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핫해치에 대한 AMG의 해석 : 메르세데스-AMG A45 4MA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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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A45 4매틱은 너무 파격적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순전히 벤츠 엠블럼 때문이다. ‘벤츠’라고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확실한 건 A45는 겉모습을 보고 판단할 차는 아니라는 사실. 내실만큼은 영락없는 벤츠, 그 중에서도 AM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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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이 대세라고 해도 AMG가 만든 4기통 엔진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작은 엔진에 불어넣은 폭발력과 민첩함,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근성까지 갖췄지만 그간 AMG가 추구하던 방향과는 너무 달랐다. 그런데 몇 년 전 CLA45 AMG 4매틱을 처음 봤을 때보다 이번 신형 메르세데스 AMG A45 4매틱(이하 A45)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훨씬 컸다. 디자인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성형미인? 성형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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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서울 강남 모처에서 담당 기자를 만나 시승차를 전달받았다. 똑같이 생긴 여자들 천지의 ‘거울미로’라 불리는 곳에서 만난 A45는 묘하게 주변 풍경과 잘 어울렸다. 특히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 자리잡은 과격한 디자인의 에이프런이 그랬다. 인위적으로 세운 사람의 콧대와 비슷해 보였다고 할까.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리어 스포일러에서 한 번 더 경악했다. 사실 A45의 열쇠를 건네받을 때, 담당 기자와 필자 사이에는 원색적인 오프라인용 대화가 오갔다. “이거 정말 출고상태 그대로가 맞냐? 90년대 ‘양카’ 같은데?” 이런 대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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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원시원한 디자인으로 휠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는 휠과 이상적인 해치백 비율로 완성된 사이드 뷰는 마음에 쏙 들었다. 리어 범퍼에 꽤나 공들인 티가 나는 큼직한 디퓨저 역시 마찬가지. 경주차의 그것을 닮은 디자인 덕분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특히 디퓨저를 가로지르는 패널은 ‘뭘 좀 제대로 아는 형들’의 감성이 물씬 풍겼다.

어쨌든, 담당 기자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겉보기와 달리 흥미로운 차예요. 재미있는 구석이 꽤 많아요.” 그 말을 들으니 이 차가 필자에게 과연 어떤 즐거움을 줄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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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들어가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차체 곳곳을 살펴봤다. 각 필러와 백 패널이 굉장히 두툼하다. 차체 크기에 비해 다소 높은 381마력을 버티기 위한 보강 흔적도 보인다. 딴딴하게 각이 잡힌 섀시와 함께 로고가 멋지게 새겨진 대용량 브레이크도 신뢰가 간다. 겉모습이 약간 요상하긴 하지만, A45는 누가 뭐래도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해치백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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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다분히 메르세데스 벤츠답다. 익숙해지면 더없이 편한 촘촘한 버튼들이며 센터페시아 위에 자리잡은 큼직한 디스플레이 등이 그렇다. 착좌감이 뛰어난 버킷시트와 빨간색으로 물들인 시트 벨트 덕분에 스포티한 느낌도 상당하다. 그러나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우레탄 패널에 새겨 넣은 카본 패턴 무늬는 벤츠답지 않다. 리얼 카본 패널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뭐람. 마치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카본 시트지를 씌운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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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반경 200m 안의 개들을 모두 깨울 수 있음

시동을 걸면 4기통 2.0L 터보 엔진답지 않은 과격한 배기음이 뿜어져 나온다. 아무리 최신 트렌트라고는 하지만, 큰 엔진의 정제되지 않는 배기음을 흉내낸 것은 프리미엄 모델답지 못하다. 드라이빙 감성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요소겠지만, 주택가에서는 민폐다. 특히 시프트다운 때의 팝콘 튀기는 소리는 반경 200m 안의 잠들어 있는 모든 개들을 깨울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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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인디비주얼, 스포츠, 스포츠+ 등 4가지다. 스포츠 모드부터는 아이들링이 높아지고 변속 타이밍이 늦춰지며 배기음도 더욱 커진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 AMG 스피드 시프트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듀얼 클러치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는데 그나마 AMG 버전 변속기의 평가가 후한 편이다. 가속 페달의 초기 반응은 약간 더디다.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크기와 성격이 비슷한 폭스바겐 골프 R의 반응과는 차이가 있으며 매끈한 가속보다 토크를 끌어당겨 손실을 줄이는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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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적수가 없다. 잠깐 딴 생각을 하면 속도계 바늘이 제한속도를 넘기기 일쑤다. 젠틀한 신사와 스트리트 파이터가 공존하는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전수를 올리면 올릴수록 섀시에는 활기가 돈다. 참고로 레드존은 6,200rpm 부근에서 시작된다.

트윈 스크롤 터보를 사용해 뽑아내는 381마력은 4매틱으로 아주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소화해낸다. 밀리는 시내 구간이든 고속화 구간이든 지치는 기색이 없다. 아마 일반적인 운전자라면 이 차의 능력을 30%만 활용해도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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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5의 탄탄함은 와인딩 로드에서 빛을 발한다. 물론 벤츠답게 과정은 매끈하다. 패들 시프트를 활용하며 코너를 빠듯하게 공략해도 타이어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는다. 정밀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안전장비의 도움 없이도 한계가 굉장히 높다. 섀시의 밸런스는 잘 다듬어진 경주차 수준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브레이크다. 사이즈가 커서인지 몰라도 앞뒤 밸런스가 상당히 훌륭하다. 강하게 제동을 걸어도 앞이 심하게 주저앉거나 차체가 울컥대는 일이 없다. 이런 브레이크 세팅은 운전자로 하여금 위급상황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과연 레이스에서 잔뼈가 굵은 벤츠다운 세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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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반응이다. 확실히 DSG, PDK 등 폭스바겐 그룹의 그것보다 반응 속도가 굼뜨다. 변속 속도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추구하는 부분이 충분히 반영된 모습이지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마니아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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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5는 AMG의 혈통이 새롭게 해석된 모델이다. 야만성과 과격함은 기존 AMG에 비해 덜할지 몰라도 작은 자체, 작은 엔진에 불어넣은 생명력은 여전히 드세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기능적으로 얼마나 크게 작용할지 모르는 에어로 키트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달리기 성능이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에 해치백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완성도 높은 섀시 밸런스는 그야말로 ‘흥미로움’ 그 자체다.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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