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해치 시장의 주연에 도전하는 푸조 308 G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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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푸조 309 GTi의 1.9L 휘발유 엔진은 127마력이었다. 28년이 지나 2015년 신형 308 GTi는 더 작은 4기통 엔진으로 266마력을 뿜어낸다. 푸조가 다시 핫해치 시장의 주연으로 올라서기 위해 내놓은 최신작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도전을 검증을 위해 우리는 포드 포커스 ST를 대항마로 내세웠다. 출력은 271마력. 1982년 에스코트 XR3i보다 무려 166마력이나 높다. 2002년에 나온 포커스 ST170보다도 거의 100마력이 앞선다.
파워는 둘 다 막강하다. 여기서 잠시 뒤로 물러나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보자. 두 라이벌은 불과 8년 전 처음 등장한 2.7L 포르쉐 카이맨보다 출력과 토크가 월등하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두 모델 전부 가장 고가의 모델도, 가장 고성능 모델도 아니라는 점이다(각기 R과 RS 버전이 준비 중이다).
고성능 해치백 경쟁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파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앞으로 나올 골프 GTI 클럽스포트도 기본 261마력에 단거리 부스트 287마력을 뿜어내고, 세아트 레온 쿠프라는 이미 286마력까지 올라섰다. (최근 굴욕을 당하고 있으나) 폭스바겐이 이 부문에서 막강한 경쟁력으로 압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 차급에서 CO₂ 배출량과 주행반경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
푸조는 정면대결에서 '타도 골프'라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308 GTi는 0→시속 100km 가속 시간 6.0초를 내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숫자들을 넘어서는 주관적 정감을 담아냈다. 다시 말하면 '실용성', '안락성', '세련미'를 한꺼번에 담아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큼직한 휠을 신었는데도 외부 스타일은 차분하다. 그 정도가 지나쳐 처음에는 사진작가 스탠이 차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황무지의 커브에서 사진을 찍다가 GTi와 기본형 380을 구분하지 못해 고함을 질렀다. "야, 차가 안 보이는데?"
사실, 정성을 들인 듀얼 머플러와 낮은 승차고를 제외하면 눈에 들어오는 차이점이 없다. 반면, 요즘 눈에 익은 ST는 포커스의 더욱 아름답게 변신했다. 특히, 포드는 항상 돋보이는 루프 스포일러를 고성능 해치백에 장착하기 때문에 한층 눈에 잘 띈다.
내부는 대체로 기본 모델을 조금 더 개선한 수준이다. 첫인상은 대시보드 위에 별도의 계기를 달아놓은 ST가 평범해 보이는 308을 앞선다. 더불어 GTi의 낮은 운전위치 탓에 부실한 계기가 더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뒷좌석 다리공간도 평균 이하다. 하지만 대시보드는 단단하고 잘 생겼다. 그리고 전반적인 소재나 조립 품질은 글로벌을 외치는 포커스에게 디테일과 세련미를 가르쳐줄 수 있는 수준이다.
푸조는 10년 묵은 1.6L 프린스 엔진의 최신 버전에 트윈스크롤 터보를 짝지었고, 1,900rpm부터 거뜬하게 33.5kg.m의 토크를 내보낸다. 그리고 더욱 큰 인터쿨러와 새로운 엔진맵을 갖춘 ST의 2.0L 에코부스트 엔진은 오버부스트를 타고 최고 40.7kg.m의 토크를 뿜어낸다. 네바퀴굴림의 골프 R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마운튠 키트를 받아들인 포커스는 기계식 제한슬립 디퍼렌셜이 아니라 다양한 전자장비에 의존한다. 반면, 이상하게도 모터스포츠 디비전에 핫해치를 넘긴 푸조는 앞바퀴 사이에 토크 센서를 달았다. 따라서 GTi는 이전의 RCZ R과 마찬가지인 제한슬립 디퍼렌셜을 받아들였다.
에코부스트는 쉽게 정이 드는 엔진이다. 중앙에 자리 잡은 배기관이 영화 <이오지마>의 존 웨인처럼 울부짖는 것도 한몫을 한다. 중간 회전대의 풍성한 사운드는 주로 직선으로 뻗어나갔으나 결코 미지근하거나 단조롭지는 않다. 하지만 스티어링은 끈적끈적한 저항이 지나치다. 예리한 날을 잃는다.
ST에게 생긴 불만은 뜻밖에도 날카로운 승차감이다. 이건 1천195파운드(약 210만원)짜리 마운튠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최근 페이스리프트의 결과다. 아울러 고집스런 섀시의 스프링과 부시 때문이기도 하다. 구형과 비교해 ST의 기동성은 개선됐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완전히 봐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외면할 정도도 아니다.
308 GTi의 파워 전달은 만족스럽게 묘사하기는 어렵다. 포커스의 원기 왕성함에 비해 푸조의 스티어링은 지극히 가벼운 느낌이다. 조금만 힘을 넣거나 빼도 방향이 틀어져 주행선을 바르게 잡기가 무척 어렵다. 액셀도 깃털 베개만큼 가볍다(하지만 반응은 대단히 민감하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유격이 커서 클러치와 짝이 맞지 않는다.
승차감에서는 약속한 대로 나긋한 댐퍼가 험한 지형을 훨씬 잘 소화한다. 하지만 허술한 소음 억제와 들뜨고 허둥대는 앞 액슬 때문에 저속에서의 적응력이 약간 떨어진다. GTi는 토크 스티어의 변덕에 쉽게 놀아나진 않지만, 처음 3단까지의 불길한 떨림이 전기적 저항을 보다 허망하게 만든다.
따라서 시승 중 불만이 적지 않았다. 스티어링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승차감을 칭찬하다가도 스티어링의 엉뚱한 동작에 불만이 나왔다. 다만 308이 빨랐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곧 V-박스 계기 장치를 떼어버렸다. 그런데 ST보다는 기다란 노즈 하나쯤 더 빨랐고, 구형 골프 GTI보다는 머리와 어깨가 앞서나갔다.
그럴 만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푸조의 작고 요란한 엔진은 포드만큼 통쾌한 사운드를 들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터보를 가동하면 고회전대에서의 가속은 거의 광적이다. 훨씬 절도 있는 ST의 크랭크 스피드와는 다르다. 추진력은 훨씬 힘차다. 스펙이 정확하다면 308은 포드보다 거의 200kg이나 가볍다. 그런 차이는 GTi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다.
허약한 스티어링을 제쳐두자 308의 강성이 더 높고 넓은 앞 액슬의 장점이 눈에 띄었다. 코너 정점에서 뻣뻣한 포드에 비해 푸조는 코너 진입이 훨씬 뛰어나다. 이는 물론 코너 공략에 한층 뛰어난 토센 디퍼렌셜 덕분이다. 고속 코너에서 훨씬 빠른 주행라인을 그리는 쪽은 거의 308이다. 같은 페이스로도 상대적으로 비대한 ST는 코너 가장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피니시 라인에서 ST를 뒤집을 수 있었을까? 308은 유지비가 덜 들고, 어디서나 더 빨랐으며 실내가 더 멋지고 더 편안했다. 그리고 장점을 확실히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포커스를 뛰어넘지는 못했어도 기본형 골프 GTI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푸조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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