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달려볼까, 쉐보레 카마로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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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고성능 스포츠카 카마로가 돌아왔다. 더 커다란 엔진을 달고 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더 강한 얼굴로 왔는데 전혀 과하지 않다. 오히려 요즘 차로는 채워지지 않는 답답함을 한방에 날려준다. 힘을 잔뜩 준 신형 카마로를 직접 느끼는 감각은 더욱 신선하다. 한편으로는 유쾌, 상쾌, 통쾌한 이 차가 왜 이제야 나왔나 싶다. 높은 숫자 사이에서 지레짐작 겁부터 먹어 숨은 보석을 놓칠 뻔했다. 어쩌면 쉐보레가 큰일을 낼지도 모르겠다.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싶다면
카마로SS는 한눈에 봐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멈춰있을 때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들고 사진 찍기에 바빴고, 운전 중에는 사이드미러 너머로 훔쳐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이만한 차도 없다는 얘기다. 부드러운 곡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온통 날 선 캐릭터 라인과 머슬카 특유의 우람한 차체가 만나 듬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로로 길게 찢은 그릴과 움푹 들어간 헤드램프, 불쑥 튀어나온 휀더, 두툼한 범퍼 등 전체적인 형상은 카마로의 전통을 잘 간직했다. 그래도 자세히 살펴보면 꽤 많은 변화가 보인다. 공기흡입구 크기를 키우고 전체적으로 볼륨감을 살려 신형다운 느낌을 잘 표현했다. LED 주간운행등과 램프 속 구성, 살이 얇은 20인치 휠은 투박하고 멋이없을 거라는 미국 머슬카에 대한 관념을 버리기에 충분하다.
진짜 미국 차 맞아?
실내는 낮은 시트포지션과 두툼한 스티어링 휠, 손에 닿기 쉬운 위치에 모여있는 버튼이 꼼짝 말고 운전에 집중하라고 말해준다. 커다란 계기반은 차의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오일 온도와 남은 양, 배터리 전압, G센서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제로백과 랩 타이머를 측정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선명한 계기반 안에 중요 정보를 몰아넣으니 한결 보기 쉬워졌다.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이륙할 준비를 마친 기분이다.
그렇다고 이 차가 마냥 불편한 것은 아니다. 미국 감성이 짙게 나지만 한국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편의장치는 빠짐없이 들어있다. 메모리 기능이 포함된 푹신한 시트, RPM 변화까지 확인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썬루프와 보스 오디오, 심지어 통풍시트와 무선충전패드도 마련되어 있다. 각 운전모드에 따라 바뀌는 무드등과 최근 말리부에서 보던 것과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편안한 세단에 있는 것 같은 착각도 들 정도다. 스포츠카 특성상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구성에 있어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감당할 수 없는 성능
네모난 시동버튼을 누르면 우렁찬 소리를 뱉으며 등장을 알린다. 330km까지 적혀있는 계기반은 한 바퀴 돌아가며 오픈 세레머니를 보여준다. 시작부터 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카마로 SS에는 V형 8기통 6.2리터 가솔린 엔진이 장착되어 최고출력 455마력, 최대토크 62.9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은 4초, 모든 힘은 뒷바퀴로만 전달한다.
무지막지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은 지치는 기색이 없다. 풍부한 8기통 사운드가 연신 귓가를 때린다. 가속 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차는 묵직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튀어나간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계기반에는 7천 RPM에서 레드존이 나오지만 실제 변속은 6,500RPM 부근에서 이뤄진다. 8단 자동변속기 또한 경쟁모델처럼 민첩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차가 굼뜨거나 답답한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풍부한 대배기량 엔진이 단점을 생각할 겨를도 없어 덮어버리고 시종일관 밀어붙인다. 체감 속도 역시 매우 빠르기 때문에 정신줄을 똑바로 붙잡고 있어야 한다.
코너에서는 예상을 완벽히 빗나갔다. 듬직한 차체와 무거운 엔진이 균형을 깨뜨릴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쉐보레 차의 특징인 단단한 섀시 강성과 탄탄한 하체 세팅이 만나 빠르고 정확하게 코너를 통과한다. 자로 잰 것처럼 반듯하게 지나가는 느낌이 색다르다. 1초에 1000번 단위로 도로 상황을 분석해 떨림을 최소화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안정적인 주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도맡아 한다. 물렁하고 직진밖에 모를 것 같던 미국차 편견이 또 한 번 깨지는 순간이다. 아울러 조금 만 더 깊게 밟고 싶은 충동도 들게 한다.
엄청난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기에는 많은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조금만 무리하면 차는 금새 균형을 잃고 꽁무늬를 흘린다. 시승차는 타이어 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불안했다. 계기반에는 자세제어장치가 쉴 새 없이 깜빡이고 스릴과 두려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운전 모드를 트랙으로 놓고 모든 안전장치를 끄면 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날 것 그 자체가 된다.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잡아 돌리며 드리프트를 유도하고 짜릿함을 느낄 수 있지만 반대로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쉬울 것 같다. 운전은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차
장점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단점도 물론 갖고 있다. 먼저, 6.2리터 엔진이 먹는 기름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트립컴퓨터에 찍힌 시내 연비는 5km/l, 고속도로에서도 두 자리수를 넘기지 못했다. 격하게 주행하면 리터당 3km도 보여줬다. 여기에 각종 보험과 세금도 부담된다. 한마디로 유지비가 많이 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정도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유지비는 우선 순위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너도나도 다운사이징을 외치며 작은 엔진을 집어 넣을 때 통 큰 엔진으로 있는 그대로의 성능을 뿜어내는 카마로SS의 등장을 더 반가워할 것이다. 여기에 5천만 원 초반에 책정된 합리적인 가격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여러모로 미워할 만한 구석이 없다. 처음 시동을 켜면 기름을 다 쓰고 내려와야 할 정도로 운전하고 싶게 만드는 차,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차가 카마로S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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