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알나인티와 민통선을 달리다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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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모토라드가 마련한 DMZ 평화 투어에 참여했다. 6사단의 협조하에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을 넘어 남방한계선까지 가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DMZ 모터사이클 투어 프로그램이다.
이번 투어는 철원군 양지리 통제소를 출발해 제2땅굴, 동송저수지, 월정리역 등 비무장지대 남쪽 한계선 인근을 돌아보고, 노동당사, 백마고지 등 한국전쟁 당시 주요 전적지들을 거쳐 가는 코스로 구성됐다. BMW코리아는 매달 한 번씩 참가자들을 모집해 주기적인 라이딩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민통선을 함께 달릴 파트너로 알나인티(RnineT) 어반 G/S를 골랐다. BMW의 전설적인 오프로더 R80 G/S를 오마주해 만든 클래식 모던 바이크다. 단순히 디자인뿐만 아니라 오프로드 주행 모드인 '엔듀로 모드'까지 갖추고 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접경지역에서 든든하게 달려줄 것 같았다.
시동을 걸면 최고출력 112마력, 최대토크 11.8kg.m를 발휘하는 1170cc 2기통 공랭식 엔진이 깨어난다. 박서 엔진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시동과 함께 바이크가 좌·우로 요동친다. 신기한 박서 엔진의 움직임에 중립 기어를 놓은 상태에서 스로틀을 감아보면, 허벅지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엔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클러치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감각이지만, 클러치를 붙이는 순간 급격하게 튀어 나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익숙하지 않다면 2단에서 스로틀을 조금씩 감아주며 나아가는 것도 좋겠다. 출력 자체가 넉넉하다 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로드 모드에서는 별다른 부담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여유로운 동력성능을 바탕으로 2~3단만 오가도 충분할 정도다. 비가 오지 않아도 레인 모드는 제법 유용한데, 스로틀 반응은 더욱 느슨해지고 출력 자체도 어느 정도 제한된다. 알나인티에 익숙치 않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하다.
군이 통제하고 있는 민통선 출입 초소를 마주하고서야 실감이 났다. 초소 주변을 빙 두른 철책선, 그 너머 보이는 황량한 공간들은 분단국가라는 우리의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출입 및 복귀 시간 등 비교적 깐깐한 절차를 거치고서야 민통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벼운 인사 뒤에 돌아온 거수경례에 뭉클함과 든든함을 느꼈던 것도 잠시. 이따금 지나다니는 군 작전 차량을 제외하면, 민통선 안쪽은 적막 그 자체였다. 도로 주변이 지뢰밭임을 알려주는 표지, 나무 한 그루 없는 산 위에 얼핏 보이는 북한군 초소가 긴장감을 더했다. 저들이 굉음을 내며 들어온 바이크 무리를 관찰하고 있을 걸 생각해 보면 이 또한 묘했다.
그런데 웬걸. 생각했던 것만큼 길이 험하진 않다. 이따금 임도에서 군용차들이 흙을 튀겨가며 달릴 것 같았는데, 가끔 만나는 포트홀과 과속방지턱을 제외하면 지방 국도와 다를 바 없었다. 안보 견학을 오는 관광객들 때문일까. 일반적인 승용차나 버스가 달리더라도 전혀 지장이 없어 보였다.
결국 오프로드 모드를 써보진 못했지만, 오히려 좋았다. 철원 평야를 따라 쭉 뻗은 빈 도로에서 속도를 올렸다. 퍼포먼스 모드를 체결하면 알나인티의 진가가 드러난다. 스로틀은 조금 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가속감은 시원시원해진다. 자동차에선 맘먹지 않으면 어려운 6000~7000rpm에서 변속해 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속도감에 취해 클러치를 제대로 떼지 못한 상황에 밀려든 변속 충격마저도 즐겁다.
코너를 공략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박서 엔진의 낮은 무게중심 탓에 차체를 한껏 기울여도 안정적이다. 낮은 무게중심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코너링을 공략할 수 있다. DBC(다이내믹 브레이크 컨트롤)가 탑재돼 제동도 안정적으로 가할 수 있다.
알나인티 어반 G/S는 클래식한 외형과 균형감 있는 주행 감각을 만끽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었다. 이제 자동차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공랭식 박서엔진 특유의 감성은 물론,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바탕으로 스포츠 주행과 일상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모델이다.
한때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만든 바이크로 접경지역을 달리다니, 한편으로는 묘한 감정도 들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바이크를 타고 서로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을 동·서독의 라이더들처럼, 우리도 언젠가 '진짜 평양냉면'을 먹으러 북쪽으로 달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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