 고속 코너에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주행 보조장치를 일부 해제하면 아주 쉽게 뒤꽁무니를 날릴 수도 있다.
8단 자동변속기는 물건이다. 기존 7단 듀얼클러치(DCT) 못지 않은 빠른 변속을 자랑하는데, 특히 추월 가속에 중요한 다운시프팅을 정말 빠르게 해낸다. 여기에 M 전용 사양까지 적용돼 M 모드에서 의도적인 변속충격까지 더해준다. 토크컨버터를 쓰는 자동변속기인 만큼, DCT보다 우수한 내구성도 보장된다. 감성과 실용성 모두를 잡은 세팅이다.
잘 달리는 만큼 잘 서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 모드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멈춰주는데, M 브레이크를 설정하면 무척 과격해진다. 1.8톤의 중량을 바닥에 내리꽂듯 잡아 세우는 모습은 감탄스럽다. 페달 반응도 만족스럽다.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세우는 과정이 이렇게 쉬운 건 줄 몰랐다. 460마력의 악동이 이렇게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무척 신기한 일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힘을 빼고 컴포트 모드로 변경했다. 가변배기가 꺼지면서 고요해졌다. 넘쳐나는 힘을 감쪽같이 봉인했다. 신경질적이던 변속 반응은 한없이 부드러워지며, 날카롭던 브레이크 역시 어느 정도 마진을 두기 시작했다. 그저 평범한 세단처럼 부드럽게 나아간다.
이정도면 데일리카로 탈 수 있을까. 진지한 고민 끝에 조금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노면 소음이 너무나도 크게 들린다. 2시간 이상 고속도로를 달렸는데, 고성능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소음이 끊임없이 귓에 꽂힌다. M3나 M5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단점이다. 고속도로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연비도 시내에 들어서니 7km/L대로 떨어졌다.
커다란 시트로 인해 2열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174cm 성인 남성이 허리를 펴고 앉으면 머리가 살짝 닿는데, 엉덩이를 빼고 앉아야 탈 만한 자세가 나온다. 2열 승객이 잡을만한 손잡이가 없는 것, 스키스루가 있지만 암레스트 및 컵홀더가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옵션은 반도체 이슈로 수입 물량마다 달라지는 듯하다. 이전에 탔던 M240i에는 어라운드뷰까지 포함돼 놀랐는데, M2에는 오직 후방카메라만 존재한다. 주행 보조도 이탈방지(LKA)만 있고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LFA)는 없다. 그나마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외모 평가다. 직접 본 실물은 사진보다는 낫다 정도지, 솔직히 잘 생긴 미남형은 아니다. 형님들의 거대한 그릴에 적응해서일까, 작은 콧구멍은 오히려 답답한 느낌마저 든다. 또한 M240i와 비교해 전체적으로 더 넓어진 와이드 바디 킷을 적용했는데, 이 때문에 마치 살이 찐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무게 중심을 더욱 낮춰주기 위함이겠지만, 적어도 이 차를 생김새만으로 드림카 리스트에 올릴 사람은 드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2를 대체할 자동차는 없다. 체급이나 성능이 비슷한 메르세데스-벤츠 45 AMG 시리즈가 있지만, 전륜기반 사륜구동에 4도어+4기통 조합은 결이 전혀 다르다. 아우디 RS3 역시 문이 4개인 세단이고, 포르쉐 카이맨은 2인승에 가격도 1.5배다. 다운사이징과 전동화 시대에 이 정도의 고성능 소형 쿠페를 탈 수 있는 건 얼마 남지 않은 행운이다. 대체 불가능한 M2의 가격은 89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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