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간 함께 한 국산 스쿠터, 대림 스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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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cc급 중형 사이즈 스쿠터인 대림자동차 스티져는 L, S, E 세 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세분되어 있다. 처음 스티져를 시승했을 때 이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용도에 따라 동력성능이나 주행감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핸들 높이나 풋 레스트 사이의 돔 여부 등 만으로도 와 닿는 차이는 컸다. 특히 이것은 단시간의 시승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시간 타보고 소감을 말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1년을 소유한 바이크이기에 더욱 심도 깊은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한 바이크로 하면서 느낀 점도 많다. 확실한 것은 대림 스티져는 125cc 클래스에 충분한 가성비를 갖춘 스쿠터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간 스티져를 타면서 느낀 여러 가지 경험을 한 곳에 정리해봤다.
스티져와 함께 시작한 주말 보내기
대림 스티져는 125cc 클래스의 스쿠터다. 빅 스쿠터 계열로 부를 수 있는 덩치를 자랑하지만, 대형 투어러에 비할 바는 못 된다. 하지만 이런 점이 더욱 큰 장점으로 바뀐다. 솔로 투어링은 특히 그렇다. 계획 없이 선뜻 떠나는 일상 속의 투어링이라면 이렇게 가벼운 마음을 갖게 하는 모터사이클이 더욱 매력적이다. 주말을 함께 하는 125cc 스쿠터, 어찌 보면 과할지 모르지만,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그리고 한계를 너무 얕잡아 볼 필요가 없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스티져로 뮤지컬 보기
애마와의 첫 데이트! 어떻게 시작할까?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공연을 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 검색해보니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대림자동차와 함께 하는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이 바로 그것. 작년 10월 31부터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진행한 뮤지컬이다.
목적지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젊은이의 요람 건대입구역에서도 멀지 않은 위치다. 성산동에서 도심을 가로질러 서울 서쪽에서 동쪽으로 관통하는 코스다 보니 도심 교통 지체구간은 모조리 품고 지날 수밖에 없다. 길거리에는 많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빼곡하다. 스티져는 덩치에 비해 무게가 가벼운 편이라 가다 서다 반복하는 주행상황에서도 부담이 적어 유쾌하게 다녀왔다.
크리스마스에 스티져로 달리기
크리스마스에도 스티져는 막힘없이 잘 달렸다. 혼잡한 도로를 누비며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있게 도왔다.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던 동창들과의 약속 시간에 칼같이 맞춰 도착했다. 차가 끊기는 시간에도 걱정이 없었다. 여자친구와 함께라면 더 좋았겠지만, 스티져와 함께 해서,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해서 외롭지 않았다.
신년 맞이 점검과 서울 나들이
스티져만의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바로 국산차라는 것이다. 다른 수입차와는 달리 대림자동차는 직영점과 대리점이 많아 방문하기 쉽고, 꼭 공식 대리점이 아니더라도 일반 사설 업체에서 점검을 받기 수월하다. 물론 대림자동차 공식 서비스센터에 찾아 점검받는 것이 안심되기에 기자는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대림자동차 동서울 서비스 전문점을 방문해 다양한 점검을 친절하게 받을 수 있었다.
조그마한 스위치도 모두 잘 작동되고 6,500km에서 교환했던 엔진오일도 지금까지 주행한 거리에 비해 깨끗했다. 대림자동차 동서울 서비스센터에서는 대림 이륜차 모든 기종에 한해 1,000km 무상점검, 엔진오일 교체 시 매번 간단한 검사를 실시해주고 브레이크 패드 마모상태에 따라 1회 무상으로 교체도 해준다. 이때 개인적으로 대림의 정비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던 기억이 난다.
설날, 고향길 라이딩
올해 설 연휴는 날씨가 따뜻했다. 겨울동안의 한파에 움츠러들어 스티져에 시동을 걸기조차 어려웠던지라 이번 기회에 고향을 방문할 겸 장거리 라이딩에 나섰다. 서울과 달리 시골길은 추운 겨울, 땅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다 보니 질퍽한 흙길과 비포장도로 때문에 브레이크 사용이 빈번했다.
스티져는 왼쪽 브레이크 레버를 당기면 앞/뒤 브레이크가 연동돼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도 준수한 제동성능을 발휘했다. 특히 125cc 스쿠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차체는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가볍고 작은 사이즈의 스쿠터보다 차체의 흔들림이 줄어들어 주행 안정감이 높았다. '이런 험한 길에서도 꽤 잘 달려주는구나!' 라고 느꼈다.
스티져로 마트에서 장보기
'모터사이클을 이용해 장을 보러 간다' 라는 말을 들으면 '장 본 물건을 어떻게 들고 올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자동차에 비해 수납공간이 적은 모터사이클은 따로 수납 가방을 하지 않는 이상 짐을 나르는 데 무리가 있다. 스티져는 중형급 스쿠터다. 여타 다른 바이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넓은 수납공간을 확보해 충분히 짐을 실어 나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게다가 간편한 스마트 키는 양손에 짐을 안고도 간편하게 시동 및 시트 수납고을 오픈할 수 있어 편리함을 배가시켰다. 스마트 키 기능이 없었다면 물품을 바닥 어딘가에 내려놓고 키를 돌려 수납고를 열고 다시 짐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꽤 번거로웠을 것이다. 요모조모로 일상생활 밀착형 스쿠터로 제격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2016년형 스티져는 무엇이 바뀌었나?
이런저런 사이에 신형이 등장했다. 당장 시승하러 본사에 날을 잡았다. 비록 짧은 거리의 시승이었지만 다른 점은 꽤 크게 느껴졌다. 기존 버전과 스타트는 동일했지만 가속력이 붙자 쭉 미끄러져 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80km/h까지 무리 없이 올라가고 100km/h 이후에도 불쾌한 진동 없이 무난하게 상승했다.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나 진동이나 가속 느낌이 부드러워진 것은 확실했다.
그 외에도 변화된 점이 많았다. 기존 대비 프론트 쿠션 스트로크 길이를 15mm 증가시켜 다소 아쉬웠던 쿠션감을 충분히 만족시켰고 코너 진입 시에도 출렁거림이 덜했다. 또한 내부 오일 용량을 최적화시켜 장애물 통과 시 라이더가 느껴는 진동을 최소화했다. 개선점은 겉으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매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크게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특히 주행 필링이 그랬다.
냉각 시스템 개선? 실전 도심 라이딩 테스트
대림측은 신형 모델의 냉각시스템 개선을 크게 어필했다. 그래서 기자는 푹푹 찌는 서울 도심에서의 오랜 시간 라이딩에도 과연 이전에 나왔던 출력이 미세하게 떨어지는 부분 등이 개선됐을지 궁금했다. 온종일 폭염 속 차량 사이에 정차한 스티져는 엔진이나 냉각계통의 스트레스를 한계치까지 밀어붙여 시험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달려야 얻을 수 있는 주행풍도 없고, 클러치를 붙였다 말았다 하는 조건에서 엔진열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혹독한 상황이었다. 서울 도심에서 왔다 갔다 한 주행 거리를 확인해 보니 80km 남짓.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온계는 일정온도를 끝까지 유지했고 엔진출력 저하도 느낄 수 없었다. 혹시나 했던 기계적 의구심이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대단한 결과를 원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 테스트를 하면서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 쐬기, 서울 근교 투어링
목적지는 경기도 장흥으로 잡았다. 장흥은 서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다. 연신내를 통과하고 구파발을 지나는 코스로 직진 코스와 적절한 코너가 있어 이전에도 자주 애용했던 투어링 코스다. 스티져와는 처음 같이하는 코스다. 갑자기 나온 투어링이라 아무런 준비가 없었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점이 투어링의 매력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 때나 어디로든지 갈 수 있다는 즐거움, 스티져라서가 아니라 스쿠터라서, 그리고 모터사이클이라서 가능했던 좋은 경험이었다. 이날 최고속도를 찍어봤다. 기대 이상이었다.
활용성이 포커스! 스티져E 살펴보기
그간 타왔던 스티져S 버전은 커버형 핸들이 추가된 모델이었다. 건 메탈릭 색상과 커버형 핸들 덕분에 디자인 면에서는 만족스러웠으나, 커버형 핸들 때문에 거치대 등 액세서리를 달기 좋지 않았다. 스티져E는 상용으로도 활용이 되는 만큼 파이프형 오픈 핸들이 적용됐다. 무광 컬러의 매력도 넘쳤다. 세워 놓고 보니 스티져가 이렇게도 멋진 구도가 있었나 놀랐다.
스티져E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플로어 패널은 이전 버전에서 다소 좁다는 단점을 보완, 30mm 증가된 넓이로 상용으로 사용하는 데 적합하다. 실제로 패널에 발을 얹었을 때 양발을 모두 편안하게 올려놓을 수 있어 승용 사용도 준수했고, 수납 활용성도 높아 보였다. 별 차이가 없는 줄만 알았는데 막상 타보니 차이점이 확연했다.
스티져E, 상용 체험기
스티져로 실제 퀵서비스나 배달업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짐을 수납해봤다. 2016년형 스티져E는 플로어 패널의 넓이가 이전 버전보다 30mm 증가했다. 때문인지 플로어 패널에 짐을 올리고도 양발을 모두 패널 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백 레스트 뒷부분에는 높이와 폭이 250mm인 정사각형 모양의 종이 상자, 앞부분에는 높이 300mm, 폭 350mm인 상자를 적재했지만 시트에 착석할 공간이 부족하다거나 주행에 방해가 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만일 기본 백 레스트를 제거하고 리어캐리어에 짐을 수납할 수 있는 박스를 설치한다면 좀 더 많은 짐을 수납하고 주행할 수 있었다. 활용도가 높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
Q2다이나믹과 스티져L 비교
스티져와 같은 배기량의 Q2다이나믹과 비교를 해봤다. 실제 두 모델은 비교하기 좋은 대상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확연히 드러났다. Q2는 스티져에 비해 소비자층의 연령대가 다소 높았다. 경쾌하지는 않지만 묵직하고 중후한 주행감이 특징이었다. Q2는 뱅킹 한계가 스티져보다 좀 더 높다. 의외로 코너링을 깊게 할 수 있다. Q2와 스티져 중 무엇이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스티져는 좀 더 도심주행에 적합한 느낌으로 중저속 토크가 두터웠고, Q2는 고속영역이 강했다.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결론, 보통 사람을 위한 무난한 125cc 스쿠터
지난 12개월 동안 스티져와 동고동락하며 많은 일이 있었다. 사실 우리가 스쿠터를 고르는 기준은 꽤 엄격했다. 125cc 클래스가 여러 가지로 시내에서 충분하다는 것은 분명했지만, 크기가 작은 소형보다는 눈에 잘 띄는 중형을 고집했다. 차량 사이에서 아무래도 안전함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편의성을 우선했다. 필요할 때 빠르게 타고 내리며 이동해야하는 우리에게 스마트키가 무척 편하게 느껴졌다. 조작도 어렵지 않았고 키 뭉치도 크지 않아 맘에 들었다.
125cc 급인데도 차체가 큰 바람에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것도 동급대비 맘에 들었다. 아무래도 트렁크는 넓을수록 좋은 것이 사실 아닌가. 그리고 라이딩 포지션이 몸에 잘 맞는가도 중요했다. 편집부 기자들은 모두 170cm대의 키에 보통 한국 남성 체구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포지션은 핸들 거리나 발 놓는 자리가 어색함 없이 들어맞았다.
엔진 동력성능에 대한 평가는 맨 마지막이었다. 오히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파워나 최고속도라기보다 저속에서 컨트롤하기 좋은 스로틀 감을 갖고 있는가였다. 중도에 Q2와 비교한 적도 있지만 스티져는 저속 컨트롤면에서 Q2보다 낫다. 진동이 적고 확실히 부드럽다. 출발과 감속이 부드러워 가다 서다 할 때 부담이 적었다. 최고속도는 아쉬웠지만 저속에서의 컨트롤성, 그리고 시내에서 주로 달리는 40km/h에서 80km/h까지의 오르내림이 부드러운 것이 맘에 들었다.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 완벽한 스쿠터도 물론 없다. 대림자동차가 국내 기업으로서 잘한 점도, 못한 점도 많지만, 기자로서가 아니라 그저 필요한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 입장에서 스티져라는 제품을 돌이켜보면 썩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어디 하나 크게 빠지는 것이 없었고 무엇보다 유지하는 데 가격 부담이 적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다른 스쿠터가 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었고 잔 고장 한 번 난 적이 없다. 뽑기 운이 좋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주변 사람이 우려하던 기계적인 부분으로 스트레스를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티져는 어느 하나 특출난 최고의 스쿠터는 아니지만, 아무 때나 여러모로 사용하고 싶은 보통 사람에게 참 괜찮은 스쿠터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묵묵히 발이 돼 준 스티져, 이번 주말에 마음먹고 세차를 말끔히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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