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AMG 가문의 새 식구, C450 AMG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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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에 추가된 가장 최신의 라인업, AMG SPORT. 그 중 첫 번째로 C450 4매틱이 등장했다. V6 트윈 터보 엔진을 얹은 C450 AMG는 그 완성도보다 C63 AMG와의 차이점이 더 궁금해지는 차. 결론은 C63의 75% 값에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스포츠 세단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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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50 AMG 4매틱은 AMG 스포츠 모델이라는 메르세데스 AMG의 새로운 라인업을 통해 선보인 첫 모델이다. AMG의 손을 거쳐 나오는 모델이지만, C63 AMG처럼 일상을 날려버릴 초고성능은 아니고 그보단 아래의 고성능을 지향한다. 물론 보통의 메르세데스 벤츠와는 확실하게 선을 그은 스포티한 차라는 주장은 여기저기서 보인다(그러니까 AMG라는 이름을 붙였겠지만). 이를테면 아우디 S4나 BMW 335i x드라이브 M 스포트쯤 되는 포지션인 것이다. 이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금까지는 방치하고 있었던 중간 퍼포먼스 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2.0L급 가솔린과 디젤 엔진만으로 C클래스 라인업을 꾸린 상황에서 C300 같은 절충안을 거치지 않고 단박에 스포츠 라인이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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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76 엔진을 손본 V6 3.0L 트윈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367마력, 최대토크 53.1kg·m의 만만찮은 성능을 낸다. 토크컨버터식 7단 AT를 통해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9초. 성능으로만 보면 이미 부족할 데가 없는 차다. 불과 10년 전 AMG의 정규 모델이 내던 성능을 이미 능가하는 수준이다. C63 AMG의 ‘비정상적인’ 성능이 판단지표가 되어버려서 그렇지 이 정도라면 충분히 AMG의 배지를 달 만하다. 이미 라인업의 정점인 C63 AMG가 존재하는 마당에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차가 나온 이유는 하나, 이 차가 기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마케팅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부분을 얼마나 모자라게 만들었을까? 그러면서도 그걸 안 모자라게 보이도록 한 걸까?

강력하고 안정감 넘치는 트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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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모습과 뒷모습만 보고서는 C63 AMG와의 뚜렷한 차이점을 말하기가 힘들 지경이다. 평균적인 C클래스와는 분명히 궤를 달리하는 AMG만의 액센트가 곳곳에 담겨 있다. 오버펜더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옆모습만 C63의 강인함이 덜어졌을 뿐이다. 실내는 더더욱 구분하기 어렵다. D컷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전용 버킷시트를 시작으로 곳곳에 금속과 가죽을 두르고 붉은 실로 바느질한 호화로운 인테리어는 C63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다. 진짜 가죽을 쓰는 C63과 달리 C450에 사용한 것은 MB-TEX라는 인조가죽과 디나미카라는 인조 스웨이드이지만 적어도 품질에서 양보한 구석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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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이 아니다. 앞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에는 C63의 전자식 댐퍼를 고스란히 옮겨 달았다. 엔진 스로틀, 변속 시점, 배기 사운드에 스티어링 반응까지 통합 제어하는 드라이브 모드도 똑같다. 계기판과 커맨드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도 AMG 63시리즈와 동일하게 작동한다. 심지어 부메스터의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도 그대로 들어가 있다. 이 정도면 V8 엔진과 MCT 변속기만 덜어낸 C63이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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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면 이미 보통의 메르세데스 벤츠 세단이라고 하기 어려운 소리를 배기관에서 토해낸다. 컴포트 모드에서 살살 다루면 시치미를 뚝 떼고 C200처럼 구는 점이 재미있다. 동승자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경험 있는 운전자는 바로 이 차의 성격을 알아차릴 수 있다. C200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성한 피드백이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승차감도 C200과 비교하면 훨씬 단단하다. 매뉴얼 기반인 MCT 대신 보통의 7단 G트로닉 변속기를 손본 것이지만 성능만으로는 눈곱만큼도 불만이 없다. 토크컨버터 방식임을 잊게 만드는 번개 같은 변속속도에 두 단씩 뛰어넘는 다운시프트도 아무 문제없이 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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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깊게 밟으면 V6 엔진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가속을 시작한다. 0→시속 100km 가속이 C63보다 불과 0.8초 늦은 정도의 성능이므로 객관적으로도 빠르다. 하지만 367마력이라는 수치에 걸게 되는 기대와 달리 가속감이 그렇게까지 맹렬하지는 않다. 지나칠 정도로 매끄러운 엔진과 4륜구동 트랙션으로 인한 안정감 때문에 실제 속도보다 차가 느리게 가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사륜구동 기반의 안정적인 접지력 덕분에 뒷바퀴가 요동을 치는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앞 33%, 뒤 67%로 토크를 고정하여 배분하는 사륜구동 시스템 ‘AMG 4매틱’이 적지 않은 출력을 항상 차분하게 다스려 1,740kg이나 되는 무게에도 불구하고 이런 무거움이 전혀 의식되지 않는다. 조금 이른 가속에도 안정감 있게 코너를 빠져나가는 AMG를 타다 보니 문득 같은 상황에서 미친 듯이 엉덩이를 흔들어대던 C63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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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에는 스위치 조작으로 변속 프로그램이나 엔진 특성, 서스펜션의 감쇠 특성, 스티어링 특성이 바뀌는 다이내믹 셀렉터가 그대로 달려 있다. 최근의 AMG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 다이내믹 셀렉터다. 평소에는 보통의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느긋하게 달리다가도 필요할 때는 순식간에 차의 성능을 최대한도로 개방한다. 바뀐 게 뭔지 알 듯 모를 듯한 국산 중형차의 미지근한 변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야성적인 스포트+(Sport+) 모드의 경우 과연 이게 같은 차인가 싶을 정도로 차의 캐릭터가 완전히 변해버린다. 서스펜션은 최대의 감쇠력으로 조여들고, 스티어링은 신경질적일 정도로 감도가 올라가며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춤을 춘다. 으르렁대는 V8만큼은 아니지만 V6의 연출된 사운드는 나름대로 꽤 기분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무엇보다도 C63의 백미인 미스파이어링 사운드를 살려 놓았다. 다운시프트 때마다 토악질을 하듯 뱉어내는 폭발음이 듣고 싶어서 자꾸만 시프트패들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75%의 AMG가 갖는 의미

이 차가 먼저 판매된 해외에서는 이게 AMG인지 아닌지를 가지고 꽤나 설전이 오가고 있는 것 같다. 감당 못할 출력을 발산하는 쾌감이 AMG의 전통적인 방식이었던 데 반해, 감당할 만한 출력을 4륜구동으로 통제하는 차가 AMG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걸릴지도 모른다. C450 AMG의 값은 8,590만원. 약 25%의 비용을 더 내면 1억1,450만원의 C63 AMG에 도달할 수 있다. 두 차에 그럴 만한 가치 차이가 있는지는 전적으로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그러나 잠시 가격을 제쳐두고서, C450이 75%의 값어치를 하느냐는 물음에는 ‘Yes’라고 답하고 싶어진다. 실체를 들여다 본 C450은 출력을 조금 디튠했지만 C63에 한없이 가까운 차였다. 망나니 같은 무지막지한 출력이 필요 없다면 이 차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고성능 세단을 선택하는 자동차 마니아에게 어디 C63이 출력 때문에 타는 차인가. 그 파괴적인 출력이 터져 나올 때의 과정, 그 소리와 고동감이 주는 미칠 듯한 매력 때문에 타는 차 아니던가. 어떤 사람에게 그건 25% 이상의 가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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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팩트 럭셔리 세단의 정점에 선 C63의 성능을 손에 넣느냐, 아니면 C450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긴 채로 안착할 것인가. 이 정도의 금액을 들여 차를 사려는 사람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쯤 되면 더 이상 돈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취향이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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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임근재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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