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전기차와 함께한 3일간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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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i3, SM3 Z.E. 등 1세대 전기차 시승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시승을 계획했다. 1세대 전기차로 서울에서 무주까지 2박 3일의 시승 일정이 잡혔다. 다른 시승 때와 달리 전기차로 서울을 벗어나는 것은 오지 탐험을 하는 것과 비슷한 긴장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했다.
게임으로 치면 초심자 난이도에서 갑작스레 최상급 난이도로 변경된 것 같았다. 전국의 주유소 분포만큼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주유와 달리 전기차 충전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제한된 일정에서 시승과 촬영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오랜 충전 시간은 확실히 부담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동 경로 상의 충전소 유, 무 확인이었다. 위치를 비롯해 실제로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는지? 운영 시간은? 충전기 타입은 무엇인지? 주차는 무료인지? 등을 세심히 살폈다. 아슬아슬하게 배터리를 남기고 충전소에 들렸으나, 그 충전소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 정말이지 생각하기 싫었다. 그리고 경유지 이동거리 및 시승 코스에서의 배터리 소모량을 계산했다. 시승 촬영 일정 중에 충전을 최소화하여 시승 일정에 늘어짐이 없게끔 조율해야 했다.
일정 및 위치상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조건이므로,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제원 발표 기준 80%로 지정했다. 왜냐하면 급속으로 충전 시 80%까지 충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사태에 대비한 최소한의 거리 마진으로 80%의 주행거리에서 20%를 마진으로 정했다. 이동 중 또는 시승에서의 주행 성격 변화에 따른 변수도 고려해야 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급속 충전 방식은 “DC 차데모” 방식이다. 제원 발표상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191km다. 80% 주행거리는 152.8km다. 152.8km의 최소 20% 마진은 30.56km가 된다.
일정은 2박 3일.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무게 측정을 위한 경기도 용인 경유, 그리고 전북 무주군에서 시승,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서울 강남에서 측정 업체까지 약 36km, 그리고 무주군까지 약 210km로 총 246km의 주행거리가 요구된다. 중간 충전 없이는 도달 불가한 거리로, 중간 충전 경유지를 정해야 했다. 우리 팀은 경유지는 죽암 휴게소로 정했다. 죽암 휴게소까지의 거리는 약 153km다. 계산대로라면 정확히 80%의 주행거리를 소요하게 된다.
시승은 무주와 금산 일대에서 실시했다. 무주에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위치는 무주 한전 지사와 무주읍 주민자치 센터, 그리고 금산에서는 금산군청과 한전 금산지사에서 충전이 가능했다. 모두 아이오닉 충전에 필요한 차데모 타입의 급속 충전소가 마련되어 있다. 충전소에 대한 사전 정보는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ev.or.kr) 또는 EV where(evwhere.co.kr)를 참고하면 된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시승 이전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다.
Day 1, 시승 일정은 시작되었고 예정대로 죽암 휴게소에 도착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휴게소 안쪽 깊숙한 주차장에 위치했다. 충전소에는 이미 다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충전을 하고 있었다. 휴게소 충전시설은 단 하나였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기 때문에,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혹시나 식사 중 충전 중이던 차량이 떠나고, 다른 차량이 충전소에 들어오지는 않았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식사가 끝나고 약 30분을 기다리자, 충전하고 있던 차량이 떠났다. 그제야 우리 팀이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의 전기차 당 충전소 비율은 약 1:1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인프라의 확장이 필요하다. 충전을 위해 약 한 시간 넘게 기다릴 여유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각 전기차 충전시설은 온라인 상태로 연결되어 있다. 결재에 필요한 충전카드는 RF 방식으로 충전기의 리더기에 읽어야 사용 가능하다. 간혹, 리더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카드번호 및 뒷면의 회원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POS 기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카드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넉넉하게 충전을 마치고, 다시 나머지 거리를 달려 무주에 도착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시승 촬영을 위해 무주 한전 지사에 도착해서 미리 충전해야 한다.
Day 2, 아침 일찍 나머지 배터리 충전을 위해 무주 한전 지사로 달렸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미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다수 운영한다. 때문에 전기차 충전소 앞을 한전 차량들이 모두 차지한 경우가 많아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충전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참고로 한전은 다른 전기차 충전소보다 충전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 팀이 시승을 진행할 당시는 한전에서 무료로 전기차 충전을 해주는 기간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차를 직접 끌고 충전시설을 사용하겠다고 나선 고객이 우리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한전 직원들은 우리를 매우 신기해했다. 충전 동안 다른 전기차 충전시설도 둘러봤다. 무주 주민자치센터 역시 충전시설이 주차공간 깊숙하게 위치했고, 충전시설은 한 대뿐이었다. 약 40분여 충전을 마치고, 다시금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한다.
휘발유와 디젤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몰다가, 전기차를 운행하게 되면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게 된다. 마치 연비 레이스에 출전한 듯 가속페달을 신중하게 사용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대신 리젠 버튼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방의 교통상황 예측에 온 신경을 쏟게 된다.
내연기관 연비 운전과 전기차 전비 운전은 리젠이라는 전기차 고유의 기능을 제외하고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가 부족할 찰나에 전국에 깔려 있는 수많은 주유소에서 연료탱크를 빠르게 채울 수 있다. 다시금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도 없다.
하지만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부족 및 충전시설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계기판 상의 남은 주행 가능 거리를 확인하게 된다. 또 한 가지, 기름은 돈만 있으면 바로 주유소에서 빠르게 주유가 가능하지만, 전기 충전은 아니라는 것. 충전 시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게다가 만약 밤늦은 시간에 급하게 충전소를 찾았으나 다른 차량이 이미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리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면...?
Day 3, 마지막 날, 무주에서 시승을 마치고 금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무주 주민자치센터에서 충전했다. 무주 한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충전 시설이다. 하지만 한전에서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카드 회원정보를 입력하고 충전했다.
현재 충전시설에서 제공하는 충전 방식은 AC3, 차데모, DC 콤보다. 공공시설의 경우 완속 충전기는 대부분 찾기 힘들다. 전날 시승 주행으로 인해 많은 양의 전력을 소모하여, 본래 설정한 마진 거리보다 더 적은 배터리 잔량이 남은 상태로 충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 일정은 무주에서 충전을 최대한 하고 금산군으로 이동하여 시승 그리고 서울로 복귀하는 계획이다.
오후까지 시승을 마치고, 충전을 위해 금산 군청에 들렸다. 하지만 군청 내부 주차공간에는 충전시설이 없었다. 군청 직원에게 문의 결과, 외부에 위치한 주차장에 충전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충전 시설은 한대 구비되어 있었고, 근처 주차공간에는 또 다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주차되어 있었다. 목적지인 서울까지 돌아가야 하므로, 충전은 가능한 최대로 해야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앞당겨 차량이 충전하는 동안 우리의 배도 채웠다.
현재까지의 전기차에 대한 감상으로, 일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적이고 일정한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에게는 적합하다고 느꼈다. 또는 느슨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컸다. 원인은 1세대 전기차들이 가진 주행거리의 한계 때문이다. 돌발적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생활 패턴이라면 적합지 않다.
일정한 생활 패턴이라면 주행거리에 대한 변동이 적기 때문에 충전 장소 및 시점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차량을 충전할 동안 커피라도 한잔 즐기면 된다.
물론 이러한 제한적인 사용 환경이 전기차 대중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2세대, 3세대를 거친다면, 내연기관과 비교했을 때 대등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저녁식사 후 서울로 이동을 시작했다. 경유지 없이 서울까지 총 201km의 거리를 달려야 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지정하자, 충전 없이는 도달 불가한 거리임을 알리는 경고가 출력됐다. 금산군청에서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는 181km로, 안전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했을 때 약 20km의 주행거리가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죽암 휴게소까지 이동 후 재 충전하기로 결정했다. 죽암 휴게소까지는 총 52km를 달려야 한다. 첫날과는 달리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과감하게 밟아볼 수 있었다. 평균 속도 역시 살짝 높여 여유롭게 주행했다. 중간에 충전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죽암 휴게소에 도착하여 충전기를 차량에 물렸다. 충전 단말기에 50분이 소요된다고 출력되는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 20여분만에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최대량인 80% 충전이 완료됐다. 목적지 서울까지 남은 거리는 149km. 대부분의 구간을 100km/h의 속도로 달렸다. 가는 동안 교통상황에 의해 감속이 필요한 경우 가능한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기보다는 리젠 패들을 적시에 활용하며 에너지를 절약했다. 그렇게 정체구간을 겪으며 약 2시간여의 주행 끝에 목적지 근처에 진입했고, 주행 가능 거리도 넉넉하게 남았다.
평소 궁금했던, 고속주행 시 전기차의 안정성과 느낌을 남은 에너지로 시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가속력은 충분한 수준으로, 원하는 고속 영역에 도달 시켰다. 하지만 고속 주행이 시작되자 다소 불안한 진동이 스티어링으로 전해졌다. 휠 밸런스, 조향 시스템이나 서스펜션 세팅의 문제로 보이지는 않았다.
회전과 공조하여 떨림이 발생하는 것으로, 타이어를 문제점으로 지목할 수 있었다. 설마, 전기차로 대담하게 고속주행을 펼칠 운전자는 드물겠지만 장착된 타이어는 고속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효율이 우선인 전기차에게는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보다 나은 선택이 없을 것이다. 고속 안정성까지 시험해보고 나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약 21km.
막연하던 전기차에 대한 생소함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실제 전기차를 운용하고 있는 운전자들이 가진 불만사항에 대해 공감이 됐다. 전기차 관련 인프라의 발전에 먼 길이 남아 있음을 직접 시승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은 부담스러운 전기차다.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게임으로 치면 초심자 난이도에서 갑작스레 최상급 난이도로 변경된 것 같았다. 전국의 주유소 분포만큼 전기차 충전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주유와 달리 전기차 충전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제한된 일정에서 시승과 촬영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오랜 충전 시간은 확실히 부담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동 경로 상의 충전소 유, 무 확인이었다. 위치를 비롯해 실제로 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는지? 운영 시간은? 충전기 타입은 무엇인지? 주차는 무료인지? 등을 세심히 살폈다. 아슬아슬하게 배터리를 남기고 충전소에 들렸으나, 그 충전소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 정말이지 생각하기 싫었다. 그리고 경유지 이동거리 및 시승 코스에서의 배터리 소모량을 계산했다. 시승 촬영 일정 중에 충전을 최소화하여 시승 일정에 늘어짐이 없게끔 조율해야 했다.
일정 및 위치상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조건이므로,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제원 발표 기준 80%로 지정했다. 왜냐하면 급속으로 충전 시 80%까지 충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사태에 대비한 최소한의 거리 마진으로 80%의 주행거리에서 20%를 마진으로 정했다. 이동 중 또는 시승에서의 주행 성격 변화에 따른 변수도 고려해야 했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급속 충전 방식은 “DC 차데모” 방식이다. 제원 발표상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191km다. 80% 주행거리는 152.8km다. 152.8km의 최소 20% 마진은 30.56km가 된다.
일정은 2박 3일.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무게 측정을 위한 경기도 용인 경유, 그리고 전북 무주군에서 시승,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서울 강남에서 측정 업체까지 약 36km, 그리고 무주군까지 약 210km로 총 246km의 주행거리가 요구된다. 중간 충전 없이는 도달 불가한 거리로, 중간 충전 경유지를 정해야 했다. 우리 팀은 경유지는 죽암 휴게소로 정했다. 죽암 휴게소까지의 거리는 약 153km다. 계산대로라면 정확히 80%의 주행거리를 소요하게 된다.
시승은 무주와 금산 일대에서 실시했다. 무주에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위치는 무주 한전 지사와 무주읍 주민자치 센터, 그리고 금산에서는 금산군청과 한전 금산지사에서 충전이 가능했다. 모두 아이오닉 충전에 필요한 차데모 타입의 급속 충전소가 마련되어 있다. 충전소에 대한 사전 정보는 환경부 전기차 충전소(ev.or.kr) 또는 EV where(evwhere.co.kr)를 참고하면 된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시승 이전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온 기분이다.
Day 1, 시승 일정은 시작되었고 예정대로 죽암 휴게소에 도착했다. 전기차 충전소는 휴게소 안쪽 깊숙한 주차장에 위치했다. 충전소에는 이미 다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충전을 하고 있었다. 휴게소 충전시설은 단 하나였다.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기 때문에,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혹시나 식사 중 충전 중이던 차량이 떠나고, 다른 차량이 충전소에 들어오지는 않았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식사가 끝나고 약 30분을 기다리자, 충전하고 있던 차량이 떠났다. 그제야 우리 팀이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의 전기차 당 충전소 비율은 약 1:1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인프라의 확장이 필요하다. 충전을 위해 약 한 시간 넘게 기다릴 여유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각 전기차 충전시설은 온라인 상태로 연결되어 있다. 결재에 필요한 충전카드는 RF 방식으로 충전기의 리더기에 읽어야 사용 가능하다. 간혹, 리더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카드번호 및 뒷면의 회원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신용카드가 POS 기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카드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넉넉하게 충전을 마치고, 다시 나머지 거리를 달려 무주에 도착했다. 다음날은 아침 일찍 시승 촬영을 위해 무주 한전 지사에 도착해서 미리 충전해야 한다.
Day 2, 아침 일찍 나머지 배터리 충전을 위해 무주 한전 지사로 달렸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미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다수 운영한다. 때문에 전기차 충전소 앞을 한전 차량들이 모두 차지한 경우가 많아 관계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충전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참고로 한전은 다른 전기차 충전소보다 충전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 팀이 시승을 진행할 당시는 한전에서 무료로 전기차 충전을 해주는 기간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차를 직접 끌고 충전시설을 사용하겠다고 나선 고객이 우리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한전 직원들은 우리를 매우 신기해했다. 충전 동안 다른 전기차 충전시설도 둘러봤다. 무주 주민자치센터 역시 충전시설이 주차공간 깊숙하게 위치했고, 충전시설은 한 대뿐이었다. 약 40분여 충전을 마치고, 다시금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한다.
휘발유와 디젤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몰다가, 전기차를 운행하게 되면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게 된다. 마치 연비 레이스에 출전한 듯 가속페달을 신중하게 사용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대신 리젠 버튼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방의 교통상황 예측에 온 신경을 쏟게 된다.
내연기관 연비 운전과 전기차 전비 운전은 리젠이라는 전기차 고유의 기능을 제외하고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가 부족할 찰나에 전국에 깔려 있는 수많은 주유소에서 연료탱크를 빠르게 채울 수 있다. 다시금 주행거리에 대한 부담도 없다.
하지만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부족 및 충전시설에 대한 확신이 없기에 계기판 상의 남은 주행 가능 거리를 확인하게 된다. 또 한 가지, 기름은 돈만 있으면 바로 주유소에서 빠르게 주유가 가능하지만, 전기 충전은 아니라는 것. 충전 시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게다가 만약 밤늦은 시간에 급하게 충전소를 찾았으나 다른 차량이 이미 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그리고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면...?
Day 3, 마지막 날, 무주에서 시승을 마치고 금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무주 주민자치센터에서 충전했다. 무주 한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충전 시설이다. 하지만 한전에서 관리하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카드 회원정보를 입력하고 충전했다.
현재 충전시설에서 제공하는 충전 방식은 AC3, 차데모, DC 콤보다. 공공시설의 경우 완속 충전기는 대부분 찾기 힘들다. 전날 시승 주행으로 인해 많은 양의 전력을 소모하여, 본래 설정한 마진 거리보다 더 적은 배터리 잔량이 남은 상태로 충전에 들어갔다. 그동안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 일정은 무주에서 충전을 최대한 하고 금산군으로 이동하여 시승 그리고 서울로 복귀하는 계획이다.
오후까지 시승을 마치고, 충전을 위해 금산 군청에 들렸다. 하지만 군청 내부 주차공간에는 충전시설이 없었다. 군청 직원에게 문의 결과, 외부에 위치한 주차장에 충전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는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충전 시설은 한대 구비되어 있었고, 근처 주차공간에는 또 다른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주차되어 있었다. 목적지인 서울까지 돌아가야 하므로, 충전은 가능한 최대로 해야 했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앞당겨 차량이 충전하는 동안 우리의 배도 채웠다.
현재까지의 전기차에 대한 감상으로, 일상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적이고 일정한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에게는 적합하다고 느꼈다. 또는 느슨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 컸다. 원인은 1세대 전기차들이 가진 주행거리의 한계 때문이다. 돌발적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생활 패턴이라면 적합지 않다.
일정한 생활 패턴이라면 주행거리에 대한 변동이 적기 때문에 충전 장소 및 시점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차량을 충전할 동안 커피라도 한잔 즐기면 된다.
물론 이러한 제한적인 사용 환경이 전기차 대중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2세대, 3세대를 거친다면, 내연기관과 비교했을 때 대등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저녁식사 후 서울로 이동을 시작했다. 경유지 없이 서울까지 총 201km의 거리를 달려야 한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지정하자, 충전 없이는 도달 불가한 거리임을 알리는 경고가 출력됐다. 금산군청에서 충전 후 주행 가능 거리는 181km로, 안전 마진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했을 때 약 20km의 주행거리가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는 죽암 휴게소까지 이동 후 재 충전하기로 결정했다. 죽암 휴게소까지는 총 52km를 달려야 한다. 첫날과는 달리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과감하게 밟아볼 수 있었다. 평균 속도 역시 살짝 높여 여유롭게 주행했다. 중간에 충전할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죽암 휴게소에 도착하여 충전기를 차량에 물렸다. 충전 단말기에 50분이 소요된다고 출력되는 것이 의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약 20여분만에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최대량인 80% 충전이 완료됐다. 목적지 서울까지 남은 거리는 149km. 대부분의 구간을 100km/h의 속도로 달렸다. 가는 동안 교통상황에 의해 감속이 필요한 경우 가능한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리기보다는 리젠 패들을 적시에 활용하며 에너지를 절약했다. 그렇게 정체구간을 겪으며 약 2시간여의 주행 끝에 목적지 근처에 진입했고, 주행 가능 거리도 넉넉하게 남았다.
평소 궁금했던, 고속주행 시 전기차의 안정성과 느낌을 남은 에너지로 시험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가속력은 충분한 수준으로, 원하는 고속 영역에 도달 시켰다. 하지만 고속 주행이 시작되자 다소 불안한 진동이 스티어링으로 전해졌다. 휠 밸런스, 조향 시스템이나 서스펜션 세팅의 문제로 보이지는 않았다.
회전과 공조하여 떨림이 발생하는 것으로, 타이어를 문제점으로 지목할 수 있었다. 설마, 전기차로 대담하게 고속주행을 펼칠 운전자는 드물겠지만 장착된 타이어는 고속주행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효율이 우선인 전기차에게는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보다 나은 선택이 없을 것이다. 고속 안정성까지 시험해보고 나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약 21km.
막연하던 전기차에 대한 생소함을 모두 해소할 수 있었다. 더불어 실제 전기차를 운용하고 있는 운전자들이 가진 불만사항에 대해 공감이 됐다. 전기차 관련 인프라의 발전에 먼 길이 남아 있음을 직접 시승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아직은 부담스러운 전기차다. 하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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