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한상기 | 현대 신형 아반떼(AD) 1.6 GDI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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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6세대 아반떼가 데뷔했다. 6세대 아반떼는 한층 중후해진 스타일링과 대폭 늘어난 편의 장비, 주행 질감이 좋아진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편의 장비는 기존의 준중형차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132마력의 가솔린 엔진은 중저속 토크가 보강됐으며, 변속기의 궁합도 좋아졌다. 주행 성능에서는 매우 강력해진 브레이크가 돋보인다. 하체와 변속기는 현대의 세단 중에서 가장 스포티한 세팅이다. 고속까지 뻗는 힘은 구형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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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아반떼의 슬로건은 ‘수퍼 노멀’이다. 모두를 위한 자동차지만 전체적인 수준을 높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건 사실 구형 아반떼가 나왔을 때 느낀 것과 비슷하다. 대신 구형 아반떼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대표적인 게 고속 안정성이고, 브레이크 성능도 신통치 못했다. 좋긴 했지만 확실한 단점이 분명히 있었다. 신형은 기존의 장점을 강화하는 한편 단점은 개선했다. 완성도가 좋아졌다. 올해 나온 현대차를 모두 타봤다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이번에 출시된 아반떼는 6세대에 해당된다. 엘란트라까지 포함한 누적 판매는 1,074만대에 달한다. 쏘나타와 함께 현대를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글로벌 판매는 93만대이다. 주력 차종이니만큼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인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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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은 중후하게 변했다. 현대는 서 있어도 달리는 듯한 느낌의 ‘정제된 역동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실물은 역동성보다는 중후에 가깝다. 그러니까 스타일링이 잘 뽑힌 것은 맞지만 스포티하지는 않다. 외관만 보면 이 차가 준중형급이 맞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폭이 넓고 중후해 보인다.


전면은 현대의 새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전면의 끝 부분만 보면 쏘나타보다는 제네시스에 좀 더 가깝고, 범퍼의 하단이 많이 내려온 느낌이 든다. 양옆으로 벌어진 그릴은 존재감을 더해준다. 확실히 작은 차일수록 그릴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그릴은 두 개씩 겹쳐진 5개의 바가 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든다. 구형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안개등 주위의 디자인은 좀 복잡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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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세대가 거듭될수록 사이즈가 커진다. 거의 모든 신차가 나올 때마다 몸집이 불어난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면 차급이 바뀌기도 한다. 이런 경향이 바뀐 것은 몇 년 전부터다. 어느 정도는 차체 사이즈 키우는 게 한계에 온 것으로 이해했다. 요즘은 전장은 유지하거나 조금 줄이고, 휠베이스와 전폭은 늘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전고가 낮아지는 신차도 많다.


신형 아반떼는 이런 트렌드에서 약간 비켜갔다. 차체 사이즈는 4,570×1,800×1,400mm, 휠베이스는 2,700mm로, 휠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커졌다. 준중형차의 전폭이 1.8m가 되는 것도 생소하고, 주차 문제가 걱정되기도 한다. 사이즈는 구형 대비 전장은 20mm, 전폭은 25mm, 전고는 5mm가 늘어났다. 폭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좀 더 납작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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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모습은 좀 더 쿠페스러워졌다. B 필러 이후의 지붕 선이 보다 날렵하게 떨어진다. 이 지붕 선만 보면 2열의 머리 위 공간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화려한 앞에 비해 뒷모습은 다소 밋밋하다. TV 광고에서는 뒤가 꽤 멋지게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것만 못하다. 트렁크 일체형 스포일러는 BMW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키너지 GT이다. 사이즈는 225/45R17이고, 아반떼의 휠 중에서는 가장 크다. 이 17인치 휠은 스포티하기도 하지만 매우 튼튼해 보이는 디자인이다. 아마 가장 많이 선택하는 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 휠은 뉘르부르크링에서 본 차기 i30 프로토타입에도 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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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쏘나타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변했다. 쏘나타 센터페시아의 간소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색상이나 재질에서도 차이를 뒀다. 공조장치 주위의 회색 플라스틱은 약간 싼 티가 난다. 대신 대시보드 상단과 하단의 플라스틱 질감 차이는 적은 편이다. 이 상하단의 질감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모니터와 내비게이션 맵 및 버튼들은 다른 현대차와 동일하다. 보기가 편하고 쉬운 조작 편의성을 제공한다. 실내의 마무리도 빈틈이 없다. 어디 하나 헐거운 부분을 찾기가 어렵다. 각 도어 패널의 갭도 일정하다. 도어 포켓은 폭이 좀 좁은 편이고, 유리는 여전히 운전석 하향만 원터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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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레버 앞에는 적당한 크기의 수납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개인적으로 현대차의 좋은 점 중 하나가 2개의 시거잭이다. 여러 가지 충전할 때 매우 용이하다. UBS 단자가 앞에 있는 것도 편의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 수납 공간은 별도의 덮개도 달려 있다.


기어 레버 주위에는 냉난방 시트와 운전대 열선, 드라이브 모드, 파킹 어시스트 버튼이 모여 있다. 냉난방은 모두 3단계이다. 예전 같으면 준중형급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편의 장비들이다. 센터 콘솔 박스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안에는 USB 단자가 하나 더 마련돼 있고, 암레스트를 겸하는 덮개는 슬라이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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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판 디자인 역시 다른 현대차와 동일하다. 중앙에 액정이 있고 좌우에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자리한 디자인이다. 액정을 통해서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폰트도 예쁘다. 스티어링 휠의 버튼들은 예전보다 정리된 기분이다. 스포크로 집중돼 있다. 신형 아반떼에는 ACC도 고를 수 있다.


2열 공간도 넉넉하다. 성인이 앉아도 무릎 공간이 약간 남고 좌우의 폭도 여유가 있다. 사람에 따라 머리 위 공간이 부족하게 느낄 수도 있다. 성인이 앉으면 머리와 천정에 사이에 주먹 하나가 간신히 들어간다. 시트는 6:4로 분할 폴딩이 가능하고, 트렁크도 아주 넓다. 특히 입구가 넓어서 골프백도 들어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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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엔진은 1.6리터 직분사를 유지하고 있고, 6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된다. 출력은 140마력에서 132마력으로 줄었다. 요즘 신차에 출력이 낮아지는 것은 드문 일인데, 현대는 중저속 토크를 보강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일반 운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실용 영역에서의 성능을 더 보강했다는 말이다. 뭔가 아쉬운 감은 있다. 물론 1.6리터에 132마력이어도 비교적 높은 리터당 출력이다.


공회전 정숙성은 아주 좋다. 엔진 소리가 약하게 들린다. 신형 아반떼의 1.6 직분사 엔진은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출력을 줄이면서 중저속 토크를 보강했고, 엔진의 소리도 다듬었다. 이전에는 소리 자체가 날카로워서 회전수를 높이 쓰는 게 부담도 됐었다. 132마력 버전은 음색 자체가 중저음으로 변했다. 음량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회전수를 높게 써도 부담스럽지는 않다. 구형은 웅웅거리는 소리가 불편했다. 현대가 요즘 들어 엔진의 음색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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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을 밟아보면 확실히 중저속 토크가 보강됐다. 주로 사용하는 회전대에서의 토크가 좋다.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속도가 잘 붙는 것이다. 완성도가 좋은 디젤 엔진과 비슷하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도 속도계의 바늘이 쉽게 올라간다. 이러면 운전의 스트레스가 덜하다. 엔진의 회전 질감도 미끈해졌다. 고회전에서 자동 변속될 때까지 매끄럽게 돌아간다. 1.6리터 배기량에서는 기대하기 힘들었던 질감이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55, 88, 130, 170km/h이다. 4단까지는 시원하게 가속되고, 5단 넘어가면서부터 주춤해진다. 4단까지의 가속에 비해 5단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5단으로 5,500 rpm 조금 못 미친 시점에서 198km/h까지 가속된다. 여기서 더 이상은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구형을 떠올려 보면 중저속 토크는 좋지만 5단의 가속력이 떨어진 느낌인데, 이전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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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속기도 구형 대비 개선된 점이 보인다. 우선 저속부터 붙는 느낌이 강해졌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행 질감을 높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고회전에서 연속으로 변속할 때도 클러치의 미끄러짐이 없다. 스포트 모드도 좀 더 차별화 됐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면 확실히 페달 반응이 날카로워지고, 엔진 소리도 조금 달라진다. 특히 고회전 사용할 때 스포트 모드가 보다 두드러진다.


꼭 현대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EPS도 나날이 발전하는 게 보인다. 요즘의 EPS는 완성도가 높아져서 유압식을 거론하기가 무색할 정도다. 아반떼의 스티어링도 보다 세련된 세팅으로 바뀌었다. 무게가 적당하고 중심 부분의 유격은 적다. 또 속도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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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은 멀티링크에서 튜불러 CTBA로 다운그레이드 됐다. 승차감은 좋았지만 고속 안정성은 불안했다. 그러니까 직진할 때 뒤가 쉽게 움직였다. 신형은 리어 서스펜션의 CTBA를 많이 손본 게 확실하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차이를 느낀다. 올해 나온 다른 현대차들처럼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린다.


느낌은 좀 다르다. 쏘나타나 K5의 고속 안정성이 자연스럽게 좋다면, 아반떼는 약간은 인위적이다. 그러니까 구조적으로 떨어지는 서스펜션을 추가적인 세팅으로 보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속 주행 시 완만하게 굽은 길을 돌려고 할 때, 뒤가 움직이는 걸 억제하는 감각이 있다. 결과적으로 고속 안정성은 좋지만 감각 자체는 위급과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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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감은 주행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인데, 차 자체가 쫀득한 느낌이 있다. 탄력적으로 반응한다. 서스펜션의 댐퍼 상하 바운싱은 적고, 움직임은 부드럽다. 말 자체는 쉬운데 만들기는 쉽지 않다. 세팅의 묘를 잘 살렸다고 평가하고 싶다. 거기다 서스펜션과 전자장비도 스포티하게 변했다.


구형은 전자장비가 빠르게 개입하고 늦게 풀렸다. 신형은 개입은 하지만 출력을 적당히 살려주고, 코너에서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서 돌 수 있게 한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고 직진할 때처럼 엔진 출력이 그대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게 조절을 한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날 때도 차선을 지키면서 코너를 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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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드러지게 개선된 것은 브레이크다. 한 세대 전의 아반떼나 K3는 고속에서 급제동을 한 번만 해도 브레이크의 능력이 상실됐다. 작년 말에 탄 아슬란도 브레이크가 강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나온 쏘나타, K5, 그리고 아반떼는 브레이크가 크게 보강됐다. 아반떼의 브레이크는 유럽차와 같은 수준의 사양이다. 최고 속도에서 급제동 해도 브레이크의 능력이 살아 있다. 나중에는 브레이크보다 타이어가 밀리는 수준이다. 그동안 골프 등을 타면서 좋은 브레이크에 감탄했는데, 아반떼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좋아졌다.


신형 아반떼는 준중형차 이상의 상품성을 갖췄다. 준중형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외관은 중후해졌고 달리기 성능은 스포티하게 변했다. 엔진 출력이 줄은 게 옥에 티다. 일부 오너에게는 불만이 될 수 있다. 사실 엔진 출력을 줄이고 연비가 좋아진 건 개선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형 아반떼는 좋아진 점이 너무 많다. 매력적인 상품성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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