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향상된 기본기로 승부하는 중형 세단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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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국산차와 수입차를 막론하고 중형 세단 전쟁에 불이 붙었다. 연초, 르노삼성 SM6의 성공적인 시장 진입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도 재빠르게 2017년형 쏘나타를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국지엠도 완전 신형 말리부로 가세하여, 불꽃 튀는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중형 세단 열풍은 수입차 업계로도 번져, 한국닛산의 경우, 대대적인 개량을 거친 신형 알티마를 국산차와 제한적으로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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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한 차례 변화를 거친 또 다른 중형세단이 있다. 바로 혼다의 대표 중형 세단, `어코드`다. 혼다 어코드의 경우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모델을 출시하고 판매에 돌입한 상태이고, 따라서 앞서 언급한 차종들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코드는 중형 세단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강자다. 미국 시장에서는 토요타 캠리와 함께, 일본산 중형 세단의 양대 산맥으로 통하며, 뛰어난 품질과 신뢰성으로 사랑 받고 있는 모델이다. 혼다 어코드를 시승하며 그 매력을 짚어본다. 시승한 어코드는 주력 모델에 해당하는 2.4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3,4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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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형으로 돌아 온 혼다 어코드는 얼굴에서부터 인상이 크게 변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평범하고 무난한 외모였던 지난 모델에 비해, 한층 스포티하고 과감해졌다. 언뜻 2015 도쿄 모터쇼에 등장했던 연료전지 자동차, `클레러티`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혼다는 어코드의 디자인 변경이 전반적인 공기역학 특성 개선을 위한 작업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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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요소인 헤드램프의 경우, 전체가 LED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지난 모델에 비해 크게 화려해졌고, 더욱 인상적인 얼굴을 만들어 낸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한층 굵은 크롬 장식으로 시선을 모으며, 범퍼의 디자인도 한층 공격적인 스타일로 마무리했다. 이 덕분에 지난 모델과는 확연히 다른 세련되면서도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뒷모습의 변화는 적은 편이지만 테일 램프의 디자인을 변경하는 한 편, 트렁크 리드의 크롬 장식을 변경하여 색다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했다. 테일 램프는 스모크 처리를 하여, 보다 입체감 있는 모양새를 연출한다. 하지만 뒷모습이 초대 제네시스의 후기형 모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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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여전히 간소하다. 하지만 좌석을 비롯하여, 사람의 신체가 닿는 부위에 사용되는 소재 전반에 변경을 가하여, 감성 품질을 높이는 데 힘썼다. 이 외에도 신형 CR-V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새로운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 등이 적용된 점도 눈에 띈다. 둘로 나뉜 디스플레이는 해상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폰트와 시인성 모두 좋은 편이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적용으로, 사용 편의성을 크게 개선한 점도 특징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를 통해, 어코드의 대시보드 둘레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소하고 정갈한 인테리어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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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UI와 실내의 각종 스위치들은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용 편의성에 있어서 불만은 없다시피 하다. 이 외에도 플로어 콘솔 내부에는 12V 전원 소켓과 USB 포트, 그리고 HDMI 포트가 각각 하나씩 마련되어 있으며, 센터 페시아 하단에는 스마트폰을 위한 무선 충전기와 12V 전원이 하나 더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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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형 어코드는 좌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의 앞좌석이 안락한 운행에만 치중한 느낌이었다면, 새로운 좌석은 이전에 비해 보다 단단해진 질감과 마감재의 변경으로, 훨씬 든든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운전석은 전동식 요추받침을 포함하여, 10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고, 조수석은 4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양쪽 좌석에는 2단계의 열선 기능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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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중형 세단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어코드답게, 부드럽고 안락한 착좌감의 뒷좌석을 지니고 있으며, 넉넉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거주성도 우수하다. 공간은 머리, 어깨, 다리를 막론하고 넉넉하게 배려되어 있어, 성인 남성이 승차하고도 여유가 있는 수준이다. 트렁크 용량은 기존과 다름 없는 447리터로, 수치 상으로는 부족해 보일 수 있으나, 공간설계가 잘 된 편이어서, 골프백 등의 긴 짐을 싣기에도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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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2.4 모델에 탑재되는 엔진은 2.4리터 배기량의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이다. 이 엔진은 혼다의 직분사 기술인 어스드림스 테크놀로지(Earthdreams Technology)가 적용되어 있으며, 188마력/6,400rpm의 최고출력과 25.0kg.m/3,9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기존과 변함없이, CVT 변속기가 짝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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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2.4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세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정숙하고 매끄러운 느낌이 잘 살아 있다. 특히,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정숙함을 겸비한 4기통 엔진과 개선된 느낌을 착실하게 주는 방음 처리가 인상적이다. 다소 간소해 보이는 실내는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어, 어지간한 노면 충격에도 거슬리는 잡소리를 내지 않는다. 특히, 정숙성은 지난 어코드보다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어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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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기존 모델보다 한층 향상된 느낌이다. 기존 어코드는 느슨하면서도 미묘하게 거친 승차감을 지니고 있었고, 큰 요철에서는 간혹 자세를 못 잡고 허둥대는 모습도 보였었다. 섀시의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어코드는 다르다. 굴곡이 큰 요철에도 약한 모습을 크게 보이지 않고, 자세를 추스르는 시간도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중형 가족용 세단의 미덕에 부합하는 승차감을 제공한다. 감쇠력이 증대된 신규 서스펜션을 전면적으로 채용했고, 섀시에 보강 작업을 거친 결과다. 이 뿐만 아니라,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의 작동 로직을 변경하여, 보다 타이트한 느낌을 주며, 이질감을 줄였다. 앞바퀴의 반응이 약간 더 빨라졌음은 물론, 직결감도 다소 향상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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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을 밟아, 2.4리터 엔진을 다그치면 CVT 특유의 반응과 함께, 회전수가 고정되며 경쾌한 전진을 개시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평균 9초 안쪽. 대배기량 엔진이나 과급 엔진의 힘찬 가속과는 거리가 멀지만, 차의 성격과 용도를 생각하면, 충분한 순발력을 지니고 있다. CVT 변속기의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작동이 매끄럽고, 알맞은 회전수를 못 찾아서 허둥대는 일도 거의 없다. 직선 구간에서의 고속 주행 중의 안정감은 지난 모델에 비해 한층 향상된 모습이다. 이는 개선된 공기역학적 특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승차감에 이어, 상기한 일련의 보강 작업이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두 번째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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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가 어코드에 가한 보강 작업이 유효하게 작용하는 세 번째 대목은 바로 회전 구간에서의 기동성이다. 구배가 큰 중저속 코너에서의 기동과 빠른 차선 변경 등의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한다. 탄탄해진 섀시와 든든함과 유연함을 겸비한 서스펜션 덕에, 급회전 기동에서 불안함을 보여주는 일이 적다. 근래 들어, 미국 중형 세단 시장에 참전하고 있는 제조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섀시 보강에 힘쓰기 시작했는데, 어코드도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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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보강 작업은 주행 성능의 향상보다는 충돌 안전성능 증대가 제1 목표다. 그래서 어코드의 섀시가 본격적인 스포츠 세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코드는 이전부터 가족용 중형 세단의 기준에서 기본기가 튼실한 편이었고, 그 기본기가 또 한 번 상승했다는 점은 확실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스포츠 세단처럼 격렬하게 휘두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나, 부실하지 않고, 진중하다. 여기에 작동 로직이 변경된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덕에, 일체감이 보다 향상되어,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차를 조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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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2.4 모델의 공인 연비는 도심 11.2km/l, 고속도로 14.9km/l, 복합 12.6km/l이다. 하지만 트립컴퓨터로 기록한 연비는 공인연비와 차이를 보인다. 서울 관악구와 강남구 등지의 도심 구간에서 기록한 평균 연비는 규정속도를 준수하며 주행 가능한 상황에서 9.7km/l, 혼잡한 경우에는 7.4km/l까지 떨어졌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제3경인 고속도로 등지에서 기록한 총 평균 연비는 14.6km/l로, 공인연비보다 다소 낮은 값을 냈다. 고속도로 운행 시에는 크루즈 컨트롤을 100km/h에 고정한 상태로, 추월 가속을 자제하며 운행했다. 연비 측정 중에는 항상 `EC-ON` 모드 하에서 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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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단장한 어코드는 기존에 지니고 있었던 넉넉한 공간설계와 같은, 가족용 중형 세단이 갖춰야 할 미덕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디자인, 승차감, 편의성, 그리고 기본기의 향상으로 총체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한층 파격적이고 스포티하게 변모한 외모와 함께, 가족형 세단으로서는 우수한 수준의 기동 안정성과 주행 질감을 갖춰, 더욱 매력적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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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변신한 어코드는 스포티한 외모에 걸맞은 탄탄해진 기본기와 향상된 승차감과 편의성을 토대로, 불꽃 튀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 중 하나로 비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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