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사람의 합리적인 선택, 쉐보레 스파크 이지트로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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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스파크가 새로운 트랜스미션을 얹고 찾아왔다. 새 변속기는 수동 기반의 자동기어. 수동 기반이라고 해서 왼발을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기어를 바꿀 때 필요한 클러치가 존재하지 않아 일반 자동기어처럼 쉽게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이름도 ‘이지트로닉’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를 위해 쉐보레가 준비한 특급 변속기.
기존 스파크와 비교해 외관상 변화는 없다. 트랜스미션만 바뀌었을 뿐. 다만 이지트로닉을 조합하는 트림은 한계를 뒀다. LT와 LT+만 이지트로닉를 갖출 수 있다. 스파크의 엔트리 LS와 최고급형 LTZ에서는 선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모든 초점을 실용과 합리에 맞췄기 때문이다. 오해는 말자. 늦게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니까. C-테크도 장단점이 있고, 이지트로닉 역시 평가는 나뉜다.
이지트로닉의 장점은 연비다. 수동변속기가 연비 좋다는 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서 동력을 전달하거나 차단하는 토크컨버터가 없기 때문이다. 주로 자동기어에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토크컨버터는 높은 승차감을 구현하는 반면 동력 손실을 초래, 연비를 떨어뜨린다. 반면 그럴 필요가 없는 수동기어는 그만큼 동력손실이 적다. 연비가 좋아지는 건 이런 기술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 연비는 리터당 14.7킬로미터.
변속충격은 호불호가 생길 수 있는 부분. 꿀렁거리는 느낌이 적지 않다. 일반적인 자동기어박스가 가속 때 부드럽게 기어를 올리는 것과 다르게, 이지트로닉은 “나 변속 중이오”를 표현한다. 그래서 차가 잠깐 멈칫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기술적 특성에 따른 것이다. 스파크보다 앞서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MCP)를 도입한 푸조도 같은 고민을 했고, 결국 일부모델을 제외하고 MCP를 포기했다.
해결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변속 타이밍에 적절하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다 다시 밟는 방법이 있다. 수동기어를 몰아본 운전자에겐 어쩌면 당연한 행위다. 스파크 이지트로닉은 수동모드로 운전을 하고 있을 땐 계기판에 변속타이밍을 알려주니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운전이 즐겁다. 사실 요즘에는 수퍼카도 자동기어 일색인 탓에 적당히 기어를 ‘D’에 두고 스티어링 휠에 손 올리고, 가속 페달 밟으면 아주 쉽게 운전할 수 있다. 무언가를 세밀하게 조작하는 맛은 그만큼 떨어진다는 소리다. 이지트로닉은 기어를 바꿀 때 재미가 그득하다. 차와 내가 함께 달린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기어레버 모양도 수동스럽게 만들었나 보다. 중앙에 자리한 레버를 왼쪽으로 툭 밀면 ‘D’, 한번 더 밀면 수동모드인 ‘M’이 활성화된다.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여도 수동모드를 이용할 수 있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레버를 밀자. ‘N’이 위치한다. 오른쪽으로 밀고 아래로 내리면 ‘R(후진)’이다. 어느 쪽으로 레버를 밀든 레버는 늘 가운데에 가부좌를 튼다.
이지트로닉의 합리성은 옵션 가격에도 드러난다. C-테크는163만 원의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지만 이지트로닉은 80만 원에 불과하다. 연비도 좋고, 운전도 재미있는데, 반 값이다.
아, 주차할 때는 충분히 주의하자. 기어를 ’N’에 놓고, 반드시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야 하는 것. 그렇지 않고 경사진 곳에 차를 세우면…끔직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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