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F 700 GS,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듀얼퍼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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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800 GS는 누가 뭐래도 부정할 수 없는 BMW의 대표 베스트셀러 바이크다. 발매 당시에는 대항마조차 없을 정도로 텅 빈 전장에 부담 없는 가격으로 무장한 뒤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F 800 GS는 슈퍼바이크 일색이었던 한국의 바이크 시장에 듀얼퍼퍼스 붐을 일으키며 한 획을 그었다. 그리고 그 시장에 쐐기를 박기 위해 내놓은 것이 F 700 GS다.
F 800 GS의 한국 출시 이후, 국내의 듀얼퍼퍼스 라이더들이 많아진 것을 부정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국토의 70%가 산인 우리나라의 지형을 생각해 보면 점점 높아져만 가는 듀얼퍼퍼스의 인기는 이상하기보다는 외려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듀얼퍼퍼스는 그 특성상 지상고가 높고 무게중심도 위쪽에 위치하고 있어, 초보자와 여성들에게는 조금 버거운 장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나온 것이 F 700 GS다. F 700 GS의 기원은 F 650 GS에 있다. 기존에 F800 시리즈가 아직 존재하지 않을 시절, BMW의 엔트리 급은 단기통인 F650 시리즈가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6년, BMW에서 2기통의 새로운 F 엔진이 나오면서 F800 시리즈가 시작되었고, ‘F’의 이름은 물론, BMW의 엔트리 머신의 자리 역시 이양되었다. 이후 F 650 GS가 가진 빅싱글 듀얼퍼퍼스 자리는 G 650 GS가 이어받았다
F 800 GS에 비해서 출력과 토크가 디튠된 엔진이지만 외려 성능을 끌어내기 손쉽다.
작은 것은 아쉽고 큰 것은 버겁다면
긴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이 바이크의 포지션은 매우 단순하다. G 650 GS로는 아쉽고, F 800 GS로는 버거운 사람들을 위한 GS. 그것이 F 700 GS다.
F 700 GS는 700으로 넘버링 되어 있지만, F 800 시리즈들과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배기량 역시 798cc로 같다. 다만 출력과 토크 등이 소소하게 디튠 되어 있다. 전장과 전폭, 전고 등 바이크의 크기 자체도 약간씩 작다. 배기량보다는 성능으로 이름을 달리하는 것은 요즘 BMW자동차에서도 흔한 설정인데 바이크에서는 조금 낯설다.
F 800 GS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고 페어링과 서스펜션 길이, 시트고 등등 모든 부분이 ‘에게, 이 정도 밖에?’라는 느낌으로 미세하게 줄어들고 낮아졌지만, 바이크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큰 변화였다. 162cm의 신장으로 F 800 GS에 앉았을 때, 양 발로 착지하기 위해서는 발가락들을 꼿꼿이 세워 간신히 버틴다는 느낌으로 앉는 것만으로 도전의지를 꺾어버린다. 하지만 F 700 GS는 까치발일지언정 양 발을 안정적으로 땅에 딛을 수 있다. 이것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굉장히 크다. 이 바이크를 감당할 수 있는 영역 안의 사람들이 그만큼 더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BMW의 아이덴티티가 된 비대칭의 헤드라이트
외강내유
검정색 베이스에 붉은색으로 포인트 된 컬러에 트렐리스 프레임까지 붉은색으로 도색되어 스포티한 모습이 되었다. 짧은 윈드 스크린과 비크 역시 날렵한 이미지를 더한다. 거기에 캐스팅 휠까지 더해지자 이 바이크의 특성이 보이는 듯하다. 더불어 이 바이크가 어느 곳을 노려보고 있는 지도.
F 700 GS는 많은 부분에서 원가절감이 이루어졌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해 보인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부품의 많은 부분을 F800의 시리즈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과감할 정도의 컬러링 덕분인지 강한 존재감이 느껴질 정도다.
작은 윈드 스크린이지만 그 기능은 톡톡히 해낸다.
F 700 GS에 시동을 걸 스로틀을 열면 부드러운 엔진필링에 조금 놀란다. 디튠된만큼 엔진이 여유롭게 도는 느낌이다. 기어변속이나 엔진의 가,감속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뛰어나 잘 숙성된 엔진임을 느낀다. 넓은 핸들에 여유로운 스텝 위치는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고 주행하기를 요구한다. 어쩐지 말 그대로 한 마리의 말 위에 올라탄 느낌이다. 시야 역시 높아져, 보다 먼 곳을 당당하게 바라보는 포지션에 마치 장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덕분에 나도 모르게
체인 드라이브로 확실한 동력전달과 함께 오프로드에서의 사용성도 높였다.
작다고 얕보지 마라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교외로 나갔다. 경쾌한 핸들링에 익숙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와인딩이 많은 코스를 택했다. 가슴을 펴고 여유롭게 잡았던 그립을 고삐를 틀어쥐듯 바짝 당겨 잡았다. 공격적인 포지션도 충분히 받아주고 있었다. 속도는 스로틀과 비례해서 차곡차곡 붙는다. 부드럽지만 확실하게 반응해 주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다.
BMW의 순정 머플러는 투박해 보이지만 시동을 걸면 낮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느덧 산길로 접어들었다. 우선 평범하게 하나 둘 씩 코너를 돌아나갔다. 무리 없이도 넓은 핸들바 덕분에 어려움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점점 바이크에 믿음이 생기자, 조금 더 빠르게 진입해 본다. 코너 앞에서의 기어 다운에도 엔진은 쉽게 거칠어지지 않는다. 무게중심은 높지만 휙 하고 꺾이듯이 눕지는 않는다. 숏 코너가 계속되는 와인딩을 달리면서 점점 더 즐거워진다. 길이 바뀌어 다시금 끝없는 직진이 이어지자, 상체를 세우고 편안히 앉는다. 꽤 긴 거리를 달렸는데도 몸이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심지어 평소보다 높은 페이스로 주행을 했는데도. 작아서 제 역할을 해낼지 걱정되던 윈드 스크린이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주행풍에서의 해방이 이렇게나 쾌적한 것이었다니! 게다가 고속의 고알피엠에서도 진동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2기통의 엔진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는 걸까? 타고 있으면서도 믿겨지지 않는다.
블랙과 레드의 강렬한 조화가 시선을 잡아 끈다.
전반적인 느낌은 경쾌하고 가벼운 핸들링이지만 넓은 핸들 덕분에 스티어링 컨트롤이 무척 편해 바이크를 다루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이었다. 체급에 비해 휠베이스는 조금 긴 편이지만 운동성은 발군이다. 타이트한 슬라럼 코스에서도 매끄럽고 빠르게 돌아나갈 수 있었다. 브램보 브레이크 시스템은 믿음직하게 세우고 원하는 만큼 제동을 걸어줄 수 있다. 다만 순정으로 장착된 타이어가 듀얼퍼퍼스용인 만큼 조금 더 여유로운 브레이킹을 요한다.
전체적으로 GS모델 중 가장 온로드에 치우쳐진 세팅이기에 오프로드에서의 주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엔듀로의 영역이 아닌 GS들의 영역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라이더의 기량에 따라 더 많은 차이가 나겠지만 간단한 임도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당황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붉은색의 트렐리스 프레임은 스타일리쉬함을 한층 돋운다.
처음에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F 700 GS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시내주행, 투어, 와인딩로드까지, 바이크를 타고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큰일이다. 이 녀석을 타면 탈수록, 점점 더 F 800 GS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버겁게만 느껴져서 도전조차 해볼 생각을 못하던 F 800 GS를 이제는 잘 다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그제야 BMW에서 F 700 GS를 만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F 700 GS를 발판삼아 다음 GS로의 가교역할, 아무래도 내게는 그러한 BMW의 노림수가 제대로 먹힌 것 같다.
- BMW F 700 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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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병렬 2기통
- 보어×스트로크 82 × 75.5(mm)
- 배기량 798cc
- 압축비 12.0:1
- 최고출력 75hp/7300rpm
- 최대토크 77Nm/5300rpm
-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 연료공급방식 퓨얼인젝션
- 연료탱크용량 16ℓ
- 변속기 6단 리턴
-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R)싱글쇽 스윙암
- 타이어사이즈 (F)110/80-19 (R)140/80-17
- 브레이크 (F)300mm더블디스크ABS (R)265mm싱글디스크ABS
- 전장×전폭×전고 2280×880×1215(mm)
- 휠베이스 1562mm
- 시트높이 820mm
- 차량중량 209kg
- 판매가격 152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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