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500의 영역을 확대할 기대주, 피아트 5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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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이 깜찍하고 귀여워 탐나는데 크기가 작아 망설였던 사람들에게 희소식! 500 라인업의 소형 크로스오버 SUV 500X는 500 못지않은 개성 넘치는 스타일에 넉넉한 공간과 실용성까지 갖췄다. 2.0L 디젤 엔진과 9단 AT를 얹어 경제성도 좋고, 네바퀴굴림 덕에 곱상한 외모와 달리 험한 길도 잘 헤쳐 나간다. 호감 가는 스타일에 다재다능함까지 갖춘 500 라인업의 최대 기대주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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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500X는 소형 SUV로 분류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카로 2014년 파리모터쇼에서 데뷔했다. 2012년 소형 MPV로 나온 500L에 이은 500 라인업의 세 번째 모델이자 5도어 해치백 형태로는 두 번째 파생 모델이다. 이탈리아 멜피에 있는 사타 공장에서 지프 레니게이드와 함께 생산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파워트레인 등 일부를 레니게이드와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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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는 예로부터 소형차로 이름을 날린 메이커다. 그러나 요즘의 제품 경쟁력은 예전만 못해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점유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 그런데 예외가 있으니 바로 피아트 500이다. 2007년에 나온 500이 히트를 치자 피아트는 2009년 지붕 일부를 걷어낼 수 있는 500C를 더했고, 이 두 모델의 다양한 스페셜 버전으로 소형차 라인업을 보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2년에는 500의 디자인 요소를 가득 담은 소형 5도어 MPV 500L을 추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도어 소형 SUV 세그먼트의 500X까지 내놓았다. 500L과 500X는 3도어 모델인 500과는 다른 SUSW(Small US Wide) 플랫폼을 바탕에 깔고 있다.

500 해치백과는 차원이 다른 여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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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500X의 임무는 매우 막중하다. 앞서 나온 500L과 함께 500 라인업의 시장 확대를 담당하게 될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500L보다 500X가 먼저 데뷔했는데, 아무래도 MPV보다는 소형 SUV 시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500X가 피아트의 기대에 부응한다면 500 라인업이 BMW의 미니(MINI)처럼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작고 귀엽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망설이는 이들이 많았던 500과 500C의 영역을 크게 확장할 수 있는 기대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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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X는 한눈에 봐도 500을 떠올릴 만큼 특징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앞에서 보면 마치 500을 부풀려놓은 느낌으로, 미니 해치백과 컨트리맨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시승차는 앞뒤와 옆쪽 아래에 가드를 덧댄 크로스 플러스 모델로 좀 더 아웃도어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500X의 길이×너비×높이는 4,273×1,796×1,620mm로 500 해치백의 3,550×1,640×1,555보다는 두 체급 정도 크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귀여움과 날렵함은 그대로다. 파워트레인을 함께 쓰는 같은 체급의 지프 레니게이드의 4,255×1,805×1,695mm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각이 진 레니게이드보다 한결 경쾌하게 보인다. 시승차는 브라운 빛이 도는 무광 보디컬러로 세련된 멋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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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풍의 소형 SUV답게 시트 높이가 절묘해 타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다. 그러면서도 시야가 좋은 게 이 카테고리 차들의 장점. 실내는 500 해치백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여유롭다. 동글동글한 곡선 기조의 겉모습 디자인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며, 브라운 컬러의 가죽시트는 탄탄하게 몸을 지지하면서도 마치 고풍스런 소파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아마도 독특한 가죽 컬러와 두툼한 사이드 볼스터 때문인 듯한데 실제 시트 등받이의 두께가 두껍지는 않다. 센터페시아 위쪽의 6.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는 다른 차에 달린다면 작은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500X에서는 실내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조수석 앞쪽 글러브 박스는 위아래에 각각 2개가 있다. 위쪽 수납함은 안쪽에 송풍구를 달아 냉온장 기능을 지원하고 아래쪽 수납함은 깊이는 부족하지 않지만 좌우 폭이 다소 좁은 편이다. 이밖에 SD, USB, AUX를 지원하고 2단 열선시트, 전동식 주차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열선, 전자동 공조장치 등 편의장비도 알차게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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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의 거주성은 500 해치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여유롭지만 동급 기준으로는 평균적인 수준이다. 다만 등받이가 조금 곧추선 느낌이고 500 해치백과 같은 동그란 모양의 헤드레스트는 승객의 머리 높이와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감촉이 딱딱하다. 그래도 시트 바닥과 등받이가 평평해 가운데 좌석에 앉아도 그리 불편하지는 않다. 오토 다운만 지원되는 뒤 윈도는 2/3쯤밖에 안 내려가는데, 아마도 스타일을 위해 뒤창에 파티션을 넣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뒷좌석 바닥 매트에 고정 고리가 없어 쉽게 밀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 뒤 승객을 위한 별다른 편의장비는 없지만 뒤쪽 선루프 커튼을 직접 여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선루프는 앞좌석 부분만 열리며 개방면적이 동급 대비 꽤 큰 편이다. 루프를 열었을 때에도 햇빛가리개를 닫아놓을 수 있는 점이 특이하다.

실용성과 경제성 담은 패셔너블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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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스위치는 당연히 버튼식이다. 그러나 열쇠 홈 안에 버튼이 자리한 것으로 보아 아랫급은 열쇠가 기본인 듯. 레니게이드에도 올라가는 2.0L 멀티젯2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은 140마력으로 레니게이드(170마력)보다는 디튠되어 있지만 최대토크는 35.7kg·m로 같다. 레니게이드처럼 디젤 엔진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세련된 도심형 외모에서 나오는 터프한 향취(?)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럽지만 디젤차가 으레 그렇듯 달리기 시작하면 큰 의미가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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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미러가 차급에 비해 크고 몸집이 아담해 도심을 헤집고 다니는 게 꽤나 즐겁다. 촘촘한 9단 변속기 덕에 가속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2.0L 디젤 엔진은 제법 뒷심을 발휘한다. 제원상 0→시속 100km 가속은 10초를 살짝 밑돌며 최고시속은 190km. 실제로 시속 160~170km까지는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가속할 수 있다. 시속 90km를 넘어서면서부터는 변속기가 9단에 들어가는데 1,750rpm의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나오는 최대토크 덕분에 고속에서는 9단으로도 충분히 가속된다. 시프트패들이 달려 있어 수동 변속도 편리하지만 단수가 워낙 많아 원하는 정도의 추진력이나 엔진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서는 때론 여러 번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패들로 수동 변속한 다음에는 어지간해서 다시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는 등 세팅 성향이 다분히 유럽적이다. 다운 시프트 때에는 회전수를 매칭하려는 듯한 동작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동력이 살짝 끊기는 느낌이 들어 내리막길에서는 순간적으로 속도가 붙을 것 같은 마음에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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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X는 앞좌석 사이에 있는 다이얼을 통해 세 가지의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표준은 연비와 성능을 적당히 고려한 오토 모드이고, 다이얼을 왼쪽으로 돌리면 스포츠 모드, 오른쪽으로 돌리면 미끄러운 도로나 오프로드를 달리기에 적합한 트랙션 모드이다.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고 변속 속도가 빨라지며 속도를 낮출 때 착착 아래 단수를 재빨리 물려 엔진 브레이크를 걸거나 재가속에 대비한다. 늘 오토 모드 때보다 아랫단수를 유지하며 순항 기어인 9단으로는 변속되지 않는다. 서스펜션 세팅은 유럽의 소형차답게 단단한 편이지만 승차감이 나쁘진 않다. 코너링에서도 조금 높은 체구를 잊게 만들 만큼 소형차다운 활기찬 몸놀림을 보인다. 같은 소형 SUV인 지프 레니게이드보다 온로드 주행성능이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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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X는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추구하고 있으나 네바퀴굴림 덕에 험한 길도 제법 잘 헤쳐 나간다. 레니게이드처럼 본격적인 지형설정 모드는 없지만 트랙션 모드를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 이 모드에서는 계기판에 앞뒤 동력전달 비율을 보여주는 등 제법 오프로더다운 분위기도 연출한다. 세련된 도시남 스타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네바퀴굴림과 조금 높은 지상고 덕에 갈 수 있는 길의 종류는 훨씬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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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몬트가 소리 소문 없이 라인업에서 사라진 후 500과 500C가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새롭게 더해진 500X는 천군만마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소형 SUV의 카테고리와 2.0L 디젤 엔진, 9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네바퀴굴림까지, 요즘 뜰 만한 인기요소를 두루 갖췄다. 덕분에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500의 스타일을 이젠 넉넉한 공간과 경제성으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디젤 엔진이 다소 터프하고 경쟁상대인 미니 컨트리맨처럼 실내가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젊고 발랄한 분위기만큼은 미니 못지않다. 디젤 엔진이 마음에 걸린다면 2.4L 가솔린 엔진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00과 500C만으로는 한계가 이었던 피아트가 500X란 날개를 달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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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편집장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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