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車4色] PART.1, 닛산 370Z로 즐기는 서울의 4가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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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진행된 편집부 기획회의에서 한 기자의 아이디어가 모든 이의 공감을 샀다. 이름하여 '4개의 서로 다른 세그먼트로 즐기는 서울의 4가지 매력'. 결론부터 얘기하면, 마음에 쏙 들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공간과 그 안을 쉴 틈없이 연결하는 차는 서로 때려야 땔 수 없는 사이고, 또 그런 두 요소가 만났을 때 더 흥미로운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이번 기획의 4가지 세그먼트는 회의를 통해 스포츠카, 하이브리드카, 패션카, 세단으로 정해졌다. 첫 번째 주자는 닛산의 스포츠카 370Z. 선정 이유는 단순했다. 이 차가 스포츠카란 장르를 드러내기에 부족함 없는 힘을 발휘하며, 거기다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춰 사람들의 시선을 훔치기에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화려한 도시가 내뿜는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기에도 제격이란 생각이 들었다.
매력 하나, 서울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강변북로
370Z를 통한 서울의 매력 찾기는 차 성격을 고려해 '드라이브 코스'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그 첫 번째 장소는 서울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도시고속화도로이자 서울의 젖줄 한강을 배경 삼아 달릴 수 있는 강변북로. 이 도로에서는 370Z의 가속성능을 느껴볼 참이었다. 하지만 도로에 차를 올리자마자 문제가 발생했다. 드넓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정체'가 시작한 것이다. 달리라고 만든 차인 370Z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일부로 막히는 시간을 피해왔건만 헛된 노력이었다. 상황적으로 이 차의 가속력보다는 저속에서의 승차감, 그리고 실내 편의 품목 등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시속 80km의 제한속도가 필요할까 싶었다. 용을 쓰고 빠르게 달려야 시속 40km였다. 괜히 앞서가는 차가 야속했다. 그나마 부드러운 승차감 덕택에 못난 마음이 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370Z의 서스펜션 세팅은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멀티 링크. 시시각각 변하는 노면 상황에서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조종성을 높이기 위한 세팅이다. 그래서인지 낮은 속도에서 노면을 읽어 나가는 감각이 여느 고급 세단 못지않았다. 타이어를 타고 전달되는 크고 작은 진동들을 유연하게 걸러냈다. 여기에 VQ 엔진의 뛰어난 정숙성까지 더해지니 스포츠카보단 그랜드 투어러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고속에서의 감각까지 느껴보고 싶은 맘이 간절했지만, 때를 잘 못 탔다.
실내는 완성도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주황색 가죽과 스웨이드로 마감된 버킷 시트는 시각적으로도 고급스러웠고 착좌감 역시 편안했다. 4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시트 포지션도 어색하지 않았다. Z로고로 멋을 낸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은 나쁘지 않았으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디자인된 계기반도 시인성이 좋았다. 또 오일 온도와 전압계, 디지털 시계로 채워진 3-베이 게이지는 디자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운전자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다만, 다소 올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쉬움으로 작용했다. 특히, 블루투스 기능은 사용이 불편했다. 실행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쓰기 어려울 정도로 작동하는데 애를 먹었다.
비록 370Z의 퍼포먼스는 만끽하지 못했지만, 막히는 강변북로 속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차의 디테일적인 요소를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한번 370Z를 탈 기회가 오면 차가 거의 없는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야겠다.
매력 둘, 강북을 대표하는 와인딩 코스, 북악스카이웨이
고속화도로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곳을 빠져나와 향한 곳은 강북을 대표하는 와인딩 코스인 북악스카이웨이. 산 정상까지의 길이가 그리 길진 않지만, 운전의 재미를 돋구는 커브가 즐비해 짧고 굵게 와인딩을 즐기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이 때문에 시승차를 받으면 꼭 한 번 가는 곳이기도 하다. 길은 강변북로와는 달리 한산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거의 없어 마음껏 차를 몰 수 있었다. 오른발에 힘을 강하게 줬다. 곧바로 보닛 아래에서 강렬한 반응이 전달됐다. 왜 이제서야 밟는 거냐고 따지는 듯했다. 370Z에 탑재된 유닛은 3.7리터 V6 엔진.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37.0kg.m의 성능을 낸다. 물론 이 강력한 힘을 와인딩 로드에 모두 쏟아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최대한 성능을 끌어올려 몰고 싶어 기어노브를 매뉴얼로 뒀다.
손이 바빴다. 2단에서 3단, 다시 2단으로 패들 시프트를 쉴 새 없이 조작했다. 그만큼 차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산을 정복해갔다. 이런 과정에서 한 가지 놀라웠던 게 있었다. 바로 코너링 성능이다. 몸놀림이 민첩하면서도 날카로웠다. 여기에는 2,550mm의 짧은 휠베이스와 차체 자세 제어 장치,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등 여러 안전장비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덕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예전에 후륜 구동 방식 스포츠카를 몰다가 한차례 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어 와인딩 로드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는데, 370Z의 안정적인 움직임은 이런 불안을 신뢰로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정상까지 무탈하게 오를 수 있었다.
매력 셋, 고급스러운 성북동 대사관로 끝 삼청터널
북악스카이웨이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서울의 경관을 감상한 후, 한적함이 매력이 성북동 대사관로로 이동했다. 이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이자 각국 외교 대사의 관저가 위치한 지역. 복잡한 서울이 아닌 여유가 느껴지는 서울이다. 매번 '이번 생에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란 의문을 품고 지나가는 동네이기도 하다. 그만큼 서민에게는 굉장히 이질적인 지역이란 얘기다. 사실 이곳의 매력은 따로 있다. 주인공은 삼청 터널. 대사관로의 고상한 분위기를 180도 바꿀 수 있는 반전을 품은 터널이자 370Z 같은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십분 체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통로다.
결국 핵심은 배기음이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짜릿한 동력성능보다 자극적인 스포츠카의 울음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삼청 터널이 제일이었다. 반드시 들려야 했다. 다행히 교통량이 적은 탓에 뒤따라오는 차가 없었다. 터널 앞에 잠시 정차한 뒤, 배기음을 듣기 위한 작은 의식을 치렀다. 좌우 창문을 열었다. 얼마 안 가 터널 안 탁한 공기가 콧속을 자극하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끝이 희미한 터널 속으로 차를 들이밀었다.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자 엔진 회전수가 순간적으로 4,000rpm까지 치솟았다. 그토록 갈망했던 우렁찬 배기음이 머리 뒤에서 터지는 게 느껴졌다. 이에 대한 쾌락이 크게 와 닿았던 걸까. 순간적으로 뇌는 혼돈의 카오스 속으로 빠졌다. 반대편 입구가 점점 커지면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 모든 과정은 10초가 채 안 됐다. 하지만 감히 시승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 말할 수 있었다.
매력 넷,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백만불짜리 야경
서울의 야경은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수많은 고층빌딩과 한강다리가 만들어내는 빛은 낮보다 아름다운 밤을 시민에게 선사한다. 370Z는 이런 매혹적인 공간에 완벽을 더해줄 차로 부족함이 없다. 모던한 생김새에 색상까지 정열적인 붉은색이었기 때문이다. 섹시했다. 덕분에 빛이 있는 서울의 모든 곳이 이 차를 위한 무대 같았다. 370Z 실내를 채운 주황색 불빛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훌륭한 조명이었다. 야간 드라이브는 낭만으로 가득했다. 딱히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마치 밤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방랑자처럼 정처 없이 서울의 아스팔트 위를 달렸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혼자라도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기분 좋은 밤을 선사한 370Z였다.
370Z가 가는 길이 곧 매력 포인트
정체로 시작한 370Z 시승은 매혹적인 야간 드라이브로 마무리됐다. 비록 밤에도 계속된 서울의 지옥 같은 교통량 때문에 끝까지 시원한 가속감은 즐길 수는 없었지만, 도심은 서킷이 아니니 그렇게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다. 어찌 됐건, 이번 기획을 진행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어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느냐에 따라 같은 장소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본문을 시작하며 언급한 서울의 4개의 드라이브 코스도 결과적으로 370Z와 함께했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과장을 좀 보태면 이 닛산 스포츠카가 가는 길이 곧 핫플레이스였다. 도로 위의 진정한 주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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