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5 e드라이브40…대체 부족한 게 뭐야?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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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선택에 있어 주행거리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TV에 '거거익선'이 있는 것처럼 전기차는 '다다익선'이다. 충전이 불편하고 오래 걸리는 특성상 길면 길수록 좋다. 실제로 상품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주행거리 긴 전기차가 나오길 바라는 소비자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증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숫자를 얻어내기 힘들다. 최근 출시된 BMW i5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582km를 인증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이보다 35%나 줄어든 384km를 받았을 뿐이다. BMW코리아로서는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까다로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많이 떨어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과연 i5의 실제 주행거리는 국내 기준과 유럽 기준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시승차를 받아 흔히 말하는 '발컨' 없이, 평소 운전 습관 그대로 달려봤다.
시승차는 엔트리급이라 할 수 있는 i5 e드라이브40이다. 사실 말이 엔트리지 사실상 내연기관 6기통 모델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 고급 사양이다. 최고출력은 335마력(250kW), 최대토크는 40.8kgf·m(400Nm)다. 적어도 일상 영역에선 성능에 대한 불만은 없겠다. 배터리 용량은 81.2kWh다. 차급을 생각하면 꽤 큰 배터리가 들어갔다. 효율은 4.1km/kWh로,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2250kg에 달하는 무거운 차체가 원인인 듯하다.
주행 조건은 조금 깐깐하게 맞췄다. 건장한 성인 남성 세 명이 탑승했고, 다양한 촬영장비까지 실었다. 바깥 날씨는 10도 안팎, 공조는 21도에 바람은 중간 세기로 맞췄다. 연비 주행에 유리한 조건은 결코 아니다. 시승 코스는 서울 삼성동을 출발해 올림픽대로를 달려 경기도 가평 중미산의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130km 구간이다.
서울 시내를 벗어나 고속 도로를 달렸다. 약 50여km를 달렸을 때 평균 6.3km/kWh가 나왔다. 예상을 웃도는 숫자에 놀란 것도 잠시, 곧바로 쭉 뻗은 고갯길이 나타났다. 뻥뚫린 와인딩 코스, 효율은 잠시 뒷전으로 한 채 냅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신나게 달리니 배터리가 뚝뚝 떨어졌다. 확 줄어들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훨씬 더 빠르게 감소했다. 중간 기착지에서 확인하니 평균 6.3km/kWh에서 5.1km/kWh로 내려갔다. 약 10km 와인딩 코스를 달리는 동안 효율이 19%가 줄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증 수치보다 높다는 점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시 돌아오는 길, 기착지가 산 중턱인 만큼 당분간은 내리막이 더 많은 환경이다. 에코 모드를 넣고 부지런히 달렸다. 다양한 고갯길과 올림픽도로를 통과해 어느덧 서울 시내까지 도착했다. 효율은 5.1km/kWh에서 5.8km/kWh까지 올랐다. 막히는 시내는 전기차에 꽤 유리한 조건이다. 운전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i5가 회생제동을 최적화해 좋은 효율을 유지했다.
최종 목적지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 도착했다. 최종 전비는 6.2km/kWh가 나왔다. 나름 악조건에서 달렸음에도 인증 대비 50% 이상 높은 효율을 보여줬다. 굳이 연비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500km를 넘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같은 코스를 달린 다른 기자는 7.5km/kWh라는 놀라운 숫자를 계기판에 남기기도 했다. 이쯤되면 i5의 실제 주행거리는 까다로운 국내보다 유럽 기준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다.
궁금증이 해소되니 이제야 차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누가 BMW를, 그것도 i5를 단순히 주행거리만 보고 사겠나. 일단 i5는 8세대 신형 5시리즈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우선 승차감이 좋다. 그간 만나왔던 독일 전기 세단은 통통 튀는 느낌과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이 불만이었는데, i5는 충분히 부드럽고 고급지다. 저속과 고속 가릴것 없이 시종일관 안정적이 주행감은 매우 인상적이다. 내연기관의 주행 질감에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만큼 BMW의 전기차 세팅 실력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너링 실력도 발군이다. 무거운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가뿐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에 '역시 BMW'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넉넉한 출력으로 오직 뒷바퀴를 굴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기로 뛰는 심장이지만, 분명히 BMW의 피가 흐르고 있다.
막히는 구간에선 반자율주행의 도움을 받았다. 너무 멀거나 가깝지 않게 차량 간격을 조절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차로 중앙도 잘 물고 달린다. BMW의 레벨2 기술은 무르익을 대로 익었다.
차량의 완성도와 승차감, 전비, 편의사양 등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시승이었다. 갈수록 전기차는 진화하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과 유사해진 주행 질감과 긴 주행 거리는 칭찬 요소다. 더 이상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낼 필요가 없어졌다.
BMW i5 e드라이브40 가격은 트림에 따라 9390~1억170만원이다. 8500만원을 초과하는 탓에 전기차 보조금은 받지 못한다. 다만 출력이나 사양이 비슷했던 이전 세대의 540i와 겹치는 가격대임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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