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車 4色 PART.4 때로는 여유롭게, BMW 640d와 함께한 서울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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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진행된 편집부 기획회의에서 결정된 '4개의 서로 다른 세그먼트로 즐기는 서울의 4가지 매력'의 마지막 이야기다. 장소 선정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머리를 스쳐간 곳이 있다. 바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와 북악산, 반포 한강공원이다. 빠르게 달리기보다는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여유를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저곳들이라면 잠시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소들과 어울리는 차는 어떤 모델들이 있을까. 편집부가 모여 다시 머리를 맞댔다, 고민 끝에 정한 모델은 BMW 6시리즈 그란쿠페. 이 차를 선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 성능과 매끄러운 디자인은 '여유'라는 콘셉트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BMW 6시리즈 그란쿠페와 서울 속에서 여유를 즐겼다.
정체 구간을 뚫고 도착한 첫 번째 목적지
6시리즈와 함께 서울의 낮을 즐기기 위해 찾은 첫 번째 장소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여유를 즐기는 콘셉트였지만 도로 상황은 전혀 여유롭지 못했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오히려 정체 상황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음악을 재생시켰다. 차와 함께 여유를 즐기다 보니 정체 구간을 지나는 것도 즐거웠다.
차에 올라 시동을 거니 디젤 엔진 특유의 묵직한 엔진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거슬릴 정도의 소음은 아니었고 주행 시에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은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6시리즈 보닛 아래에는 3리터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313마력(@4,400), 64.3kg.m(@1,500~2,500)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가 매칭 돼 힘을 네 바퀴로 전달한다.
저속에서 차에 만족감은 뛰어났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토스탑 기능이 쉴 새 없이 작동하면서 연료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드러운 승차감도 여유를 즐기는데 제 몫을 다해줬다. 요철을 지나거나 노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대한 부드럽게 충격을 걸러줬다. 6시리즈에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멀티링크를 적용하고 있다.
실내의 구성은 여느 BMW 모델들과 크게 다른 모습은 아니었지만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뛰어났다. 시트와 대시보드를 감싸고 있는 가죽의 질감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또 구성을 바꿀 수 있는 계기반의 시인성도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내비게이션이다. 처음 조작해 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고, 길을 찾아주는 능력도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차를 느끼다 보니 어느새 첫 번째 목적지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 도착했다. 사실 이곳은 일전에도 많이 와본 곳이지만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차를 세우고 구석구석 살펴보기 위해 주차장을 나섰다. 평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 틈에서 나름대로 여유를 즐겼다. 기자 말고도 따뜻한 날씨와 함께 여유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은 많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구경을 한 뒤 다음 목적지인 북악산으로 향했다.
도심 속 산, 북악산에 오르다
다음 목적지인 북악산으로 향하기 위해 다시 수많은 차들이 있는 도로로 향했다. 수십 분 동안 길에 갇혀 있다 북악산 입구에 도착했고 주변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펴있는 도로를 달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번 콘셉트는 여유야" 가속페달을 깊게 밝고 있는 자신을 타이르기 위해 노력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코너를 느끼기 시작했다. 313마력의 힘은 시원스럽게 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좌우로 연속된 코너에서 움직임도 기대 이상이었다. 약간 긴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어 불안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는 빠릿하게 운전자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오차 없이 움직여줬다.
잘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브레이크 성능이다. 아무리 잘 달려도 서지 못한다면 무서워서 달릴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쉴 새 없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지만 지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초반부터 강한 힘으로 차의 속도를 줄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신나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올라있었고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미세먼지가 가득해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서울 시내를 감상했다. 아무 말없이 서울 시내를 계속 바라보고 있으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여유를 즐기다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밤은 서울의 또 다른 멋
북악산을 내려오니 도로에는 헤드라이트를 밝힌 차들이 많아졌고 바쁘게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울의 밤은 또 다른 멋을 가졌다. 서울의 젖줄이라고 불리는 한강을 중심으로 곳곳에 서울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장소들이 많다. 기자가 선택한 곳은 한강공원이다. 다른 곳들도 많았지만 서울의 가장 중심이라고 할 수 있고 누구든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모두 12곳. 그 중 가장 예쁜 불빛을 볼 수 있는 '반포 한강시민공원'을 선택했다. 잠수교를 지나 한강공원으로 진입했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고 빈자리를 찾아 헤맸다.
깊숙한 곳에 주차를 한 뒤 멍하니 한강을 바라봤다. 한강에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비롯해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이 많았고 강 건너 도로에는 쉴 새 없이 지나다니는 차들의 불빛들이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약 2시간 정도를 서울의 밤을 즐기다 시원스럽게 뚫린 강변 북로로 차를 올렸다.
늦은 시간인 탓에 낮과는 다르게 통행량이 적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강변 북로를 달렸다. 빠른 응답성을 바탕으로 원하는 속도까지 달릴 수 있었다. 물론 규정속도를 지키며 달린 것이다. 초반부터 뿜어져 나오는 토크로 경쾌한 달리는 맛이 있었고 조금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감이 뛰어난 GT카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기에 디젤엔진의 경제성은 덤이었다. 시승 내내 막히는 구간과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약 10km. 눈에 띄게 뛰어난 효율성은 아니었지만 3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있는 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불만을 토로할 수치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 속에서 즐기는 여유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깐 쉬면서 여유를 즐겨"라는 말은 어느샌가 사치가 되어버렸다. 쉴 새 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1분 1초를 쪼개가면서 바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현실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자신을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어디론가 떠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 안에서 잠시나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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