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DUCATI 959 PANIGALE, 완벽한 밸런스를 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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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년 만에 더 잘생기고 잘나가는 선수로의 교체. 두카티 슈퍼바이크의 에센스를 그대로 녹여낸 베이비 파니갈레의 반란. 스페인 발렌시아의 리카르도 토르모 서킷에서 만난 959 파니갈레는 이제 엔트리, 혹은 베이비라는 별칭은 필요 없을 만큼 훌륭한 리터급 슈퍼바이크로 성장했다.
이곳은 스페인 발렌시아의 리카르도 토르모 서킷, 불과 며칠 전에 2015년 모토GP 시즌챔프가 결정된 바로 그 곳이다. 레이스팀은 최종전을 마치고 떠났지만 두카티 모토GP팀의 호스피탈리티는 그대로 남아 우리를 반겨준다. 오늘 이곳에서 열리는 1주일 전 밀라노 EICMA를 앞두고 공개한 따끈따끈한 슈퍼바이크 959 파니갈레의 프레스 테스트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EICMA가 끝나고 바로 다음날부터 테스트가 시작되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바로 스페인으로 넘어왔다. 이번 테스트는 바이크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트랙에 대한 기대도 컸다. 모토GP경기에서 보고 게임 속에서 달리던 그 트랙을 직접 달리는 것이다. 그것도 따끈따끈한 신작 슈퍼바이크와 함께, 어찌 흥분되지 않겠는가.
파니갈레
파니갈레 시리즈는 두카티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보르고 파니갈레 지역의 이름을 딴 것에서부터 두카티의 프라이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라인업이다. 슈퍼바이크 1199에 처음 파니갈레의 이름이 붙여졌고 이후 899, 1299, 그리고 이번의 959까지 이어지고 있다. 엔진이 프레임의 일부를 대체하고 캔틸레버 구조의 스윙암에 가로로 배치하는 서스펜션을 장착하는 등 지금까지 없던 완전 새로운 구조로 세상을 놀라게 한 슈퍼바이크다. 그리고 959 파니갈레는 748, 749, 848, 899로 이어지는 두카티의 엔트리 슈퍼바이크의 계보를 잇는 모델로 1199 파니갈레가 배기량을 키우고 디자인을 다듬어 1299 파니갈레가 되었듯이 899 파니갈레에 배기량을 늘리고 1299와 같은 디자인을 입혀 냈다.
배기량의 확대
899엔진의 스트로크를 늘려 57cc의 배기량 확대가 이루어졌다. 재밌는 점은 이 새로운 엔진의 보어는 899와 스트로크는 1299와 같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157마력에 107.4Nm의 성능이 되었다. 10년 전 두카티의 기함이었던 999의 스펙을 가볍게 뛰어넘는 것은 물론 1098의 160마력에도 근접하는 수치다. 899대비 최고출력은 6% 토크는 8%가 향상되었다. 1299와 마찬가지로 엔진은 흡기밸브 위쪽에서 연료를 뿌려주는 샤워헤드 인젝터를 추가해 효율과 토크를 극적으로 향상시켰다. 흡기 효율을 높임은 물론 배기 파이프역시 1299와 같은 60mm대구경으로 채택해 더욱 효율을 높인다. 새로운 엔진은 유로4에 대응하며 슬리퍼 클러치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배기량 확대의 이유는 성능향상도 있겠지만 899가 출시 1년 만에 바뀔만한 이유로는 조금 부족하다. 사실 그보다는 유로4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현재 상태에서 유로4에 대응하면 무게도 늘고(차량중량 +7kg)성능은 당연히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상호보존을 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디자인 업 & 다운
959에는 1299와 동일한 디자인 변경이 이루어졌다. 더욱 넓어진 프론트페어링은 고속에서 에어로 다이내믹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며 미러의 진동을 줄이고 전면의 디자인개선을 위해 한층 짧아진 미러가 장착된다. 좌우의 인테이크는 큼직해서 더욱 고성능을 연상시킨다. 사이드 페어링은 더욱 날렵하게 다듬어졌다. 테일은 더욱 입체적인 디자인이 되었다. 전체적으로 파니갈레 고유의 이미지는 그대로 두고 디테일에서의 업데이트다.
그립이 좋아 미끄러움이 적은 절삭가공 알루미늄 풋패그와 4mm낮아진 스윙암 피봇 등 주행성능 개선을 위한 세심한 개선이 이루어졌다. 슬리퍼 클러치가 기본으로 장착되고 휠베이스가 약간 늘어난 5mm 늘어난 1431mm가 되었다.
다만 이번 모델 변경에서 유로4에 대응하기 위해 배기시스템이 대폭 변경되었는데 이에 따른 디자인 변경에 팬들의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디자인적 완성도는 엔진 하부에 위치한 기존의 배기시스템은 아름답고 파니갈레 스타일의 화룡정점이었지만 점점 엄격해지는 최신의 소음 및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한 극단적인 선택이다. 이는 단지 배기소리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배기 위치를 기준으로 소음을 측정하는 탓에 엔진과 배기구가 가까운 기존 디자인으로는 엔진소음이 함께 측정되므로 배기구와 엔진의 거리를 멀리 떼놓기 위함이다. 배기뿐만 아니라 엔진 자체의 소음도 줄이기 위해서 타이밍체인과 엔진 케이스를 개선했다. 배기시스템의 변화로 무게도 오히려 소폭이지만 늘었다. 사실 이와 같은 배기시스템의 변경 점은 일본과 국내사양의 1299파니갈레에도 적용된 바 있어 우리 입장에서는 그나마 충격이 덜 한편이다.
이를 두고 “유로4가 파니갈레를 망쳤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막상 실물을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또한 두카티 최초로 공도용 인증을 마친 슬립온타입의 아크라포비치 티타늄 머플러가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이게 제법 레이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꼭 언더슬렁타입의 배기시스템을 원한다면 지갑을 열어 아크라포비치 레이싱 풀 시스템을 장착하면 된다.
주행테스트
시트에 앉으면 사실상 899와 다른 점이 거의 없다. 만약 이미 899를 소유하고 있다면 959로 바꿀만한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바이크를 출발시킬 때부터 힘의 여유가 느껴지는 점에서 배기량 증대의 혜택이 느껴진다. 부드럽게 붙는 클러치는 가벼운 조작감으로 바이크를 다루기 쉽게 만들어주고 첫 움직임부터 세련된 느낌을 준다. 엔진은 확실히 매끄럽게 돌고 소음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L트윈 특유의 거칠고 두근두근한 필링은 남겨서 라이더에게 전해준다. 출력은 필요 충분한 수치를 가볍게 넘어선다. 899와 비교해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899가 미묘하게 미들급의 인상이 남아있었다면 959는 그 미묘한 경계를 넘어 확실히 리터급 바이크의 인상을 준다. 7000rpm부터 쫙 빨려가는 가속감이나 고속영역 모두 리터급 슈퍼바이크답다. 그리고 낮은 RPM에서도 엔진의 여유로움에서 미들 슈퍼스포츠 바이크들과의 차이가 확실히 난다. 주행모드는 RACE, SPORT, WET 세 가지로 각각의 엔진 파워와 트랙션콘트롤, ABS가 유기적으로 세팅된다.
이제는 슈퍼바이크의 기본 장비가 되어가는 퀵 시프트가 장착되었는데 959의 퀵시프터는 반응이 정말 빠르다. 다만 시프트 업에만 작동한다.
테스트가 진행된 리카르도 토르모 서킷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90도 이하로 방향을 바꾸는 타이트한 코너가 7개나 되고 특히 8번 코너부터 시작되는 테크니컬 구간은 라인을 파악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테크니컬 구간을 빠져나오면 시작되는 길고 긴 좌측 자이언트 코너를 달리면 그 끝은 말도 안 되게 타이트한 코너가 기다린다. 이곳의 브레이킹 포인트를 못 잡아 테스트 끝까지 헤맬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959는 놀랍도록 안정적이며 가볍고 항상 내 간의 크기보다 앞설 만큼 빨랐다. 200mm의 1299에 비해 180mm의 리어타이어는 확실히 코너 진입하며 기울이는 과정부터 경쾌하다. 특히 테크니컬 구간에서 방향을 바꿀 때 의식보다 반 템포는 빠른 느낌이다. 포지션도 너무 극단적인 자세를 요구하지도 않고 편안하며 바이크가 가벼워 마음의 부담도 적으며 저속에서의 콘트롤도 편하다. 전체적으로 바이크가 가늘다는 느낌이지만 코너를 돌아갈 때 품안에 포근히 들어와 심적으로도 편안하며 페어링 뒤로 잔뜩 웅크려 숨으면 고속에서의 방풍성도 좋다.
시작을 RACE모드로 했는데 SPORT 모드로 바꾸니 트랙션의 개입은 물론 ABS 역시 자세안정을 위한 모드2의 개입상태로 바뀐다. 레이스 모드의 기본값인 모드1은 ABS개입을 최소화해 리어 브레이크는 락이 허용되고 리어가 떠오른다. ABS의 개입으로 제동에 대한 부담이 덜해지니 오히려 페이스를 올릴 수 있었다. 테스트 초반에 가볍게 달리며 트랙을 익히기에는 확실히 좋았다. 트랙테스트를 위해 순정으로 장착된 피렐리 디아블로 롯소 코르사 대신 디아블로 슈퍼 코르사를 장착하고 있는데 압도적인 그립감에서 주는 안정감은 곧 자신감으로 바뀐다. 그렇게 스포츠 모드로 몇 랩을 적응한 뒤에 다시 레이스 모드로 넘어가니 달리기가 더 수월했다.
서스펜션은 899와 동일하다. 풀어저스터블 타입의 쇼와 빅 피스톤 포크를(BPF)장착하고 있으며 리어는 언뜻 올린즈로 착각될 법도 한 컬러배색이지만 실은 작스(sachs)제다. 크게 기대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의외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부드럽고 솔직해 바이크를 더욱 다루기 쉽게 해준다.
전체적으로 바이크의 무게와 출력, 그리고 핸들링 감각에서 그들이 말하는 완벽한 밸런스를 느낄 수 있었다. 어디하나 모자라거나 치우침 없이 잘 달린다. 코너는 날카롭고도 매끄럽게 공략하고 직선에서는 스로틀을 여는 만큼 쭉쭉 호쾌하게 뻗는다.
959 VS
2015년에는 새로운 1299, 959 파니갈레 모두를 경험했다. 1299는 넘치는 파워가 선사하는 아드레날린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무서우리만큼 짜릿한 황홀경을 준다. 그것은 확실히 마조히스트적 쾌감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959쪽이 새디스트적 쾌감을 줄 만큼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다만 좀 더 눈을 맞추고 진지한 대화가 가능한 상대랄까? 전체적인 느낌에서 899가 가지고 있던 ‘미들급’이라는 포지션의 경계를 959가 미묘하게 넘어선 느낌이다.
하지만 두카티의 기함격인 1299 파니갈레와 비교하면 역시 평범해지긴 한다. 1299대비 출력은 77% 토크는 74%에 불과하며 무게는 오히려 10kg가량 무겁다. 959가 정교하게 날을 세운 나이프라면 1299는 날카롭고 거대한 도끼다. 사실 보통의 인간(?)이라면 959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껴지고 1299는 너무 과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그 과함이 1299만의 매력이지만.
이전 899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을 때 경쟁하는 가격대의 4기통 슈퍼바이크들에 비해 어쩐지 성능은 너무 많이 접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경쟁할만해졌다. 여기에 이탈리안의 아름다운 디자인은 덤이고….
959 파니갈레는 배기량을 올려버린 1299 파니갈레와 마찬가지로 국내는 물론 국제 경기의 레귤레이션과는 아예 무관한 배기량과 설정이다. 레이스에 참가하고 싶다면 사지 말라는 말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바이크였다. 그리고 배기량만큼 챙긴 넉넉한 토크는 트랙을 떠난 일반도로에서 더 빛을 발할 것이다. ABS와 DTC는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작동하며 포용력이 넘치는 바이크였다. 국내에 정식 출시된다면 다시 한 번 도로에서도 다시 한 번 테스트 해보고 싶다.
- 2016 DUCATI 959 PANIG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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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진형식 수랭 4스트로크 L형 2기통 데스모드로믹 4밸브
- 보어×스트로크 100× 60.8mm
- 배기량 955cc
- 압축비 12.5 : 1
- 최고출력 157hp / 10,500rpm
- 최대토크 107.4Nm / 9000rpm
-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
- 연료탱크용량 17ℓ
- 변속기 6단 리턴
-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도립 (R)싱글쇽 스윙암
- 타이어사이즈 (F)120/70 ZR17 (R)180/60 ZR17
- 브레이크 (F)320mm더블디스크 (R)245mm싱글디스크
- 전장×전폭×전고 2056×--×1115
- 휠베이스 1431mm
- 시트높이 830mm
- 건조중량 176kg
- 판매가격 2480만원(화이트 25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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