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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대로 살 수 있는 ‘레니게이드’…다 좋은데 연비가…[차알못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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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매니아들만 타는 차"

지프 브랜드에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프하면 떠올리는 랭글러 같은 모델은 수도권 도심에서 주행하기엔 지나치게 크다. 오프로드·캠핑 '매니아'들만 탈 것 같은 외관 디자인도 구매를 꺼리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지프가 이런 이미지를 깨고 MZ세대, 2030에게 사랑 받기 시작한 건 '레니게이드' 모델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지난해엔 최대 20% 할인 프로모션까지 진행해 가격도 2000만원대로 내렸다. 가격도 저렴한데 '외제차 프리미엄', '하차감' 등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매니아층에 편의 기능·성능이 부족해도 벤츠, BMW 로고 하나 보고 구입하는 '하차감 중시' 소비자까지도 사로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지프는 월 최대 판매 실적인 총 1557대를 판매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지프 레니게이드 80주년 에디션을 시승해봤다. 지프 브랜드 80주년 기념으로 나온 차량이지만 엠블럼과 차량 색상이 추가됐을 뿐 기존 모델과는 큰 차이가 없다.

지프 레니게이드 80주년 에디션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지프 레니게이드 80주년 에디션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필요한 편의기능은 다 들어갔다"…국산 중형 세단 값으로 '외제차 하차감'도 느낄 수 있어


뒷좌석에 앉은 기자. 키가 187㎝여도 무릎 공간이 여유로웠다./사진=이강준 기자
뒷좌석에 앉은 기자. 키가 187㎝여도 무릎 공간이 여유로웠다./사진=이강준 기자

레니게이드의 제일 큰 장점은 의외로 '가성비'였다. 레니게이드는 36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데 지프가 제공하는 프로모션 등을 적용하면 2000만원대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이정도면 옵션 조금 넣은 국산 중형 세단, SUV 값이다.

외관 디자인도 지프의 매니아 느낌이 나는 부분은 최대한 지웠다. SUV 트렌드에 맞게 소형 SUV로 출시됐으면서도 내부 공간은 키 187㎝인 기자가 탑승해도 공간이 전혀 작지 않았다. 머리 위 공간, 뒷좌석 탑승 시 무릎 공간이 모두 넉넉했고 특히 운전석, 조수석 밑으로 발을 넣을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이 좋았다.

비오는 날 오르막 경사가 심한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비오는 날 오르막 경사가 심한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편의 기능도 필요한 것들만 채워넣었다. 메모리 시트 기능은 없었지만 전동시트가 앞좌석에 탑재됐고 파노라마 선루프, 앞차와 거리를 보고 속도를 알아서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도 들어갔다.

주행 안정성도 뛰어났다. 비오는 날 노면이 미끄럽고 경사가 높은 도로였는데도 레니게이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불안한 느낌없이 부드럽게 올라갔다.

뒷좌석에서 바라본 레니게이드 내부 파노라마 선루프./사진=이강준 기자
뒷좌석에서 바라본 레니게이드 내부 파노라마 선루프./사진=이강준 기자

파노라마 선루프는 개방감이 남달랐다. 지붕 전체에 유리가 있어 도심 야간 주행, 봄철 벚꽃 드라이브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내부 공간에 비해 차 크기는 작은 편이라서 도심 주행에도 적합했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유선 스마트폰 연동도 가능했고 주행 속도가 올라가면 노래 볼륨이 커졌다가 차가 다시 정차하면 볼륨이 줄어든 센스도 발휘했다.

외제차를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인 '하차감'도 느낄 수 있다. 지프라는 브랜드는 국내에 익히 알려져있지만 실제 차를 소유한 사람은 많지 않아 희소성이 있다. 그렇다보니 차를 보면 괜히 '외제차라서' 4000만~5000만 원선은 될 것 같은 인상도 받는다. 기자도 실제 차 값을 검색해보기 전까지는 이 가격대의 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낮은 연비·주행 소음 등은 단점…고급감·정숙성 중요시하는 소비자라면 구매 재고해야


지프 레니게이드 80주년 에디션 운전석 모습.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트 오토도 지원한다./사진=이강준 기자
지프 레니게이드 80주년 에디션 운전석 모습.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트 오토도 지원한다./사진=이강준 기자

그러나 지프 레니게이드는 미국차라면 있는 단점을 전부 가졌다. 엔진 소음이 너무 컸다. 소음으로는 시속 150㎞는 거뜬히 넘을 것 같지만 80㎞ 이상만 넘어가도 가속이 더뎠다. 시승 중 당연히 디젤차라고 생각했지만 주유구를 열고보니 '가솔린차'였다는 반전도 경험했다. 연비도 리터당 10㎞를 넘기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효율이 좋지 못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기능도 완벽하진 않았다. 보통 크루즈 기능은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때 쓰기는 하지만, 차량간 거리 조절 기능이 있다면 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에서 정체될 때도 많이 쓴다. 액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가면서 밟는 것도 상당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레니게이드의 어댑티브 크루즈는 도심 정체시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속 30㎞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음과 함께 크루즈 기능이 꺼지기 때문이다. 차량이 완전히 정차했다가 알아서 다시 출발하는 '스탑&고' 기능이 없다는 것.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우리나라 도로에서 쓰기는 기능이 제한적이었다.

또 요즘 나온 차인데도 USB 타입C 포트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쉬웠다. 특히 젊은 층을 타겟으로 나온 차량이라 더 그랬다. 젊은 세대는 비교적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짧은 편인데,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들 대부분은 USB 타입C 포트를 쓰기 때문이다.

지프 레니게이드는 국산차는 괜히 싫고, 옵션 고르는 것도 피곤한데 외부의 시선도 신경쓰는 젊은 소비자라면 충분히 구입을 고려할만한 차다. 다만 주행의 고급스러움이나 정숙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재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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