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마이카 자격조건, 뉴 푸조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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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이 넘어서면서부터 남자는 합리적인 선택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쓸데없는 멋 부림에 진부함을 느끼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마주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제품에 금전을 허락한다. 차도 마찬가지다. 날렵한 스포츠쿠페는 한때 추억이 될 순 있어도, 왠지 현실적인 마이카로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단편적인 스타일보다 실용성과 합리적인 장점을 두루 갖춘 크로스오버. 푸조 3008은 그런 차다.
‘308’이라는 존재감에 기대어 가지치기 모델로 등장한 SUV. 2008년 데뷔를 치르고, 어느덧 스스로 존재감을 키우며 안팎으로 변화도 참 많았다. 최근 등장한 3008의 키워드는 역시 ‘유로6’.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디젤 스캔들에서 투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이어 모델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이유는 1.6리터라는 디젤엔진으로 풍만한 사이즈를 이끌기 때문이다. 엔진은 작고 풍채는 넉넉하니 합리적인 조건은 야무지게 챙긴 셈. 게다가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슬기롭게 충족한다.
우리가 언제부터 대기오염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가? 사실 코와 허파로 예리하게 체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에서 매캐한 냄새에 코를 막고 인상을 찌푸렸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결코 우리 가족에게 허락할 순 없겠지. 배기가스 기준이 날로 까다로워지는 정책엔 두 손 들어 환영한다. 그래서 푸조 3008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과 DPF(Diesel Particulate Filter)의 콜라보레이션.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퍼센트까지 현저히 줄여주며, 미세한 입자 제거율을 99.9퍼센트까지 높였다. SCR 시스템은 모든 주행조건에서 언제나 작동한다. 달리기 위함이 아니라, 클린 디젤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DPF를 승용차에 처음으로 적용한 브랜드 역시 PSA 그룹. 푸조와 시트로엥은 언제나 착한 자동차 메이커였다.
그럼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하면 효율을 중시한 턱걸이 출력. 실용 영역에서 거뜬하게 치고 나가도, 출력으로 승부를 거는 엔진은 결코 아니다. 최고출력은 120마력, 그보다 중요한 최대토크는 30.6kg·m로 도심부터 고속도로까지,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답답함은 없다. 차라리 엔진보다 변속기가 맘에 쏙 든다. 호불호가 갈렸던 MCP 대신 EAT6(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를 얹었기 때문이다.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는 이미 무던한 검증을 마친 상태. 내구성이며 성능까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연비는? 3008 1.6 BlueHDi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4.4킬로미터. 수치만 보면 실망스럽겠지만, 실제연비가 제대로 나오기로 유명한 푸조 아니던가. 푸조는 12월 한 달간 연비보장 프로모션을 제안했다. 등록 후 1년 이내에 1만 킬로미터를 주행한 누적 평균 연비가 1등급 기준인 리터당16.0킬로미터에 미치지 못하면 유류비 차액을 보상해 준단다. 이러한 대박 이벤트는 언제나 환영이다.
변속기 하나로 주행질감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특히 정차와 출발이 잦은 도심에선 확실히 편하고 다루기 쉬워졌다. 이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도 변속충격을 겁낼 필요가 없다. 별다른 낯가림 없이 누가 몰아도 매끈하게 치고 오른다. 간결한 콕핏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쾌적하다. 살짝 높아진 시트포지션 하나로 누리는 특권이다. 덩달아 푸근한 승차감을 품었으니 장거리여행도 피로 없이 주파한다. 구동방식은 앞바퀴굴림. 하지만 ‘그립컨트롤(Grip Control)’ 기능은 평지(Standard), 눈(Snow), 진흙(Mud), 모래(Sand), ESP 오프(ESP Off) 등 다섯 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해 어디서나 안정적인 주행을 실현한다. 물론 정통 SUV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일률적인 전자제어식 트랙션보다 훨씬 윤택한 기능임에는 틀림없다.
솔직히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나가서 뽐낼 만큼 예쁘장한 외모는 아니지만 쓸데없는 허세를 버린 지도 오래. 거대한 캠핑장비를 거뜬하게 삼키는 넉넉한 모습만 봐도 흐뭇하다. 심지어 유모차는 굳이 접지 않아도 한입에 꿀꺽 털어 넣는다. 비결은 크렘 쉘 방식으로 열리는 테일게이트. 위·아래 모두 열리는 구조 덕분에 트렁크 개방감은 우월하다. 하단 도어는 최대 200킬로그램까지 버틴다. 아이와 내가 앉아도 거뜬하다는 소리. 트렁크는 선반을 이용해 내 마음대로 세 가지로 구획할 수 있다. 간편하게 세차장비를 두거나, 가끔은 스키장비를 여러 개 실어도 똑똑하게 담을 수 있다. 폴딩시트까지 모두 접으면 무려 1천604리터까지 늘어난다. 이래도 좁다고 불평할 수 있을까?
앞서 합리적인 선택을 언급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가격 때문. 푸조 3008 1.6 액티브는 SCR을 탑재해 가격 상승요인이 발생했지만, 이전 모델보다 최대 300만 원 저렴해졌다. 물론 HUD가 빠졌지만 보다 현실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희소식. 이 정도면 현실적인 마이카로 합격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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