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열어젖힌 911의 터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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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상징이자 스포츠카의 아이콘인 911. 반세기를 넘어 이제 100주년을 향해 달리는 911 연표의 새로운 첫 장은 터보 엔진이 장식했다. 마이너체인지된 991은 3.0L 트윈 터보 엔진으로 성능과 연비를 끌어올리는 한편 4WS로 날카로운 핸들링과 고속 안정성까지 한 손에 거머쥐었다.
독일 뮌헨을 이륙한 비행기가 남서쪽으로 비행한 지 4시간 여. 기수를 낮춘 비행기는 대서양에 떠 있는 카나리아 제도 테네리페 섬에 착륙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스페인령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북아프리카 모로코 해안에 인접한 이곳은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휴양지. 하지만 우리는 그 멋진 자연경관이나 사시사철 따뜻하다는 날씨, 유럽에서 신대륙 아메리카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로서의 역사적 흔적보다는 잠시 후 만나게 될 차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다. 이 차는 터보 엔진을 얹은 911이면서도 911 터보가 아닌 그냥 911 카레라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자연흡기 대신 소배기량 터보 엔진으로 심장을 갈아치운 신형 911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라지지 않은 듯 달라진 911
비행기는 아직 바다 위를 날고 있지만 사실 이 차에 대한 브리핑은 이미 끝난 터였다. 이륙 후 1시간 동안의 식사가 끝나고 나니 승무원들이 아이패드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여기에는 신차에 대한 각종 기술자료와 동영상 등이 담겨 있었다. 일반적인 시승행사라면 비행기 착륙 후 환영 이벤트와 신차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기 마련. 그런데 이번 시승 행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별다른 행사도 없이 곧바로 시승차가 제공되었다. 바로 출발하는 게 맞는 건지 머뭇거리며 묻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긴 말 필요 없으니 일단 타보라는 뜻인가? 하지만 첫날 일정은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비교적 짧은 코스, 게다가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라 교통량까지 많아 액셀 페달 한번 제대로 밟아보기 힘든 상황이어서 맛보기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그날 저녁 환영파티를 겸하는 디너에서도 공식적인 프리젠테이션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시승 위주다. 여기에 얹은 기술들이 이미 공개된 것들이니 시시콜콜한 설명보다는 직접 몰아보고 확인하라는 자신감인 모양이다. 이튿날 테이다 산 주변 도로를 달리는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준비된 911은 모두 뒷바퀴굴림 카레라와 카레라 S의 쿠페와 카브리올레 버전 네 가지. 한국 기자들에게 배정된 것은 420마력의 카레라 S 쿠페와 카브리올레로 PDK와 리어 스티어링을 갖춘 최고급 트림이었다.
보통 새차를 시승할 때에는 디자인 변화부터 살피게 되지만 사실 이 차는 2011년 풀 모델 체인지된 현행 코드네임 991의 마이너체인지 버전이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페이스리프트나 마이나체인지로 분류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얼굴을 보면 범퍼 부분에 변화가 집중되어 있다. 흡기구의 형태가 약간 달라지고 그 둘레 굴곡에도 변화가 있었다. LED 주간주행등은 이전보다 훨씬 얇아졌다. 양쪽 흡기구에 설치된 루버는 이제 가동식으로 바뀌어 마치 상어 아가미를 보는 듯하다. 상황에 따라 여닫히는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991의 페이스리프트는 헤드램프 디자인을 손대지 않은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생각한다. 996에서 실험적 디자인으로 흑역사를 썼던 911의 얼굴은 997을 거쳐 지금의 991에서 옛 미모를 되찾았다. 고전적인 특징을 잘 담아냈으면서도 충분히 현대적이고 아름답다. 그런데 엉덩이는 크게 달라졌다. 엔진 교환에 따른 변화다.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을 담다
911은 엔진을 뒤에 얹는 만큼 리어 윈도 아래에 공기구멍이 달린다. 그 형태는 시리즈마다 혹은 엔진 트림에 따라 달랐는데, 991 초기형에는 가로로 3개의 슬릿을 넣은 디자인으로 공기배출구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356이나 550, 초기형 911을 연상시키는 세로핀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이는 보다 많은 공기를 필요로 하는 터보 엔진을 위함이다. 그리고 범퍼 양쪽 아래에는 인터쿨러를 식힌 공기를 뽑아내기 위한 배출구가 새로 뚫렸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형태를 거의 그대로 두면서 중간을 옴폭하게 만들어 입체감을 살렸다.
자동차들은 공기를 가르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경제형 차라면 단순히 저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포르쉐의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은 공력특성과 열관리, 그리고 달리기 성능까지도 아우른다. 수퍼카 918을 통해 새로운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실험했던 포르쉐는 이제 그 기술적 성과들을 여러 모델에 투입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액티브 에어 플랩은 양산형 포르쉐로는 최초. 정차시에는 자동으로 열려 냉각성능을 높이고 시속 15km부터 조금씩 닫혀 시속 160km를 넘기면 다시 몇 단계에 걸쳐 열리는 방식이다. 플랩 제어는 컨버터블의 소프트톱이나 선루프 개방 유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프론트 루버가 닫히면 공기흐름이 달라져 앞쪽 양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것은 곧 공력 밸런스의 변화를 뜻하기 때문에 플랩 각도에 따라 가동식 리어 스포일러 각도를 연계해 최적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리어 스포일러는 리어 다운포스를 늘리는 역할을 하지만 이제는 터보 엔진을 위한 공기 유입량 조절이라는 새로운 임무도 부여받았다. 기본적으로는 시속 60km에서 솟아오르지만 앞쪽 플랩에 따라서도 각도가 조절되고, 버튼을 눌러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계기판과 대시보드 형태, 조작 스위치의 배치나 형태도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뭔가 달라 보이는 듯싶다면 그건 바로 GT 스포츠 스티어링 덕분이다. 스위치 개수는 약간 줄었지만 금속 스포크에 나사를 노출시킨 디자인은 918 스파이더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림 직경도 기본형의 375mm에서 360mm로 줄어들어 더욱 스포티하다. 특히나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선택할 경우 4시 방향에 스위치가 달리는데, 회전링을 돌려 노말/스포츠/스포츠+/인디비주얼의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중앙의 버튼은 20초간 추가적인 가속성능을 제공하는 일종의 부스트 버튼으로 PDK 버전에만 제공된다.
이제는 카레라도 터보 엔진이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엔진이다. 911은 그 이름과 복서 엔진, 리어 엔진 레이아웃 등 부치 포르쉐가 그렸던 디자인의 정수를 유지하면서 50년간 진화를 시도했었다. 그 중에는 공랭식 엔진에서 수랭식 엔진으로의 교체나 4WD 시스템, 자동변속기의 도입 등 큰 변화가 있었는데, 이번 터보 엔진 도입 역시 그에 뒤지지 않는 대격변이다. 911 팬들을 분노시켰던 공랭식 엔진 폐기 때도 그랬지만 여기에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991 등장 당시 얹었던 수평대향 6기통 3.5L(카레라)와 3.8L(카레라 S)는 최고출력 350마력과 380마력으로 자연흡기이면서도 L당 1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하는 실력가였다. 직분사와 가변 흡기, 가변 밸브 등 동원 가능한 기술을 총동원해서 뽑아낸 성능이기 때문에 출력과 환경성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나 터보로 전환하는 수밖에 없었다. 르망 경주차 919와 수퍼카 918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과 달리 911은 비교적 전통적 수법인 배기량 축소+터보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다음 세대 911(992)은 PHEV로 바뀐다는 소문이다.
그런데 사실 포르쉐는 그 어떤 메이커보다도 터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왔다. ‘반응이 리니어한(평탄한) 자연흡기 엔진이야말로 스포츠카다!’라는 주장도 물론 틀리지 않다. 역대 911은 자연흡기 복서 엔진으로 그 주장에 힘을 실어온 존재다. 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기에 터보를 도입해 과급 엔진 스포츠카의 아이콘이 된 것 역시 911이다. 1975년 처음 등장했던 911 터보는 3.0L 배기량으로 260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했으며 독특한 리어 윙 디자인을 더해 도로와 서킷에서 맹활약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날에는 580마력에 네바퀴를 굴리고, 최고시속 330km가 가능한 괴물이 되었다. 1975년 이후 오늘날까지 가장 강력한 911은 언제나 터보였던 셈이다.
신형 911 카레라의 배기량은 3.0L. 여기에 터보차저 2개를 달아 최고출력을 370마력(카레라)과 420마력(카레라 S)으로 끌어올렸다. 출력향상은 20마력에 불과하지만 토크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최대토크가 각각 45.9, 51.0kg·m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불과 1,700rp에서 피크치에 도달해 5,000rpm까지 평탄하게 유지된다. 자연흡기로는 불가능한 넓은 토크밴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뱅크당 하나씩 연료펌프와 실린더 중앙에 배치된 직분사 인젝터가 250바의 압력으로 연료를 직접 연소실에 분사하고, 바리오캠 플러스가 밸브 타이밍과 리프트량을 제어한다.
80년대 말 959에서 사용했던 시퀀셜 터보나 가솔린차 최초로 911 터보가 도입했던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는 모두 터보의 고질적인 반응지연(터보랙)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신형 엔진은 터보임에도 1,700rpm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할 만큼 응답성이 뛰어나지만 실제 액셀 페달을 밟아보면 아주 약간이나마 터보랙이 느껴진다. 포르쉐는 PDK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이 남은 2%의 아쉬움을 해결했다. 재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듀얼 클러치식 변속기 PDK는 크루징 상태에서 액셀 페달을 살짝 밟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단수를 낮추어 엔진회전수를 최소한 3,000rpm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따라서 드라이버는 언제라도 엔진을 최대토크 상태로 유지시킬 수 있게 되었다. 자연흡기의 리니어함과는 다르지만 액셀 페달을 살짝 밟으면 언제나 묵직한 토크가 차체를 순식간에 가속시킨다.
리어 스티어링으로 더욱 날렵한 코너링
이번 시승에 앞서 터보 엔진만큼이나 신경 쓰였던 것이 리어 스티어링이었다. 뒷바퀴 각도를 움직이는 4WS는 중저속에서 회전반경을 줄여 타이트 코너 공략에 유리한 반면 핸들링 감각에 이질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있다. 하지만 포르쉐가 퓨어 스포츠인 911 GT3에 사용할 정도라면 이미 숙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
이번 시승행사가 열린 테네리페 섬은 제주도 같은 화산섬으로 중앙에 우뚝 솟은 테이다 산 주변의 도로를 활용해 시승 코스가 구성되었다. 초반에는 관광객과 자전거족 때문에 조심해야 했지만 점심식사 후 화산암 지대를 벗어나자 북쪽 항구를 향해 내려가는 기다란 와인딩 구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액티브 서스펜션을 달면서 지상고를 10mm 낮추고 4WS까지 조합한 911의 새로운 하체를 시험해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이곳에서 확인해본 신형 911의 핸들링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쓸데없는 걱정이었을 뿐이었다. 동작 패턴이 단순했던 예전 4WS와 달리 이질감이 거의 없었다. 특히 시속 80~150km의 속도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이트 코너를 공략할 때 그 능력이 두드러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뒤가 끌려가는 느낌이 없으면서 차체는 요잉을 쉽게 만들어냈다. 액셀 페달을 적극적으로 밟아도 뒷바퀴가 미끄러지기는커녕 강력한 그립으로 코너 출구에서 힘차게 엉덩이를 밀어붙인다. 여기에는 이전보다 넓어진 타이어(카레라S의 경우)도 한몫 거들었다.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기억 때문인지 코너 아펙스 부근에서의 움직임이 예상과는 살짝 다르다고 느껴지지만 예전 닛산/인피니티 HICAS처럼 엉덩이가 빙글 돌아가는 감각은 아니다. 딱히 오버스티어는 아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차는 이미 코너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 시스템은 낮은 속도에서 뒷바퀴를 앞쪽과 반대로 꺾어 코너를 타이트하게 돌 수 있는 반면 고속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덜 민감하게 만들어준다. 이것은 911의 고속 안정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덕분에 발군의 와인딩 능력과는 반대로 고속도로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안락함을 제공한다. 엔진과 변속기 제어뿐 아니라 가변식 댐퍼(PASM)와 가변식 엔진 마운트가 어우러진 덕분이다. 또 스태빌라이저를 비틀어 롤링을 줄이기 때문에 댐퍼를 지나치게 단단하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PASM은 이제 카레라부터 기본으로 달린다. 911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스포츠카이자 그랜드 투어러(GT)로서의 본분을 잊은 적이 없지만 이런 기술적 진보는 911을 더욱 완벽하고도 강력한 GT카로 진화시켰다.
부스트 버튼이 제공하는 20초의 마법
PDK는 스포츠와 스포츠+ 모드에서 한 박자 빠른 반응과 함께 엔진회전수를 높게 유지한다. 그러다가도 액셀과 스티어링 조작이 약간 느긋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단수를 높여 엔진회전수를 끌어내린다. 여기에 멈출 때마다 시동을 꺼버리는 스타트/스톱 기능까지 추가한 덕분에 연료를 절약하고(구형보다 100km당 0.8L를 덜 쓴다) 소음도 줄일 수 있겠지만 계속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드라이버에게는 조금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이 차는 드라이버의 의도를 누구보다도 재빠르게 알아차려 돌격 모드로 전환하니 말이다.
만약 옆에서 알짱거리는 차를 만나게 된다면 그저 지긋이 액셀 페달을 밟으면 된다. 상대가 비슷하게 따라온다면? 또 하나의 비밀병기가 있다. 바로 스티어링 휠 4시 방향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휠 중앙에 마련된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 마치 르망 하이브리드 머신의 부스트 버튼처럼 이걸 누르면 20초간 추가적인 가속력을 제공한다. 론치 컨트롤의 추월 가속 버전인 셈인데, 등판을 때릴 만큼의 엄청난 추가가속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제법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꽤 많이 떠들었음에도 아직 이 차에 대해 다 설명한 것은 아니다.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과 사고예방 브레이크, 차선경고장치 같은 안전 및 편의장비가 추가되었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 확장성을 개선하는 한편 실시간 교통상황이 적용되는 온라인 내비게이션을 더해 편의성을 높였다. 포르쉐 커넥트 앱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소나 캘린더 정보를 연동할 수도 있다.
이번 911은 마이너체인지임이 분명하지만 마이너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형 구동계는 터보의 단점이 완벽하게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자연흡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아울러 조절식 댐퍼와 가변식 마운트, 액티브 에어로다이내믹, 카레라 S에 옵션으로 마련된 리어 스티어링이 어우러져 와인딩에서는 더욱 날카롭고, 고속도로에서는 더욱 쾌적하면서도 빨라졌다. 911은 원래부터 스포츠카와 그랜드 투어러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그 변화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시승을 마치고 나자 일행들과 어제 나누었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터보 엔진이라 반응이 리니어하지는 않겠지? 4WS 감각도 조금은 이상할 테고”, “그런데 포르쉐잖아. 단점을 그대로 내놓았을 리는 없지. 지금 이렇게 헐뜯어도 결국 내일쯤 엄지손가락을 쳐들고 있을 걸?”. 장난처럼 말했던 어제의 대화는 결국 예언이 되었다. 자칭 자연흡기 신봉자들조차 수긍하게 만들 만큼 신형 911은 강력한 힘과 뛰어난 달리기 성능, 아울러 장거리 여행마저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안락함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매번 완벽해 보이는 차임에도 새로운 여지를 찾아 어김없이 진화시킨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미 50년의 역사를 넘긴 이 차는 ‘노익장’이나 ‘장수’ 같은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깊은 매력과 자기개발로 항상 시대를 선도해온 스포츠카의 아이콘. 이번 시승도 그 당연한 사실을 재차, 삼차 확인하는 자리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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