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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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 창밖으로는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승기를 작성하기 위해 생각을 더듬어 가니 오랜만의 오픈 에어링에서 맞은 상쾌한 바람이 먼저 떠오른다. 출력은 얼마였고, 코너링에서의 움직임은 어떠했는지, 개성있는 실내는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초여름 오전의, 아직은 시원한 바람이 다시 떠올랐다. 바람 향기 나는 계절에 이끌려 신형 '미니 쿠퍼 S 컨버터블'를 타고 원데이 투어링에 나섰다. 3세대 모델이 출시된 BMW 미니는 이제 그 세계관이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미니는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미니 쿠퍼 S의 오픈탑 모델인 ‘쿠퍼 S 컨버터블’을 시승했다.
미니 브랜드 오픈탑 모델의 뿌리는 1959년에 등장한 클래식 미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BMW가 만들기 시작한 미니 컨버터블은 이번으로 3세대 모델이다. 이전 모델보다 차체 크기가 확대되고, 모든 성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 BMW의 설명이다. 이제 ‘BMW 미니(MINI)'로 부를 필요 없는 ’MINI'라는 브랜드는 거의 같은 모습으로 3세대 모델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질리지 않는 분위기로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기의 요인이 단순히 독특한 디자인만은 아니다. 과거 미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 또한 꾸준히 계승해 온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해치백 모델에 이어 컨버터블 모델이 출시되는 것은 그간 미니 브랜드가 보여 준 순서. 2세대 모델에도 컨버터블 모델이 추가되면서 지난 4월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BMW가 미니 브랜드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컨버터블 모델을 소개한 것은 2004년. 이후 3세대 모델에 이르기까지 해치백 모델과 마찬가지로 거의 같은 형태를 유지해 온 덕분에 BMW도 이제 손에 익어 버린 듯, 어디를 봐도 크게 흠잡을 곳 없는 만듦세가 훌륭하다. 특히 소프트탑에 관해서는 디자인이나 닫힌 이후의 단차, 정숙성 등 꼼꼼히 살펴봐도 허술한 마무리 없이 정확히 맞물리는 높은 품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기 힘든 소형 오픈탑 모델이지만 품질만큼은 여전히 빈틈이 없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소프트탑은 앞좌석 윗부분만 슬라이딩으로 열리는 기능이 있어 굳이 전체 루프를 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오픈탑의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소프트탑 전체는 주행 중 30km/h 미만에서만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 부분 만의 개폐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18초만에 열리는 루프는 예전에는 전동 유압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기모터 방식으로 변경되어, 개폐시의 소리도 조용하고 작동과정도 부드럽다.
소프트탑을 열면 작은 차체지만 개방감만큼은 발군이다. 주행 중 운전석 쪽의 바람 유입이 생각보다 적은 것도 인상적이다. 운전석 뒤쪽에서 들이치는 바람을 막기 위한 ‘윈드 드플렉터’도 준비되어 있긴 하지만, 가능하면 설치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모습이 그다지 예쁘지 않다. 또한 2열 좌석에 앉는다면 들이치는 바람은 각오를 해야 한다. 헤어스타일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지붕을 닫은 상태에서는 주변 소음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가 적용되어 있어, 중속 영역이라면 해치백 모델과도 소음에서는 크게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도심에서의 일상적인 주행이 많은 운전자라면 ‘소프트탑이라 시끄럽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안 해도 좋을 정도이다. 하지만, 소프트탑을 닫은 상태에서는 후방 시야가 꽤나 좁아진다. C필러와 연결되는 소프트탑의 면적이 넓은 탓에 대각선 뒤쪽으로 생기는 사각지대가 크다. 사이드 미러를 사용해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없는 사각 지대가 발생한다. 해결방법은 있다. 더 조심하면 된다. 자동차를 운전함에 있어서 조심한다는 것은 지나침이 없는 부분이다.
3세대 BMW 미니를 기반으로 만든 만큼,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의 차체 크기는 기존보다 크기가 늘어났다. 전장은 뉴 MINI 쿠퍼 컨버터블의 경우 98mm 증가된 3,821mm, 뉴 MINI 쿠퍼 S 컨버터블은 121mm 증가된 3,850mm로 늘어났다. 전폭은 44mm 증가된 1,727mm, 전고는 1mm 증가한 1,415mm, 휠베이스는 기존 모델 대비 28mm 늘어난 2,495 mm이다. 덕분에 기존보다 소폭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강직한 인상의 프론트 글라스와 육각형의 라디에이터 그릴, 타원형의 헤드램프가 조화를 이룬 미니 특유의 고전적인 디자인은 현대적인 이미지가 더해져 여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긴 보닛 후드 위로 느긋하게 자리 잡고 있는 루프라인은 작지만 균형 있는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다. 덮개를 닫은 상태에서도 미니 해치백 모델을 떠오르게 하는 루프 형상을 재현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차체 크기가 커지면서 실용성도 향상되었다. 휠베이스와 트레드의 확대로 실내 거주성도 개선되어 이전 모델에 비해 뒷좌석이 가로 방향으로 약 30mm, 무릎 주위는 약 40mm의 여유가 더해졌다.
트렁크 용량 역시 이전 모델에 비해 약 26% 증가되어 루프가 열린 상태에서 160리터, 루프가 닫힌 상태에서는 최대 215리터 까지 적재할 수 있다. 50:50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과 더 늘어난 스루 로딩 공간을 통해 레저활동에 필요한 물품들도 손쉽게 적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소프트톱이 닫힌 상태에서도 소프트톱 프레임을 올릴 수 있는 이지로드(Easy-Load) 기능을 통해 보다 편리한 트렁크 활용이 가능하다.
아래 방향으로 열리는 트렁크 도어 스타일은 이번 세대에서도 이어져 오고 잇다. 문을 연 상태에서는 문 위에 80kg의 수하물을 올려두어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실용성은 뛰어나다.
4기통 엔진이 장착된 뉴 MINI 쿠퍼 S 컨버터블은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7.1초가 걸린다. 최고속도는 228km/h. 낮은 회전영역에서도 활기차게 움직이게 해준다. 쿠퍼 S 컨버터블에는 스텝트로닉 6단 스포츠 트랜스미션과 기어시프트 패들이 포함된 MINI 유어스(MINI Yours) 스포츠 스티어링휠 등의 옵션 사양이 모두 적용되어 있다.
뛰어난 운동성능을 자랑하는 미니 특유의 주행성이 컨버터블 모델에서는 한풀 꺾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아무래도 해치백 모델에 비해 강성이 떨어지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미니 브랜드는 해치백 모델과 동등한 운동 성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컨버터블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강화된 고강도 차체뿐만 아니라, 컨버터블 전용의 튜닝이 더해져 오픈탑 모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발군의 주행성을 발휘한다. 노면이 거친 곳을 통과하고도 거동이 불안하거나 고속에서 안정감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속도를 높이면 속도계의 바늘은 거침없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급가속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2리터 트윈 파워 터보 엔진은 기분 좋은 배기음을 연주하면서 주춤거림 없이 속도를 높여간다. 스텝트로닉 6단 AT는 날카롭게 최적의 속도로 제어한다.
고속주행 중에 노면이 다소 울퉁불퉁한 환경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는 일은 없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복잡한 분기의 도로에서 차선을 급하게 바꾸는 상황에서도 단단한 차체가 차분하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을 만든다. 과거에 미니하면 떠올랐던 고카트의 이미지가 3세대 모델에 와서는 다소 희석되어 보이긴 한다. 노면의 충격을 직설적으로 전달하면서도 야무지게 움켜쥐고 달리는 고카트다운 성격이 이젠 옛말이 된 듯하다.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미니 브랜드도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은 차체 크기가 커진 것에도 기인한다. 트레드의 확대와 휠베이스의 연장이 안정성을 더 높이고 있다. 과거의 미니 컨버터블 모델들이 고속에서 다소 흔들림을 느꼈던 반면 3세대 컨버터블은 장거리 주행에서도 쾌적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에는 ‘다이나믹 댐퍼 컨트롤’이 적용되어 있다. ‘GREEN‘, ’MID‘, ’SPORT‘의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각 모드에 따라 가속 응답성과 스티어링의 답력에서 차이가 생긴다. 또한 변속 타이밍의 변화와 함께 댐퍼의 경도도 2단계로 변화한다. 동승자와 함께 이동하거나, 시내 주행이라면 ’GREEN' 모드로도 답답함 없이 주행할 수 있다. 좀 더 공격적인 주행을 즐기고 싶을 때는 ‘SPORT’모드를 선택하면 미니답게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미니가 이어 온 '카트‘의 느낌도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 진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단순히 단단한 하체의 스포츠카가 아니라, 답답한 도심에서 갑자기 벗어나 멋진 경치를 만끽하고 싶은 드라이버의 변덕스러운 기분에 맞춰 함께 동행해주는 넓은 도량의 자동차로 진화했다. 더 이상 ’MINI' 하지 않은 ‘MINI'라는 팬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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