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의 선물, 스즈키 GSX-S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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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GSX-S1000을 처음 만난 지 딱 1년째다. 이 바이크를 처음 봤을 때 감흥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작고 단단한 이미지, 꽉 찬 파워를 보여주듯 우람한 근육질 바디. 그리고 시동을 처음 터뜨렸을 때 웅장한 엔진음은 순정상태의 바이크가 맞는지 착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난 V-STROM과 다르게 이번 바이크는 순정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미 순정상태로도 기계적인 성능이 충분히 높으므로 굳이 튜닝하지 않더라도 스트리트 스포츠를 즐기기 좋다는 취지에서였다. 흡기, 배기, 심지어 액세서리 튜닝조차 하지 않은 순정 그대로의 상태로 1년 동안 스포츠 라이딩을 즐겼다.
하지만 기계도 정이 들던가. 1년이 되는 기념으로 작은 사고 한 번 없이 즐거움만 전해준 바이크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성능과 관련 없는 액세서리 파츠를 알아봤다. '순정주의자'인 내게 있어서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스즈키가 취급하는 액세서리는 몇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아쉬웠던 점을 메울 수 있는 드레스업 파츠들. 특히 미터 바이저(계기반 덮개)가 딱 맘에 들었다. 스모크 처리되어 멋스러울 뿐 아니라 핸들이 높기 때문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던 호스류를 가려주고, 플라스틱 조각으로 마무리된 순정상태의 헤드라이트 카울을 상당히 보완해주기 때문.
작업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덤으로 붙인 탱크 패드와 연료 탭 패드를 붙이기 위해 사전작업을 하는 것이 더 번거로웠다. 탱크 면을 깨끗이 닦아야 에폭시 소재의 패드가 잘 붙어있기 때문인데, 한 번 붙였다 떼면 아무래도 점성이 떨어진다. 평소 타고 내릴 때 마찰이 많은 부위라 한 번에 잘 붙이는 것이 좋다.
정성스레 중심을 잡고 패드를 붙이자 맹숭맹숭했던 연료 탱크에 세월 주름이 생긴 것 같다. 다음은 미터 바이저. 계기반을 덮는 용도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방풍효과는 없다고 보는 것이 낫다. 장착 후 달려본 소감을 잠깐 말하자면 약간의 정류효과가 있을 뿐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세기는 거의 그대로다. 단순한 액세서리에 그 이상의 성능을 요구하지 말도록 하자.
미터바이저는 딱 맞는 사이즈로 나오지만 약간의 홀 가공은 필요하다. 어려운 수준은 아니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업은 금방 끝났지만 효과는 좋다. 앞에서 봤을 때 2% 아쉬운 부분을 채워준다. 내친김에 스즈키 정품 옵션인 탱크백을 부착해봤다. 자석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라 아무런 사전작업이 필요 없다. 그냥 턱 붙이면 된다.
위쪽은 지도를 넣거나 태블릿 PC를 넣으면 액정화면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하다. 게다가 수납공간도 적지 않다. 메인 공간은 1박 2일 소지품 정도는 들어가고, 양쪽과 앞뒤로 작은 지퍼가 있어 작은 물건이 쏙 들어간다. 더 좋은 것은 자석으로 붙은 백을 떼고 이동하고 싶으면 그냥 어깨에 걸칠 수 있는 숄더 밴드가 있다는 것.
디자인이 조금 투박한 맛은 있지만, 실용성이 좋다. 이 제품은 스즈키 전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공용품이다. 사실은 스즈키 바이크가 아니어도 연료탱크에 자석으로 붙기만 한다면 사용할 수 있어서 여러 브랜드 바이크를 타는 기자에게는 더 좋다. 설치 후 이전 모습과 비교해보니 언뜻 투어링 바이크로 변신한 것처럼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런 것이 액세서리 튜닝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경험한 GSX-S1000과 F버전의 추억을 잠시 상기해본다. S1000의 경우 스포츠성이 부각된 모델로, GSX-R1000 K5엔진이 개량되어 실렸다. 저속토크가 매우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한 번은 인제 스피디움에서 달려봤는데, 최고속도도 충분히 나오고 무엇보다 날렵한 핸들링 특성으로 고저차가 심한 트랙에서 큰 즐거움을 줬다. 슈퍼바이크와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성능이 훌륭해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GSX-S1000F는 투어링 위주로 달렸다. 2015년 마지막 해를 보기 위해 서쪽으로 떠난 적도 있고, 트랙션 컨트롤 성능을 체험하기 위해 얼어있는 고갯길을 무작정 달리기도 했다. 방풍성은 보기보다 좋았다. 겨울 날씨에 작은 윈드스크린마저 없었다면 촬영이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GSX-S1000 시리즈를 1년간 타 온 소감은 한마디로 일축할 수 있다. 스트리트에서 즐기기 좋은, 아주 솔직한 감성의 병렬 4기통 머신이라는 것. 날 것의 느낌을 잘 남겨놓은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점이다. S1000은 핸들링에 특화됐으며, S1000F는 묵직한 주행성에 특화되었다. 같은 엔진이라 해도 작은 세팅의 변화로 큰 차이를 두었다. 개인적으로는 미들급 바이크같은 예리한 핸들링이 매력적인 S1000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스즈키가 준비한 파격적인 스타일링의 GSX-S 시리즈는 성공적이었다. 특히 베테랑 라이더에게도 감흥을 줄 수 있는 바이크를 만들어 내놓았다는 점에 박수를 치고 싶다. 전 세계 다양한 테스트 라이더들이 좋아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잘 다듬어져 있고, 흉포하지만 기본에 충실해서 다루기가 재미있다는 점. 그 점이 GSX-S가 스포츠 스트리트 바이크로써 데뷔하자마자 호평을 불러온 이유다.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을 기본으로 한 점도 롱런할 수 있는 조건 중의 하나다. 파격적인 외모는 등장 당시에 이목을 끌지 몰라도 대중의 시선을 오래 붙잡아 두기는 어렵다. 최소의 전자장비로 4기통 엔진만의 즐거움을 잘 응축해 놓은 GSX-S시리즈의 선전을, 앞으로 10년은 기대할 수 있겠다.
4계절을 모두 겪고 다시 돌아 가을을 맞게 되었다. 1년 간 GSX-S 덕분에 오래 잊었던 4기통 엔진만의 짜릿함을 다시 추억할 수 있게 됐다. 오래 타보고 소유해봐야 알 수 있는 진한 느낌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아울러 지난 1년간 경험했던 소감이 독자 개인에게 잘 맞는 바이크를 고르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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